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52
〈 52화 〉 레스티 엘레노아(3)
* * *
질레온 원로란 어떤 사람인가.
차기 마탑주로 지낼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보건대, 질레온 원로는 썩 괜찮은 인물이었다.
‘사람이 좀 음습하긴 하지만···.’
여러모로 도움은 됐다.
당시 질레온 원로와 내 목적은 일치했으니까.
‘가끔 선을 넘긴 했어도, 나쁘진 않았어.’
잿빛 마탑을 키운다. 모든 마탑의 정점에 잿빛을 세운다. 그 목적이 일치했기에 난 이 노인과 썩 나쁘지 않은 관계로 지냈었다.
싫은데요.
제가 왜요?
···비록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내가 질레온 원로를 딱히 싫어하진 않다는 이야기다.
‘어찌 됐든, 마탑을 위해 희생한 인물이니까.’
그 사실에 어느 정도의 존경심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노인의 밑바닥을 안다.
차기 마탑주로 자리를 잡아갈 때는 몰랐지만, 완전히 자리를 잡고 나서 확인한 질레온 원로의 인상은 좀 독특했다.
겉으로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괜히, 원로 자리에 오래 앉아있던 게 아니더라고.’
질레온 원로는 알고 보면 알고 볼수록, 피곤할 정도로 음습한 인물이다. 앞에서는 사람 좋은 척 연기를 하며, 뒤에서는 엿 먹일 작전을 굴리고 있다.
‘그 본성 어디 안 간다더니···.’
보나 마나 장로나, 레스티 앞에서 꼬리치다가 가망이 안 보이니 이런 계획을 세운 거겠지.
“·····.”
나는 말 없이 노인을 바라본다. 이 능구렁이 같은 노인의 계획은 얼추 짐작이 갔다.
‘안 봐도 뻔하지.’
나를 차기 마탑주로 추천한다.
그 추천에는 그럴싸한 명분이 있다. 어디 명분뿐인가? 나를 추천하면 자동으로 스승님 파벌의 지지가 딸려온다.
단숨에 두 파벌의 지지를 받는 차기 마탑주가 탄생한다. 그러나, 내가 라니엘임을 모르는 마탑의 마법사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아직 경험이 모자란 마법사가 아닌가?’
그런 의혹들이 튀어나올 거다.
이 노인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다.
경험이 모자란 마법사를 차기 마탑주의 자리에 앉혔다. 그다음은 안봐도 뻔하다. 누적된 마탑의 역사에 그 답이 나와 있다.
‘지도라는 명목으로, 자기가 권력을 휘어잡겠지.’
그렇게 질레온은 마탑의 대대적인 개혁을 시행할 것이다. 확실히, 썩 나쁘지 않은 계획이다.
‘내가 정말로 외부인이었다면, 말야.’
질레온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척하며, 마탑으로 돌아가 권력을 휘어잡는 건 일도 아니다.
차기 마탑주의 자리는 이미 한번 경험해봤다.
한 번 한 거 두 번이라고 못할 것도 없다.
‘···미리 준비해둔 자료도 좀 있고.’
이 생각을 지금 처음 해본 건 아니다.
왕도에 처음 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업적을 쌓는다.
잿빛 마탑의 관계자들의 시선을 끈다.
그렇게, 다시 마탑으로 돌아간다.
어떤 원로의 파벌에서 차기 마탑주가 나왔을지는 모르지만, 보나 마나 세력 다툼을 위한 허수아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자리를 빼앗는다.
다시, 마탑주가 되어 그때 못다 한 개혁을 마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왕도로 돌아왔다.
그렇게 왕도로 돌아온 나는 보았다.
‘새로 선출된 차기 마탑주를 말야.’
그 아이는 원로들 사이에서 선출된 마법사가 아니었다. 나를 선택했던 장로(??)가 직접 골라내, 그 이름을 하사한 아이였다.
레스티 엘레노아.
아플리아에 머무르면서 나는 그 아이를 보았다.
가까이에서 관찰하며, 그 자질을 시험했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네, 다 풀었어요.
내 눈으로 보았고.
나 스스로 판단을 내렸다.
‘충분하고도 남아.’
나 또한 그녀에게서 가능성을 보았다.
레스티는 나와는 전혀 다른 재능을 가진 아이다. 어쩌면 나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마탑을 갈아엎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 정도로.
‘여기서 내가 손을 대는 건···.’
그건 좀 아니지.
자격이 충분한 아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직 성장하고 있다. 그 미래를, 이미 일선에서 물러선 내가 관여해 이것저것 간섭하는 건 좀 그렇지 않겠는가.
‘그래도, 이 정도는 해줘도 되겠지.’
나는 눈앞의 찌꺼기를 바라본다.
이미 고여 썩어버린 노인이지만, 그 눈동자에는 여전히 권력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이런 걸 뭐라 부르더라.’
그 단어를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금 이게 무슨···.”
“질레온 원로.”
노인의 행동을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나는 그것을 입에 담았다.
“적당히 하십시오. 추합니다.”
2.
“적당히 하십시오. 추합니다.”
꿈틀, 질레온의 눈썹이 움직였다.
그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질레온은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라며 되물었다.
“···지금 뭐라 했는가?”
“적당히 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자네가, 내게?”
“예. 추합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다.
까득, 하고 질레온의 손톱이 지팡이를 긁는다. 질레온은 눈을 가늘게 뜬 채 눈앞의 소녀를 바라봤다.
완전히 자신을 깔보는 태도다.
그 태도가, 질레온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말야.’
지금까지는 참았다.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것? 좋다. 이해할 수 있다. 과묵함이 나쁘지는 않다. 말이 없는 마법사일 수도 있으니 이해한다.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것? 그 또한 이해한다. 어린 마법사에겐 자신이 어려운 존재일 수도 있으니.
그 사소한 태도 하나하나가 거슬리더라도 이해해 주었다. 충분히 참을 만했으니까.
싫은데요.
제가 왜요?
그러나, 이건 아니다.
적당히 하십시오. 추합니다.
자신이 건넨 추천장에 커피를 엎고, 자신을 깔보는 이 태도만큼은 쉽게 넘어갈 수 없다.
질레온은 잿빛 마탑의 원로다.
그는 그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가 딱히 권력을 내세워 남을 깔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어코 선을 넘는군.’
자신의 권위를 우습게 보는 이를 두고 볼 만큼, 너그러운 인물도 아니다.
“흠.”
질레온은 입을 연다.
“하나,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그 손이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나는 잿빛 마탑의 원로일세. 그것도 가장 오래된 원로. 그런 내가 마탑의 존망을 위해 자네에게 이 머리를 숙였네. 그것의 가치를 모르는가?”
모른다면.
“그 무게를 느껴 보게나.”
알게 해 주어야겠지.
질레온은 들어 올린 지팡이를 내려찍었다.
쿠웅!
지팡이를 기점으로 마나가 요동친다.
대기 중의 마나에 질레온의 마나가 녹아든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마나의 영역이다.
끽, 끼기긱.
짙은 농도의 마나가 주변을 짓누른다.
커피잔이 으스러지고, 풍경이 일그러진다. 나무 장판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마나의 영역(Realm of Mana).
마나를 퍼뜨려 인근의 마나 농도를 급격하게 올리는 주문이다. 술자도 그 범위에 포함되긴 하지만, 질레온은 과거 미개척지역을 떠돌던 마법사다.
이 정도 마나 농도쯤이야 견딜 수 있다.
질레온은 지팡이를 쥔 채 다리를 꼰다.
“이제 그 무게를 알겠나?”
짙은 농도 속에서도 그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다.
그를 강조하며, 질레온은 미소 지었다.
‘하르메인에 놓인 마나의 샘과 유사한 환경이지.’
마나의 샘 인근 지역 정도의 농도다.
실전을 경험한 적이 없는 마법사라면, 이 정도 마나에서 숨을 쉬는 것 조차 어렵겠지.
“다시 묻겠네, 이 제안을···.”
“싫다니까 자꾸 그러네.”
···뭐?
질레온은 눈을 크게 뜬다.
소녀의 목소리는 매끄럽다. 그 호흡도 여전히 일정하다.
“뭐하십니까?”
그녀가 고개를 든 채, 질레온을 똑바로 노려본다. 질레온은 당황하여 마나의 농도를 더 올린다. 그러나, 여전히 소녀의 호흡에는 변화가 없다.
일정하다.
여전히 여유롭다.
대기가 일그러지다 못해 휘는 정도까지 이르렀건만,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
질레온의 호흡은 조금씩 가팔라진다.
여기서 더 올렸다간 질레온 자신이 견디지 못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모든 게 일그러진다.
그러나, 소녀의 모습만큼은 멀쩡하다.
“하.”
그녀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린다.
이윽고, 소녀가 발을 들어 올린다. 높게 들어 올리지도 않는다. 자리에 앉은 채로 발을 살짝 든다.
그리고, 가볍게 바닥을 찍었다.
그 움직임은 과격하지도, 요란하지도 않다.
쿠웅.
가벼운 발 구름.
그것만으로 주문의 흐름이 넘어온다. 영역에 금이 간다. 한번 벌어진 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쩌적.
주문은 그렇게 박살 난다. 그러나, 주변에 포화한 마나는 그대로 남는다. 그 마나는 어떻게 되는가.
주문을 발현한 술자의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 그 권한은 주문을 강탈한 소녀에게 있다.
휙.
소녀는 손가락을 위에서 아래로, 한 뼘만큼의 길이의 선을 긋는다. 그 선의 끝이 향하는 곳을 질레온은 바라본다.
‘···내 손가락?’
황급히 손을 내빼려 했으나, 그보다 먼저 마나가 엄습한다.
뿌드드득!
“흐, 흐억!”
질레온은 숨을 헛삼키며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분명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
그제서야, 질레온은 무엇이 부러졌는지 깨닫는다. 부러진 건 자신의 손가락이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고목 지팡이.
원로의 상징과도 같은 지팡이의 윗동이 우그러져 있다. 부술 수 있음에도, 부수지 않은 모양새다.
끼익.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린다.
질레온은 고개를 든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소녀와 눈을 마주한다.
“더 할 말은 없으십니까?”
질레온은 마른침을 삼킨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그녀가 질레온의 곁을 스쳐 지나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끼익.
그녀가 문고리에 손가락을 걸었을 때.
정신을 차린 질레온은 이를 갈며 입을 열었다.
“···후회할걸세.”
“·····.”
소녀가 질레온을 돌아본다.
질레온은 그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원로와, 그것도 나와 척을 지고서 잿빛 마탑에···.”
“질레온 원로.”
서늘한 목소리.
“두 번은 없습니다.”
차가운 눈동자가 질레온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서 질레온은 익숙함을 느낀다.
질레온 원로.
전혀 다른 목소리지만, 똑같은 서늘함을 지닌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5년도 더 지난 일이거늘, 그 기억 만큼은 생생하다.
주제넘은 짓은 하지 마십시오.
반년 만에 여섯 파벌을 휘어 잡은 마법사.
그 누구보다 ‘잿빛’의 이름을 잇기에 적합한 마법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두 번은 없습니다.
불길에 휩싸인 연구실에, 홀로 걸터앉아있던 그 마법사의 눈빛이 떠오른다. 그 서늘한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 친다.
꿀꺽.
질레온은 말을 잇는 것도 이은 채, 마른침을 삼켰다. 늙어버린 육체가 제멋대로 어깨를 움츠린다.
“판단하는 건 당신들이 아닙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그 손가락이 향한 것은 질레온의 지팡이다.
“제가 보고, 제가 판단합니다.”
끼이이익.
문을 열며, 그녀가 말한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마법사인지 아닌지.”
이 얼마나 건방진 말인가.
일개 마법사가 원로의 자질을 판단한다고, 감히 그런 망언을 입에 담고 있다.
그러나 질레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녀가 카페의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하.”
새어 나온 웃음에는 힘이 없다.
아무리 허리에 힘을 주어도, 늙고 병든 육체는 더이상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지 못한다.
“···다 까발려졌군.”
속내를 전부 까발려진 기분이다.
질레온은 한없이 초라해진 기분을 느끼며, 금이 간 지팡이를 매만졌다.
3.
바닥에 연구 레포트가 떨어진다.
밤잠 설쳐가며 작성한 레포트 들이다. 그러나, 레스티의 시선은 레포트를 향하지 않는다.
그 시선은 질레온 원로가 건네는 편지에 못 박혀 있다. 레스티의 동공이 흔들린다.
“아.”
입가를 비집고 소리가 새어 나온다.
흔들리던 동공이 가라앉는다. 눈동자에 초점이 잡히지 않아, 레스티는 자꾸만 눈을 비볐다.
“·····.”
아무리 눈을 비비고, 눈을 깜빡여 보아도 보이는 건 변함이 없다. 레스티의 이성은 상황을 요약한다.
질레온 원로가 차기 마탑주 추천장을 꺼냈다.
그것을 받는 건 라니아 교수다.
지금 이 상황조차 요약하고 정리하고 있는 자신을 마법사답다며 좋아해야 할까.
“하.”
새어 나오던 소리는 웃음으로 변한다.
조금씩 레스티의 무표정이 무너져 내린다.
견디고 있던 것들이 짐이 되어 레스티를 짓누른다.
‘왜.’
의문이 든다.
‘도대체, 왜?’
숨이 차오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쌓아둔 것이 터질 것만 같다. 꽉 깨문 입술에는 피 맛이 돈다. 낫지 않은 상처를 앞니가 다시 후벼판다.
그렇게 핏방울이 앞니에 맺히려는 찰나.
쿠웅!
카페에서 진동이 퍼진다.
그 진동에, 레스티는 어느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마나의 영역?’
그 주문은 레스티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당황스러운 건 매한가지다. 적어도, 협상의 자리에서 오갈 주문은 아니었으니까.
레스티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카페 안의 상황을 살핀다. 자세히 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커피는 엎질러져 있다.
추천장에는 검은 얼룩이 져 있다.
그리고, 서로를 노려보는 시선이 살벌하다.
그렇게 레스티가 관찰하고 있는 와중에도 시시각각 마나의 농도가 높아진다. 풍경이 일그러져 내부의 상황을 제대로 볼 수도 없는 시점에 이른다.
그리고.
쩌적.
영역이 박살 난다.
그것에 시선을 둘 겨를도 없다. 끼이익, 소리를 내며 카페의 문이 열렸다.
문은 반쯤 열렸지만, 밖으로 나오는 이는 없다. 레스티는 문 앞에 걸 터선 여인을 바라봤다.
“···건, ···이 아닙니다.”
목소리가 들린다. 라니아 교수님의 목소리다. 레스티는 그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제가 보고, 제가 판단할 겁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가 손가락을 뻗는다.
무언가를 가리킨다.
“그 자리에 어울리는 마법사인지, 아닌지.”
그 말을 남긴 채 라니아 교수는 떠난다.
카페에 남은 것은 질레온 원로뿐이다.
“·····.”
레스티는 방금 라니아 교수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분명 질레온 원로의 쪽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테이블이다.
그 테이블에 놓인 추천장을 바라본다.
‘···검게 물든 추천장.’
추천장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그것을 열어본 흔적조차 없다.
누가 봐도 제안을 거절했음을 알 수 있다.
‘방금, 뭐라고 말씀하셨지.’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레스티는 라니아 교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속으로 되새겼다.
제가 보고, 제가 판단할 겁니다.
무엇을.
그 자리에 어울리는 마법사인지, 아닌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가리킨 것은 추천장이다.
“·····.”
그 자리란 차기 마탑주를 말하는 것이겠지. 게다가, 그 말투는 라니아 교수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진 않았다.
그 판단의 대상이 누구일까.
레스티는 아래를 내려다본다. 바닥에 흩어진 연구 종이 중, 가장 첫 장에 적힌 이름을 바라본다.
차기 마탑주.
레스티 엘레노아.
천천히 손을 뻗는다.
그 종이를 주워든다.
“·····.”
레스티는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