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4)
“형! ‘할리우드 리포터’에 형 기사가 실렸어. 자그마치 6쪽이나 돼.”
백곰이 할리우드 리포터 2021년 1월호를 건네주었다.
제인 필드가 쓴 기사였다.
“제목이 뭐야?”
백곰이 궁금해 했다.
“아름다운 배우, 강우혁!”
“아름다운 배우, 강우혁?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형을 정확하게 표현했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 다 읽고 얘기해줘.”
“그래.”
내용은 칭찬 일색이다.
황송할 정도로.
제인 필드의 글을 읽은 레오와 윌, 타란티노 감독이 놀라워했다.
“아름다운 배우? 제인 필드가 배우 앞에 이런 수식어를 쓰다니! 웬일이야?”
“혹시 동명이인? 제인 필드가 이렇게 예쁘고 착한 단어들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잖아.”
“이건 예찬을 넘어 찬송인걸! 할렐루야!”
예찬을 넘어 찬송이라는 표현은 과장이다.
예찬에 가깝기는 하지만.
근거 없는 칭송은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제인 필드의 글은 근거와 논거가 뚜렷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그동안 우혁이 출연했던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영화 [생강>, [길 밖의 새>, [마른 풀잎의 노래>와 드라마 [서울 가로등>, [홍길동전>, [환생부부>, [안중근 장군>를 비롯해 며칠 전에 촬영을 끝내고 편집 작업에 돌입한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까지 꼼꼼하게 분석하고 비평했다.
작품을 보지 않고는 쓸 수 없는 글이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을 번역했거나 짜깁기한 게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제인 필드만의 문체와 비평이었으니까.
“놀랍다. 어떻게 그 작품들을 다 보았지? [환생부부>, [안중근 장군>은 영어 번역본이 없을 텐데 말이야.”
백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혁도 그 점이 궁금했다.
감사 인사도 드릴 겸 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 혹시 잘못된 부분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구절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호평이 과하더라는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다.
– 호평이 과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많이 절제하고 덜어냈어요.
절제하고 덜어낸 게 그 정도면, 초고는 어땠기에?
“자료를 구하시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 자료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번역본이 없는 자료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 이성을 내려놓고, 오감으로 보았죠.
오감으로 본다? 기자가 할 말이 아닌 것 같은데!
– [안중근 장군> 같은 경우, 안중근에 대한 인터넷과 도서 자료를 읽고 드라마를 보았어요. 대사의 뜻은 정확히 모르지만 감정은 오히려 강하고 또렷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오감으로 보면서, 당신이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지도 알게 되었지요.
알 것 같았다.
과거에 우리말 더빙이나 번역이 되지 않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표정을 읽기 위해 오감을 동원했고, 감정 중심으로 보게 되면서 극중 인물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번역된 영화를 볼 때는 번역을 읽느라 감정을 파악할 여유가 없었다.
– 엄청난 양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봤어요. 의무감에서 억지로 봤다면 고통스러웠겠지만, 모든 작품이 다 제 마음에 들었어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감성에 맞으시던가요?”
– 감성에 맞지 않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게 있죠.
팬심?
– 팬심으로 봤습니다.
역시!
하긴 팬심으로 보면 아무리 지루한 영화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팬은 좋아하는 배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 [서울 가로등>은 정말 시적인 작품이더군요. 가로등이라는 사물을 그렇게 아름답게 묘사하다니요. 현대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 성자 같았어요. 재채기도 헝겊에 불과한 사물인데 가로등지기의 복화술로 살아나서 아이를 위로하거든요. 기사에도 썼습니다만, 일종의 토테미즘이죠.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해석이었다.
제인의 통찰력과 지적 사유의 깊이가 느껴졌다.
– 처음에는 가로등이 예수나 부처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훨씬 원시적이고 근원적인 형태의 의식이 내재되어 있더라구요. 토템이죠. 가로등지기는 샤머니즘의 변형일 테구요. [서울 가로등>의 주인공은 ‘가로등지기’더군요. 가로등지기랑 재채기가 워낙 강렬해서 다른 인물은 잘 생각나지도 않아요. [생강>의 고문기술자, [홍길동전>의 홍길동, [길 밖의 새>의 권혁철, [안중근 장군>의 안중근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이 블랙홀처럼 시청자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집어삼키는 느낌이었어요. 제 팬심이 작용한 것도 있겠지만, 팬심을 뺀다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거예요.
제발 그래라!
– [쓰레기들> 대본 리딩 음성 파일을 들었어요. 라디오 드라마가 왜 사라졌는지 안타까워요. 너무 매력적인데 말이에요. 촬영본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당신 목소리 연기는 정말이지, 무시무시해요.
과대평가는 아닌지, 조심스럽다.
민망하기도 하고.
– 그거 알아요? 당신이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의 딕션, 어조, 음색, 톤이 다 다르다는 거요. 눈을 감고 들어봤더니 차이가 느껴지더라구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당신은 천재예요, 연기 천재! 연기를 많이 하면서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눈빛 속에는 수많은 영혼이 느껴져요.
추체험 때문이리라.
– 당신의 복화술은 정말 놀라워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 [서울 가로등>을 봤다면, 재채기 목소리를 당신이 낸 게 아니라, 성우가 더빙한 줄 알았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 당신이 출연한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못 본 작품이 있어요. 뮤지컬 [알람>. 방송에 소개된 영상을 봤어요. 와우! 노래를 정말 잘하시더군요. 공연장에서 봤으면 얼마나 근사했을까요. [알람>, 미국에서 공연할 계획은 없나요?
미국에 들어오기 전에 타샤 정에게 공연을 접어야겠다고 했다.
타샤 정은 몹시 아쉬워했으나 우혁으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쉽기는 우혁도 마찬가지였다.
“글쎄요. 연출자가 결정할 문제라서요.”
– 만약 미국에서 공연하게 되면 저에게 꼭 좀 알려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홍보전이 펼쳐지겠군요. 좋은 결과 있기를 빌겠습니다. 프리미어에 불러주실 거죠? 그 전에 프로모 영상이라도 나오면 부탁드릴게요.
프리미어는 스타급 배우들과 유명 감독, 제작자, 투자자 등 영화 관계자들을 비롯해 저널리스트, 영화 평론가 등을 초청해 미개봉 영화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행사이다.
영화를 처음 공개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출연 배우를 앞세워 영화를 홍보하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프로모 영상은 홍보용이나 해외 수출을 목적으로 10분 내외로 편집한 것으로, 제인과 같은 유명 저널리스트에게 보내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보내 달라고 요청까지 하는데 보내지 않을 까닭은 없다.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그럼 수고하세요.
천군만마를 얻었다면 과장일까?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것으로 수출 준비는 끝난 셈이다.
많은 사람들이 완성된 영화를 보고 수입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모 영상을 보고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
심한 경우는 감독과 출연 배우만 보고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이 바로 그렇다.
다른 회사에게 영화를 빼앗기기 싫어서 프로모 영상은 물론이고 시나리오도 검토하지 않고 수입을 결정한다.
당연히 리스크가 크다.
반면 일본은 자기 나라 회사끼리 과도하게 경쟁하지 않는다.
시나리오와 프로모 영상을 꼼꼼히 살피고, 다른 나라의 반응까지 확인한 뒤에 수입을 결정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미국 영화 개봉이 한국보다 늦다.
일본인이 불쌍하다고?
과연 그럴까?
미국 영화사는 한국 영화 시장을 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시놉시스만 던져도 수입하겠다고 달려드니 말이다.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 프로모 영상의 러닝 타임은 10분이 채 되지 않았으나, 강렬했다!**
소총의 조준경이 무언가를 조준한다.
현상 수배범 포스터가 어렴풋이 보인다.
험상궂은 생김새의 수배범 세 명의 모습이 보일락말락!
소총의 조준경이 세 사람의 사진을 훑는다.
‘청부살인업자’라는 단어도 얼핏 보인다.
세 명의 수배범 사진 아래, 이름 대신 별명이 적혀 있다.
화이트!
블랙!
옐로우!
타이틀이 뜬다.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다음 순간!
탕! 탕! 탕! 탕! 탕! 탕!
귀청을 찢을 듯한 총성과 함께 타이틀 글자가 총탄에 맞아 구멍이 난다.
현상 수배범 포스터를 표적지 삼아 사격 연습을 한 사람의 뒷모습.
어른이 아니라 가녀린 소녀다.
눈이 맑은 소녀!
총알구멍이 가득한 화이트, 블랙, 옐로우의 포스터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응시한다.
품에서 또 다른 사진을 꺼내는 소녀.
아빠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다.
활짝 웃고 있는 아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소녀는 수배범 포스터를 바닥에 던지고 얼굴을 짓이긴다.
얼굴에 총알 구멍이 숭숭 나 있는 화이트, 블랙, 옐로우 사진을 클로즈업하면서 장면 이동.
자막 ‘1개월 전!’이 떴다 사라진다.
세 사람이 나란히 이쪽으로 걸어온다.
거리가 텅 비어 버린다.
한 여인네는 집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어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세 사람의 사무실!
릴리가 흐느낀다.
“옐로우 오빠! 그놈을 죽여 줘. 그놈이 언니를 겁탈했어. 그놈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쓰레기야. 마약을 팔아서 사람들을 타락시키는 쓰레기라고. 이건 언니가 형부한테 받은 결혼 반지야. 이걸 줄 테니까 그 쓰레기를 죽여 버려.”
다음 장면.
“살려 줘! 돈 줄게. 목숨만 살려 줘!”
마약상(사격 연습을 하던 소녀의 아빠)이 옐로우에게 애원한다.
“내가 널 살려 줘야 할 이유 세 가지만 말해 봐!”
옐로우가 마약상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날 살려주면 넌 부자가 될 거야.”
“그리고!”
“날 살려주면···. 넌 천국에 가겠지. 날 죽이면 넌 지옥에 떨어질 거야. 사람을 죽이는 짓은 나쁜 짓이잖아.”
“그래. 아주 좋아. 마음이 흔들리고 있어. 또 얘기해 봐.”
“젠장!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다고! 살려 주라! 응?”
“넌 쓰레기야.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는 거,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 그건 너도 잘 알 텐데? 안 그래?”
“착하게 살게! 앞으로 착하게 살 거야.”
“좋아! 널 믿을게! 꼭 착하게 살기 바란다!”
“그래! 그럴게!”
마약상이 안도하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뚜두둑!
마약상의 목이 심하게 돌아간다.
옐로우가 마약상의 목을 꺾어 버린 것이다.
“착하게 살아라, 지옥에 가서!”
다음 장면에서 소녀가 아빠(마약상)의 주검을 붙잡고 오열한다.
그 뒤로 청부 살인은 계속되고.
릴리가 형을 좋아하다는 말을 듣고 분노하는 옐로우 동생.
화가 난 옐로우 동생은 복수를 꿈꾸는 소녀와 경찰에게 옐로우 형의 은신처를 알려준다.
소녀가 현상 수배범 포스터를 과녁 삼아 사격 연습을 한 뒤 총을 챙겨 들고 세 사람의 은신처로 찾아간다.
**
프로모 영상은 여기에서 끝났다.
이후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기대 이상이었다.
역시 타란티노 감독이다.
물론 편집을 타란티노 감독이 직접 한 것은 아닐 터이다.
편집만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있다.
타란티노 감독도 편집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편집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원래 일반 감독은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
타란티노 감독은 프로듀서를 겸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대부분의 프로듀서는 편집을 잘 모른다.
결과물이 나왔을 때 느낌이 좋다, 나쁘다 평가를 내리고 수정 방향을 제시하거나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이다.
촬영은 감독에게 편집은 편집전문가에게 맡긴다.
프로듀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돈과 관련이 되어 있다. 자본가로부터 투자를 받아, 관객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한다.
배우와 감독은 관객의 표정을 살피고, 프로듀서는 관객의 지갑을 살핀다.
투자자를 유치하는 일은 펀딩.
돈을 사용하는 일은 재무.
돈을 벌기 위해 영업하는 일은 마케팅.
프로듀서는 펀딩, 재무, 마케팅을 총괄한다.
그런데 타란티노 감독은 재무 쪽보다는 연출과 편집, 시나리오 집필, 배우 캐스팅 등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감독 출신 프로듀서의 한계이면서 특장점이다.
영화사에서는 타란티노 감독이 프로듀서를 겸할 때는 재무와 마케팅을 일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다.
우혁은 타란티노 감독이 재무 쪽보다 연출과 편집, 시나리오 쪽에 재능이 많다는 게 무척 다행스러웠다.
타란티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프로모 영상 봤습니다.”
– 어때요?
“좋은데요.”
– 오케이! 자, 이제 반응을 봅시다.
“프로모 영상을 뿌리는 건가요?”
– 전 세계 주요 국가 수입 회사에 뿌려야지요. 선댄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마켓을 열 겁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1월말 경에 미국 유타주에서, 베를린 영화제는 2월 중순에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다.
영화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품을 할 수는 없지만, 마켓을 열어 수출입 영업을 할 수 있다.
칸 영화제에는 편집 완성본을 출품할 예정이고.
선댄스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에서 얼마나 수출 성과를 거둘지 궁금하다.
[ 프로모 영상 완성본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