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81)
“크흑….”
상우는 갑작스러운 불길에 당황하며 검을 손에서 놓으려 했다.
하나, 접착제를 바른 것처럼 검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길은 더욱 거세지며 상우의 온몸을 휘감았다.
화아아아아아아악-!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
하지만 신기하게도 불길은 상우의 몸만 둘러 싼 채, 침대와 이불보는 전혀 태우지 않았다.
그러나, 불길은 불길인 걸까.
“끄아아아악!”
상우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온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이 전신에 퍼지고 있었으니까.
하나 감각만 그러할 뿐, 실제로 그의 몸이 타들어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불길에 휩싸여 있을 뿐이었다.
‘크흑… 이건 대체….’
상우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검을 손에서 놔야….’
하나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볼케닉 레이저.
그 와중에도 볼케닉 레이저로부터 노도와 같은 기운이 손을 타고 몰려들어왔다.
상우의 손과 팔을 지나 어깨, 그리고 마침내 몸 한가운데에 들어선 볼케닉 레이저의 기운들.
그 기운은 스톰코어의 지배하에 있던 상우의 기존 기운들과 맞닥뜨리더니, 이내 사납게 발광하기 시작했다.
‘커헉….’
그러자 순간적으로 상우는 자신의 몸이 터져나가는 듯한 압력과 고통을 느꼈다.
‘…제어해야 돼.’
상우는 그 순간 눈치챘다.
내부에 들끓는 이 기운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몸이 터져나가고 말 것이란 걸.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터질 듯이 움직이는 볼케닉 레이저의 기운을 제어하려 노력했다.
‘…좀… 가만히… 있으라고…!’
스톰코어를 돌려 폭발하려는 그 기운을 억누르고 억제하는 상우.
터질 듯 움직이며 내부를 공격하는 볼케닉 레이저의 기운과, 이를 막으려는 상우의 마나 움직임이 묘한 조화를 이루며 조금씩 하나의 규칙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우는 시간의 흐름도 잊고, 불타는 듯한 고통마저도 잊은 채 그 미지의 규칙에 완전히 몰입하였다.
몰아일체의 순간.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터질 듯이 날뛰던 볼케닉 레이저의 기운을 억제하고 압축한 끝에.
[마그마코어 마나엔진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마그마코어가 생성되었습니다.]
상우는 새로운 스킬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상우의 감긴 두 눈이 번쩍 떠졌다.
팟-
순간적으로 눈에서 튀어나오는 안광.
이후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그는, 이내 눈을 몇 번 꿈뻑거리고는 정신을 차렸는지 재빨리 자신의 몸을 살폈다.
“휴우… 멀쩡하네.”
몸이 타들어가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겪었음에도 그의 몸은 굉장히 멀쩡했다.
오히려 이전보다 혈색이 좋아진 게, 생동감과 활기가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마그마 코어라….’
상우는 그 이유가 방금 얻은 마그마 코어 때문이라 짐작했다.
‘볼케닉 레이저를 얻었더니 마그마 코어가 생겼네.’
마치 스톰브링어 검법의 마나엔진인 ‘스톰코어’처럼 말이다.
‘엘리멘탈 소드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얻는 건가.’
상우는 그렇게 추측했다.
그리고 그 추측은 정확했다.
태초의 드래곤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엘리멘탈 소드들.
4가지 속성을 지닌 이 검들은, 소지자에게 강제로 시련을 부여하였다.
검의 주인으로서 적합한지 그 자격을 묻는, 일종의 시험인 셈이었다.
그리고, 소지자는 이 시련을 견디는 과정에서 하나의 독특한 마나엔진을 얻게 된다.
스톰브링어는 스톰코어 마나엔진을, 볼케닉 레이저는 마그마코어 마나엔진을 말이다.
어스퀘이커와 프로스트스타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시련을 견디지 못하면 소지자는 죽게 되기에 아무나 함부로 소지할 수 없었다.
‘신기하네.’
상우는 자신의 전신을 휘감은 스톰코어보다 안쪽에 자리 잡은 조그만 마그마코어를 느끼며 감상에 젖었다.
마치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같은 성질을 지닌 코어였다.
그리고, 이 코어는 현재 스톰코어의 기운에 억눌려 억제되어 있었다.
‘이걸 사용할 수 있을까.’
방금 전의 몰아일체의 과정에서 간신히 마그마코어를 생성해내긴 했지만, 사실 그저 볼케닉 레이저의 기운을 압축하여 억눌러 놓은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상우는 이 기운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질 않았다.
‘볼케닉 레이저에 마그마 코어라…. 무언가 방법이 있을 것도 같은데.’
이제 불길 하나 없이, 자신의 오른손에서 얌전히 있는 볼케닉 레이저를 보며 상우는 고민에 빠졌다.
‘볼케닉 레이저 검법 같은 건 없나. 있으면 코어 활용 방법 같은 게 있을 거 같은데.’
전설의 오크 왕 드락사르가 사용했던 걸 보면, 검법이 없지는 않을 터였다.
하나, 녀석은 이미 글러트니의 밥이 된 지 오래.
오크 군단이 생성되는 던전 코어들 역시 상우가 뒤엎어놓았기에, 드락사르가 다시 재생성 될 지는 미지수였다.
‘흠… 아쉽네.’
볼케닉 레이저 검법을 얻지 못한다는 걸 못내 아쉬워하는 상우.
그는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심정으로 볼케닉 레이저에 스톰코어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벌겋게 달아오르는 볼케닉 레이저.
“설마?”
상우가 기대감을 갖고 쳐다봤다.
하지만, 역시나였을까.
벌겋게 달아오르던 볼케닉 레이저의 검신은 이내 식어버렸다.
‘역시 안 되네.’
아무래도 볼케닉 레이저의 불꽃 속성을 제대로 다루려면 마그마 코어를 다룰 줄 알아야만 하는 것으로 보였다.
‘마그마코어 좀 연구해야겠구만.’
그리고 상우에게는 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마그마코어를 활용할 방안이 있었다.
바로, 분신들.
훌륭한 마루타(?)들이 널렸으니까.
‘분신들 이용해서 마그마코어 활용 방법 좀 찾아봐야겠네.’
상우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잠시 맺혔다가 사라졌다.
* * *
검은 공간.
고요한 그곳에,
삐이이이이이이-
갑자기 시끄러운 알람이 울려퍼졌다.
[알람 마법이 감지되었습니다.]
시스템 알림에, 리버의 두 눈이 뜨여졌다.
‘귀찮게 하는군.’
슬쩍 확인해보니 알람의 발신지는 바로 비스마르크 공작의 펜던트였다.
‘비스마르크 공작?’
리버는 곧장 시스템을 통해 그의 심리를 꿰뚫어봤다.
비스마르크 공작 역시 시스템 유저였기에, 마음을 엿보는 정도는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바로 비스마르크 공작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레이븐 공작가를 없애달라라….’
하지만, 리버는 비스마르크 공작의 부탁이 썩 내키지 않았다.
레이븐 공작을 없애는 건 간단했지만,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부터 말이다.
‘그날… 내가 벌인 일이 진정 정당했던가.’
복수를 위해 이를 갈았던 지난 세월.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초월적인 힘을 손에 넣게 되었고.
그 힘을 활용해 드래곤들과 영웅들을 모두 삭제시켜버린 그날.
리버는 후련함보다는 왠지 모를 허탈함과 회의감을 느꼈었다.
‘녀석들을 죽여버린다고 해서… 그녀가 살아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아직도 눈을 감으면 선명히 떠오르는 그녀.
하나 이미 그녀는 죽은 지 오래였다.
이제 그에게 남은 건, 그녀를 되살리겠다는 하나의 목적 뿐.
그렇기에 비스마르크 공작의 부탁 같은 속세의 권력 다툼 등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경고를 해야겠군. 이럴 때 부탁하라고 준 펜던트가 아니니.’
자신의 스승이었던 전 비스마르크 공작을 위해 준 펜던트.
비스마르크 공작이 위험에 처하면 단 한 번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주었던 펜던트였으니까.
리버는 곧장 시스템을 통해 비스마르크 공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 * *
새하얀 순백의 공간.
“이게 무슨…?”
비스마르크 공작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서진 집무실에서 펜던트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런데 눈을 깜빡한 사이, 순식간에 새하얀 공간 한가운데 서 있게 되었던 것.
그는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그곳에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를 불렀는가.
조용하지만, 귓가를 지나 심장까지 내리꽂히는 묵직한 목소리.
그리고 비스마르크 공작은 그 목소리를 잘 알고 있었다.
“리, 리버님?”
-그렇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비스마르크 공작은 리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체면 불구하고 무릎을 꿇으며 예를 갖췄다.
-일어나라.
“아, 아닙니다. 이게 편합니다.”
-그러든지.
나직한 리버의 목소리.
그의 말은 이어졌다.
-너를 이곳에 부른 것은 한 가지 경고를 하기 위함이다.
“무엇을 말입니까?”
-그 펜던트. 너에게 사사로운 부탁을 하라고 준 게 아닐 텐데.
“…….”
-위기의 순간에 사용하도록. 알겠나.
“…지금이 위기입니다, 리버님.”
-아니. 아직이지. 진정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사용하라.
“음….”
비스마르크 공작은 리버의 단호한 대답에 적잖이 실망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9클래스 초입인 나를 이렇게 완전히 제어하다니.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거스르는 건 위험해.’
정신조작인지, 아니면 소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 한 순간에 자신을 이 새하얀 공간으로 불러들였다.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런 강자를 상대로 반항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국 비스마르크 공작은 리버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다시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믿지.
그 말을 뒤로 하고 리버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빛이 바래듯이 점차 흐려져 가는 새하얀 공간.
시간이 지나자 새하얀 공간은 마침내 원래 있던 비스마르크 공작의 집무실로 완전히 돌아왔다.
“허어….”
비스마르크 공작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부서진 집무실 소파에 털썩 몸을 뉘였다.
잠깐이었지만,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려 옷이 축축히 젖어 있었다.
‘정말 강하구나. 게다가 내 속마음까지 꿰뚫어보다니.’
부탁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부탁을 알고 미리 경고하는 그 모습이란.
마치 ‘신’과 같았다.
‘헌데 그 분이 도와주지 않으실 줄이야.’
이제 비스마르크 공작에게는 희망이 거의 없어진 셈이었다.
아니, 남은 방안이 하나 있었다.
‘그렇다면… 레이븐 공작가가 크기 전에 일을 마무리한다.’
레이븐 공작가의 위상이 높아지기 전에.
서둘러 황제가 되는 길이 있었다.
속전속결로 말이다.
‘시간이 없군.’
비스마르크 공작은 오늘 밤이 긴 밤이 될 것임을 직감했다.
* * *
벌컥-
황자의 침소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바레인이 불쑥 들어왔다.
“황자 전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바레인이 심각한 표정으로 하르딘 황자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지요?”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책을 읽던 하르딘 황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비스마르크 공작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예? 그게 무슨….”
하르딘 황자의 동공이 흔들렸다.
“비스마르크 공작가 사병들이 속속들이 공작가로 집결 중입니다. 그리고 공작파에 속하는 귀족들의 병사들 역시 전장을 이탈해 수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몬스터들의 침략을 막아내야 할 병사들이 전장을 이탈한다는 것.
그리고 수도로 오고 있다는 것.
그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반역입니까?”
하르딘 황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바레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정황상 그러하옵니다.”
“으음….”
“몸을 피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바레인이 황자를 걱정하며 말했다.
하나, 반역의 징조를 알았음에도 대비라는 것이 고작 몸을 피하는 것뿐이라는 건.
그만큼 황자의 세력이 약함을 의미했다.
그도 그럴 게, 오랜 세월 몬스터들과의 전쟁으로 황실의 재정은 악화일로로 치달은 상황.
때문에 황실 직속의 군부대는 대부분 해체된 상태였다.
반면에, 전방에서 싸우던 귀족들.
그들 역시 오랜 세월 몬스터들과의 전투로 손실이 많았지만, 그만큼 실전경험을 두루두루 갖춘 최정예 용사들을 병사들로 꾸릴 수 있게 되었다.
즉, 지금 황실의 힘으로는 반역을 억제할 힘이 없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하르딘 황자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1황자를 잡아라!”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