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결점과 장점
이어서 노인, 이제는 한립의 마 사형이 된 그가 한립을 방으로 이끌더니 따뜻한 차를 두고 마주앉았다. 그리고 참을 수 없다는 듯 한립의 축기 성공담을 물어왔다.
모든 비밀을 밝힐 수야 없었지만 지화의 방에서 축기에 성공한 것은 속이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만 조사를 해보면 언젠가는 알려질 사실이었다.
악록전의 방을 하나 대여해 사문이 내린 축기단을 복용하고 1년 가까이 폐관수련을 했고 운이 따라주어 축기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늘어놓았다.
“한 사제! 말을 들어보니 다른 이들이 겪은 것과 다를 바가 없구만. 그런 자질로 백분의 일의 확률을 이겨내다니 운수대통이라 해도 되겠어.”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던 노인이 이미 한립과 몇 년이나 지낸 탓에 편해졌는지 직설적으로 샘이 난다는 표현을 하였다.
“하하! 맞습니다. 사제가 정말 운수가 대통한 셈이지요. 저도 이렇게 빨리 축기기에 이를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축기기에 들었으니 어서 장문인을 찾아가 인사를 올리고 이름을 등재하게! 그래야 사제에 대한 대우가 고계 제자에 맞게 달라지거든. 매년 받는 영석도 많아지고 말이야.”
한립과 마 사형은 서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형의 가르침에 감사 올립니다!”
정말 진심이었다. 그는 마 사형의 관심 어린 조언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뭐 별것도 아닌 것을! 우리가 알고 지낸 지도 오랜데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알려줘야지.”
노인이 손을 휘저으며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축기에 성공하고 본문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태악산맥 어느 곳이나 골라 홀로 지내며 수행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야! 게다가…….”
마 사형은 한립이 축기기에 든 후 알아두어야 할 점을 상세히 설명해 그가 곤란을 겪지 않도록 도왔다.
그가 대략 설명을 마치고 서로 한담을 나누는데 한립이 더는 못 참겠는지 청원검결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청원검결이란 말이 나오자 놀란 기색을 보이며 그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것에 관해서라면 확실히 들은 바가 있네. 나도 삼성까지 익혔는데 사실 우리 황풍곡 고유의 법결은 아니야. 오래 전 황풍곡에 멸문당한 현검문(玄劍門)이란 곳의 독보적 공법이었지. 또한 본래는 구성이 아닌 십삼성까지 있는 검결로 현검문 장로가 멸문 직전 없애려던 것을 사조 몇 분이 나서서 빼앗아온 것이라더군. 나머지는 그대로 훼손되어 실전된 셈이고 말이야. 지금 전해지는 것은 일부에 불과해 기껏해야 결단기 수사가 익힐 만한 부분까지 있지만 완전한 검결을 얻으면 분신기(分神期) 수사도 익힐 수 있다 하던데 그 소문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겠지.”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뒷부분이 없는 청원검결도 일류 공법에는 미치지 못해도 위력이 나쁜지 않아. 특히 빛의 검과 보호 검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니 적지 않은 축기기 수사들이 익혔지. 수행하는 법만 쉬웠어도 이 검결을 계속 익혀나갔을 게야. 어쨌든 원영기 공법까지만 해도 축기기 수수에겐 요원한 일이었으니까.”
마 사형은 다시 말을 멈추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타깝게도 검결의 수행이 깊어질수록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네. 사성부터 청원검결을 이용해 천지영기를 받아들이면 매 수일 마다 법력이 흩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거야.
며칠간 검결로 쌓은 법력의 일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흩어지니 미칠 노릇인 게야. 그나마 사성에서는 소실되는 것이 새로 쌓은 법력의 십분의 일에 불과하니 열심히 노력한다면 감내할 만해.
그런데 오성, 육성에 이르면 그 비율이 십분의 일씩 늘어나서 고생을 해서 늘린 법력을 대량으로 잃게 돼. 오성에선 십분의 이, 육성에선 십분의 삼의 비율로 법력이 소실된다는 말이니 누가 청원검결을 익히려 들겠나?
게다가 본문에서 최고로 깊게 청원검결을 익힌 이가 겨우 육성에 이르렀으니 그 이상은 결단기 수사만이 도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미 육성에서 소실되는 법력이 저렇게 많은데 어떤 이가 감히 법력을 걸고 모험을 하겠어. 만일 칠성 이후에 그 비율이 더욱 커진다면 너무 무서운 일인 것이지.
결단기에 들면 공법에서 성취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네. 거기다 청원검결의 난이도도 높아 수십 년을 허비해야 하네. 게다가 청원검결은 완전한 검결도 아니고 황풍곡 본연의 공법도 아니니 말이야.
다만 검결의 빛의 검과 보호 검은 확실히 실용적이라 나를 비롯한 여러 축기기 수사들이 삼성까지는 익혀 보조 공법으로 사용하고는 하지. 새로 얻은 법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이로운 점만 이용하는 게야. 당연히 빛의 검을 만들어 내려면 이 검결 만을 4, 5년 정도 착실히 수련해야 해.”
길고 긴 설명을 마친 노인 앞에서 한립은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럴 리가! 그는 이미 사성에 이렀는데 노인의 말에 따르면 이후 청원검결로 얻은 법력은 무조건 일부를 잃는다는 소리 아닌가!
그럼 어떻게 수련을 계속하겠는가? 그러나 이제 명명백백히 결점을 알았으니 그만 익히면 될 일이었다. 이런 결심을 한지 얼마 안 되어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청원검결은 그래도 남달리 뛰어난 점이 있네. 그렇지 않았다면 오랜 세월 한 문파의 독문 법결로 익혀지지는 않았을 것이야.
검결의 수련 속도는 너무 느리지만 일단 성취가 쌓일수록 경맥이 넓어지고 단전이 깊어지는 기이한 효과를 발휘한다더군. 이 검결을 익힌 수사는 동일한 경지의 수사보다 더 심후한 법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야.
아까 언급한 청원검결을 육성까지 익혔던 수도자의 말에 따르면 축기기 후기에 이른 그는 다른 이들보다 법력이 삼분의 일 정도 많았다더군. 그간 소실한 법력과 딱 맞아 떨어지는 양만큼 더 법력을 쌓을 수 있다니 오묘하지 않은가!”
노인이 이 검결에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는지 이야기를 해 나갈수록 심취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모습에 한립이 서둘러 화제를 돌리고서야 평소의 모습을 회복했다.
이미 결심을 굳힌 한립에게는 청원검결이 오묘하든 신묘하든 아무 상관도 없었다. 원래도 자질이 떨어지는 그가 굳이 성취가 느리기로 유명한 온전하지도 않은 법결을 익히면 멍청이라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적당한 영단을 만들어 복용해 가면서 정상적인 공법을 착실히 수행하면 죽기 전에 결단기에 이를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이어서 노인과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한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축기에 성공했으니 자연히 백약원의 영초를 돌보는 임무를 계속 할 수야 없었다. 그는 방에서 짐을 꾸려서 표연히 그곳을 나왔다.
해가 중천에 떴으니 의사전(議事殿)으로 가 일을 보기에 알맞은 시간이었다. 축기에 방금 성공했으니 그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어서 일 처리를 마치고 적합한 장소를 찾아 거처를 꾸릴 생각이었다. 그는 독립된 거처에 큰 기대를 품고 있었다.
어쨌든 무엇을 하든 숨죽여 몰래 하지 않고 당당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쏜살같이 법기를 타고 의사전에 도착했다.
대문을 지키는 젊은 제자 둘이 한립을 알아보지는 못했으나 그가 축기기 수사라는 것을 파악하고는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일렬로 나서더니 공손히 예를 올렸다.
“사숙,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숙? ’
그들이 하는 말에 조금 실소가 나올 것 같았다. 1년 전에 이들을 보았다면 도리어 자신이 사형이라 불러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숙과 사질 사이가 되었으니 익숙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자신과 나이가 비슷한 이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종 장문인이 계시더냐? 일이 있어 뵈려 한다.”
거침없는 말에 연기기 제자 둘이 슬쩍 고개를 들어 한립을 바라보았다.
“장문인께서는 잠시 백기당에 가셨습니다. 곧 돌아오실 테니 먼저 응접실로 가셔서 기다리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문인이 자리에 없다는 소리에 한립의 미간이 좁아졌으나 곧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래. 그럼 들어가 기다려야겠구나.”
“예. 저쪽으로 가시죠, 사숙!”
한 제자가 영민하게 뒷걸음질 치며 그를 안으로 이끌었다. 그를 따라 대청을 지나니 곧 작지 않은 응접실이 드러났다. 방 안은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을 뿐 아니라 먹과 붓이 놓여있고 사방에 시문과 서화 등이 걸려있어 우아한 문인의 정취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기다려 주시면 장문인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알리겠습니다.”
청년이 익숙한 자세로 차를 따라주고는 물러갔다. 한립은 청년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가로 저었다.
우선 고개를 끄덕인 것은 청년의 태도가 아주 만족스러운 것이 눈에 거슬리는 점이 없었던 것이고 고개를 저은 것은 저계 제자의 애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수도자가 수행에만 전념해도 모자랄 시간에 무슨 세속의 종처럼 문이나 하루 종일 지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지금 생각해 보니 애초에 축기단 한 알을 엽 노인에게 넘기지 않았으면 자신도 어디에선가 저렇게 굽실거리며 있었을 터였다. 저 청년보다 못 하며 못 했지 더 나은 처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응접실에서 향차를 즐기며 오만 가지 잡념을 하고 있을 때 종 장문인이 돌아왔다.
그는 문을 지키는 제자에게서 축기기 수사인 청년이 뵙기를 청한다는 말을 듣고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서술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낯선 것이 본문 수백 명의 축기기 수사들 중 일치하는 이가 없었던 것이다.
‘스물다섯 살 정도에 피부가 검고 평범하게 생긴 이가 누구란 말인가? ’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어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응접실에 들어가자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선 청년이 흥미진진하게 벽에 걸린 만화도(万花圖) 바라보고 있었다. 종 장문인이 들어오는 기척을 느낀 청년은 바로 몸을 돌려 예를 표했다.
“장문 사형, 제자 한립이 장문에게 예를 올립니다.”
“한립?”
종 장문인은 분명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이라 그를 자세히 보았으니 누군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한…… 한 사제. 일단 앉지. 장문인을 맡아 바쁜 일이 있어 늦은 것이니 괘념치 말아달라고.”
그도 장문인을 맡아 얼마나 많은 늙은 여우들을 상대해 왔던가 자연스럽게 상대를 알아보지 못한 어색함을 숨기며 자리로 안내했다. 한립은 그의 행동을 눈치 챘으나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
5년이나 전에 자질이 떨어지는 연기기 제자로 만났으니 큰 인상을 남겼을 리 없었다. 한 눈에 그를 알아 봤다면 오히려 놀랐을 것이었다.
“장문 사형! 제자가 며칠 전 축기에 성공해 이를 본문에 알리고 거처를 꾸릴 권한을 얻고자 찾아왔습니다.”
자질구레한 말을 더 할 것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막 축기에 성공했단 말인가?”
종령도는 조금 의외였으나 바로 상대의 뜻을 이해했다. 축기단을 받아도 바로 복용하지 않고 스스로 준비가 되었을 때 시도해 축기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종령도는 한립이 그런 경우라 여겼다.
“하하. 한 사제의 축기 성공을 축하하네. 본문의 고계 제자가 또 한 명 늘었으니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지.”
장문인이 세 갈래의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모두가 사문에서 내려주신 축기단 덕분이지요!”
그의 겸손한 말에 종령도도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자세히 볼수록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 것이 분명한데 어디서 보았는지는 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답답한 느낌에 그의 고개가 점점 내려가며 깊은 생각에 잠겨 들었다. 한립이야 그저 상대를 방해하지 않고 다시 찻잔을 들어 천천히 차의 향을 즐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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