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3)
– 한국은 어떤가요?
멜라니 로랑이 물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출발이 매우 좋습니다.”
우혁이 대답했다.
–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위기가 매우 좋아요. 비평가들 평가도 좋고, 언론에서도 호의적이에요. 영화를 본 관객들도 그렇고요.
“멜라니 덕분입니다.”
– 캐스팅해 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고맙죠. 흔쾌히 캐스팅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우혁 씨하고 제가 잘 어울렸나 봐요. 실제 부부 같다고 하더라구요.
한국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시사회 때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멜라니와 우혁이 실제 부부처럼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우혁은 촬영 당시 멜라니를 아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극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멜라니는 온데간데없고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 [어메이징 라이프>도 [플럼범 바이러스>처럼 잘 만들어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잘하실 겁니다.”
– 파리에는 언제 오시나요?
“다다음 주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 부탁하신 집은 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또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우혁은 멜라니에게 한국에서 나쁜 소문이 돌고 있다는 말을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아직은 그리 많이 퍼진 건 아니니까.
***
송유미가 청담패션거리에서 백곰의 차를 기다렸다.
송유미 옆에 서 있던 20대 중반의 두 여자가 얘기를 나누는 소리가 송유미 귀에 들려왔다.
한 여자는 빨간 테의 안경을 쓰고, 다른 여자는 14k 드롭 귀걸이를 하고 있었다.
“강우혁이 멜라니 로랑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니!”
“그러게 말이야.”
“강우혁 완전 실망이다. 시상식 때마다 아내를 들먹이면서 애처가인 척하더니, 이제 보니 2중 인격자잖아.”
송유미가 빨간 안경과 드롭 귀걸이를 바라보았다.
“실례합니다.”
“?”
“?”
“강우혁 오빠가 멜라니 로랑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셨는데, 직접 보신 건가요?”
두 사람은 ‘뭐야?’ 하는 눈빛으로 송유미를 흘겼다.
“소문 들었어요. 근데 왜요?”
“그 소문 어디서 들으셨죠?”
“제가 왜 그쪽한테 그걸 얘기해야 하죠?”
드롭 귀걸이가 팔짱을 끼고서 턱을 치켜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리는 작자가 누군지 찾아서, 유언비어 유포죄로 경찰서에 집어넣으려구요.”
송유미가 드롭 귀걸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뭐래?!”
“야야, 그냥 가자. 강우혁 팬인갑지.”
“별꼴이야, 진짜!”
빨간 안경과 드롭 귀걸이는 송유미를 흘겨준 뒤 걸음을 옮겼다.
마침 도착한 백곰은 차 안에서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기어를 P에 놓고 핸드브레이크를 올렸다.
“우혁 오빠,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송유미가 속이 상해서 두 여자의 뒤통수를 향해 항의했다.
두 여자가 뒤를 돌아보더니 송유미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댁의 애인이나 잘 간수하시지. 연예인 걱정 하지 말고.”
드롭 귀걸이가 송유미에게 쏘아붙였다.
빨간 안경의 팔짱을 끼고서 데리고 갔다.
송유미는 속이 상해서 발을 탕탕 굴렀다.
“유미야!”
차에 서 내린 백곰이 송유미를 불렀다.
송유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왜 그래?”
“우혁 오빠가 멜라니 언니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잖아.”
“차에 들어가 있어.”
백곰은 두 여자를 쫓아가 불러 세웠다.
“저기요!”
두 여자가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이건 또 뭐야?’ 하는 표정으로.
“강우혁 형하고 멜라니 로랑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셨다면서요.”
백곰이 공손하게 물었다.
“그래서요?”
“저는 강우혁 씨 매니저입니다.”
백곰이 명함 두 장을 꺼내 두 여자에게 나눠 주었다.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매니저로서 여쭤 보는 거니까요. 그 소문 어디서 들으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백곰의 공손한 태도에 두 여자는 경계를 풀고서 명함을 살폈다.
“진짜 강우혁 매니저예요?”
“예, 그렇습니다.”
“어머어머! 진짠가 봐. 웬일이니!”
“소문 어디서 들으셨지요?”
“인터넷 댓글에서 봤어요. 얼핏!”
“얼핏···. 혹시 그 댓글 보신 곳 기억나시나요?”
“그걸 어떻게 기억해요. 강우혁 관련 기사에서 봤을 거예요.”
“제가 직접 찾아봐야겠네요.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근데, 매니저님! 멜라니랑 사귀는 거 맞아요?”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과민반응을 보이세요?”
“매니저들이 원래 담당 연예인에 대한 말을 민감하게 받아들입니다. 특히 나쁜 소문을 들으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그런 소문을 막는 게 매니저가 할 일이거든요.”
“그렇구나! 그럼, 저 아가씨도 매니저예요?”
“저분은 매니저가 아니라 강우혁 형 메인 스타일리스트입니다.”
“정말요?”
“어머 세상에! 이름이··· 송유미?”
“그런데 어떻게 이름까지···?”
“저희도 스타일리스트거든요. 송유미 씨, 한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아카데미 시상식 때 입은 의상, 정말 최고였어요.”
“와, 저분이 송유미 씨구나!”
“매니저님! 혹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안 필요하세요?”
“글쎄요. 그건 송유미 씨한테 여쭤 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송유미 씨가 메인이니까요.”
“가서 인사드리자.”
“아까 째려봤잖아.”
“사과하면 되지. 나중에 만날지도 모르잖아. 지금 사과 해놓지 않으면 골치 아파.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데! 가자.”
빨간 안경과 드롭 귀걸이는 백곰의 차 옆에 서서 이쪽을 보고 있는 송유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몰라봤어요.”
“죄송합니다.”
빨간 안경과 드롭 귀걸이가 송유미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저희도 스타일리스트거든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 예!”
송유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언니는 제 롤모델이에요.”
“저두요.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우혁 오빠랑 멜라니 언니,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말, 어디서 들었죠?”
송유미가 빨간 안경과 드롭 귀걸이에게 물었다.
빨간 안경과 드롭 귀걸이가 시선을 교환했다.
“사실은···.”
드롭 귀걸이가 입을 열었다.
***
“이번에는 두 달밖에 안 되는데, 나랑 민서는 안 가면 안 될까?”
아내가 우혁에게 말했다.
“세 달이 될 수도 있어.”
프랑스 영화 제작 시스템은 할리우드와 달랐다.
한국과 비슷했다.
감독의 권한이 절대적이고, 촬영 일정도 유동적이었다.
멜라니는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 했다.
9월에 있을 베니스 영화제에 월드 프리미어로 출품하려면 늦어도 6월 말까지는 촬영을 마쳐야 한다.
계획대로 2주 뒤, 4월부터 촬영을 시작한다면 6월 말까지 3개월 남았다.
후속 작업에 여유를 가지려면 조금이라도 일찍 촬영을 마치는 것이 좋다.
[어메이징 라이프>는 [플럼범 바이러스>에 비해 훨씬 단순한 스토리이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플럼범 바이러스>를 2개월 만에 촬영을 끝냈으니 [어메이징 라이프>가 더 짧아야 마땅하겠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프랑스는 프랑스의 사정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멜라니하고 내 관계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
“이상한 관계라니?”
“부적절한 관계.”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 무시해.”
“무시할 일이 아니야.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 만약 나 혼자 프랑스에 가면 말들이 더 많아질 거야.”
“···.”
“같이 가. 같이 가서 시간 날 때 여행도 다니고, 그러자.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독일, 체코···.”
“그럴 시간이 될까?”
“내가 촬영할 때는 운전기사하고 보디가드를 구해 줄 테니까 민서 데리고 둘이서 여행을 다녀.”
“나 혼자 다니는 건 싫어. 오빠하고 같이 다닐래.”
“촬영 쉬는 날이나 촬영 일정을 끝낸 뒤에 함께 다녀도 되고.”
“알았어. 그렇게 해.”
“고마워.”
“고맙긴. 데려가 줘서 고맙지.”
“무섭지 않아?”
“희한하게 미국 갈 땐 무서웠는데 이번엔 별로 무섭지 않네. 조금 설레기도 해. 에펠탑이나 루브르 박물관도 보고 싶고, 센 강 유람선도 타고 싶어.”
“칸에도 꼭 가보자. 아름다운 휴양 도시거든.”
“그래. 데려가 줘. 오빠 덕분에 파리지앵이 되어 보네.”
“파리에 가서 마음껏 즐겨. 쇼핑도 하고, 여행도 하고. 돈 아끼지 말고 펑펑 써. 그러려고 버는 거니까.”
“오빠는 너무 일만 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번에는 좀 쉬었으면 좋겠어. 곧바로 작품 들어가지 말고.”
우혁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럴 수 없을 것 같기에.
[어메이징 라이프> 촬영이 끝나면, 연예인 기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해서 우혁이 기획사 일에 뛰어든다는 건 아니다.
우혁은 사업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연기자로 살다가 연기자로 생을 마감하고 싶을 뿐.
기획사를 하려는 것은 백곰의 능력을 다른 배우에게도 나눠 주고 싶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백곰을 로드 매니저로 데리고 다닐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백곰은 기획사를 할 생각도 없고, 초기에는 기획사를 꾸려 나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우혁이 방향을 잡아주고 틀을 갖춰 주려는 것이다.
백곰이 할 일은 대표로서 기획사를 이끌되, 작품을 고르는 일에 관여해 주면 된다.
필요하다면 전문 경영인을 둘 수도 있다.
중간 간부를 맡아줄 매니저가 한두 명 있으면 기획사를 안정화시키는 데 훨씬 도움이 될 텐데, 아직 그런 매니저가 눈에 띄지 않는다.
‘나무’ 기획사 정의찬 대표 같은 사람이면 좋겠는데, 그만한 사람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테고···.
정 대표의 절친이기도 한 기획사 ‘WOW’의 윤대성 실장 정도라면 좋으련만···.
윤 실장을 본부장으로 스카우트해?
“대답을 못하는 거 보니까 [어메이징 라이프> 끝나고 또 곧바로 차기작 들어가는 모양이구나?”
아내가 상념에 잠겨 있는 우혁을 깨웠다.
“차기작은 [어메이징 라이프> 촬영 끝나고 6개월 뒤에나 들어갈 거야.”
“잘됐다. 그래, 좀 쉬어 가면서 해.”
아내가 반색했다.
우혁은 기획사 얘기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보나마나 반대할 테니까.
“기쁜 소식이 있어.”
아내의 질문을 차단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뭔데?”
“동수한테 애인이 생겼어.”
“정말!? 잘됐다! 누구랑?”
“송유미 씨!”
“유미 씨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 동수 씨도 그렇고. 진짜 잘됐다.”
“프랑스에 가면 같은 집에 살게 할 생각이야. 방 두 칸짜리로 얻어 놨어.”
“한 집에? 그래도 될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법이거든. 옆에서 깎아 줘야지.”
“외국이니까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을 거 아니야.”
“한국에서는 남녀가 가까이 앉아만 있어도 말이 돌지만, 프랑스에서는 상관도 하지 않아.”
“프랑스는 친구 사이인 남녀가 룸메이트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면서. 동거는 다반사고.”
“한편으론 부럽기도 해. 한국은 영화에서 부부 역할만 해도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말이 나오니 원.”
“그러게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강우혁인데!”
고마운 사람.
믿어 줘서 고맙다.
이런 아내를 두고 어떻게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단 말인가.
휴대전화 착신음이 울렸다.
백곰이었다.
– 형! [플럼범 바이러스> 400만 돌파했어.
백곰이 흥분한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5일 만에 이룬 쾌거였다.
“그래?”
– 천만 가볍게 넘을 것 같은데!
“그러면 좋지.”
우혁은 담담했다.
이틀 뒤 목요일에 북미와 유럽에서 동시 개봉하게 된다.
특히 미국.
4,000여 개의 영화관에서 개봉이 될 것이다.
그 결과가 궁금하다.
– 이번엔 나쁜 소식이야.
“말해 봐.”
– 누군지 알아냈어.
“알아내다니?”
– 멜라니 누나랑 형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말을 퍼트리는 사람.
“···.”
– 유미가 우리한테 오기 전에 프리랜서 스타일리스트 팀에 있었잖아. 그 팀장이 말을 퍼트리고 다녔나 봐. 악플도 달고. 유미가 스타일리스트들한테 전화를 걸어 봤거든.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해서 얻는 게 뭐가 있다고.
– 유미가 그 팀장한테 전화를 걸어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팀장이 오히려 화를 내는 것 같더라고. 유미가 울면서 부탁을 해도 소용없지 뭐야.
“증거, 증인 확보해라.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로 고소해야겠다.”
– 나도 그 얘기하려고 전화했어. 그런 친구는 호되게 당해야 다시는 안 그럴 것 같아. 유미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대. 상습범이야.
백곰이 무척 화가 났나 보다.
말릴 줄 알았는데 전혀 말리지 않는다.
말린다고 듣지도 않았겠지만.
용서는 없다!
“그 팀장이라는 사람이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연예인이 누구인지도 파악해서 알려줘. 유미 씨, 잘 위로해 주고.”
– 알았어.
[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