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57
57화 백인전. 3.
“1:100이요?”
“한 명이 동시에 백 명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 100명이 차륜전을 펼지는 거지.”
“백하루 무사들을 다 모아봐야 백 명이 안 될 텐데요?”
“두 번씩 돌아가면 되지. 이게 백두문의 수련 방식이다. 실전. 오직 실전.”
“문주님은 이런 걸 어디서 다 배우셨습니까?”
“백두문에서.”
설무광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그게 제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뭐가?”
“문주님 연배가 많이 봐줘야 저희 정도 되시는 거 같은데….”
“그래서?”
“알고 계신 무공이나 수련법이나 시간상으로 그걸 다 배우기가 불가능할 거 같은데 어떻게 다 알고 계십니까?”
당황하는 석다물을 대신해 빙화가 설명을 했다.
“문주님 나이 많으세요.”
“얼마나?”
“아주 많아요. 우리보다 훨씬.”
“진짜?”
“워낙에 동안이신데다 백두문 무공이 사람을 더 동안으로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설무광과 백암이 눈이 커지며 반문했다.
“진짜?”
“뻥이요.”
“어디부터 뻥이야?”
“문주님 나이 많으신 거 맞고 동안이신 거 맞고 백두문 무공이 동안으로 만들어 준다는 건 뻥이고.”
네 사람이 일차 수련을 마치고 이십일만에 거지꼴로 수련동을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유화가 눈물을 글썽이며 맞았다.
“아이들 행색을 보니 또 복날 개 잡듯 했나 보오?”
“시간이 없잖습니까? 그게 제일 빠르고 효과적이기도 하고.”
“아이들은 어때요? 좀 늘었소?”
“놀라지 마세요. 태상장로님. 마루 솔이 보다 얘들이 더 나아. 나도 놀랬습니다.”
“다행이구랴. 하늘이 돕는 듯합니다그려.”
석다물이 뭔가 원망스럽다는 듯 하늘을 보며 말했다.
“아직 우리가 쓸 데가 있다는 거겠지. 그러구 보믄 하늘 참 잔인해.”
“쉬시구랴.”
쉬라는 유화의 말에 그럴 시간이 없다는 듯 석다물이 말했다.
“백인전 할 거니까 준비해 주세요.”
“벌써? 아직 좀 이르지 않소?”
“이르긴? 태상장로님 스물 넷에 백인전 끝낸 거 기억 안 나십니까?”
“나야 천재였으니까.”
“열여덟에 끝낸 나는?”
“내 실수했구랴. 틈만 주면 잘난 척 들어 온다는 걸 또 깜빡했네.”
“늙어서 그렇지. 늙어서.”
“헌데 개마대 선인대가 생각만큼 만만치 않을 텐데?”
“만만하면 안 되지.”
백인전을 앞두고 닷새간의 꿀 같은 휴식이 주어지자 석다물이 다시 세 사람을 불러 앉혔다.
빙화에게는 빙염단, 백암에게는 수왕단, 설무광에게는 금화단을 각각 건네며 말했다.
“이거 백두문 비전이야. 사신사령이 각각 수련하는 무공이 다르고 전신주천 이후부터는 운기법도 다르고 내공의 성질도 다르다는 건 알지?”
“예.”
“그래서 각각 내공 수련에 도움이 되는 단약도 조금씩 달라. 이거 몇 알 안 남았으니까 일단 한 알씩 까먹고 닷새 동안 부지런히 운기들 해.”
“쉬라고 하셨잖아요?”
“운기하는 게 쉬는 거지. 빠져 가지고.”
영단을 든 빙화와 백암의 표정이 뭔가 못 미덥다는 표정이었다.
소림의 대환단 정도는 되어야 믿을 수 있을 거 같다는 뭐 그런 표정이라고나할까?
표정을 눈치챈 석다물이 단호하게 말했다.
“명심들 해라. 소림 대환단 먹어 보지도 못한 것들이 그거 먹으면 내공이 얼마가 증진이 된다는 둥 개소리들 해대는 데 절대 그런 거 아니다.”
“아닙니까?”
“당연히 아니지. 지금 경험들 했잖아. 무공만 배운다고 고수 되는 거 아니라는 거. 경험, 느낌, 감각 등등이 쌓이지 않으면 무공은 그냥 체조일 뿐이다.”
“영단은요?”
“부지런히 운기해서 최대한 내 몸으로 흡수돼야 하는 거지. 안 그러면 다 똥으로 나온다. 다들 흡수할 수 있도록!”
“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 영단이 대환단보다 좋거나 최소 동급이라는 거 명심하고.”
“근데 소림 대환단도 드셔 보신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듣고 있던 유화가 단호하게 확인해 주었다.
“문주님 소림 대환단 드셔 보셨다.”
“언제요?”
“언제라면 네가 알아? 암이 너 진짜 내가 무슨 말만 하면 꼭 꼬투리 잡고 늘어지더라. 영 삐딱하네.”
“말씀드렸다시피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럽니다.”
“지랄. 이미 충분히 안 그래도 될 만큼 친하지 않나? 더 친해져야 하는 거야?”
“제 버릇입니다.”
“고쳐. 그러는 거 남들이 보면 성격 꼬였다 그런다.”
백암이 어울리지 않는 소심한 느낌으로 쭈뼛거리며 고백하듯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문주님이 녹황채 갈 때도 그렇고 계속 저랑 녹림 형제들 무시하시고 녹림이 소림 무서워한다는 둥 그러시면서 놀려먹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그래서 좀 쌓인 게 있는 거 같습니다.”
석다물이 귀엽다는 듯 백암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운기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우선 오행연기공으로 천 번 돌리고 담에 소주천 천 번, 대주천 천 번, 전신주천 천 번, 그게 끝나면 각자 운기법으로. 숫자까지 셀 필요는 없고 알아들었나?”
“네.”
“각 단계 마다 반시진 쯤 걸린다 치면 빙화는 주작빙염공, 암이는 수왕신공, 무광이는 금왕공으로 접어들 때까지 네 시진쯤 걸릴 거야.”
“그 다음에는요?”
“그때부터 각자의 심공으로 들어가면서 약 기운이 온몸으로 녹아 완전히 스며들 때까지 계속.”
“스며들었는지는 어떻게 압니까?”
“모르면 알 때까지 계속. 시작.”
백두문 비전이라는 단약을 하나씩 입안으로 털어 넣은 네 사람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각자가 따로 방으로 들어가 운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약 기운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거라는 석다물의 설명과 함께.
유화가 원의 가운데 앉아 호법을 맡았다.
운기 수련이 시작되고 세 시진 가량 지나.
제일 먼저 전신주천까지의 운기를 끝낸 설무광이 금왕공(禽王功)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몸속에서 녹아 기운으로 화한 금화단(禽化丹)의 기운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금화단의 기운이 운기하는 경로대로 설무광의 몸속을 돌았다.
그렇게 몸 속을 돌며 그간 느끼지도 못했고 알 수도 없었던 몸 안에 잠재돼 있던 기운들까지 깨우기 시작했다.
금화단의 기운에 의해 깨어난 기운들이 금화단의 기운에 뭉쳐지며 마치 눈덩이가 커지듯 커졌다.
설무광은 그렇게 커진 기운을 단전(丹田)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단전으로 모이던 기가 급기야 설무광조차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게 커지자.
단전이 팽창하고 부푸는 느낌이 차올라 몸이 오직 단전만 남은 듯했다.
혹은 온몸이 단전으로 변한 듯했다.
그렇게 거대하게 커진 기운이 갑자기 살아있는 듯.
마치 물길을 막은 둑이 터지듯 단전을 벗어나며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황한 설무광이 두려운 마음에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기운에 의념(疑念) 품으려는 순간.
유화의 음성이 들려왔다.
“따르거라. 그대로 두거라. 기운을 제어하려 하면 사라진다. 야생마를 길들인다 여기고 생각도 느낌도 감각도 운기도 숨을 쉰다는 생각조차 버리고 그냥 기운에 맡기거라.”
유화의 말에 설무광이 자신을 버린 듯 생각과 느낌, 감각, 숨을 쉰다는 생각조차 버리기 위한 호흡을 시작했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기운이.
마치 좁은 수로에 감당할 수 없는 홍수가 밀려들어 수로가 아닌 길까지 수로로 바꿔 버리듯.
임맥과 독맥을 시원하게 통과했고.
그렇게 임맥과 독맥을 통과한 기운이 임독맥을 너머 전신의 경락을 따라 돌기 시작하면서.
몸 안에 복병처럼 숨어 있던 탁기(濁氣)와 사기(邪氣)들이 일어서며 설무광의 기운에 맞서기 시작했다.
설무광의 경락을 돌던 순정한 진기가.
맞서 오는 탁기와 사기를 몰아내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고래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에서 주화입마에 빠져들었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기에는 설무광의 경락을 돌던 순정한 진기가 너무 거대하고 강했다.
설무광의 진기가 마치 반란군을 쓸어버리듯 탁기와 사기들을 몰아내기 시작했고.
곧이어 쫓기던 탁기와 사기들이 모공 밖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공 밖으로 사기와 탁기가 쫓겨나듯 빠져나오자 이번엔 모공이 커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던 모공들이 열리기 시작했고.
모공이 열리며 설무광의 몸이 점점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 대기에 가득한 진기들이 모공안으로 빨려 들어오며 설무광의 기운과 합일되기 시작했다.
설무광이 내뱉는 숨에서 현무의 상징이랄 수 있는 검은색의 서기가 뿜어져 나왔고.
이내 백회에서 원화가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설무광의 몸이 공중으로 부양하기 시작했다.
설무광의 몸에서 바다 내음이 흘러나왔고 그와 때를 같이해 함께 수련하던 모든 이에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신사령 각자의 색에 맞는 기운들이 백회에서부터 피어올랐고.
몸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유독 석다물에게서만은 백색, 흑색, 청색, 붉은색의 기운들이 동시에 백회에서부터 피어올랐다.
그리고는 이내 하나로 합쳐지며 금색의 원화가 석다물의 몸을 에워싸듯 올라왔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는 듯 보이던 차에 석다물이 놀란 듯 입을 열었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명문혈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해일 같은 진기에 놀란 석다물이 물었다.
분명 호흡을 통해 받아들이는 대기의 진기가 아니라 분명 유화가 쏟아내는 진원지기였다.
“멈추지 마시오. 주화입마 처맞을 수 있으니.”
“뭐 하는 거냐고?”
“오라버니한테 받았던 거 돌려주는 게요. 잠자코 받으시오.”
“오라버니? 애들 듣겠네.”
“모두 삼매경에 들었소이다. 못 들어요.”
“난 됐으니까 나중에 빙화한테나 줘.”
“누가 다 준댔나? 받은 것만 돌려준다니까.”
“거 참 그만 하라고!”
“자꾸 말하지 말고 입 다물어요. 정신 흐트러지면 진짜 큰일 나.”
자칫 거부하다가는 지금까지의 수련이 물거품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둘 다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의의 기습(?)에 당한 것만큼이나 황당한 상황이었지만.
석다물이 체념한 듯 유화의 진원지기를 받아들였다.
명문혈로는 유화의 진원지기가 쏟아져 들어 오고 진원지기가 쏟아져 들어온 만큼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피를 나눴느냐 안 나눴냐를 떠나 혈육이라 느끼는 사람끼리만 할 수 있는 행동이었고 그런 모습이었다.
오래전 석다물이 유화에게 했고 백솔이 설마루에게 했고 설마루가 진미르에게 했던….
그리고 석다물이 설무광에게 했고 지금 유화가 석다물에게 하고 있는….
더하고 뺄 것도 없는 그게 그냥 백두문 식솔들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운기 수련이 끝나자 모두가 한 단계 이상 성장한 모습으로 서로를 봤다.
“몸이 가볍고 기분은 좋은데 딱히 뭐가 좋아졌는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확인해야지. 스스로 느껴야 그때부터 내 것이 되는 거니까.”
“또 싸웁니까?”
“그렇지. 백인전을 할 거다.”
백인전!
1:100의 쉼 없는 대련.
백 명의 무사가 한 사람을 상대로 일각씩 쉬지 않고 돌아가며 겨루는 방식.
꼬박 열두 시진 반.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못하고 정확히 만 하루에 반 시진 동안 쉼 없이 싸워야 하는.
초인적인 체력과 인내심이 없다면 견뎌낼 수 없는 무자비한 수련법.
사신사령의 위를 받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의례.
물론 백인과의 싸움을 모두 이겨야 하는 건 아니며 이길 수도 없다.
백인 중에는 다른 사신과 심지어 문주도 포함돼 있으므로 모두 이긴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어찌 보면 버텨낸다는 표현이 맞다.
약한 상대가 나오면 약한 상대와 일각을 꽉 채워 싸워야 하고.
강한 상대가 나오면 강한 상대와 일각을 꽉 채워 싸워야 한다.
보다 약한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약한 상대가 받아낼 만한 강도의 공격으로.
다치지는 않게.
허나 맞으면 몹시 아프게.
잠시의 휴식도 없이 꼬박 하루 하고도 반시진을.
“누가 먼저 나설 거야?”
석다물의 질문에 빙화가 다른 제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