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1)
신뢰 (1)
들어선 이는 강준모였다.
상우는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났다.
물론 1호가.
“에이전트님, 진짜 빨리 오셨네요.”
“좀 밟고 왔습니다. 근데 무슨 일인가요. 밖에 엄청 소란스럽던데.”
상우는 저주 받은 검을 들고 설쳐댄 군인에 대해 알려줬다.
“아··· 그래서 통과를 안 시켜주려 했던 거였군요. 많이 안 다치셨어야 할 텐데.”
“검날이 좀 무뎌서 괜찮을 거예요.”
이필환 중사가 오기까지 잠시 검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
그러다 상우가 녹슨 검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얘기하는 걸 듣던 강준모가 소리를 질렀다.
“예? 피쉬맨을 잡으셨다구요?”
“예. 맞아요. 무슨 일이라도···.”
“무슨 일 맞죠. 피쉬맨은 E급 몬스터니까요!”
강준모가 호들갑을 떨었다.
“F급 된지 한 달밖에 안되셨는데 벌써 E급 몬스터를 잡으시다니··· 대단합니다.”
상우의 성장에 매우 놀란 기색이었다.
“하하··· 제가 좀 잘하긴 하죠.”
상우는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는 녹슨 검에 대해 설명했다.
녹슨 검을 들면 미쳐 날뛴다는 얘기를 듣자 강준모는 다시 흥분했다.
“대박! 득템입니다!”
“득템이요? 네, 득템이긴 하죠. 뭔가 저주 받은 거 같고, 녹슬어서 문제지.”
“그냥 득템도 아니고 대박이죠. 하하. 저주 받은 아이템인 거 같습니다.”
저주 받은 건데 득템이라니.
상우는 의아해했다.
“저주 받은 거면 안 좋은 거 아닌가요?”
“네, 그냥 보면 그렇긴 하죠. 하지만 저주만 해제하면 쓸만한 명품이 되거든요. 아니면 저주 받은 아이템만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곳에 팔기만 해도 이득이구요. 뭐 아이템 상태를 봐야 알겠지만, 못해도 3억은 나올 겁니다.”
“헐··· 3억이요?”
상우가 요새 뿔토끼 사냥으로 큰 매출을 올린다고는 하지만, 억은 그 단위가 새롭게 다가왔다.
3억이면 조그만 집도 살 수 있을 테니까.
“예. 게다가 버서커 특성이 있는 검이면 대박인데요? 격노 버프가 근력, 순발력, 체력, 지구력, 고통 내성 등등 신체 전반적인 능력을 올려주는 건데, 그게 흔한 성능이 아니거든요. 진짜 제대로 구하신 겁니다. 거의 복권 당첨 수준이죠. 하하. 헌터님 득템 축하드립니다.”
강준모가 환하게 웃었다.
그 미소에 상우는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일말의 불안감도 사르르 녹아내림을 느꼈다.
“그렇구나. 하하. 감사합니다.”
“예. 헌터님. 그럼 아이템은 그렇고. 일단 나가실까요?”
현재 시각 5시 30분.
아침이 되어 헌터협회와 같은 공공기관이 제대로 업무를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다.
“밖에 경비소초장이 중복출입권한 데이터 조회하려면 기다려야 한다고···.”
“아~ 그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 * *
강준모가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이필환 중사와 긴 얘기를 나눈 끝에, 강준모는 1호를 데리고 경비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떠나기 전 이필환 중사는 1호에게 찾아와 미안하다고 했다.
군인의 업무 특성상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나.
강준모는 몬스터 사체 수거반을 불러서 1시간 정도 몬스터 사체를 수거를 처리하고는 1호와 함께 상우가 있는 모텔로 왔다.
그리고 지금은 상우를 픽업하여 서울로 향하는 길.
강준모는 차 안에서 상우와 1호를 번갈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야- 근데 볼 때마다 완전 똑같네요. 쌍둥이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대박입니다.”
“그쵸? 저 같은 인재가 분신으로 계속 생기니까요.”
“···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만.”
“농담입니다. 정색하지 마세요.”
“하하하-!”
이후 저주 받은 아이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강준모의 사무실로 쓰이는 오피스텔.
강준모가 잠시 처리할 게 있다고 하여 그의 사무실로 온 거였다.
사무실은 강준모가 숙식을 그곳에서 해결하는지 소파에 놓인 이불과 구석 쓰레기봉투에 가득쌓인 말라붙은 컵라면 용기들, 퀘퀘한 냄새 때문에 지저분했다.
강준모는 급히 자리를 치우고는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누추하지만 여기 앉으세요.”
“예.”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서 무언가 두두다다 타이핑하더니 서류를 프린트해서 가져왔다.
서류에 적힌 건 다음과 같았다.
───────────────
제 1조 [목적]
본 계약서는 정상우(이하 ‘갑’이라 한다)의 에이전트를 담당하는 대상 회사 JM에이전시(이하 ‘을’이라 한다)와의 업무 진행에 관련된 정보나 자료를 제공, 인수, 활용하는데 있어서 상호간에 준수하여야 할 비밀 유지 조건을 합의하였음을 확인하기 위한 계약서이다.
제 2조 [범위]
을은 갑에 관련된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거나 발설할 수 없다. 만약 정보를 공개해야하는 경우 반드시 갑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
···
제 5조 [손해배상]
···
───────────────
강준모가 상우의 정보를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을 담은 비밀 유지 계약서였다.
상우는 놀라서 강준모를 바라보았다.
“에이전트님 이게 뭔가요?”
“제가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비밀 유지 계약서입니다.”
“굳이 이걸 왜···.”
“사실 이번에 피쉬맨을 사냥하신 걸 보고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이족물고기 던전에 사냥 가신다고 하셨을 때도 그래봤자 이족물고기 몇 마리 잡고 말겠거니 했거든요. 전 헌터님을 그저 조금 뛰어난 F급 헌터 정도로 여기고 있었던 거죠. 제가 헌터님의 가치와 잠재력, 그리고 능력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비밀유지 계약서는 왜···.”
“헌터님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신뢰요?”
상우는 어리둥절했다.
피쉬맨을 사냥한 걸 보고 상우의 가치를 이제야 제대로 느낀 강준모.
그는 이제야 상우를 제대로 케어하기로 마음먹은 거였다.
“헌터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스킬입니다. 때문에 그 어떤 헌터도 자신의 스킬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개되는 순간 어떤식으로든 분석되서 자신의 약점이 들통나게 되니까요. TV에 나오는 어떤 랭커도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만 나타날 뿐,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 절대 나오지 않는 게 바로 그 이유입니다.”
“그렇죠.”
강준모의 말이 맞았다.
점퍼, 헤라클레스, 레오가르드 등 유명 헌터들의 스킬명은 알려져 있지만, 그들이 그 스킬로 어떻게 싸우고 활약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의 사냥 결과로만 판단할 뿐이다.
때문에 사실 상우도 강준모에게 자신의 분신술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저 분신을 소환할 수 있다, 정도뿐.
“제게 헌터님의 신뢰를 주십시오. 그리고 제게 헌터님을 케어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최고의 헌터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강준모는 벌떡 일어서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상우는 그 모습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 이 사람이라면 얘기해도 괜찮을 거 같아. 굳이 이런 계약서를 적을 필요 없을 텐데 스스로 제약 장치를 거시다니. 이 정도 진정성이라면 믿을 만하지. 그리고 나 혼자 정보 구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해.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분이니까.’
그의 결론은 강준모와 함께 하는 거였다.
“좋습니다. 전 에이전트님 믿으니까요.”
상우는 계약서에 일필휘지로 서명했다.
접인까지 꼼꼼히 확인한 강준모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헌터님. 계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헌터님과 저, 우리 둘 사이의 ‘신뢰’가 더 돈독해졌네요. 하하. 그럼 앞으로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강준모는 다시 벌떡 일어나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상우는 과분한 마음에 자신도 일어서서 그의 손을 힘 있게 잡았다.
두 사람의 손이 굳게 맞물렸다.
* * *
그 다음날.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자마자 상우는 강준모의 차를 타고 헌터 센터 스킬 시연장에 갔다.
중복출입권한 신청을 위해서였다.
스킬 시연장에서 스킬을 시연하자, 반응은 뜨거웠다.
“어멋!”
“크, 크네···?”
분신이 알몸으로 소환되었기 때문.
아차 싶었던 상우와 강준모는 부랴부랴 분신의 알몸을 가려야 했다.
다만 이슈는 그걸로 끝이었다.
분신술 스킬이 엄청 좋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이슈가 되고 널리 퍼져서 알려지고 할 줄 알았던 상우의 생각과 달리, 그 누구도 정상우라는 헌터에 대해서, 그리고 분신술 스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원래 이 업계가 그렇습니다. 스카우터들이 딱 각성할 때 아니면 일을 안하거든요.”
스킬을 시연한 이후에는 상우의 던전 중복 출입을 정식으로 허가받기 위해 강준모가 헌터 센터에 서류를 이리저리 넣고 이곳저곳 전화하면서 절차를 밟았고, 일주일 이내에 권한 승인이 완료될 거라 하였다.
상우는 따로 뭔가 할 필요가 없었다.
‘근데 역시 에이전트가 좋긴 좋아. 엄청 편하네. 계약하길 잘했어.’
강준모는 중복 출입 권한 신청 외에는 온전히 상우에게 신경을 쏟기 시작했다.
먼저 그는 상우의 분신술 스킬의 스펙에 대해 상세히 조사하였다.
상우가 그동안 알아낸 사실과 정보들을 듣던 강준모.
그는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경험을 공유한다구요?”
“예. 분신이 운동하면 제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헐··· 진짜 대박인데요? 헌터님, 그럼 스킬은요?”
“스킬은 예전에 제가 분신한테 분신술 스킬 사용하게 해봤었는데 안되더라구요. 패밀리어 스킬 생긴 이후에는 실험 안해봤습니다.”
“그럼 지금 한번 실험해보죠.”
그러고 보니 상우는 패밀리어 스킬을 분신이 사용하도록 한 적이 없었다.
강준모의 의견에 따라 1호한테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하게 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지금 스킬 사용 중인 게 맞나요?”
“글쎄요···. 쓰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1호야, 너 지금 패밀리어 스킬 사용하고 있냐? 대답해봐.”
“대상이 없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대상이 안 정해졌네요.”
강준모는 상우의 말을 듣고 근처에서 고양이를 데려왔다.
이웃집에서 빌려왔다고 했다.
다시 1호한테 고양이에게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하게 한 상우.
역시 육안으로는 스킬을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기에 다시 1호에게 대답하게 시켰다.
“사용을 못하고 있습니다.”
스킬을 못 쓴다는 1호의 대답.
상우는 이유를 물었다.
“예속된 개체가 아니기에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맞네. 패밀리어 스킬은 예속 개체에만 사용 가능하니까 애완동물이 아니면 대상이 없네요.”
1호에게 2호를 향해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하게 시켰지만, 역시 예속 개체가 아니기에 사용이 불가능했다.
‘역시, 초능 계열 스킬들 중에서 가격이 싼 이유가 있었어. 이렇게 활용성이 좁아서야···.’
결국 분신을 활용한 패밀리어 스킬의 사용은 실패로 끝났다.
다만 성과가 있었다.
“분신이 스킬을 사용하려고 한 거 보면, 분신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네요.”
“어, 헌터님. 듣고 보니 그런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분신을 활용해 스킬 훈련을 할 수도 있겠네요.”
“와- 대박! 그러면 헌터님은 다른 헌터들과 다르게 스킬 레벨을 엄청 올릴 수 있겠네요!”
흥분한 강준모는 소리를 질렀다.
“에이전트님 덕분에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럼 지금 패밀리어 스킬은 훈련시키기 뭐하니까, 새로운 스킬을 사야겠네요. 아직 패밀리어 스킬 할부금 남았는데, 돈 또 깨지겠네···.”
“네. 근데 지금은 구매하실 필요 없으세요.”
“예?”
“훈련으로 획득하면 되니까요. 제가 스킬 몇 개 획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강준모는 자신이 혜성길드에서 일하던 시절 알게 된 스킬 획득 방법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했다.
바로 ‘강타’ 스킬이었다.
국내 최정상급 길드에서는 저마다의 훈련방식으로 헌터들을 관리하는데, 그 커리큘럼 중에 하나가 강타 스킬 획득 방법이 있었던 것.
“획득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냥 ‘전력을 다해’ 타격하라! 그게 전붑니다.”
“전력을 다하라구요?”
“네. 혜성 길드에서는 보통 타이어에 해머를 내려치는 훈련으로 진행했었죠. 한번 테스트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예, 그럼 바로 테스트하러 체육관으로 가시죠.”
강준모와 상우는 1호를 데리고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는 큰 체육관을 찾았다.
1호에게만 1일 이용권을 끊고 세 사람이 입장하자, 상우와 1호에게 시선이 쏠렸다.
“저 사람 봐. 진짜 똑같이 생겼다.”
“쌍둥이인가.”
“보통 쌍둥이여도 미세하게 다르게 생겼는데, 저 사람들은 완전 똑같네.”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은 체육관 한쪽에 놓인 거대한 타이어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근육이 울룩불룩한 커다란 체구에 몸 좋아 보이는 사람들이 타이어를 들어 올리거나 타이어에 커다란 해머를 내려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1호야, 저기 저 사람들 보이지? 저 사람들 하는 것처럼 해머로 타이어 내려치는 훈련을 하자. 자, 시작!”
상우의 명령이 내려지자, 1호가 해머를 들더니 근처 바닥에 놓인 타이어를 향해 사정없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1호야, 더 세게! 더 빨리! 온힘을 다해서 때려!”
상우가 1호에게 힘을 더 요구하자, 1호는 헉헉 거리면서도 좀 더 힘을 냈다.
온몸이 터질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1호.
“죽을힘을 다해서 내려쳐! 그렇지, 계속해!”
퍽! 퍽! 퍽!
그 맹렬함에 주변에서 운동하고 있던 사람들이 다들 쳐다봤다.
“저 친구 근육은 별로 없어보여도 대박인데?”
“이야, 진짜 훈련 제대로 한다. 나도 저렇게 해야 하는데.”
“나도 질 수 없지. 읏차-!”
“이야아압!”
1호를 보고 자극을 받았는지 갑자기 더 열심히 운동하기 시작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열기는 전염되어, 그날 체육관은 남정네들의 뜨거운 신음(?) 소리로 가득 찼다.
* * *
몇 시간 뒤.
1호는 열심히 강타 스킬 획득을 위한 노가다를 하고, 상우와 강준모는 분신의 활용에 대해 이리저리 논의하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훈련을 마치고 체육관을 나서는 길.
“역시 스킬이 바로 얻기는 어려운가봅니다. 오늘은 성과가 없었네요.”
“그래도 1호처럼 그렇게 집중력을 유지해서 밀도 높은 훈련을 계속 한다면 금방 얻을 겁니다. 혜성길드에서도 빠르면 보름만에 얻은 헌터 분도 있었으니까, 1호는 길어봤자 한 달 이내에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시죠. 헌터님.”
“그래야겠죠? 앞으로 1호는 계속 저것만 돌려야겠네요.”
“네. 그리고 헌터님은 빨리 마나 호흡을 익히셔야 할 거구요. 그 뒤에 분신에게 마나 호흡 훈련을 시키면 시너지가 장난 아닐 겁니다.”
“예. 학원 또 가야죠···.”
상우는 귀찮은 기색을 풍기며 대답했다.
그렇게 2남, 1분신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였다.
[사격술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상우에게 새로운 스킬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