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세 놈은 찾았고. 7.
“한 놈? 한 놈한테 당해서 백호채가 넘어갔다고?”
“예. 지금 그놈이 채주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요.”
“부채주는 뭐하고? 아니지. 지금은 걔가 채주지. 암튼 포채주는 뭐하고?”
“저랑 여기 곽범이랑 둘이 겨우 빠져 나왔구요. 채주님은 지금 그놈한테 잡혀 있습니다.”
“허면 네놈들은 식구들을 버리고 도망을 쳐 온 게냐?”
이사와 곽범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식구들을 버리다니요? 절대 아닙니다.”
“버린 게 아니면?”
“식구들을 구하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온 거지요. 여기 와 기다린 지 벌써 사흘이나 됐습니다.”
백암이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여기 루주님한테 먼저 말씀을 드리지 그랬어? 그럼 방도 하나 내주셨을 텐데.”
“했지요. 했는데 채주님은 이제 녹림과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어디 가셨다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
“해서 시장 쪽 객잔에 방을 잡고 매일 여기 와서 채주님을 기다렸습니다요.”
“어찌나 홀대를 하던지.”
백암이 홀대라는 말에 서운한 듯 유화가 있는 윗층 내실 쪽을 바라봤다.
석다물이 백암의 서운한 감정을 알아채고는 다독이듯 말했다.
“예민한 시기야. 안 그래도 우리를 보는 무림맹이나 정파의 시선이 곱지 않잖아.”
“…….”
“흑도와 관계가 깊다는 것 자체가 혹여 안 좋게 작용할까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거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 마.”
“예.”
“우리 루주님 진짜 좋은 분이야.”
“알고 있습니다.”
서운한 감정을 잠시 추스른 백암이 이사와 곽범에게 말했다.
“알았으니까 무슨 일인지 자세히 얘기해 봐.”
곽범과 이사의 말을 정리해 보면 대충 이랬다.
어느 날 낯선 무사가 백호채로 와 백암을 찾았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채주가 된 포신충이 백암이 없단 말을 하지 않고 백암 행세를 하자.
낯선 무사가 한가지 의뢰를 했다는 것이다.
“며칠 내로 표사 한 명이 서찰 한 통을 가지고 여기를 지날 것이오. 그를 죽이고 서찰을 빼앗아 없애주면 선수금으로 황금 오십 냥 완료 시 오십 냥을 사례금으로 드리겠소.”
서찰의 내용은 절대 봐서는 안 되며 다른 건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고.
금 몇 돈에도 사람을 죽여주는 시대에 백 냥이라니!
신임채주 포신충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낯선 무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서.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산을 넘는 비슷한 인상착의의 표사가 나타나자.
가벼운 마음으로 의뢰를 실행하기 위해 포신충은 적랑대를 이끌고 갔는데.
결과는 채 한 시진이 지나지 않아 단 한 놈에 의해 산채까지 내주는 지경에 이르렀으나 사망자는 0명.
그나마 부상자도 대부분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는 가벼운 선에서 제압할 정도로 그야말로 엄청난 고수였다는 것이다.
단신으로 산채를점령한 그자의 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신임채주 포신충에게 네가 진짜 백암이냐 물었고 백암이다라고 대답을 하면 죽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나는 백암이 아니라 신임채주 포신충이며 백암은 이제 산채를 떠났고 녹림 생활을 정리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산채를 점령한 표사 놈이 보름 안에 백암을 찾아 데려오지 않으면.
산채에 있는 놈들을 하루에 한 명씩 죽이겠다며 이사와 곽범을 산 아래로 내려보낸 것이었다.
이를 듣고 있던 백암이 격분해 소리를 질러댔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내 새끼들 목숨을 가지고 협박질이야? 앞장 서! 아니 내 도끼 가져올 테니까. 잠깐 기다려 ”
분기탱천해 숙소로 백호신력부를 가지러 가는 백암을 유화가 내려오며 불러 세웠다.
“가긴 어딜 간다는 게야?”
“저 잠시 백호채에 다녀오겠습니다. 급히 해결할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허. 천하대전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어. 수련하기도 부족한 판에 지금 백호채엘 다녀오겠다는 게냐?”
“급합니다.”
유화가 답답한 듯 한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백호채 일은 천하대전이 끝나고 처리해도 늦지 않아.”
“안 됩니다. 하루에 한 명씩 백호채 식구들을 죽인다 했답니다.”
“엄포지. 무슨 은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자가 암이 너를 꼭 봐야 한다는 뜻일게다. 죽이지 않을 테니 걱정 말거라. 혹 기억나는 은원이 있느냐?”
“산적질 하는 동안 은원이야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쌓았으니 특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렇겠지.”
“허나 형제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도 지체할 수는 없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유화가 버럭하며 노여운 마음을 드러냈다.
“천하대전이 무슨 장난인 줄 아느냐? 중원에 암이 너보다 강한 고수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압니다.”
“게다가 맹에서 문주와 너의 목숨을 노리고 있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판이야. 헌데 그 중요한 걸 앞두고 어딜 가겠다는 게야?”
“형제들도 저 때문에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유화가 긴 한숨을 내쉬고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허면 수련동에 든 동안 개마대나 선인대를 보내 그자를 잡아 놓을 테니 걱정말고 수련동에 들 거라.”
“…….”
“개마대는 무림맹의 무영대를 전멸시킬 만큼 강하니 그자 하나쯤 해결하는 건 별문제가 없을 게야. 이미 보았지 않느냐? 개마대가 얼마나 강한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던 백암이 생각에서 깨어나 단호하게 말했다.
“제 일입니다. 제 일을 남에게 맡겨둘 수만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야말로 말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막무가내였다.
석다물 또한 답답한지 한참을 말없이 백암을 보다가 말했다.
“암이 네 뜻도 잘 알겠지만 루주님 말씀이 옳아.”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듯합니다.”
“그자는 널 보겠다는 마음이 큰 거지 산채 식구들을 죽이겠다는 의도는 없을 거야. 산채 식구들은 그저 인질일 뿐.”
“허니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제 얼굴.”
“내 얘긴 네가 갈 때까지 아무 일 없을 거란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식구들을 인질로 잡고 널 불러오라 할 이유가 없잖아. 그냥 다 죽이고 말지.”
“그게 중요합니까?”
“그럼?”
“어떤 근본도 모르는 놈이 식구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질을 한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닙니까? 죽이고 안 죽이고는 나중 문제입니다.”
“허면 살리고 못 살리고도 나중 문제겠군.”
논리에 밀린 듯한 백암이 잠시 입을 닫았다가는 열었다.
“무엇보다 식구들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도 급한 일 먼저 해결하겠다는 건 식구들을 책임졌던 자로서의 태도도 아니라고 봅니다.”
“넌 이제 백두문 식구다.
“그럼 이대로 수련동에 들라는 말씀이십니까?”
“내 말을 따르겠느냐?”
“문주께서 하라시면 해야지요.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석다물이 입을 굳게 다물고 고민스러운 듯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루주님. 다녀오게 하시지요. 찜찜한 마음 가지고 수련해봐야 효과도 없을 겁니다.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으음….”
“죽어라 서두르면 보름이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두 달에서 보름. 그동안 수련하면 얼마나 더 한다구요. 안 그렇습니까?”
순간 백암은 환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유화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석다물을 봤다.
“단! 나랑 같이 가자. 그럼 해결이 훨씬 더 확실하면서 빨라지겠지.”
“문주님….”
순간 감동한 백암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고 유화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같이 가? 미치셨소?”
“새삼스럽게. 내 결정이야 늘 미친 결정 아니었나?”
“문주는 마공을 상대해야 하오. 마공이 장난이오? 하루가 아쉬운 판에!”
“혹시 압니까? 실전경험 더 쌓아서 오히려 수련동에 든 것보다 나은 효과를 볼지?”
“마음대로 하시구랴. 언제는 내 말 들었소?”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삐진 유화가 내려온 계단으로 휑하고 바람 소리를 내며 다시 올라가자 석다물이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
“뒤끝은 없어. 한 번 삐지면 좀 오래 간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반드시 잘 해결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믿는다. 일단 가자.”
* * *
수백 리를 내쳐 달려 백호채 인근 마을에 도착한 석다물과 백암이 하루를 쉬며 체력을 보충하기로 하고 객잔에 여장을 풀었다.
“쉬지 않고 달렸더니 이틀 만에 왔네. 닷새나 당겨왔어.”
“내공도 바닥 체력도 바닥 허기도 바닥입니다. 죽겠습니다. 아주.”
“좀 먹고 자자.”
“보통 사람이었다면 보름 거리를 이틀 만에 온 겁니다. 고맙습니다 문주님.”
“암이 네가 네 식구들, 형제들한테 끔찍한 것처럼 나도 그렇다. 넌 내 형제잖아.”
백암이 또 한 번 먹먹한 표정으로 석다물을 봤다.
“오늘은 일단 실컷 먹고 푹 자고 체력 보충 좀 한 다음에 내일 새벽에 시작하자구.”
“예.”
“근데 그 이사랑 곽범이란 친구들이랑 같이 올 걸 그랬나? 괜히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오라 그런 거 같아.”
“걔들 데리고 왔으면 이리 빨리 도착 못했을 겁니다.”
“그건 그러네. 그래도 좀 더 정보를 알아 왔어야 하는 건데. 어떤 무공인지 무기는 뭘 쓰는지 등등. 급해서 그냥 달려왔더니 아쉽네.”
“패를 알고 하는 것보다 돌림판 뺑뺑이에 던지는 재미가 더 하지 않습니까?”
“새끼.”
빛이 어둠을 채 몰아내지도 못한 새벽.
석다물과 백암이 가장 험하지만 가장 빠른, 능선이 아닌 절벽을 거슬러 백호채로 향하고 있었다.
백호채 마당에 도착한 백암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나와! 나와 이 새끼야. 여기 전 백호채 채주이자 녹림 팔왕 중 삼왕이었던 백암님이 오셨다. 나와!”
백암의 버럭질이 잦아들자.
채주 전용 산채에서 잘 생기고 훤칠한 젊은 사내 한 명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자기 키보다 약간 짧은 단창 한 쌍을 들고 등에는 비슷한 창을 네 자루나 더 둘러맨 채로.
잘 생기고 훤칠한 외모 덕인지 귀티가 줄줄 흐르는 분위기는 어딜 봐도 녹림산채에서 도적질이나 할 외양은 아니었다.
거기에 뽀얀 피부가 사내가 뿜어내는 귀티에 격을 더하는 듯했다.
석다물의 눈에는 사내의 행색, 특히 사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석다물의 눈에 박혀왔다.
석다물이 엄청나게 놀란 표정으로 나오는 사내의 무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굳어 버렸다.
‘저 저건! 설마!’
사내가 휴대한 무기의 재질은 철.
총 세 자루의 철창을 반으로 나눠 전체 여섯 개를 휴대하고 다니며 상황에 맞게 조립하듯 끼워 쓰는 방식.
여섯 개 중 반인 네 개의 끝은 월도, 도끼, 철퇴의 모양 나머지 세 개의 끝은 평범한 창날의 형태.
분리해 양손에 하나씩 들고 싸우기도 하고 각각의 형태를 조합해 하나로 합쳐 창으로 쓰기도 하는 무기.
사신사령중 북패현무의 독문병기인 현무설화창이었다.
현무설화창이라니!
모조품인 게 분명했으나 설마루의 애병이던 아니 사신사령 중 북패현무의 상징인 현무설화창의 모양 그대로였다.
게다가 비록 느낌이긴 하지만 한눈에 느껴지는 기도가 백암과는 급이 다른 고수.
석다물이 놀라 무어라 말을 하려는데 백암이 먼저 또 한 번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놈이 나를 보자 했다던 그 도적놈이냐?”
사내가 백암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백암의 머리 위로 솟구쳤다.
사내가 백암을 향해 펼쳐내는 첫 번째 초식.
현무설화창법 제1장.
상대의 머리 위로 높이 솟구쳐 올라.
머리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창을 찔러가는 수와 순식간에 창의 위치를 바꿔 반대편에 달린 월도로 몸을 베는 수.
당하는 자는 마치 창날과 월도의 날이 동시에 날아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일수이초(一手二招)의 전형인 수법.
현무점강(玄武點降)!
석다물이 강호에 나온 이래 가장 놀라고 경악한 표정으로 뭐라 말하려는 순간.
백암도 지지 않고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