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32
“그렇기에.””
바르타가 라크를 노려보았다.”
제 앞에 선 청년을 보았다.”
“너다. 너뿐이다. 라크 반 그레이스.””
나의 두 번째 삶에서 내게 긍지를 일깨워준 너만이, 내게 의지를, 이성을, 목적을 깨닫게 해준 너만이···.”
“오직 너야말로 나의 상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바로 밑까지 쫓아온 너만이 나의 호적수가 되어줄 수 있다. 죽음의 칼과의 재결전에선 뛰지 않았던 심장이, 지금은 거세게 뛰고 있다. ”
“그러니, 부디 보여다오.””
바르타가 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왼손으로 검을 뽑아들고선, 바르타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잇새 사이로 새하얀 숨결이 새어나왔다.”
“광채를. 찬란함을. 그날 네가 내게 보여주었던 그 빛을, 다시 한 번 내게 보여다오.””
끽, 끼기기기긱.”
들어 올린 검을 중심으로 공간이 삐걱였다. 라크는 직감했다. 온다. 재앙이 가진 모든 것이. 자신이 넘어야 할 거대한 벽이 온다.”
꾸욱.”
검을 쥔 라크가 자세를 바로잡았다. 굳은살이 배긴 손바닥이 칼자루에 감겼다. 라크의 팔뚝에 핏줄이 돋아났다. 붉은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
대륙의 북쪽 끝으로 향하는 마차의 속에선 침묵이 감돌았다. 모두가 나티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으므로.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법이다. 이곳의 모두가 안다. 마수의 왕, 바르타가 얼마만큼의 강자인지.”
고대의 재앙, 마수의 왕 바르타.”
그가 과거의 가니칼트에 비견될만한 강자라는 사실을, 초인을 압도하는 경지에 오른 검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하물며 그 죽음의 칼 가니칼트와의 재결전에서 호각을 이루었단 소문마저 돌고 있는 마당이다.”
“···라크, 괜찮을까?””
결국 클로에가 입을 열었다.”
그것은 이 자리의 모두가 지닌 의문이기도 했다. 라크는 홀로 마수의 왕을 토벌하고자 나섰다. 그리고, 라니엘은 그런 라크의 결정을 존중했다.”
그 자리에서 내색하진 않았지만, 그런 라크의 결정에 모두가 같은 생각을 품었다.”
“무모하잖아.””
무모하다고. 어려운 일이라고.”
그렇게 중얼거린 클로에의 말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주제였으므로. 그렇게 클로에가 차라리 지금에라도··· 하고 말을 이으려는 순간이었다.”
“글쎄.””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벨노아가, 심드렁히 클로에의 말을 끊어냈다.”
“난 그렇게 무모하다고 생각 안 하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벨노아?””
“그건 네가 그 녀석을 모르니까 하는 소리야. 내가 보기엔 그렇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벨노아는 알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라크와 투닥거리며 수석과, 차석 자리를 두고 싸워온 벨노아이기에 안다. 라크가 지금 어느정도 경지에 올라있는지.”
“라크 그 녀석, 네 생각보다 훨씬 강해. 저번에는 긴가민가했는데··· 배교자 토벌전을 거치면서 확신했어. 아, 이미 차이가 너무 벌어졌구나.””
벨노아가 쓰게 웃었다.”
“원래 내 옆에서 같이 달리던 놈이었는데, 지금은 저 멀리에 있어.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데, 그 녀석은 달라. 그냥 다른 영역에 있어.””
그 사실을 깨달은 건 배교자 토벌전에서였다. ”
그곳에서 라크가 펼쳤던 검. 잊혀진 신들을 쓸어넘기며 앞으로 나아가는 라크를 보며 벨노아는 직감했다.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먼 곳에 라크가 있노라고.”
“그러니까, 난 걱정 안 해.””
“벨노아···.””
“말씀은 고맙지만, 클로에 씨.””
클로에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나티다가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성녀의 녹빛 눈동자가 천천히 클로에를 바라보았다.”
“제 눈치를 보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안녕을 기원할 뿐, 딱히 걱정하진 않으니까요.””
나티다가 미소 지었다.”
“그 사람이 맹세했습니다. 살아 돌아오겠다고.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그 말을 믿습니다. 약속은 어기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신뢰(信賴).”
“저희가 걱정해야 할 건, 저희가 서야 할 무대 아니겠습니까. 이쪽도 만만치 않은 미지의 적이니까요.””
나티다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움직이던 마차는 서서히 속도를 줄여 가고 있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진다는 뜻이었다.”
끼익, 하고 마차가 멈췄다.”
“각자의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라. 라니아 용사님께서도 그리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나티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열린 마차의 문을 가리키며 나티다가 웃어 보였다.”
“갑시다, 저희의 무대로.””
마차의 바깥. 끝없이 펼쳐진 황야.”
그곳에는 우뚝 선 탑이 하나 존재했다. 반쯤 무너져 내린 탑. 비스듬히 무너져 땅에 박혀, 두 채가 되어버린 탑이 그곳에 있다.”
끝자락의 탑(塔).”
광인의 거처에 토벌대가 도착했다.”
끽, 끼기기긱.”
진동하는 검을 들어올린 채 바르타는 제 호적수를 노려보았다. 약자에 불과하다 생각했으나, 어느덧 자신의 발밑까지 따라온 청년을 바라봤다. 분명 지난번 협곡에서 마주했을 때만 하더라도 쉽게 뭉개트릴 수 있는 청년이었을텐데···.”
‘지금은 아니로군.’”
다르다, 기세가. ”
다르다, 자세가.”
다르다, 분위기가.”
바르타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고 완성되어가는 것처럼, 저 청년 역시 생사를 넘나드는 혈전 속에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스스로를 담금질하여 불순물을 제거하며 완성되어가고 있다. 빛나고 있다.”
“아아.””
바르타가 환희했다.”
환희하며, 그는 검을 걸머쥔다. 저 청년의 말대로다. 손대중을 둘 필요는 없다. 시험하듯 검을 휘두를 필요가 없었다.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러야 할 상대다. 그것이 각오를 다진 저 인간에 대한 존중일 테니.”
쿠웅.”
바르타가 발을 내려찍었다.”
불안정한 육체. 죽음의 칼과의 재결전에서 더욱 망가져 버린 반신(半身)이 울림을 이기지 못해 흔들리나, 오히려 바르타의 검은 이전보다 더욱 날카로워졌다. 흔들리던 칼끝이 한순간 착, 하고 가라앉았다.”
서걱.”
바르타의 검이 잔상을 흩뿌리며 사라졌다. 검이 사라진 곳을 따라 일선이 그어졌다. 그어진 선을 따라 공간이 삐걱이며, 뒤틀리기 시작한다. 비틀린 공간을 쪼개며 튀어나오는 것은 거대한 검기.”
과거, 라크를 일격에 무너트렸던 검기다.”
그 검기가 더욱 완벽해진 형태로, 보다 날카로워진 형태로 라크를 향해 덮쳐들었다. 밀려드는 검기에 라크가 가만 대응하도록 바르타는 내버려두지 않는다. 쿵, 하고 땅을 박차며 바르타는 검기와 같은 속도로 라크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이 전력(全力)을 다한다는 것이기에. ”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땅이 갈라졌다. 검기가 파헤치며 질주한 길이, 바르타의 발에 밟혀 다시 한번 뒤엎어졌다.”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공간을 찢어발기며 질주하는 검기.”
검기가 찢어발긴 공간을 박차며 질주하는 검사. ”
검기가 라크에게 도달하기 직전, 바르타가 쿵 하고 땅에 발을 박아넣었다. 가속에 가속을 거듭한 육신을 한순간 멈춰 세우며 발생하는 반동을, 바르타는 모조리 검에 담는다.”
초견살(初見殺).”
그야말로, 붙여진 이름에 적합한 기술이다.”
쏘아낸 쾌속의 검기가 상대에게 도달하는 순간, 검기와 같은 속도로 접근한 검사가 가속한 검을 휘두른다. 검기의 위에 검의 무게가 다시 한 번 얹어진다.”
인간을 초월한 마수의 육체를 가진 바르타이기에 펼칠 수 있는 기술이요, 그가 과거부터 몇 번이고 반복해 사용했던 기술이다. 대부분의 검사는 이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과거의 그 가니칼트조차, 이 일격에선 몇 걸음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보여라.’”
바르타는 환희하며 검을 휘두른다.”
‘보여라, 네가 지닌 모든 것을.’”
나의 최선에, 나의 전력에 대항할 너의 일격을 내게도 보여봐라. ”
짐승은 바라고 또 바랐다.”
스스로가 인간이 되기를 짐승은 갈망했다. 어째서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단순했다. 인간이 되면, 인간과 같은 높이에서 같은 풍경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나는 포투나야. 바쳐질 제물.」”
인간이 된다면, 그녀가 남긴 말의 진의를, 그녀의 죽음을, 그녀가 웃지 못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너는 무엇이니?」”
그래야만 그날 그녀가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바르타는 스스로가 인간이 되기를 바랐다. 인간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기를 갈망했다. 오직 인간만이 가진 것을 가지고 싶어했다.”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