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3)
산 속 오두막.
탁자 위에 현상금 수배범 포스터 한 장이 놓여 있다.
수배범은 화이트, 블랙, 옐로우!
셋 다 험악하기 이를 데 없다.
영락없는 살인마다.
죄목은 살인.
화이트는 칼을 닦고, 블랙은 총을 손질한다.
옐로우는 포스터에 낙서를 한다.
살인에 두 줄을 긋고 그 옆에 ‘처형’이라고 쓴다.
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린다.
긴장하는 세 사람.
흩어져 경계 태세를 취한다.
똑똑똑!
화이트와 블랙이 숨어 경계를 하고, 옐로우가 창문으로 밖을 살핀 뒤 문을 열어 준다.
10대 초반의 한 소녀가 서 있다.
“부탁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
“무슨 부탁?”
“아저씨가 하는 일 있잖아요. 사람 죽이는 일.”
옐로우, 기가 막힌다.
잠시 갈등하다 소녀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고갯짓을 한다.
“우리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단다, 얘야. 쓰레기를 처치했을 뿐이지.”
옐로우가 소녀에게 말한다.
화이트와 블랙이 피식 웃는다.
“알고 있어요. 쓰레기 처치를 부탁하려고 왔어요.”
소녀가 맑디맑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맹랑하다.
“여길 어떻게 알고 왔지? 너 혼자 온 거냐? 설마 경찰을 달고 온 건 아니겠지?”
블랙이 소녀를 다그친다.
“아빠를 죽인 쓰레기를 죽여 주세요.”
소녀는 블랙의 질문은 무시하고 자기 할 말을 한다.
마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표정이다.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라.”
블랙이 소녀를 노려보았다.
“나 혼자 왔고, 경찰을 달고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여긴 딕이 알려줬어요.”
소녀가 블랙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소녀가 딕이라고 했을 때 셋 다 놀란다.
특히 옐로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딕? 저 아저씨 동생?”
화이트가 옐로우를 가리키며 물었다.
“예!”
소녀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화이트와 블랙이 힐책의 시선으로 옐로우를 본다.
옐로우는 뭔가 변명을 하려다가 그만둔다.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집에 가거라.”
옐로우가 소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대답 대신 목걸이를 풀어 옐로우에게 내민다.
블랙이 소녀의 손에서 목걸이를 낚아채 들여다보더니 놀란다.
“다이아몬드잖아!”
옐로우는 블랙의 손에서 목걸이를 빼앗아 소녀에게 건네주며 명령했다.
“집에 가라!”
“아빠를 죽인 쓰레기를 죽여 주기 전에는 가지 않을 거예요.”
소녀가 옐로우를 쏘아보았다.
“좋다. 사연이나 들어보자. 네 아빠는 누구고, 누가 네 아빠를 죽였니?”
화이트가 물었다.
“우리 아빠는···.”
소녀가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화이트에게 건네주었다.
사진을 본 화이트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 사람이 네 아빠니?!”
“예!”
블랙이 사진을 본다.
역시 경악한다.
사진을 확인한 옐로우도 놀란다.
사진 속 인물은 옐로우가 목을 꺾어 죽인 마약상이었던 것이다.
“정말 좋은 아빤데, 쓰레기 같은 놈들이 우리 아빠를 죽였어요.”
소녀가 말했다.
“쓰레기?!”
블랙이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소녀는 주머니 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블랙에게 건넨다.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놀란다.
소녀가 꺼낸 종이는 세 사람의 수배범 포스터였던 것이다.
“이 쓰레기들이 우리 아빠를 죽였어요.”
소녀가 세 사람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 아빠는···.”
화이트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말을 멈춘다.
소녀의 손에 들려 있는 총을 발견했던 것이다.
소녀는 그 총으로 세 사람을 겨눈다.
“쓰레기들! 왜 우리 아빠를 죽였지?”
소녀가 울먹인다.
“네 아빠야말로 쓰레기야! 성폭행범에다가 마약상이었어. 알겠니, 이 꼬마야!”
화이트가 소녀에게 말한다.
탕!
소녀가 화이트를 향해 총을 격발했다.
다행히 빗나간다.
옐로우가 빠른 동작으로 소녀에게서 총을 빼앗는다.
“죽을 뻔했잖아. 나쁜 계집애!”
화이트가 소녀에게 손찌검을 하려다가 참는다.
“아니야! 우리 아빠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쓰레기만도 못한 청부살인업자들아!”
소녀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다.
블랙이 소녀의 입을 틀어막고 재갈을 물린 뒤 의자에 앉힌다.
“잘 들어라, 얘야. 네 아빠는 말이다···.”
화이트가 소녀의 눈을 응시하며 말을 꺼냈다.
“쉿!”
옐로우가 검지를 입술을 갖다 댔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똑똑똑!
“오빠! 나야, 릴리!”
목소리가 다급하다.
“네가 여기 웬일이야?”
문을 열어 주며 옐로우가 물었다.
“여길 떠나야 해. 경찰들이 몰려올 거야.”
“경찰들이?”
“딕이 신고를 했어.”
“젠장!”
블랙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럴 리가···.”
옐로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오빠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질투가 나서···.”
“입 닥쳐! 딕은 그럴 아이가 아니야.”
“거짓말 아니야. 딕이···.”
“집에 가! 어서!”
옐로우가 윽박질렀다.
“알았어. 갈게. 갈 테니까 오빠도 여기서 떠나. 여기 있다간 죽어. 제발 빨리 움직여.”
릴리가 애원했다.
“늦었어!”
창밖을 살피던 화이트가 말했다.
20여 명의 무장 경찰들이 몰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릴리는 발을 동동 구르고, 소녀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화이트, 블랙, 옐로우는 창가에 붙어 서서 바깥의 동정을 살핀다.
– 항복하라! 5분의 시간을 주겠다. 투항하지 않으면 사격하겠다.
“저 아이를 데리고 가!”
“릴리! 저 아이 데리고 가! 여기 있다간 너까지 죽어.”
“싫어. 우리가 가면 오빠가 죽어. 경찰들이 사격을 할 거라고. 내가 여기 있으면 쏘지 못해.”
그러더니 문을 열고 나갔다.
“쏘지 마세요. 제발요. 오두막에 소녀가 있어요.”
릴리가 무장 경찰들을 향해 소리쳤다.
옐로우는 소녀의 재갈을 풀어 준 뒤, 문을 열어준다.
소녀가 옐로우를 바라본다.
“네 아빠를 죽인 거, 잘못했다. 용서해 다오.”
옐로우가 사과했다.
소녀는 옐로우를 빤히 보다가 문 밖으로 나간다.
화이트와 블랙이 옐로우를 바라본다.
소녀에게 왜 용서를 빌었는지 이유를 묻는 표정이다.
“그 작자를 죽인 건 후회하지 않지만, 저 아이의 아빠를 죽인 건 후회스럽다.”
옐로우가 화이트와 블랙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소녀는 경찰 쪽으로 달려가고, 릴리는 오두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다.
옐로우는 릴리를 밖으로 밀어낸 뒤, 문을 잠가 버린다.
쾅쾅쾅!
“오빠! 문 열어 줘!”
***
신 132.
오두막 밖.
릴리가 문을 두드린다.
쾅쾅쾅!
“문 열어! 오빠!”
오두막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장 경찰들이 서서히 오두막 쪽으로 접근해 온다.
뒤쪽에서는 침투조를 엄호하고.
릴리는 오두막 바로 앞까지 다가온 무장 경찰들을 발견하고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쏘지 마세요. 제발!”
릴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애원한다.
경찰 중 한 명이 릴리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릴리는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다가간다.
“사격!”
명령과 함께 사격이 시작된다.
총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이 요란하다.
“사격 중지!”
사격이 멈추면, 끔찍한 고요가 오두막 위에 내려앉는다.
침투조가 오두막 안으로 침투한다.
그런데.
텅 비었다.
오두막 안을 샅샅이 뒤져 보아도 세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뒤쪽 창문이 열려 있다.
경찰들이 그쪽으로 몰려간다.
세 사람은 지붕 위에 납작 엎드린 채 경찰들이 몰려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 반대쪽으로 달아난다.
세 사람을 발견한 경찰들이 일제히 사격을 퍼붓는다.
***
신 133.
고속도로 위.
저녁노을이 끔찍할 정도로 아름답다.
차 한 대가 저녁노을을 향해 달려간다.
차 안에는 화이트, 블랙, 옐로우가 타고 있다.
세 사람은 저녁노을을 응시한 채 아무 말이 없다.
침묵!
라디오에서 퀸(Queen)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흐른다.
볼륨을 크게 틀었음에도 퀸의 음악은 세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침묵을 더욱 깊게 할 뿐.
♬ Mama, just killed a man.
엄마, 방금 한 남자를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총을 그 남자 머리에 대고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
방아쇠를 당겼어요. 그는 지금 죽었어요.
Mama, life had just begun
엄마, 삶이 막 시작되었는데
But now I’ve gone and thrown it all away. ♬
끝났어요. 모든 걸 잃었어요.
차는 여전히 저녁노을을 향해 달린다.
어디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쉼 없이 달린다.
빠른 속도로 달리지만, 멈춰 있는 것 같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마냥 달린다.
화이트가 차창 밖으로 자신의 칼을 던진다.
칼이 허공을 가르며 도로 밖 저 멀리 날아간다.
이번에는 블랙이 품에서 권총을 꺼내 잠시 어루만지다가 차창 밖으로 휙!
***
신 134.
차창 밖으로 던져진 권총이 도로가에 떨어진다.
주인을 잃은 권총이 쓸쓸하다.
차는 하염없이 멀어져 간다.
작은 점이 될 때까지.
♬ Goodbye, everybody, I’ve got to go.
안녕, 여러분, 난 가야 해요.
Gotta leave you all behind and face the truth
당신들을 전부 남겨 놓고 진실을 마주해야 해요.
Mama, ooh (any way the wind blows)
엄마 우(어쨌건 바람은 불어요)
I don’t wanna die.
난 죽고 싶지 않아요.
I sometimes wish I’d never been born at all. ♬
내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가끔 생각해요.
***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 촬영이 모두 끝났다.후회는?
없다.
만족한다.
그것도 매우.
왜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달렸으니까!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그림이 괜찮게 나온 걸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물론 편집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느낌이 또 달라질 것이다.
음악이 깔리고, CG가 더해지고, 노이즈가 제거되면 훨씬 좋아질 게 분명하다.
느낌이 좋다!
잘될 것 같은 느낌!
마지막 촬영 날, 우혁은 스태프들과 출연 배우들에게 토토 인형을 하나씩 선물했다.
마지막 촬영 날에는 모든 출연 배우들이 모였다.
한국에서는 주연 배우가 모든 스태프들에게 패딩을 선물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특별히 친하게 지냈던 스태프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경우는 있어도.
자칫 잘못하다간 돈 자랑 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토토 인형을 돌리면서 그런 오해를 사는 건 아닌지 걱정했으나 고맙게도 모두들 진심으로 좋아했다.
“토토 인형, 갖고 싶었는데 선물로 받다니! 그것도 토토 대디한테 말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다시 만날 수 있겠죠? 당신 연기는 최고였어요.”
“토토 대디! 당신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당신과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 중에는 눈물을 글썽이는 이도 있었다.
바닥이 좁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워낙 지역이 넓고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이 많아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주연 배우 세 명은 홍보를 위해 해외 투어와 토크쇼 동반 출연, 시사회, 시상식 등에서 다시 만나겠지만 대부분의 스태프와 출연 배우와는 오늘의 이별이 영원한 이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애틋하다.
영겁의 시간에 비추어 볼 때, 동시대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데,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각별하게 여겨졌다.
영화는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작업이 아니다.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재능이 필요하다.
이들과 만날 수 있게 연결고리가 되어준 영화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가 새삼 고마웠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며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우리는 헤어지지만, 온 정성을 다해 우리가 함께 만든 영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만남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촬영은 끝났으니 이제는 홍보전을 펼칠 차례다.
홍보전은 촬영에 비해 즐겁게 임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휴식이나 다름없다.
토크쇼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미국 전역과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홍보전의 백미는 칸 영화제의 참가일 것이다.
레드 카펫을 밟고 시상식장인 팔레(Palais)를 걸어보고 싶지 않은 배우가 있을까?
예감이 좋다.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
[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 결말부 촬영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