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5)
분신 굴리기 (3)
상우가 직접 몸을 쓰게 된 택배 상하차 알바의 첫날은 무사히 끝났다.
이제 앞으로 상우가 직접 택배를 나를 일은 없을 거라 처음이자 마지막인 셈이지만.
집으로 돌아온 상우는 자취방 침대에 쓰러졌다.
새벽 4시까지 이어진 강행군에 온통 녹초가 되었으니까.
그리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뜨자 햇빛이 쨍쨍하게 날이 밝아 있었다.
“어우- 죽겠다.”
온몸에 알이 배겼는지 삭신이 쑤셨다.
가까스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상우는 또 한 번 생각했다.
다시는 택배 알바를 안하기로.
‘알바는 1호 시켜야지.’
그가 일어나자마자 한 건 아침을 챙겨먹는 거였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것처럼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양푼에 계란후라이 6개에 밥 세 공기, 배추김치를 썰어 넣고 쓱싹쓱싹 비벼서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꺼억- 이제 좀 살겠네.”
배가 부르자 이제 좀 기운이 나는 듯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그때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렇다.
상우는 밤새도록 1호를 굴리고 있었던 거였다.
그는 곧장 상태창을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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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근력: 0.708 → 0.709
·순발력: 0.515
·체력: 0.660 → 0.663
·지구력: 0.550 → 0.553
·마력: 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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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바를 하면서 올린 능력치에 자면서 올린 능력치까지.
확인을 하는 상우는 신이 났다.
‘잘 때도 능력치 올리고, 개꿀~’
게임 매크로 유저는 알 것이다. 밤새도록 켜놓은 게임을 아침에 일어나서 정산할 때의 만족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쩐다는걸.
상우는 흐뭇해하며 근처 운동장에서 운동하고 있을 1호에게 집으로 돌아오라고 명령했다.
그냥 역소환하고 다시 소환해도 되지만, 굳이 이렇게 오게 만든 건 역소환하면 모든 소지품이 그 자리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1호가 가진 소지품이라 해봤자 상우가 입던 트레이닝복이 전부지만.
삐삐삑-
현관문의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와 함께 이윽고 1호가 들어왔다.
정말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 물론 지금은 며칠 째 역소환을 안해서 그런지, 분신은 되게 말라있어서 완전히 똑같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다녀왔습니다. 마스터.”
“그래 옷은 벗어서 세탁기에 넣어놔.”
“예.”
땀으로 범벅이 되어 쉰내가 나는 옷을 세탁기에 넣은 1호.
1호의 몸에서도 쉰내가 났다.
사실 상우가 1호를 자취방이 아닌 밖에서 운동시킨 이유가 이 땀 냄새 때문이었다.
“1호야, 물 끼얹고 와.”
“예.”
1호는 화장실로 가더니 순식간에 물로 몸을 씻고 돌아왔다.
기계처럼 신속하고 정확한 움직임이었다.
다만, 몸에 물기는 전혀 닦지 않은 상태였다.
“물은 닦고 와야지.”
“예.”
다시 재빨리 수건으로 온몸을 닦고 온다.
‘능력치 50% 반영이라 그런가. 행동에 융통성이 없어서 좀 답답하네.’
이런 답답한 모습을 볼 때마다 1호가 역시 분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기계나 프로그램을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물론 그런 기분이 지금 그가 하려는 일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지는 않았지만.
“손 줘봐.”
“예.”
손을 내미는 1호.
상우는 미리 준비해둔 바늘을 손에 들었다.
‘1호는 분신이야. 게다가 역소환되면 빛으로 흩어지잖아? 사람이 아니고, 생물도 아니다.’
그렇게 되뇌이며 심호흡을 했다.
“아프더라도 조금만 참자.”
그는 입을 꾹 다물고는 1호의 손가락에 바늘을 살짝 찔렀다.
툭.
채혈할 때처럼 1호의 손가락에서 미세하게 핏방울이 몽글몽글 새어나왔다.
“···.”
그래도 1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미안. 따끔하지? 잘 참았어.”
상우는 익숙한 솜씨로 핏방울을 휴지로 닦아냈다.
그러자 금방 사라지는 상처.
육안으로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헌데, 상우는 왜 갑자기 1호에게 바늘을 들이민 것인가?
갑자기 미쳐버린 걸까?
아니면 숨겨왔던 사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낸 것인가?
그 이유는,
‘재생력은 언제 개방되는 거야.’
바로 특수능력치를 얻기 위해서였다.
헌터 위키에서 알아낸 특수능력치 획득방법을 보고, 그가 얻을 첫 번째 특수능력치로 재생력을 선택했던 것.
재생력을 얻는 방법은 간단했다.
1.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다.
2. 외부의 도움 없이 자연치유력으로 회복한다.
3. 반복하다 보면 획득한다.
하지만 재생력을 얻은 각성자는 굉장히 드물었다.
왜냐면 상처의 크기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얼마나 반복해야, 얼마나 오래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상우 역시 이 획득방법을 벌써 일주일째 반복하고 있었는데, 재생력이 생길 기미는 전혀 안보였다.
재생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1호의 손가락에 난 바늘자국은 거의 하루 단위로 말끔히 사라지긴 했다.
‘한 달 정도 하면 좀 조짐이 오려나. 상처를 더 크게 내는 건 부담스럽고. 재생력 말고도 얻어야 할 게 많은데.’
내성이라든지, 인내나 맷집 등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래도 상우는 일단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계속 시도하고 있었다.
이윽고 상우는 분신에게 옷을 입게 하고, 라면을 끓여서 먹게 했다.
분신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절대 직접 끓여주지 않았다.
‘처음 소환한 분신은 4일 동안 밥 안주고 계속 운동 시켰더니 역소환됐지···.’
그때 일로 미루어 하루에 1번은 꼭 밥을 먹이고 있었다.
사실 역소환하고 재소환하면 쌩쌩한 분신이 나타나기에 간단하지만, 지금은 재생력을 얻어야 해서 역소환을 못하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라면은 1개는 너무 적은 거 같아서 2개 끓이게 했다. 익숙한 동작으로 냄비에 물을 받아 라면을 끓여먹는 분신.
후루룩- 후루룩.
쩝쩝쩝.
며칠 굶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맛있게 먹는다.
‘내가 저렇게 소리내면서 먹나?’
그걸 보는 상우는 자기 식습관의 큰 단점을 알았다. 쩝쩝 소리가 괜히 거슬렸던 것.
‘앞으로 저 습관 바꿔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순식간에 라면을 먹은 1호가 멀뚱멀뚱 상우를 쳐다본다.
“배부르냐?”
“아니요.”
참 솔직한 1호였다.
“그럼 1개 더 끓여먹어. 부족하면 밥도 말아먹고 설거지 해놓고.”
“예. 마스터.”
“그러고 먹고 운동하고 있어. 이따 알바 갈 때 이거 들고 가.”
상우는 낡은 스마트폰 1개를 건넸다.
예전에 모바일 게임 매크로를 돌리려고 샀었던 중고 스마트폰이었다.
1호에게 주려고 며칠 전에 개통해놨었던 것.
분신이 가끔 얼타거나 버벅이는 경우가 있었기에 멀리서도 분신의 상황을 직접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전화 오면 잘 받아. 알았지?”
“예.”
“그럼 나 나갔다 올게. 수고.”
* * *
상우는 분신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헬스장을 등록하러 나선 길이었다.
어제 알바를 해서 분신과 합쳐서 일당을 총 20만 원을 받았기에 돈은 충분했다.
‘한 3개월 정도 끊어야지.’
미리 집 근처에 헬스장 가격대와 시설을 인터넷으로 알아뒀기에, 그 중 괜찮은 곳으로 향했다.
집을 나서자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보였다. 상우의 자취방이 경국대 코앞이었기에 주로 20대 대학생들이었다.
상우처럼 프리하게(상우 본인은 프리하게라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추레하게)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고, 한껏 꾸미고 멋을 부린 커플들도 눈에 띄었다.
‘나도 옷 좀 제대로 입고 머리에 힘 좀 주면 저 정도는 되겠지.’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상우.
그때였다.
“야! 상어야!”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김경도가 서 있었다.
190에 가까운 덩치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헉- 헉. 죽겠다.”
“그그드 뛰지마. 육수 흐른다.”
“지랄. 이 형은 이거 다 근육이거든? 멀리서 봤는데 좀 말라서 긴가민가 했는데 진짜 너였네. 야, 너 살 좀 빠졌다?”
이주일간 5kg가 빠졌더니 티가 나나보다.
왠지 흐뭇해진 상우는 으스대며 말했다.
“이 형님이 요새 운동하거든. 지금도 헬스 등록하러 가는 길이다.”
“진짜? 나도 운동 하긴 해야 되는데.”
“그거 다 근육이라며.”
“근육도 원래 안쓰면 녹슬어. 다시 기름칠 좀 해줘야지. 너 어디 헬스장 끊을 거?”
“요 앞에 스트롱짐이라고 있더라고. 거기.”
“아 거기! 거기 괜찮다더라.”
“그래? 시설은 좀 별로라던데. 난 뭐 싸서 간다만.”
그러자 김경도가 음흉하게 웃는다.
“크크큭. 거기 트레이너가 겁나 이쁘다더라.”
“아 그래?”
“어. 나도 얘기만 들었는데 장난 아니라하더라고. 나도 이참에 구경 좀 해볼까.”
그러더니 상우의 어깨에 털썩 팔을 두르는 김경도.
“야 무거워. 꺼져.”
“자, 헬스장으로 가자~!”
“덥다고!”
그렇게 상우는 곰에게 붙잡혀 헬스장에 끌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