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결전. 1.
“요선문이 뭔지는 아느냐?”
“시공을 초월해 어디든 어느 시간이든 갈 수 있는 문이라 들었다.”
“제대로 모르는군. 하기야 그것들이 그저 소모품에 불과한 자에게 제대로 알려줬을 리가 없지. 미끼만 하나 던지고 보냈을 테니.”
삼도천에서 차사들이 요선문을 여는 열쇠를 언급할 때.
석다물을 이용하기 위해 중요한 정보를 빼고 알려줬다는 듯 말하자 석다물이 되물었다.
“내가 도망친 게 아니라 미끼를 물고 그들의 의도대로 나왔다는 것이냐?”
“당연한 걸 뭘 묻느냐? 어리석은 놈!”
”허면 요선문이란 무엇이며 열쇠의 다른 용도가 있느냐?“
”요선문이란 세상의 경계를 나누는 문이다.”
“세상의 경계?”
“천계와 인간계 염왕부 등등의 경계를 나누는 문이지.”
“그런 문을 여는 열쇠가 이년 천이나 사라진 채로 있었단 말이냐?”
“열려서 온 세상이 혼돈으로 빠지는 게 문제지 닫혀 있는 것이 뭐가 문제겠느냐? 무엇보다 인간계에서 이천년이지 천계나 염왕부의 시간으로는 며칠 되지도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이천년을 살아 보니 뭘 해도 재미가 없어지더구나. 하여 요선문을 열어 세상의 모든 경계를 허물어 버릴 참이다.”
세상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그리되면 어떤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석다물이 눈을 끔벅이자 마존이 물었다.
“그러면 어찌 되는 것인지 상상을 해보거라.”
“어찌 되는 것이냐?”
“어찌 되긴? 지옥도 천계도 염왕부도 인간계도 모두 하나로 뒤엉키게 되는 게지. 어떠냐? 재미있을 것 같지 않느냐?”
“미친놈!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이냐?”
“지루해서다. 또 재미있을 것 같아서지.”
“정말 미친놈이로고! 지루해서 세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겠다는 게냐? 그냥 천지간의 법도에 몸을 맡겨 윤회를 따른다면 네놈의 지루함이 사라질 것이 아니냐?”
“그건 재미도 없고 싱겁기까지 한 일이라서 싫다.”
석다물이 그제서야 마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제대로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마존을 봤다.
지금까지 놈에 대해 상상하고 예측하고 추론한 것이 헛다리였음이 한순간에 증명된 듯했다.
석다물과 무림이 오랫동안 준비하고 대비한 것이 마존이 천하를 정복하고 그렇게 손아귀에 넣은 천하를 영원히 다스리려 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면 마존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석다물은 물론이고 같이 온 연화를 비롯한 일행들이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서로를 봤다.
“나와 함께 세상을 뒤집어 보겠느냐?”
“내가 어디에 필요한 것이냐?”
“네가 나를 잡으러 다시 세상으로 나올 때 그것들에게 받은 것이 필요하다. 순순히 내어놓는다면 내 너를 나의 형제로 받아들이마.”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난 아무것도 받아 온 것이 없다.”
“잘 생각해 보거라.”
잘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석다물 자신 또한 어떤 임무를 받고 세상에 다시 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환생문을 통해 도망쳐 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석다물의 표정으로 보고는 마존이 말했다.
“아직 무엇을 받아 다시 세상에 나왔는지 깨닫지 못한 모양이군. 허면 이리하자꾸나. 너와 내가 싸워 이기는 자의 뜻을 따르는 것으로.”
“반가운 소리군. 지금 하겠느냐?”
“내 명색이 인간계에서 가장 강하며 만마의 지존인데 그건 안될 말이지. 곧 너의 무리들이 이곳에 도착하지 않느냐?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는 게 어떻겠느냐?”
“그러지.”
“내가 이기면 넌 내 종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겠느냐?”
“그러지. 내가 이기면 넌 죽는 것이다. 그리하겠느냐?”
“그러지. 허면 네놈과 함께 하는 떨거지들이 도착하고 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황궁 앞에서 붙어 보자꾸나. 보름 후 오시쯤이면 어떻겠느냐?”
“그러지.”
“미리 한번 받아 보겠느냐?”
“얼마든지.”
석다물이 몹시 당황한 듯했으나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는 마존을 봤다.
마존의 호흡과 표정과 아주 미세한 움직임 속에서 조금이라도 놈을 느껴 보려는 듯했다.
마존이 그런 석다물의 마음을 읽었는지 석다물과 비슷한 눈빛으로 석다물을 봤다.
한참을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던 석다물이 숨을 몰아쉬며 눈을 내리깔았다.
“이것이 염안이냐?”
“이것이 염안이었다면 네놈은 죽어 나자빠졌겠지. 좀 더 버텨 보지 그랬느냐?”
“나 또한 미리 모두 보여주면 재미가 없지 않으냐?”
“허세 또한 제법이구나.”
“네놈만 하겠느냐?”
“허면 이만 돌아가 보거라. 내 따로 사람을 보내마.”
“내가 네놈이 원하는 나도 모르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듯한데 내가 도망치거나 숨으면 어찌할 것이냐?”
“모두 죽일 것이다.”
“누굴?”
“네가 지키고 싶은 사람들, 너와 상관없는 사람들 더 필요하냐?”
“그만하면 되었다. 헌데 네놈이 요선문의 열쇠를 가졌다는 걸 어찌 믿느냐? 보여 보거라.”
“어리석은 놈! 애초에 인간계의 물건이 아닌 것이 사람의 눈에 보이겠느냐? 나를 죽이면 그때 나타날 것이다.”
“허면 그걸 어찌 취할 수 있느냐?”
“왜? 욕심이 생기는 게냐? 그것도 나를 죽이면 알 수 있을 게다. 가보거라.”
황궁을 나와 객잔으로 돌아가는 일행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을 겪고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모두가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혜광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듯 물었다.
“마존이란 놈의 말을 믿을 수 있습니까?”
“모르지.”
“허면 그놈을 뭘 믿고 싸운단 말씀이십니까?”
“싸우지 않으면 어찌 그놈을 막을 수 있겠느냐?”
“그놈의 말이 전부 허풍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싸워보면 알겠지.”
이번엔 하선이 물었다.
“그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우린 그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것이 아닙니까?”
하선의 질문에 석다물이 깊은숨을 내쉬었다.
“놈의 수족들을 자르고 놈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길 원하며 했던 모든 일이 아무 의미도 없었던 것이 아닙니까?”
“그럴 리야 있겠느냐? 우리가 알길 원하던 대로 놈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냈고 놈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느냐?”
“무림의 원로들이 이 말을 믿어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 사신사령이 아닌 너희들과 함께 온 것이다. 내 말은 믿지 못해도 너희는 믿어주지 않겠느냐?”
이번엔 연화가 물었다.
“이길 수 있겠습니까?”
“지금은 이길 수 없습니다. 놈의 기운이 우릴 다 합친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게다가 놈과 대화를 하며 이미 일전을 치렀습니다.”
“이미 싸웠다 하시었소?”
“예.”
“고수들은 그리도 싸우나 봅니다. 어찌 되었습니까?”
“제가 수십 수백 번을 난도질을 당하는 동안 놈의 몸에 상처 하나도 내지 못했습니다.”
“저런! 허면 어쩌겠다는 게요?”
“제게 주어진 보름 동안 방법을 찾아야지요.”
“저놈은 이천년을 살았다 하지 않소? 보름 동안 그게 가능하겠소?”
장청하가 끼어들었다.
“문주께선 언제나 그러셨듯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놈은 문주께서 가지고 계신 것을 탐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가 가진 게 없다니까.”
“모르고 계시는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알아내기만 한다면 그것이 해법이 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해법이라…?”
석다물이 걷다 멈추고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졌으나 가진 걸 모르고 있는 게 과연 있는지 되짚어 보는 듯했다.
석다물의 생각이 계속해서 뒤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고 세상에 다시 나오기 전 삼도천을 건너는 나룻배에서 멈췄다.
그날!
천계의 무공이라며 차사들이 보여준 세 가지 초식이 떠 올랐다.
“이것이 천계의 무공 천검 제1초 지벽!”
“제2초 개천!”
“제3초 천지역변!”
딱히 검술도 아니고 장법도 아니고 권법도 아닌 틀도 없고 형도 없는 뜻이 곧 무공이 되었던 그것!
무엇으로든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고 뜻대로 시전 가능한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고 흉내도 낼 수 없는 내력을 싣지 않은 초식의 전개뿐이었지만 가히 천상의 무공이라 할만했던 그것!
땅을 가르고 하늘을 열고 하늘과 땅을 뒤집는 그 무공!
어쩌면 그 무공이 마존을 꺾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석다물의 머리를 때렸다.
허나 사람의 몸을 가지고는 익힐 방법이 없는 무공이 아니던가?
석다물의 머릿속에 삼도천 나룻배에서 환생문까지 경공을 펼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땐 분명 죽어 육신은 사라지고 영만 남아 있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내공을 모을 수 있었고 그 덕에 저승 가는 길에서 다시 세상으로 올 수 있었다고 믿어왔던 석다물이었다.
“문주님!”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빠져 마치 섬 채로 잠이 든 듯한 석다물을 하선이 깨우듯 불렀다.
“어! 왜?”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십니까?”
“사람이 죽었어. 그럼 그 영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내공을 쓸 수 있을까?”
“에이. 안되지요.”
“말도 안 됩니다.”
“영이 생전의 내공을 쓸 수 있다면 죽은 게 아니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럼 육신은 없고 영만 남은 상태에서 무공을 쓰는 건 뭘까?”
혜광이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더니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꿈속에선 뭐든 여의하지 않습니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여의(如意)라….”
석다물의 생각 깊은 곳에서 누군가 말을 하는 듯했고.
이런 말들이 들려 오는 듯했다.
‘뜻이 곧 행함이라.’
‘행함이 곧 마음이라.’
‘마음이 곧 뜻이라.’
‘뜻대로 이루어지리라.’
‘여의하리라.’
그때 석다물을 삼도천 나룻배에서 환생문까지 경공이라 믿었던 그걸 펼치게 한 힘!
그게 내공이 아니었다면?
석다물의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폭포수가 쏟아지듯 쏟아져 들어왔다.
‘양의동심신공.’
‘뜻을 나누는 대로 내공을 나눈다.’
“백두문의 심법들….‘
‘마음으로 불과 물을 다룬다는 일월성법. 죽은 자를 움직인다는 생환일묘법, 땅위의 짐승들을 부린다는 금종귀일법, 날짐승을 움직인다는 수종만류법….”
어쩌면 이것이 단지 물과 불을 다루고 죽은 자를 움직이며 땅 위의 짐승들과 하늘의 짐승을 부리는 것만이 아닌!
하늘이 사람에게 깃들게 한 하늘의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석다물을 떨게 했다.
“난 그 해법을 찾으러 잠시 폐관할 것이다. 무림의 원로들께 잘 설명하거라. 보름 후에 보자.”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던 석다물이 알고 있는 가장 빠른 경공을 펼치며 사라져 가자 남아 있던 일행들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는 듯 서로를 봤다.
“대체 뭔 일이야? 이대로 내빼신 건가?”
“뭔가 깨달음을 얻으신 듯한데?”
석다물이 사라지고 일행들이 객잔으로 돌아와 보니 사신사령이 사라지고 없었다.
“사신사령은 어디 있나?”
“문주께서 오셔서 데리고 가셨는데? 보름 후에 보자고 하셨어. 설명은 너희들한테 들으라시던 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림태의 질문에 혜광이 잠시 생각을 정리해 마존과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모두가 있을 수도 없고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석다물과 함께 갔던 모두가 같은 소리를 하니 믿을 수 없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다는 듯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