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34
바르타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가리를 쭉 찢은 채, 바르타는 밀려난 세 걸음을 한 걸음으로 따라잡으며 검을 휘둘렀다. 쿠웅! 땅을 때려 부수며 튀어 오르는 돌바위를 가르며 바르타의 검이 라크의 검과 맞부딪쳤다.”
카아아아아아아앙!”
동시에 두 개의 검이 튕겨져나갔다.”
조금 더 뒤로 밀려난 것은 라크이나, 이전처럼 완전히 밀려나진 않는다. 곧장 다시 자세를 잡은 라크가 바르타를 향해 달려들었다. 조금 전보다 더 빠르게.”
카아아아앙!”
쇠와 쇠가 맞부딪치며 불똥이 튄다.”
검기와 검기가 맞부딪치며 공간이 비틀린다.”
비틀리는 공간에 불똥이 빨려 들어가는 광경을 보는 지금 이 순간, 바르타는 놀라움을 느낀다. 눈앞의 인간의 움직임이 한순간에 변했기 때문이다.”
‘다르다.’”
캉.”
‘빠르다. 아니, 빨라지고 있다.’”
캉, 카앙.”
검과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인간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인간이 쥔 검은 더욱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충격을 가하면 가할수록 날카롭고, 또 강해진다. 이러한 광경을 어디서 보았던가.”
‘···담금질.’”
검을 단조하는 모습. 짐승이 제 발톱을 돌에 찍어 날카롭게 가는 모습. 스스로를 두들겨, 제 몸을 더욱 강하게 단련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단련되는 것은 저 인간뿐만이 아니다.”
검(劍)이, 검기(劍氣)가 두들길 때마다 거세진다. 강렬해진다. 격렬해진다. 마치, 검을 쥔 인간과 하나 되기라도 한 것처럼.”
‘기이한 현상이다. 알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런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바르타는 웃음을 터뜨렸다. 미지를 마주한 지금 이 순간 바르타는 환희한다. 자신이 두들길 때마다 불순물을 털어내며 더 찬란히 빛나는 인간을 바라보며··· 바르타는 더없이 갈망했다.”
캉.”
빛을.”
카앙!”
더 찬란한 빛을.”
카아아아아앙!”
검이 부딪치며 바르타와 라크가 동시에 뒤로 물러섰다. 검이 맞부딪친 곳에 남는 것은 공간의 비틀림. 터져나간 공간이 수복되며 일순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였다.”
밀려드는 공기, 끌려가는 몸.”
그러나 두 명의 검사는 그마저도 검을 가속하는 데 사용한다. 가속된 검이 다시 맞부딪친다. 검이 맞부딪칠 때마다 바르타는 손아귀를 타고 전신을 두들기는 울림을 느낀다. 라크는 팔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둘 모두 멈춰 서진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듯이 달려들었다.”
갈라트릭류 제 1 식, 초견살.”
바르타가 펼치는 쾌검이 공간을 가르며 일선을 그어낸다. 선을 따라 공간이 찢어지나, 그 찢어짐이 제 목덜미에 도달하기 전에 라크가 검을 휘둘러 바르타가 그리는 검로를 찢어발겼다.”
키이이이이잉!”
상대의 검로를 틀어막으며, 자신의 검로를 잇는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시뻘겋게 달궈진 라크의 대검이 곧장 같은 기술을 펼친다. 초견살. 그 일격에 바르타는 제 발로 땅을 내려찍었다.”
쿠웅, 땅이 뒤흔들리며 검로가 흔들린다. ”
아주 약간의 흔들림이나, 일류의 영역에선 그마저도 거대한 빈틈이 되는 법이다. 곧장 흔들리는 검로를 빨아들여 바르타는 자신의 검을 잇는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며 세찬 울림을 낳는다.”
촤아아아악.”
때로는 라크가 밀려나고, 때로는 바르타가 밀려난다. 서로가 서로의 검로(劍路)를 읽고, 상대가 그리는 길 위에 자신의 길을 덧칠한다. 새하얀 도화지에 먹물을 잔뜩 머금은 두 개의 붓이 서로를 집어삼키기 위해 거칠게 움직였다.”
후두둑.”
흩뿌려지는 먹물은 곧 핏물이요, 어느 붓도 고집을 꺾지 않은 채 도화지를 먹칠한다. 정신을 차려보면 이미 사방은 쪼개진 공간이 수복되며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더!””
바르타가 환희하며 라크를 몰아붙였다. ”
본래부터 너덜너덜했던 제 반신의 접합부가 진물을 흘리고 있음에도, 고통이 제 몸을 두들김에도 바르타는 오히려 그것을 자신이 살아있음으로 받아들인다. 받아들이며 제 호적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떨어지는 검을 향해 라크는, 검 대신 자신의 몸을 밀어 넣었다. 도리어 한 걸음 더 앞으로 파고들며 검을 비스듬히 제 옆에 세웠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각!”
칼트처럼 검을 흘려보내며 라크는 접근한다. 들어 올린 발이 내려찍는 것은 바르타의 무릎이다. 짓물러진 짐승의 무릎을 발로 내려찍어 지탱하며, 라크가 검을 휘둘렀다.”
콰직!”
라크가 휘두른 검을 바르타는 검을 쥐지 않은 오른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마수를 엮어 만든 손이 크게 들썩이며 투확! 하고 핏물이 튀어 올랐다. 그럼에도 검을 놓아주지 않은 채, 바르타가 곧장 검을 휘두르려 하나···.”
이미 저번에 당해봤던 수다.”
한번 당해보았던 수의 대처를 생각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라크는 검을 비틀었다.”
키이이이이이이이잉!”
검에서 터져 나오는 검기가 검을 붙잡은 바르타의 오른손을 찢어발긴다. 찢어발기며 튀어나온 검으로, 라크가 바르타의 검을 막아 세웠다. 불안정한 자세.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았기에 검이 맞부딪친 순간 뿌득, 소리를 내며 라크의 몸이 공중에 붕 떴다.”
손가락이 부러졌다. 휘몰아치는 검기에 할퀴어져, 한쪽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촤아아악, 하고 미끄러지듯 착지한 라크가 길게 숨을 뱉었다. 뱉은 숨이 증기가 되어 흩어지는 가운데 라크는 고개를 들어 바르타를 보았다. 붉게 물든 눈동자를 감아 외눈인 채로 바르타를 마주했다.”
“과연.””
너덜너덜해진 제 오른손을 축 늘어트린 채 바르타 또한 라크를 바라봤다.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알아본다. 검과 검을 맞부딪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상대가 저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둘 모두가 안다.”
“너를 도전자라고 여겼건만.””
바르타가 웃음을 흘렸다.”
“너 또한 내게 스승이었군.””
제 반신(半身)이 짓물러지고 있음에도, 육체가 망가지고 있음에도 바르타는 더욱더 빨라졌다. 눈앞의 인간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네게 감사를 표한다.””
그 말에.”
뿌득, 하고 라크가 이를 갈았다.”
“나는.””
라크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피로 물든 제 백발을 손으로 쓸어 올렸다.”
“나는, 네게 감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너를 증오한다. 마수의 왕.””
라크가 씹어 뱉듯이 말했다.”
“너 덕분에 강해질 수 있었음에도, 네가 나의 스승이 되어주었음에도, 나는 너를 증오한다. 그럴 수밖에 없지.””
눈을 부릅뜬 채 라크가 마수의 왕을 노려봤다.”
“켄벨.””
노려보며, 라크는 누군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라휘름. 베텔. 알켄. 티토스. 알레인. 유벨.””
결코 잊지 못한 이들.”
라크에게 있어 무력함의 상징으로 남은 이들.”
“오야칼.””
라크가 힘을 주어 말했다.”
“매의 눈, 오야칼.””
자신의 스승이자, 형제이자, 동경했던 전사였던 이들의 이름을 말하며 라크가 끓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게 짓밟혀야만 했던 그들의 긍지를, 이 자리에서 내가 대신해 네게 묻는다. 마수의 왕.””
그가 들어 올린 칼끝을 마수의 왕에게 겨누었다.”
자신에게 겨누어진 칼날을 바라보며 바르타는 벌리고 있던 제 아가리를 다물었다.”
···무언가, 보인 것만 같기에.”
‘그런가.’”
바르타의 안광이 가라앉았다.”
자신이 아직 긍지를 되찾기 전, 처참하게 짓밟고 모욕했던 전사들. 그것이 저 청년의 성장을 이끈 것인가. 그들이 저 청년이 이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이 자리에 서게끔 만든 것인가.”
‘그것이 저 광채를, 이끌어낸 것인가.’”
바르타는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
그래, 인간이란 그런 존재였지.”
인간은 타인에 얽힌다. 서로가 서로를 붙잡힌다. 타인을 위해 분노하고, 누군가의 삶을 대신해서 증명하려는 것이 인간이다. 짐승은 할 수 없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치였는가.”
“···그것이, 네가 이 자리에 선 이유인가.””
“그렇다. 마수의 왕.””
바르타가 길게 숨을 내뱉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
대륙의 북서쪽 끝.”
모든 사람이 죽거나 떠나 폐허가 되어버렸으며, 수백 년의 시간이 흘러 황야가 되어버린 땅. 그 누구도 과거 이곳에 어느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 나라가 어찌하여 멸망했는지 알지 못한다.”
어찌하여 멸망하였는가.”
어찌하여, 이 땅은 붉게 물들었는가.”
그 이유야 단순했다. 어느 여인이 더는 웃지 못했기에, 그리고 그 여인이 웃어주길 바란 짐승이 있었기에 머나먼 과거 이 나라는 멸망했다. 멸망한 나라에 남은 흔적이라곤··· 이 버려진 유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