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9)
저주받은 물건 (2)
그와 함께 계곡가와 인접한 나무들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스럭-
이윽고 나무 사이를 헤치고 나타난 거무스름한 형체가 1호의 시야에 잡혔다.
생김새는 이족물고기처럼 물고기 형상의 몬스터였다.
하지만 다른 점은, 성인 남성만한 크기에 이족물고기와 다르게 팔까지 달렸다는 점.
한 손에는 잔뜩 녹이 슨 검을 쥐고 있었다.
상우는 그 몬스터에 대해 알고 있었다.
‘피쉬맨이라고?’
피쉬맨(FishMan).
물고기의 머리와 몸통에 팔과 다리가 달린 일종의 ‘어인’형 몬스터다.
지능이 낮은 대신 식인물고기 피라냐처럼 흉폭한 놈들이었다.
전형적인 육식형 몬스터로써, 육지와 인접한 해안가에 주로 서식하며 집단생활을 했다.
‘아니, 바닷가에나 있는 몬스터가 계곡가에 왜 있어!’
상우가 투덜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피쉬맨이 지능이 낮긴 하지만 이족물고기에 비하면 훨씬 뛰어난 지능을 보유하고 있고, 팔이 달린 만큼 조잡한 무기들도 다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족물고기에 비하면 사냥 난이도는 급격하게 올라가는 셈.
웬만한 E급 헌터들도 혼자서 간신히 상대하는 어려운 몬스터였다.
게다가 저 피쉬맨은 한 눈에 보기에도 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흐리멍텅한 눈알의 이족물고기들과 달리, 시뻘건 광망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는 피쉬맨의 눈동자.
심상치 않아보이는 그 피쉬맨은 바닥에 널린 이족물고기 사체들을 입으로 뜯어먹고 칼로 난도질하면서 점차 1호가 있는쪽으로 다가왔다.
결국, 1호를 발견한 피쉬맨.
키야아아악!
곧장 1호를 향해 몸을 날려 왔다.
‘1호야, 튀어!’
상우는 후퇴 명령을 내렸다.
다른 이족물고기들처럼 수백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피쉬맨의 입도 무서웠지만, 이족물고기의 한손에 쥐어진 녹슨 검도 문제였다.
무엇보다 현재 상우는 이족물고기 공략 영상만 본 상태.
피쉬맨의 공략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과연 1호가 피쉬맨을 상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상우의 지시에 따라 1호는 곧장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나무를 사이에 끼고 요리조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 으, 뒤질 거 같네. 1호야, 좀 더 빨리!’
상우의 체감 상으로는 포탈까지 남은 거리는 2~300m 정도.
그런데 패밀리어 스킬은 곧 끊기기 직전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스킬을 유지해서 마나가 간당간당했으니까.
게다가 1호와 감각이 공유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죽을 거 같이 힘들었다.
하지만 상우는 패밀리어 스킬을 종료하지 않았다.
왠지 포기하기 싫었다.
‘아무리 분신이라지만, 그냥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그냥 1호가 죽는 걸 보기가 싫었다.
사실 분신이 죽는다고 해서 상우에게 큰 피해가 가는 건 아니다.
죽어봤자 역소환되고, 권총과 대검 옷가지 정도만 잃는 정도랄까.
허나, 그렇다고 해서 피쉬맨에게 일부러 죽어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상우의 마음을 아는 듯 1호는 분발했다.
타들어가는 것 같은 다리의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디며 열심히 뛰었다.
‘아씨, 망했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BJ좀비의 공략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사냥 포인트를 벗어나자, 점차 숲속의 나무들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
나무들이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어야 이족물고기들의 기동성을 죽일 수 있는데, 그 이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상우의 불길한 예감은 들어맞았다.
어느 정도 점프할 공간이 나오자 피쉬맨은 이족물고기들이 그러한 것처럼 훌쩍 뛰어오른 거였다.
순식간에 1호의 등 뒤로 피쉬맨의 악취와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다가왔다.
크아아악-!
‘으아- 졸라 무서워!’
누군가에게 미치듯이 쫓기는 느낌.
상우는 마치 공포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다만 VR 게임과 다른 점은 진짜 현실이라는 점, 미친 듯이 생생해서 죽을 것처럼 무섭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다, 결국.
퍽!
1호의 등에 커다란 충격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앞으로 넘어지며 데굴데굴 구르는 1호.
상우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기에 매우 어지러웠다.
물론, 그보다는 등이 끊어질 것처럼 아팠지만.
‘으윽···. 1호야, 자세 잡아!’
그러자 겨우 시야가 진정되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인 건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드는 피쉬맨의 아가리.
입안에서 썩은 내가 물씬 풍겼다.
허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고 있었으니까.
‘막아!’
상우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1호는 움직이지 못했다.
다리에 뭔가 이상이 생긴 거 같았다.
이제 도저히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막다른 상황에 몰린 상우는 고통 때문에 갑자기 울분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 이 씨발놈아. 너 죽고 나 죽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것처럼, 어차피 도망도 못쳐서 곧 죽을 상황.
상우는 1호에게 최후의 발악을 하도록 의념을 전했다.
죽더라도 끝까지 반격해서 피쉬맨을 공격하도록 말이다.
그러자 1호는 대검을 휘둘러 피쉬맨의 입을 막아내면서, 반대쪽 손에 든 권총을 들어올려 피쉬맨에게 미친 듯이 연사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
하지만 눈과 머리에 총알을 맞으면서도 죽지 않고 흉성이 폭발한 피쉬맨.
피쉬맨은 손에 든 검을 휘둘러 1호의 팔을 날려버렸다.
◎◎◎◎◎◎◎◎◎◎◎◎◎◎◎
“끄아악!”
그 끔찍한 고통과 함께 상우의 패밀리어 스킬이 강제로 끊어졌다.
시야가 반전되며 모텔의 천장이 눈에 보였다.
“헉- 헉-.”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난 상우는 급히 권총을 들고 있었던 왼손을 바라봤다.
잘 붙어있었다.
그런데도 아직도 팔이 잘리던 끔찍한 고통이 환상통처럼 남아 상우에게 아프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무엇보다 패밀리어 스킬을 너무 오래 사용한 탓인지, 몸의 모든 기운이 텅 빠져나간 허한 느낌이 전신에 가득했다.
‘하, 뒤지겠다.’
다시 모텔 침대에 벌러덩 누운 상우.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어? 1호 아직 역소환 안됐네.’
잠시 후 진정을 한 상우는 아직까지 1호와의 연결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내 곧 연결이 끊어졌다.
1호는 그제야 죽어서 역소환된 것.
‘뭐야. 1호가 생각보다 오래 버텼네. 곧 잡아먹히기 직전이었는데.’
그런 생각도 잠시, 상우는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설마··· 피쉬맨을 이겼나?’
말도 안되는 생각이라는 걸 상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1호가 피쉬맨과 동귀어진을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아니면, 지금 치명상을 입었을 수도 있지.’
피쉬맨이 이족물고기에 비해 강하긴 하지만, 권총을 근거리에서 그렇게 맞았는데 멀쩡할 리는 없다.
그 생각이 떠오르자 상우는 피쉬맨을 사냥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 지금 다시 분신을 보내서 마무리 하자.’
상우는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해서 어느 정도 기운을 회복했다.
그러곤 겨우겨우 기운을 끌어모아 분신술 스킬을 사용하였다.
그러자 눈앞에 나타난 분신.
그와 동시에,
[재생력이 개방되었습니다.]
‘어? 드디어!’
특수 스탯인 재생력 개방 방법을 안 뒤로 단 하루도 쉬지 않고(물론 가끔 귀찮을 때 빼먹긴 했다) 자해(?) 노가다를 했던 상우.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재생력 스탯이 개방된 것이다.
상우는 재빨리 상태창을 확인하였다.
‘상태창.’
───────────────
[능력치]
·근력: 0.741 → 0.743
·순발력: 0.533 → 0.537
·체력: 0.687 → 0.688
·지구력: 0.573 → 0.576
·마력: 0.148 → 0.152
·활력: 0.315 → 0.316
·재생력: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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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창 맨 아래에 재생력 스탯이 생겨나 있었다.
수치는 활력이 개방되었을 때보다 조금 높은 0.401.
‘생긴 게 어디야.’
특수 스탯을 아예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 99% 정도일 텐데, 상우는 재생력을 가진 나머지 1%에 속하게 된 거다.
‘이제 재생력도 훈련하면 잘 오르겠지.’
분신들이 다치고 회복하면(?) 자연스럽게 스탯이 오를 터.
상우는 힐링팩터 능력을 지닌 엑스맨의 울버린처럼 나중에 재생력이 엄청 올라가서 팔다리가 잘려도 재생되는 상황을 상상했다.
‘흉터도 이제 잘 안생길 거야. 흐흐.’
재생력의 활용을 쓸데없는 쪽으로 생각하는 상우였다.
아무튼 재생력이 생기고 나니 플라시보 효과처럼 상우는 좀 더 몸의 회복이 빨라진 기분을 느꼈다. 좀 더 의욕이 생겼달까.
상우는 상태창에서 시선을 떼고 새로 나타난 분신을 주시했다.
먼저 이름을 다시 1호라고 붙여주고는 여분의 옷을 입혔다.
따로 남은 스마트폰은 없는 상태이므로 실시간으로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다.
‘아까 1호가 죽은 장소로 가서 피쉬맨이 있는지 확인해. 피쉬맨이 있으면 피쉬맨 사냥하고, 없으면 거기 흩어진 장비들 회수해서 자리 지켜. 몬스터들 나타나면 알아서 사냥하고.’
그렇게 의념으로 한꺼번에 명령을 내리고는 1호를 다시 사냥터로 보냈다.
1호가 모텔로 나가자 상우는 몹시 허기지다는 걸 느꼈다.
‘마나 회복되는 동안 뭐 좀 시켜먹을까?’
상우는 스마트폰 배달 어플을 뒤지기 시작했다.
* * *
자장면에 치킨까지 시켜서 배불리 먹고 깜빡 잠이 들었던 상우는 부스스 잠에서 깼다.
졸린 눈을 비비며 스마트폰을 보니 시간은 새벽 4시.
거의 10시간 정도 잠들어 있었다.
‘으, 너무 잤네.’
그래도 자고 일어나니 몸이 회복되었는지 개운했다.
마나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는지 무기력한 느낌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상우는 조심스레 1호를 향해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눈앞에 1호의 시야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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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숲속이 보였다.
이족물고기 던전이었다.
상우가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하고 맨 처음 느낀 건 ‘아프다’는 감각이었다.
‘으으, 1호 또 다쳤나.’
몸 곳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1호를 시켜서 몸을 훑어보게 하니 팔부터 다리까지 자잘한 생채기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훑어보는 과정에서 잡힌 주변 시야에 보이는 여러 몬스터들.
대부분 이족물고기들이었지만, 눈이 없고 입이 거대한 개 형상의 몬스터들도 보였다.
어느 포탈에서든 흔히 발견되는 괴물견이었다.
1호를 몬스터 서식지에 대기시켜놓는 바람에, 몬스터 사체에서 흘러나온 피냄새를 맡고 몰려온 몬스터들을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인 모양이었다.
다행히 손에 들린 대검과 권총을 보니 바닥에 흘렸을 장비들은 다 회수한 모양.
‘변수라도 끼어 있었으면 망했을 텐데 다행이다.’
그렇게 상우가 안도하면서 1호를 복귀시키려 했다.
‘1호는 돌아오게 하고, 짐꾼이랑 몬스터 사체 수거반 불러야지.’
그런데, 바닥에 널려있는 몬스터 사체들 중에 다른 형상이 보였다.
다른 이족물고기들에 비해 좀 더 거대하면서 팔이 달린 몬스터.
피쉬맨이었다.
‘피쉬맨이 죽었다고?’
상우는 놀란 마음과 기대감을 가지고 1호를 이동시켰다.
곳곳에 총알 자국이 난 피쉬맨은 왜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입으로 푸르죽죽한 피를 토해낸 상태로 죽어있었다.
‘와, 아니 내가 고작 F급인데 이걸 잡았다고? 미쳤네.’
상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E급 헌터들도 간신히 상대하는 몬스터를 분신으로 잡았으니까.
‘분신이 죽으면서도 같이 죽인 건가. 어찌됐든 역시 분신 스킬이 대박이야.’
뿌듯한 마음과 함께 1호를 시켜서 대검으로 피쉬맨의 사체를 이리저리 건드리면서 살펴보는데, 상우의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바로 피쉬맨의 손에 쥐어있던 녹슨 검.
‘아, 맞다. 저게 있었지.’
녹슨 검이라도 포탈 속에서 나온 아이템들은 대부분 가치가 있었다.
지구의 물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첫 아이템 득템이군.’
그런 생각과 함께 상우는 1호를 시켜서 녹슨 검을 집게 했다.
피쉬맨이 어찌나 녹슨 검을 단단히 쥐고 있는지, 피쉬맨의 손가락과 갈퀴를 대검으로 잘라내고는 그 검을 손에서 빼낼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길이는 1m 남짓.
그리고 1호는 드디어 검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상태 이상 ‘격노’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피가필요해죽여라살려줘공격해라죽인다분노하라씹어먹어죽음이필요해어둠이널삼킨다악이되어라광기에몸을맡겨라죽음을받아들여공격해미워해라피가필요해죽여라살려줘공격해라죽인다분노하라씹어먹어죽음이필요해뼈다귀어둠이널삼킨다악이되어라광기에몸을맡겨라해골죽음을받아들여공격해미워해라피가필요해죽여라살려줘공격해라죽인다분노하라용서해줘씹어먹어죽음이필요해어둠이널삼킨다악이되어라광기에몸을맡겨라죽음을받아들여공격해미워해라피가필요해죽여라살려줘공격해라죽인다분노하라씹어먹어죽음이필요해어둠이널삼킨다피눈물이···.」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 수십 수백 가지의 목소리.
그 환청이 1호의 뇌리로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존나 시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