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82)
“전하, 서두르셔야 합니다!”
바레인의 다급한 표정.
황자는 옷을 입다 만 채로 부랴부랴 방 한쪽에 놓인 서고로 뛰었다.
그러더니 책을 뒤적뒤적 꺼내보는 황자.
당장 피해야하는 바쁜 와중에 무엇을 하는 걸까.
“이, 이쯤이었는데….”
황자가 초조한 기색으로 책을 꺼내는 걸 보며 바레인도 안절부절해 하는 와중이었다.
덜컥-
꺼내지던 책들 중 하나가 무언가에 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쿠구궁…
미약한 소음과 함께 책장 전체가 벽과 함께 비스듬히 회전하였다.
그와 동시에 드러나는 비밀 통로.
“여깁니다!”
황자가 외치며 부랴부랴 통로로 뛰어들었다.
‘이곳이 황가의 비밀 통로….’
바레인도 처음 보는, 황궁의 비밀스러운 소문으로만 여겨지던 비밀 통로의 실체를 목격한 순간이었다.
허나, 바레인은 감상에 젖을 겨를도 없이 황자의 뒤를 쫓았다.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둘이 들어서고 얼마 안 되어 책장은 다시 원 상태로 회전하였다.
감쪽같이 감춰지는 비밀 통로.
그와 동시에 통로는 빛 하나 없이 어두워졌다.
“라이트.”
그때 황자가 시동어를 외치자, 그의 손에 달린 반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전방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러고 곧장 달리는 두 사람.
바레인이 물었다.
“전하, 근데 이 통로가 어디로 연결되는 겁니까?”
“내성 외곽으로 연결됩니다.”
“음….”
이미 황도의 내성 전체가 반란군으로 점령당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고작 내성 근처라면 굉장히 위험한데.’
허나, 지금은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일단 나가고 나서, 최단 루트로 외성을 빠져나간다.’
이미 반란이 일어난 상태.
반란군으로 점령당했을 황도를 벗어나야만 했다.
‘그리고….’
바레인의 뇌리에 몸을 의탁할 후보지가 빠르게 스쳐갔다.
‘비스마르크 공작가는 절대 안 되고….’
황자의 외가는 다름 아닌 비스마르크 공작가.
때문에 비스마르크 공작이 황제의 외척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섭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비스마르크 공작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나섰다는 건, 황자의 목을 모두 친 후에 자신이 직접 황제에 자리에 오르겠다는 의미였으니까.
‘…엘프와 드워프도 믿을 수 없고.’
원래는 황제와 황자의 편을 들어주던 이종족 베르샤엘 공작과 빅핸드 공작.
허나, 최근 들어 비즈니스와 얽히면서 비스마르크 공작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두 종족이었기에 이제 완연히 황자의 편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나마 남은 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결계를 수호 중인 변경백들 뿐이었다.
허나, 그곳으로 도망간다고 하여 제국 전체를 아우르는 비스마르크 공작에게 반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아니, 레이븐 공작이 있다.’
돌아온 제국의 수호검.
아직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그쪽으로 가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하르딘 황자 역시 같은 생각을 한 것일까.
헉헉거리며 달리는 와중에도 소리쳤다.
“바레인 경! 내성을 빠져나가서 동쪽으로 갑시다!”
동쪽이라면 레이븐 영지가 있는 방향이었다.
하르딘 황자 역시 일면식 하나 없는 레이븐 공작에게 일말의 희망을 가지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바레인은 대답과 동시에 황자의 옆에 따라 붙었다.
“전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읏차.”
앞장 서는 황자의 느린 움직임이 답답했던 것.
그는 황자의 몸을 그의 옆구리에 끼더니,
타다다다닥-
엄청난 속도로 통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늦은 밤.
황궁의 다른 침실.
뱀처럼 얽혀있는 한 남자와 두 여자.
백옥 같은 세 사람의 피부가 마나램프의 은은한 불빛에 반짝이고 있을 때였다.
세 사람 중 한 여인의 유난히 긴 귀가 갑자기 쫑긋거리며 움직였다.
“음… 어?”
당황하는 여인.
그녀의 경직이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전해졌다.
“아닐라, 무슨 일이야?”
남자가 그윽한 목소리로 물었다.
땀에 젖은 황실의 핏줄을 뜻하는 황금빛 머리칼이 그의 고개에 따라 찰랑거렸다.
그는 바로 7황자, 제르딘이었다.
“뭔가 밖에서 소란이….”
중얼거리던 아닐라.
엘프이자 제르딘 황자의 두 번째 부인인 그녀의 표정이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반란이에요, 여보!”
“뭐?”
“뭐라고요?”
황자와, 그와 얽혀있던 그녀의 어린 아내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 시간이 없어요!”
엘프답지 않게 말을 더듬은 그녀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역시 자연의 종족이라 그런 걸까.
그 몸짓이 놀랍도록 표횰하고 빨랐다.
그리고 그런 아닐라의 급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던 제르딘 황자.
항상 쾌락에 젖어 살던 그였지만, 그때만큼은 심각함을 느꼈는지 그도 재빨리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반란이라뇨?”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제르딘의 정실부인인 멜라리아가 물었다.
“옷 입어! 도망쳐야 해!”
아닐라가 다급히 경고를 했다.
허나, 그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쾅-!
한순간, 황자의 처소의 바닥이 터져나갔다.
“꺄아아아아악!”
마치 방 안에 폭탄이 터진 것처럼 흙먼지가 방 안을 맴도는 아수라장 속에서, 세 사람 모두 패닉 상태로 기침을 콜록거리고 있을 때였다.
슈아아악-
뚫린 바닥을 통해서 거무스름한 음영들이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푸슛-
검은 음영으로부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무언가가 쏘아져 나오더니, 세 사람을 덮쳤다.
“읍….”
“커헉….”
“꺄아아악-!”
그 무언가의 정통으로 격중당한 세 사람.
그들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쿨럭….”
침대에 기댄 채 피를 게워내는 제르딘 황자.
그의 몸은 곳곳에 구멍이 뚫린 상태였고, 녹색 체액 같은 거에 범벅이 된 채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부인 멜라리아는 외마디 비명만 남긴 채, 머리 절반이 날아가 그 자리에서 즉사한 상태였다.
그나마 멀쩡한 건 엘프인 아닐라 뿐.
그녀는 팔 하나를 잃은 채, 녹색 체액에 뒤덮여 죽어가고 있는 자신의 남편을 꼭 끌어안고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벅저벅-
그리고 먼지가 가라앉으며 마침내 드러난 광경.
두 팔과 두 다리.
이족 보행의 인간과 같은 모습.
허나, 마치 곤충의 외피처럼 보이는 이상한 외피에 뒤덮인 ‘그것’의 모습은 사람이 아니었다.
“…버그슬레이어….”
아닐라가 중얼거리는 사이.
그녀는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제르딘 황자의 숨이 끊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키야아아아아악-
괴물들이 아닐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날.
황궁에 머물던 모든 황실의 사람들은 비슷한 일을 당하고 말았다.
* * *
“비스마르크 공작, 당신이 반역을… 커헉!”
분노 어린 음성을 내뱉던 기사는 어디선가 날아온 녹색 체액에 머리가 관통당하더니 바닥을 나뒹굴었다.
털썩-
황제의 침소를 지키는 입구.
그곳을 지키는 근위기사단원들.
허나, 그들은 비스마르크 공작이 이끄는 일단의 무리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썰려나갔다.
까가강-
오러가 서린 검이 그 무리 중 하나의 몸에 직격했다.
허나, 무엇이든 갈라버릴 것 같은 그 검은 녀석의 외피조차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막힌 상태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검을 휘두른 기사가 허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게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다.
촤아아악-
기사의 몸을 칼날이 달린 팔을 휘둘러 베어 넘긴 괴생명체.
크르르르르-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린 인간의 형상에, 얼핏 보면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 외견.
유렌시아 제국이 개발한 병기, ‘버그슬레이어’였다.
“역시 쓸만하군.”
비스마르크 공작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시체의 복도를 지나 황제의 처소를 막고 있는 문을 열었다.
스으으윽-
역시 황궁이라 그런 걸까.
소음 하나 없이 조용히 열리는 문.
그리고, 거대한 방 저 편에 휘장에 드리워진 황제의 침실이 보였다.
만면에 미소를 띤 채 황제의 침실로 다가간 비스마르크 공작.
그는 손짓 한번으로 휘장을 날려버렸다.
촤아아악-
그리고 드러난 침대의 모습.
늙고 병약해진,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해보이지 않는 황제가 죽은 듯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오랜만입니다. 폐하.”
감회가 새로웠는지 잠시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던 비스마르크 공작.
허나, 감상은 잠시 뿐이었다.
딱-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팍-
황제의 머리가 산산이 터져나갔다.
그와 함께 검붉은 핏물로 점점이 물드는 침대보.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있던 황제의 피는 이미 썩을 대로 썩은 상태였다.
‘그냥 놔뒀어도 얼마 못갔겠군.’
굳이 비스마르크 공작이 죽이지 않았더라도 황제는 단명하고 말았을 터였다.
‘되도록이면 천수를 누리게 해주고 싶었건만.’
결국 비스마르크 공작 자신의 손으로 황제의 목숨을 끊어주게 되었다.
허나, 후회는 없었다.
이제 ‘유렌시아’라는 제국의 국호는 지고, ‘비스마르크’라는 새로운 국호가 떠오를 테니까.
“…나의 시대가 열리리니.”
팟!
비스마르크 공작의 몸이 사라졌다.
연회장이자, 정무를 보는 제전에 나타난 공작.
그의 앞에는 황제의 권위이자 상징인, ‘황좌’가 눈앞에 놓여있었다.
“드디어….”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황자를 쳐다보던 비스마르크 공작.
그는 거침없이 걸어가 황자에 몸을 맡겼다.
털썩-
황금으로 이루어진 황좌로부터 차가운 기운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제전의 넓은 공간이 한 눈에 들어왔다.
모두를 아우르고, 내려다보는 이 높은 시야와 감각.
그와 동시에 제전을 중심으로 그의 사람들과 병사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척-
척-
척-
말없이 무릎을 꿇고 비스마르크 공작에게 예를 표하는 기사들과 괴물들.
그 모습을 보며 비스마르크 공작의 입이 열렸다.
“…이제 내가 황제다.”
영원한 태양이 지고,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 *
황도에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레이븐 영지는 이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분주해진 상태였다.
왜나하면 새롭게 목격된 몬스터들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생성 중이라구요?
상우가 어이없다는 듯 나이젤에게 물었다.
그 물음에 나이젤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음… 분명 그 일대는 다 쓸어버려서 몇 주는 잠잠할 거라 생각했는데.
레이븐 역시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게, 상우와 함께 불꽃의 회오리로 그 일대를 ‘삭제’하다시피 했으니까.
-그야 모르지. 저 크라니드 종족의 힘에 비하면 오크 군단을 없앤 걸로는 티도 안날 테니까.
-하긴….
지구보다 넓은 타이베른 행성.
그 곳의 90% 이상이 크라니드에게 점령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식민지화된 그 땅의 코어들로부터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쏟아져오고 있는 상태.
고작 한 구역, 오크군단 정도를 쓸어버린 정도로는 무한에 가까운 저 세력에 흠집도 나지 않은 것이었다.
-근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면서요.
상우가 물었다.
-음… 처음 보는 몬스터라서 말이지.
-어떻게 생겼는데요?
상우가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자 나이젤이 전방 정찰조를 통해 보내져온 마나통신구를 상우에게 보여줬다.
-직접 보게.
상우와 레이븐은 통신구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살펴보았다.
불꽃이 회오리가 지나간 이후로 굉장히 불안정해진 오크군단이 있던 지역.
때문에 먼지바람이 휘몰아쳐 영상은 흐릿한 상태였는데, 그 사이로 뭔가 거대한 생명체가 눈에 띄었다.
그 생김새가 마치….
-가재에요?
가재 같은 형상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