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0)
저주받은 물건 (3)
상우는 1호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소리가 매우 시끄럽다고 느꼈다.
게다가 그 언어는 한국어가 전혀 아니었는데, 신기하게도 이해가 되었다.
‘저주인가. 무섭게시리 이상한 말만 하네.’
상우는 1호를 시켜서 검을 놓게 하였다.
그러자 환청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시 손에 쥐게 하자, 또다시 들리는 환청.
‘무슨 에고 소드? 아티팩트? 같은 건가. 아니야. 그보단 저주 받은 아이템 같은데.’
허나, 시끄럽다는 점을 제외하면 상우에게 어떤 피해도 없는 거 같았다.
대신 패밀리어 스킬로 공유한 1호의 감각으로 심장소리가 두근두근 들려오는 게 커지면서, 감각이 고양되며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일종의 각성효과가 있는 마법 아이템인 거 같았다.
굳이 단점을 짚자면 소리의 의미가 섬뜩해서 오싹한 기분이 든다는 정도.
‘아싸. 마법 부여되어 있거나 특수능력 있으면 무조건 엄청 비쌀 텐데. 일단 챙겨서 에이전트님 통해서 팔거나 해야지. 1호야, 모텔로 돌아와. 집 가자. 그리고 뛰어라.’
상우는 1호에게 녹슨 검을 챙기게 해서 포탈을 통해서 나오게 했다.
굳이 천천히 걷게 하지 않고 뛰어서 복귀시키는 상우였다.
‘틈나는 대로 훈련시켜서 능력치 올려야지.’
패밀리어 스킬은 레벨을 올리기 위해 굳이 종료시키지 않았다.
평소처럼 경비소에서 간단한 검문 이후 탐색대를 통과하려한 1호.
허나 문제가 발생했다.
삐이이익-
경보가 울린 거였다.
‘어, 뭐지.’
일전에 중복출입권한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그 문제는 아닐 거였다.
출입 절차는 신분팔찌 외에도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스캔으로도 가능했고 말이다.
상우는 자신이 주워온 검에 문제가 생겼다고 여겼다.
‘검 때문인가.’
탐색대는 금속물체를 탐지하는 장비가 아니다.
인위적인 마나 움직임이나 생명 반응을 감지하는 장비로써, 포탈에서 넘어올 수 있는 위험요소를 가려내는 용도였다.
경비소에서 문제가 생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우는 당황했다.
“잠시 이쪽으로 나와주시겠습니까.”
일단 검문을 담당하는 군인의 지시에 따라 상우는 1호를 움직여 탐색대 옆에 세웠다.
“성함 말씀해주시겠습니까.”
“F급 헌터 정상우입니다.”
1호의 대답에 따라 출입명부를 확인하는 군인들.
그 사이에 검문 군인은 1호의 몸에서 장비들을 해제할 것을 주문하였다.
“차고 계신 장비는 옆에 보관함에 두시기 바랍니다.”
“네.”
“다시 탐색대에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1호가 다시 탐색대를 통과하자 이번엔 아무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이건 포탈 너머에서 획득하신 장비입니까?”
“예, 맞습니다.”
“장비에 이상이 있나봅니다. 잠시만 대기해주십시오.”
군인의 지시에 따라 1호가 잠시 멀뚱히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명부를 확인하던 부사관이 갑자기 옆에 상병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야! F급 헌터 정상우 출입기록이 왜 2번이야!”
“그럴 리가 없습니다. 동명이인인 거 같습니다.”
“여기 2시간 간격으로 시간 찍혀 있잖아. 봐봐, 둘 다 20021213으로 생년월일도 똑같구만.”
“어···? 전산오류 아니겠습니까?”
“어~? 이게 대답하는 거 봐라! 김 상병! 정신 똑바로 안차려! 짬을 똥꾸멍으로 처먹었나.”
옆에서 1호를 통해 소란을 듣고 있었던 상우는 어안이 벙벙했다.
‘엥? 중복출입권한 신청해놨는데. 뭐지.’
아마도 희귀한 권한이기도 하고, 상우가 임시 승인만 받은 상태라 데이터가 조그만 경비소에서는 확인이 어려운 상태인 거 같았다.
상우가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 33번 경비초소 이필환 중사입니다. 거수자 발견하였습니다.”
잠깐 상병을 갈구며 씩씩거리던 부사관이 무전으로 뭔가 보고하고는 1호에게 다가왔다.
“정상우 헌터님? 잠시 조사가 필요합니다. 동행해주시기 바랍니다.”
“··· 저 사실 제가 중복출입권한 신청해놨거든요. 협회에 조회해보시면 바로 나오실 건데.”
“중복출입권한이요? 저는 처음 듣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권한을 아무나 신청하지 않다보니 확인 과정에 착오가 생긴 모양이었다.
상우는 별 수 없이 협조하기로 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 장비는 어떻게 되나요?”
“간단한 확인 이후 이상이 없으면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따라오십시오.”
“네···.”
경비소 건물로 따라가려던 상우는 문득 검이 걱정됐다.
“근데 저기요. 저 검 좀 이상합니다. 저주받은 거 같아요.”
“저주요? 참고하겠습니다.”
하지만 부사관은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1호를 경비소 건물로 데려갔다.
옆에 위치한 경비소 건물로 들어간 1호.
부사관은 1호를 책상 앞에 놓인 의자에 앉힌 후, 상급부대에 보고를 하여 신원확인 및 전산처리에 오류가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이후 부사관은 간단히 심문을 시작했다.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F급 헌터 정상우, 본인 맞습니까?
“네, 맞아요.”
“저는 17사단 경비중대 소속 이필환 중사입니다. 확인해보니 F급 헌터 정상우님의 이름으로 출입기록이 2번이 찍혀있었습니다. 여기 보시면 16시 5분경에, 그리고 17시 38분에 입장한 걸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네. 그게 사실 제가 분신술 스킬 사용자라서 분신으로 출입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협회에 중복출입권한 신청해서 임시 승인도 받아놨구요. 이력 기록해보시면 바로 나올 겁니다.”
1호, 아니 상우는 또박또박 대답했다.
“분신술이요?”
“예. 그래서 저랑 똑같은 몸을 만들어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분신이 두 번 들어가서 출입기록이 두 번 남은 거예요.”
못미더워 하는 이필환 중사.
그러나 대격변 이후 세상에 별의별 초능력자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 그럼 지금 분신술 스킬을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그게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어서 지금은 사용 못합니다.”
분신술을 지금 사용 못한다고 하자 이필환이 갑자기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다.
괜히 더 의심받는 느낌에 상우는 답답해졌다.
“알겠습니다. 일단 전산오류일 수도 있어서 현재 전산 로그 확인 및 CCTV 확인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지금 새벽 시간대라 담당자가 없어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좀 기다려주셔야겠습니다.”
무덤덤하게 말하는 이필환 중사.
‘아씨, 시간 아깝게.’
그냥 1호를 역소환해버리면 되지만, 괜히 문제가 복잡해질 거 같아서 상우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1호에게 주변의 묻는 말에 적당히 대꾸하라고 명령을 내리고는 패밀리어 스킬을 해제한 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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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돌아오자, 모텔 천장이 보였다.
모텔에 걸린 전자시계에 비친 시간은 [04:41].
그때 문득 강준모 에이전트가 떠올랐다.
무척 유능한 에이전트인 그라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상우는 이른 새벽이라 민폐였지만 강준모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신호가 좀 흐르고 잠시 뒤.
졸린 목소리의 강준모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에이전트님. 저 정상우입니다.”
-네, 헌터님. 이족물고기 사냥은 잘 되셨나요?
강준모는 사냥을 끝낸 2호를 상우의 집에 데려다준 이후에 잠들어 있었던 모양.
상우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 네. 사냥은 잘 끝났습니다. 근데 좀 문제가 생겨서요.”
-예? 문제요?
“중복출입권한에 문제가 생겼는지 제가 지금 경비소에 있거든요.”
-이런··· 임시 승인이라 문제가 생긴 거 같군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자다 일어난 강준모는 현재 경비소에 억류되어있다는 상우의 말을 듣고 놀라더니 바로 달려오겠다고 했다.
전화를 종료한 후 상우는 잠시 눈을 붙였다.
시계를 다시 보니 [5:10].
30분 정도가 지나있었다.
‘맞다. 경비소에 에이전트님 온다고 미리 말해놔야겠구나.’
상우는 이필환 중사에게 에이전트가 오고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다시 1호에게 패밀리어 스킬을 시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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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눈앞에 떠오르는 경비소 내부.
“끄아아악!”
“··· 막아!”
그런데 이필환 중사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바깥이 소란스러웠다.
‘뭐지?’
상우는 1호를 움직여 경비소 바깥으로 나가게 했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포탈 검문소.
그곳은 난장판이 벌어져 있었다.
어떤 군인이 검을 들고 사방을 향해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었던 것.
‘뭐, 뭐야!’
군인은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게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미 한 군인은 가슴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김 상병 미쳤어!”
“다리! 다리 쏴버려!”
투두두두!
귀가 찢어질 것처럼 총소리가 오갔다.
곧 다리에 총알을 몇 발 맞은 김 상병.
그는 하체의 통제력을 잃었는지 제자리에 엎어졌다.
허나 정말 미쳐버린 것인지 그 상태에서도 상체 힘만으로 탁탁탁 기어가면서 공격하려 했다.
그 대상은 경비소 건물에서 막 나오고 있던 1호였다.
막 경비소 밖으로 나온 1호, 아니 상우는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가 웬 피칠을 한 앉은뱅이 좀비 같은 군인이 자기를 공격하려 하자 기겁했다.
‘뭐, 뭐야! 피해!’
다행히 명령을 받은 1호는 수월하게 공격범위에서 벗어났다.
좀 거리를 벌리자 상우는 그제야 상황이 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설마, 저 검 때문에 미쳐버린 건가?’
김 상병이라 불린 군인의 손에 들린 녹슨 검.
상우는 1호를 통해 그 검을 들어봤었기에 저 검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고 있었다.
‘만약, 저 검 때문에 저주 받은 거라면···.’
매개체는 검이니 검만 제거하면 될 터였다.
상우가 판단을 내리는 사이, 주변의 군인들도 미쳐버린 김 상병을 사살해야 하는지 제압해야 하는지 갑론을박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으으으- 여기로 온다!”
“거리 유지해! 지원 요청했다!”
“초소장님, 그냥 쏴서 죽입니까?”
부사관은 쉽사리 결정을 못 내렸다.
그의 명령에 한 사람의 생사가 오갈 테니까.
그리고 그때.
1호가 김 상병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달리는 소리를 들은 김 상병이 상체를 움직여 1호를 향해 녹슨 검을 휘둘렀다.
종아리를 향해 낮게 날아오는 검의 궤적.
1호는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침착하게 뛰어오르며 김 상병의 뒤를 점하며 넘어갔다.
그리곤 곧장 위에서 김 상병을 덮치며 김 상병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크으으으-!”
악을 쓰며 발버둥 치는 김 상병.
1호의 힘이 약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김 상병이 강하기 때문인지 팔 하나를 붙잡고 온몸으로 매달리고 있음에도 1호의 몸 전체가 요동쳤다.
상우는 1호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명령했다.
“뭐해요!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주세요!”
그러자 보면서 안절부절 하던 군인들이 달려들었다.
각자 김 상병의 팔다리와 몸통 머리까지 붙들고 안간힘을 쓰는 군인들.
겨우 김 상병의 움직임을 멈추게 할 수 있게 되자, 한 군인이 김 상병의 손에서 녹슨 검을 떼어놓으려 했다.
“안돼요! 그 검 만지지 마세요!”
상우는 기겁하고는 1호를 움직여 그 군인을 제지했다.
‘이 검이 저주받은 검이라면 보통 사람이 만지는 건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는 1호의 손으로 김 상병의 손에서 검을 겨우 떼어놨다.
그러자 곧 반응이 나타났다.
김 상병이 게거품을 물며 기절한 것.
“끄, 끝난 건가?”
그래도 불안한지 그 뒤에도 몇 분간 김 상병을 계속 붙들고 있던 군인들은 그제야 손을 놨다.
“이 중사님! 김 상병 기절했습니다!”
“저 새끼 묶어놔!”
“예!”
“그리고 빨리 의무대 연락해서 병식이 호송해! 아니, 구급법 모르냐 새끼들아!”
이필환 중사는 군인들을 통솔하여 김 상병을 꽁꽁 묶어서 구속하고, 부상자에게 응급처치를 하고는 옮기게 했다.
좀 소란이 가라앉자 진이 빠져서 멍하니 그걸 쳐다보고 있는 1호, 아니 상우에게 이필환 중사가 다가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근데 어떻게 된 건가요?”
“헌터님과 얘기하다가 갑자기 상황이 발생해서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왠지 던전에서 가져온 이 검이 문제인 거 같네요.”
“··· 저주받은 겁니까?”
“··· 글쎄요. 그보다 이제 좀 쉬고 싶네요.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나요?”
“아직 안됩니다. 조사가 끝나야 가실 수 있습니다.”
공사 구분이 확실한, 아주 단호한 이필환 중사였다.
그는 자신은 일을 마무리하고 갈 테니 상우보고 건물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단호박 오지네. 짜증난다. 검 득템한 것만 아니었으면 걍 1호 역소환시키고 쉬는 건데.’
계속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 중이기에 피로도가 극심했다.
마치 3D 게임을 오래하면 멀미가 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단 아직 새벽 아침이라 공기가 쌀쌀했기 때문에 상우는 1호를 경비소 안에서 쉬게 한 상우.
멍하니 있던 상우는 별도의 명령이 없었기에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을(?) 2호에게 간단히 운동을 명령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였다.
경비소 문이 벌컥 열렸다.
“헌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