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Snake Finds the Wolf Who Played With the Snake RAW novel - Chapter 56
49. * *
300년 후.
담쟁이 넝쿨이 벽을 타고 올라온 오래된 2층 건물.
이곳은 오래전 실내 장식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찻집이었다.
한산한 찻집엔 손님이 딱 하나 있었다. 커다란 사내가 테이블 위에 다리를 올린 자세로 신문을 넘겼다.
“이 광고 말이야. 다른 신문사에도 제대로 넣었어, 테디?”
사내가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였다. 테디라고 불린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우직하고 성실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다음번엔 방송사까지 광고로 넣어.”
사내는 검은 머리칼을 쓸어 울리면서 테이블에 올려 두었던 다리를 내렸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이곳에서 얼마나 더 머물 계획이십니까.”
“글쎄 한 달 정도만 더 있어 볼까?”
“아이고. 이 의자는 왜 이리 불편해?” 사내가 의자 다리를 툭 건들자 티 마스터가 뛰어나와 손을 발발 떨었다.
“아이고, 회장님! 이 의자 차시면 안 됩니다. 복원하려고 정말 힘들었다고요.”
“하. 젠장할. 좀 편한 거 없어?”
“2층에 침대가 있긴 합니다.”
“거긴 아까워서 어떻게 앉아!”
“예?”
“하아, 됐어.”
예민한 성질머리로 유명했던 사내는 주변 사람들에게 핀잔을 주며 시각을 확인했다. 값이 무려 요트 한 척을 호가하는 비싼 시계가 그의 손목에 달려 있었다.
“아, 참. 이거. 깜박할 뻔했네.”
사내는 품에서 커다란 벌꿀 사탕을 꺼내 테디에게 건넸다.
“자네 아들 이거 좋아하잖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어린놈이 꿀만 보면 눈을 뒤집고 달려들어요.”
“잘 챙겨 놨다가 우리 사샤 줘야지.” 테디란 사내는 보기 드문 미소를 띠면서 벌꿀 사탕을 품에 넣었다.
“그런데 회장님, 그분이 정말 이런 광고를 보고 여기로 오실까요?”
“올 거야.”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그렇게 만났거든. 처음에.”
사내가 테이블 위에 내려 두었던 신문을 툭툭 건들었다.
하울링하는 은빛 늑대의 용맹한 실루엣이 실린 사진.
실루엣 안쪽엔 이 찻집의 외관이 그려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검은 뱀을 농락한 늑대를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정갈하게 쓰여 있었다.
다국적 기업, 블랙 스네이크는 지금 이 광고에 어마어마한 돈을 집어넣고 있었다.
대륙 전체가 광고의 정체에 촉각을 세우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아는 것은 알렉과 일부 임원들뿐.
“곧 벨파슨역 막차 시간입니다. 숙소로 돌아가시지요.”
“제기랄, 오늘도 공쳤네.”
사내는 한숨을 픽 내쉬면서 출입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쉽긴 하지만 괜찮았다. 자신은 인내심이 대단한 사내였으니까.
테디가 회장님의 문을 열어 드리려 출입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퍽! 바깥에서 문을 열어젖히는 바람에 이마를 부딪치고 말았다.
“미, 미안합니다!”
여성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테디의 이마를 살폈다.
“윽, 괜찮습니다.”
예의상 그렇게 말은 했으나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무슨 여자 힘이 저렇게 세. 설마 영물인가? 테디가 눈을 힐끗거리는데.
“이제 왔네.”
등 뒤에서 회장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 전까지 성질만 부리시던 분이? 테디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뒤를 돌았다.
“오래 기다렸느냐, 알렉.”
은빛 머리를 찰랑이던 여성은 알렉산더 회장님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기다리긴. 네가 없는 시간은 아주 찰나였어, 로렌.”
알렉이 입꼬리를 올리면서 두 팔을 올렸다. 로렌은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소매로 쓱쓱 닦고서 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보고 싶었어, 나의 늑대.”
알렉이 제 품으로 뛰어든 작은 몸을 꽉 끌어안고서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수백 년을 기다렸던 그리운 향기가 그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번 생에는 당신과 같은 수명을 가지고 왔다.”
“운명과 딜을 아주 잘 했나 보군.”
“당신을 닮아 내가 괜찮은 장사치가 아닌가.”
“역시 내 반려라니까.”
알렉은 흘러나온 눈물을 들키지 않기 위해 로렌의 어깨에 이마를 비볐다.
로렌은 팔을 최대한 뻗어 그의 넓은 등을 토닥거렸다.
“그새 울보가 되었구나, 당신은.”
“…젠장, 들킬 줄은 몰랐는데.”
“괜찮다. 내게 기대서 얼마든지 울어.”
“그거, 주로 남자가 여자한테 하는 말 아냐?”
로렌의 어깨에 눈물을 닦아 낸 알렉이 고개를 들면서 피식 웃었다.
“그런 시대착오적인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하하, 우리 늑대님, 잔소리는 여전하네.”
식사는 했어? 알렉은 로렌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팔을 두르면서 찻집을 나섰다.
“여전히 고기 좋아해?”
“뭐든 잘 먹는다.”
“얼른 가자. 벨파슨역은 기차가 아직도 2시면 끊기거든. 그 시간 넘으면 식당 다 문 닫아.”
알렉은 걸음을 재촉하며 쥐고 있던 신문을 바닥에 대충 던졌다. 로렌이 재빨리 팔을 뻗어 신문을 낚아챘다. 그 사이에 껴 있던 전단지 하나는 팔랑팔랑 바람을 타고 날아갔지만.
“함부로 쓰레기 버리지 마라.”
“네네,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들으니까 정말 좋다, 늑대님 잔소리.”
맑은 오후의 햇살 아래로 연인의 모습이 멀어졌다. 허공에 날리던 전단지가 그들의 뒤로 사뿐히 떨어졌다.
[검은 뱀을 농락한 늑대를 찾습니다.]『검은 뱀을 농락한 늑대를 찾습니다』 완결
검은 뱀을 농락한 늑대를 찾습니다 2권(완)
전자책 발행 : 2023년 1월 2일
지은이 : 로퓨어
펴낸이 : 권영미
펴낸곳 : (주)가람미디어허브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 9길 10 문래 SK V1 center 718호
출판등록 : 2020년 7월 22일 (제2020-000105호)
이메일 : [email protected]
ISBN : 979-11-409-0449-5 05810
정가 : 3,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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