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342
〈 342화 〉 카일 토벤(3)
* * *
내리는 비를 베었다.
사방에 깔린 검은 안개를 베었다.
흐르는 검은 강을 지면째 도려냈다.
베고 베어낸 끝에 카일이 도착한 것은 몰아닥치는 파도의 앞이다. 저 검은 파도의 너머에 카일이 베어야 할 것이 있었다.
“······.”
두려움. 공포로 인한 잠깐의 망설임.
하지만 이내 각오를 다진 카일은 파도를 향해 뛰어들었다. 세상을 뒤덮을 거대한 파도에 달려들던 도중 카일은 무심코 바닥을 보았다. 메마른 땅에는 검흔(??)이 어지러이 찍혀있다.
형태도, 깊이도 제각각인 검흔.
그것은 한 사람만의 검술이 아니다.
수많고 수많은 이들이 제 삶을 바쳐 완성시킨 검의 흔적이 바닥에 찍혀있다. 뒤를 돌아보면 검흔은 하나의 길이 되어 길게 이어져 있다.
검흔이 카일의 발자취를 증거한다.
카일이 걸어온 길에는 그 어떤 구정물도 남아있지 않다. 그늘을 베며 카일은 이곳까지 도달했다. 카일은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하늘에 닿은 거대한 파도.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그것.
하지만,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벨 수 있다.’
카일이 파도 속으로 몸을 던졌다.
촤아아아아악!
거친 물살이 카일을 집어삼켰다. 파도 안에 들어온 순간 카일은 제 시야가 암전함을 느꼈다. 까마득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일은 당황하지 않았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뜰 필요가 없다.
카일은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 감각마저 희미해지는 무저갱과 같은 그곳에서 카일은 제 중심을 잃지 않았다.
「검이란 결국 간단한 거다.」
「중심을 잡고.」
「베어야 할 것을 느끼고.」
「온 힘을 다해 휘두르면 그만이야.」
검의 초인, 쿤텔.
스승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카일은 중심을 잡았다. 중심을 잡으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베어야 할 것은?’
전부. 느껴지는 모든 것.
카일은 중심을 잡은 채 앞으로 나아갔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살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칼날 같은 물살이 카일의 몸을 난도질했다. 하지만 카일이 쥔 칼끝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전력을 다해, 휘둘러라.’
뿌득, 뿌드득.
칼을 쥔 카일의 손가락에서 요란스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밀려드는 물살. 제 몸을 짓이기는 흐름을 거슬러 칼날이 움직였다.
스겅.
거친 물살과 달리 그것을 거스르는 검격은 고요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고요하다 하여 그 결과마저 잔잔한 것은 아니다.
챠아아아아악!
파도가 찢어졌다.
찢어지는 파도 속에서 카일은 감각을 되찾았다. 눈을 뜨면 파도의 중심에 자신은 서 있다. 사방이 검게 물들었지만, 자신이 서 있는 곳에는 메마른 땅이 보였다.
땅에는 여전히 검흔이 새겨져 있다.
카일은 검을 쥔 채 자신이 발 디딜 곳을 늘려갔다. 검을 휘두르고 휘둘러 밀려드는 파도를 베었다. 파도를 베며 카일은 나아갔다.
번쩍.
순백의 입자는 파도를 뚫고 카일에게 닿았다.
그것이 사라가 보낸 축복임을 카일은 안다.
보이지 않는 그녀에게 감사하며 카일은 조금씩 속도를 올려갔다. 어느 순간부터 밀려드는 물살보다 카일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가속(??).
베어낸 공간에 물살이 차오르는 것보다 먼저 카일은 검을 휘둘렀다.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하늘에 닿을 것 같던 거대한 파도가 출렁였다.
촤아아아악!
범람하는 그늘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상처투성이에 피 흘리는 인간의 손에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있을 뿐이며, 그가 품은 별빛은 타고 남은 한 줌의 재와 같다.
불품없고 초라한 것.
하지만 그 빛은 결코 꺼지지도, 가려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욱 선명히 빛난다. 인간의 검이 재앙의 파도를 베어 가른다. 기어코 카일은 파도를 모조리 베어냈다.
탁.
카일이 걸음을 내디뎠다.
후두둑, 하고 파도를 이루었던 구정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더는 형태를 이루지 못하게 된 구정물을 밟고 선 채 카일은 앞을 보았다.
그곳에 자신이 베어야 할 게 있었다.
마왕의 본질.
저주의 집합체를 카일은 마주했다.
2.
마왕은 저주가 모여 만들어진 존재다.
수많은 생명이 하늘을 저주했고 별에게 축복받은 이들을 증오했다. 그들은 모두가 다만 자신들과 같아지기를 바랐다.
추락하고, 망가지고, 몰락하여라.
별을 끌어내리고자 하였기에.
할퀴고 할퀴어 세상에 상처를 남기고자 하기에.
그늘은 그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손아귀.’
셀 수 없이 많은 손아귀로 이루어진 존재.
마왕이라 불리는 존재 앞에 카일은 숨을 헛삼켰다. 크고 작은 손아귀는 저마다 무언갈 하나씩 움켜쥐고 있었다.
무너진 셀레스 왕국의 성벽을, 망루를, 더는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집을, 하늘에서 떨어지려는 번개를, 그도 아니라면···.
‘자기 자신을.’
손아귀와 손아귀는 서로를 할퀴고 있다.
하나의 존재로 묶여있지만 그들은 묶인 와중에도 서로를 증오하며 할퀴었다. 그들이 끊임없이 내지르는 비명이 카일의 귀에 울렸다.
【■■. ■■■■■■. ■■■■■■■■■■.】
그릇된 신의 목소리는 비명이었다.
정신을 뒤흔드는 목소리에 카일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문득 카일은 시야가 붉어졌음을 깨달았다. 고개를 살짝 숙여보면···.
후두둑.
피가 쏟아지고 있다.
눈에서, 코에서, 귀에서, 입에서··· 뚫린 곳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다. 마왕의 본질을 마주한 것만으로 카일의 몸은 무너지고 있었다.
애당초 한계에 다다른 몸이다.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카일은 제 몸을 한계를 넘어선 시점까지 혹사시켰다. 사라의 축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이젠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아직이다.’
카일이 호흡을 가다듬으려는 순간이다.
카일의 눈이 한순간 부릅떠졌다.
황급히 카일이 옆으로 도약했으나, 이미 너무나도 늦은 뒤다. 충분한 거리가 있었으나 그 거리를 한순간에 좁혀온 거대한 손아귀가 카일의 다리를 움켜쥐었다.
우득, 우드득.
카일의 다리가 부러진다.
손아귀는 카일을 움켜쥔 채 바닥에 내팽개쳤다.
쩌어어억!
땅이 갈라지고 카일의 입에서 피가 한 움큼 토해져 나왔다. 그러나 손아귀는 카일을 놓지 않는다. 땅에 처박힌 카일을 뽑아냈다. 수많고 수많은 손아귀가 붙잡힌 카일을 향해 짓쳐 들었다.
“···쿨럭. 컥.”
거꾸로 붙잡힌 채 카일이 눈을 떴다.
부릅뜬 외눈에 핏발이 섰다.
검을 휘둘러 카일은 제 다리를 붙잡은 손아귀를 베어냈다. 제대로 된 낙법조차 펼치지 못한 채 꼴사납게 바닥에 추락했다.
뻗어오던 손아귀는 주먹으로 바뀌었다.
자신을 짓뭉개고자 휘둘러지는 거대한 주먹 앞에 카일은 헛웃음을 흘렸다. 망루를 움켜쥘 수 있을만한 크기의 주먹이다. 그런 것들이 한번에 수십 개씩 자신을 향해 뻗어오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상대하라는 건가.
도대체 어떻게 베라는 건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움직여야 했기에 카일은 부러진 다리로 땅을 박차고 달렸다. 피하고, 베어내고, 쳐냈다. 하지만 모든 걸 쳐내지는 못했다.
콰가가가가각!
지면을 갈아엎으며 다가온 손아귀가 카일을 후려쳤다. 검을 세워 방어했으나, 검을 쥔 팔이 뿌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공중에 몸이 붕 뜬 채 카일은 바닥을 한참이고 굴렀다.
“···후윽.”
검을 바닥에 꽂은 채 카일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입에서 피가 쏟아졌다. 몸이 비명을 질렀다. 가까워졌다 생각한 마왕과의 거리는 어느새 다시 멀어져 있다.
멀었다.
너무나도 멀었다.
하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카일 뿐인지 거리가 무관하다는 듯 그늘은 팔을 뻗어왔다. 하늘을 가리고 쏟아져나오는 수백의 마수(?手)를 카일은 흐릿한 시야로 보았다.
‘···그런가.’
이게.
‘이게, 네가 보았던 풍경인가.’
이게 네가 그날 마주했던 재앙인가.
카일은 무심코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한 발짝 뒤로 내디딘 순간 카일은 멈춰 서고 말았다. 발아래 밟힌 땅이 갈라져 있었으니까.
“······.”
검흔이 새겨진 땅.
여기까지 오기 위해 자신이 내디딘 발자국.
그것이 카일에게 묻는 것 같았다. 또 도망칠 거냐고. 또다시 꼴사납게 도망치고 말 거냐고.
“···하.”
카일은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
뒤로 내디디려던 발을 앞을 향해 뻗으며 카일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카가가가각!
땅을 갈아엎으며 다가오는 손아귀를 향해 카일은 칼을 휘둘렀다. 휘두르며 카일은 생각했다. 수년 전 그날 이곳에서 보았던 라니엘의 모습을.
‘녀석은.’
그 빌어먹을 녀석은.
저 괴물의 앞에서도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녀석은 제 수명의 절반을 바쳐 마왕을 막아 세웠다. 저 거대한 재앙을 이 자리에 붙들어 두었다.
그래, 녀석은 물러서지 않았다.
카일은 라니엘처럼 땅을 디디고 섰다. 겁에 질린 자신을 숨기고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검을 휘두르다 말고 카일은 문득 생각했다.
여기서 만족할 거냐.
그것은 어렸을 적의 자신이 던지는 물음이다.
언제나 라니엘을 동경했고, 라니엘을 질투했던 어린 시절의 카일이 지금의 카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만족할 거냐고. 라니엘과 같은 모습이 되는 것으로 만족할 거냐고.
이번에도 카일은 스스로 답했다.
아니, 그럴 수는 없지.
그날 라니엘은 제자리에서 마왕을 막아 세웠지만, 지금 자신은 마왕을 베어야 하리라. 제자리에 서 있어봐야 할 수 있는 건 없다.
쿠웅.
부러진 다리로 카일은 걸음을 내디뎠다.
제 옆에 보이는 라니엘의 환영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나아가며 검을 휘둘렀다.
‘나는···.’
카일은.
용사를 꿈꿨던 소년은.
언제나 라니엘을 동경해왔다.
카일에게 있어 영웅이란 언제나 라니엘이었다. 불에 타버린 고향 앞에 카일이 절망해 있을 때도, 라니엘은 카일을 일으켜 세워 수도로 향했다. 이곳에 있으면 죽어버리고 말거라면서.
그때부터 녀석은 줄곧 그랬다.
언제나 카일의 앞에서 걸으며 라니엘은 카일에게 걸어야 할 길을 알려주었다. 그는 길잡이였고, 카일이 상상하는 가장 완벽한 영웅이었다.
동화 속 영웅과 같은 허구가 아니다.
카일에게 있어 라니엘은 현실을 사는 영웅이었다. 자신 또한 그런 녀석처럼 될 수 있기를, 언젠가는 라니엘보다 한 걸음 앞선 곳에 설 수 있기를 카일은 꿈꾸곤 했었다.
최후에 와서카일은 그 꿈을 다시 떠올렸다.
카일의 입가에 가벼운 미소가 맺혔다.
카일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흐릿했던 시야가 선명해졌다. 카일이 걸어온 길에는 잘려버린 손아귀들이 한가득 이다.
카일은 멈춰 섰다.
어느새 자신은 라니엘보다 한참 앞선 곳에 서 있었다. 마왕의 앞에 서 있었다. 꿈을 이뤘군. 그리 중얼거리며 카일이 자세를 잡았다.
영웅의 일격을 재현하기 위한 자세를.
3.
쿠웅.
부러진 다리로 땅을 내려찍었다.
최후의 한 걸음이다. 발을 찍은 순간 땅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갈라진 땅에서 돌과 흙 따위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튀어오른 그것은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한계까지 느려진 나머지 꼭 멈춰버린 것만 같은 시간 속에서 카일은 떠올렸다. 꿈속에서 몇 번이고 보았던 영웅의 일격을. 최초의 용사,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이 보였던 최후의 일격을.
그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검격이다.
검(?)의 극한에 놓인 영역.
평생을 걸어도 닿을 수 없을 것만 같은 경지.
외눈으로는 현실을 보고, 그날 잃어버린 눈으로 카일은 자신의 내면을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황야에 한 남자가 서 있다.
그 남자의 자세를 따라 했다.
하지만 완전히 따라 하진 않는다.
그것은 가니칼트의 검(?)이다.
자신의 검은 그와는 다르다. 하나의 검이 아닌 수많은 것들을 이어붙여 만든 검. 그렇게 완성한 자신만의 검술을 카일은 그 위에 덧대었다.
부릅뜬 눈에 보이는 것은 검로(??)다.
수백, 수천, 수만 가닥으로 갈라져 있던 검로가 서서히 합쳐지기 시작했다. 카일의 자세가 완벽해질수록 길의 갈래도 줄었다. 튀어 올랐던 돌바위가 한 뼘 정도 움직였을 때 모든 길은 하나가 됐다.
하나의 길.
하지만 그 길은 마왕에게 닿지 않는다.
베고자 하는 것을 베지 못한다.
이것으론 부족하다. 카일은 제 몸에 남아있던 한 줌의 별빛을 모조리 불살랐다.
「별은 길을 열어줄 뿐.」
「결국에 검을 휘두르는 것은 너다.」
「마지막에 믿어야 할 것은 별이 아니다.」
오직 나 자신이지.
별이 타들어 가고 난 뒤 남은 것은 카일 토벤이라는 한 명의 인간이다. 카일은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그 길은 아름답지 않다.
옳은 길만을 걷지도 않았다.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도망친 나머지 영웅의 길과는 너무나도 멀어져 버리고 만 길이다.
추하지만 자신이 걸어왔던 길.
그 길을 마주한 순간 카일은 웃고 말았다.
마왕에게 닿을 수 없는 이 길을 완성시킬 방법을 깨닫고 말았으므로.
‘···아아.’
이거였구나,당신이 도달한 경지가.
카일은 칼을 고쳐 잡았다. 모여들었던 검로가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들었다. 그렇게 완성되어가는 검로는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가진다.
···검사는 검로(??)를 그리는 이.
그렇다면 자신이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나갈 길.
자신이 한평생에 걸쳐 걸을 길인 삶 그 자체 또한 검의 길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초라하고. 망설이고. 후회하고. 질투하고.
넘어지고. 비뚤어지고. 포기하고.
그럼에도 결국에는 앞으로.
고결한 영웅의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걸어나갈 길. 그 전부를 카일은 검로(??)로 맞바꾸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그 전부를 불태워 하나의 길을 그린다.
새하얀 순백의 길이 카일의 눈에 보였다.
그 길은 분명히 마왕에게 닿았다.
검이 나아갈 길이 있으니 휘두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카일은 길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틱 티디디딕.
칼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 허공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공중에 떠올랐던 돌과 흙더미가 칼에 닿은 순간 바스러졌다. 닿는 모든 것을 베어 가르며 한 자루의 칼은 완벽한 일선(一?)을 그렸다.
후웅.
카일이 검을 휘둘렀다.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흘렀다.
카일을 중심으로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검을 휘두른 순간 카일의 팔이 비틀리며 피가 터져 나왔다.
휘두른 칼끝은 빛무리를 끌지 않았다.
칼날이 끄는 것은 거대한 흐름.
카일에게 무서운 기세로 달려들던 마왕이 돌연 멈춰 섰다. 마왕은 멈춰선 채 나아가지 못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침묵 속에서 틱, 티디디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갈라지는 소리.
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멈춰선 카일은 웃음을 흘렸다. 그 가느다란 웃음이 울려 퍼진 순간이다.
서걱.
고요한 절삭음이 들려왔다.
한줄기의 가느다란 선이 세상을 양단했다. 선에 닿은 모든 것이 잘려나간다. 개념도, 상식도, 섭리도, 법칙도 모두 무너져 내린다.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섭리를 거스른 검.
그릇된 신을 베어내기 위해 한 명의 검사가 만들어낸 검의 극한, 역천(??).
수백년이 흐른 지금, 그 검은 한 명의 인간에 의해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