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4)
송유미의 전 팀장은 생각보다 질이 좋지 않았다.
우혁과 멜라니의 부적절한 관계에 관한 최초 악플과 악플의 90퍼센트가 송유미 전 팀장의 짓이었다.
증거는 차고 넘쳤다.
증언을 서 주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과거에 그녀의 팀원이었던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만 해도 네다섯.
그중에는 전 팀장이 친구라고 생각하는 동료 팀장도 있었다.
송유미 전 팀장의 못된 짓을 확인한 이상, 더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본인에게 사실을 알리고 고소장 제출을 통보했다.
위기를 느꼈는지 팀장이 영화사 사무실로 우혁을 찾아왔다.
“제가 잘못한 부분 인정합니다. 생각이 짧았고, 사과드립니다.”
입으로만 사과를 하고 있었다.
표정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이글거렸다.
“하지만 저도 배우님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제가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드려야지요. 말씀해 보세요.”
“얌전히 일 잘하는 아이를 데리고 가셨죠. 제가 기껏 일 가르쳐 놨더니 채 가신 거, 잘못하신 겁니다. 법적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지만,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더 뻔뻔한 친구로군.
우혁은 표정 변화 없이 맞은편에 앉은 친구의 눈을 응시했다.
그 친구는 우혁의 눈을 차마 똑바로 보지 못했다.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고, 옆자리에 놓여 있는 핸드백을 의식했다.
핸드백.
휴대전화가 들어 있을 테고.
녹음 중이겠지.
사과를 받아서 항명 자료로 쓰시겠다?
“팀장님은 송유미 씨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노동을 착취하셨습니다. 하루에 15~18시간, 가끔은 24시간 일을 시키면서 한 달에 50만 원 주셨지요? 한번은 협찬 받은 옷에 커피가 묻었다고 세탁비 20만 원을 삭감하고 준 적도 있고요. 송유미 씨가 커피를 쏟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잠깐만요. 그 문제를 왜 지금, 배우님과 상관없는··· 논점에서 벗어난 것 같은데요. 송유미를 팀장인 저한테 말도 하지 않고 데리고 가셨잖아요. 도의적으로 잘못하신 거 아닌가요? 그 부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팀장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우혁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표정은 평온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떠오르는군요. 누가 누구한테 사과를 하라는 건가요? 지금 이게, 남의 명예를 훼손하고 허위사실 유포한 사람의 태도입니까?”
“그건 아까 제가 사과했잖아요.”
“사과 받은 적 없습니다.”
유도 심문.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었다.
핸드백 속의 휴대전화.
“아까 제가 분명히 사과를 드렸습니다.”
“언제요?”
“좀 전에요.”
“저는 팀장님의 사과를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
“기가 막혀서···.”
팀장이 옆자리에 놓여 있는 핸드백을 흘낏 쳐다보았다.
너무 티가 난다.
조금만 약을 올리면 핸드폰을 꺼내서 녹음 내용을 들려줄 것 같다.
“꺼내서 확인해 보세요.”
“예?”
“핸드백 속에 있는 휴대전화요. 녹음 중이잖아요.”
“노, 녹음··· 안 하거든요.”
팀장이 발끈했다.
말을 더듬지라도 말든가.
“탁자 위에 올려놓고 녹음하세요. 저도 녹음할 테니까.”
우혁은 미소를 머금은 채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버튼을 누른 뒤,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휴대전화 말고도 지금 장면을 녹화하는 게 있다.
반려동물용 홈 CCTV.
실시간으로 송유미, 백곰, 변호사가 이 장면을 보고 있을 것이다.
파일 저장이야 당연한 거고.
팀장은 생각대로 잘 되지 않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 보상, 10억 요구할 생각입니다. 제 생각이 아니고 변호사의 의견입니다.”
“시, 십 억요?”
“[플럼범 바이러스>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에 개봉을 했는데, 프랑스보다 한국의 관객수와 수익이 훨씬 적습니다. 미국이 어제 개봉을 했는데, 한국의 개봉 첫날보다 여섯 배나 많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같은 영화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변호사의 판단은 팀장님의 허위사실 유포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팀장님께서 진심어린 사과를 하시면 그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는데, 팀장님을 만나 보니 법적 판단에 맡기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팀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프랑스도 미국보다 현저히 적은 관객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일까요? 팀장님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저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을 끼쳤습니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멜라니 로랑도 팀장님을 고소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아직 이 일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만, 잠시 뒤에 전화를 드릴 생각입니다. 프랑스 명예훼손죄는 한국보다 단호할 거예요.”
팀장이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여전히 입에 발린 사과를 하고 있었으니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악어의 눈물을 짜내고 있다.
“제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송유미 씨에게도 사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송유미 씨에게 폭언, 폭행했던 거 고소한다고 들었습니다. 휴대전화에 녹음한 것도 있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확보한 것 같던데.”
팀장이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 멀었는데 벌써 이러시면 어쩌나.
“팀장님이 남긴 댓글을 조사하면서 다른 연예인들에게 남긴 댓글들도 많더군요. 현재 담당 연예인에 관한 것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경찰에서 조사를 할 테고, 담당 연예인들에게 확인 차 연락이 갈 겁니다.”
팀장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억지로 짜내던 악어의 눈물도 뚝 멈췄다.
“팀장님과 함께 일했던 이전 팀원들과 동료 스타일리스트들, 연예인들, 의류 매장 디자이너와 직원, 모델들이 팀장님께서 저와 멜라니 로랑을 음해했던 일을 증언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분들의 휴대전화에 팀장님의 목소리가 녹음이 된 것도 있고, 차량 블랙박스, 미용실과 의류 매장 CCTV에 찍힌 장면도 있더군요.”
무릎을 꿇고 있던 팀장이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닥이 차갑습니다. 의자에 앉으십시오.”
우혁이 친절하게 말했다.
부드럽게 말했지만 명령처럼 들렸는지 팀장은 힘겹게 일어나 소파에 앉았다.
“차 한 잔 드십시오.”
팀장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안쓰러웠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평소의 우혁이라면 여기서 용서를 했겠지만, 그렇게 하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용서를 하더라도 진심으로 뉘우칠 때, 해야 한다.
아직은 아니다.
“어떻게 사셨길래 팀장을 도와주겠다는 분이 한 분도 안 계신지 안타깝네요. 지난번에도 이 비슷한 일을 겪으셨다면서요? 그 연예인은 고소를 취하하셨다지요? 하지만 저는 고소를 취하하고 싶어도 증언을 서 주시겠다는 분들이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
“그럼 차 한 잔 마시고 천천히 나오십시오.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팀장은 정면의 어느 일점에 시선을 부려놓은 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우혁이 일어나 문을 열려는데.
덥석!
“살려 주세요, 배우님!”
팀장이 우혁의 한쪽 다리에 매달렸다.
“용서만 해주시면 배우님이 원하시는 거, 다 하겠습니다.”
옷이라도 벗을 태세였다.
가슴골이 잘 보이도록 슬며시 손으로 블라우스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실망스러웠다.
매우!
마지막 발악이자 공격이었다.
걸려들면 역전이다.
추하기 짝이 없었다.
차라리 욕설을 퍼부을 것이지···.
“팀장님!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시겠습니까?”
우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예!”
팀장이 회심의 미소를 숨긴 채 재빨리 대답했다.
“우선, 이 다리 좀 놓아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다리를 놓았다.
“소파에 앉아 주세요.”
팀장이 소파에 가서 앉았다.
우혁이 옆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비워 두었다.
“오른손 들어보실래요?”
우혁의 요구에 팀장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작별 인사할 때처럼 손을 흔들어 주세요. 이렇게!”
우혁이 시범을 보였다.
팀장이 그렇게 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 좋아요 그렇게! 표정이 너무 딱딱하군요. 미소를 지으면 더 보기 좋을 것 같아요.”
팀장은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작별 인사라도 하듯이.
“잘 가요!”
우혁은 팀장과 똑같이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제야 팀장이 손짓을 멈추었다.
얼굴 위에 남아 있던 미소가 서서히 흘러내렸다.
뜨거운 열기에 녹아내리는 밀랍 인형의 얼굴처럼.
***
“안쓰러워!”
노트북으로 사무실에 놓여 있던 반려동물용 홈 CCTV에서 전송하는 장면을 보던 송유미가 백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쓰러워할 것 없을 것 같은데···.”
백곰이 턱으로 노트북 모니터를 가리켰다.
모니터에는 팀장이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팀장님이 왜 저러시지?”
“정말 못된 사람이다.”
백곰이 혀를 내둘렀다.
“설마···?”
송유미가 놀란 표정으로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 법.
손바닥으로 입술의 립스틱을 마구 문지르더니 손으로 머리카락을 헝클었다.
스스로 자신의 블라우스와 치마 속옷을 찢은 뒤,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뭔가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블라우스를 좀 더 찢고, 스타킹도 찢으려고 했다.
스타킹이 잘 찢어지지 않자, 핸드백에서 볼펜을 꺼내 구멍을 냈다.
“왜 저러는 거지? 도대체 왜···.”
송유미가 말을 잇지 못했다.
“괴물이야! 끔찍한 괴물!”
백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송유미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하려고?”
백곰이 송유미의 손목을 잡았다.
“가서 말려야지.”
“그럴 거 없어. 유미야, 앉아!”
백곰이 부드럽지만 완고한 표정으로 송유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송유미가 의자에 도로 앉았다.
노트북을 외면한 채.
***
팀장은 그길로 경찰서를 찾아가 우혁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신고를 했다.
언론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나.
곧바로 ‘강우혁 성추행 사건’이 포털 사이트 검색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반전.
반려동물용 홈 CCTV에 찍힌 파일이 공개되었던 것이다.
그것으로 팀장은 회복하기 힘든 나락으로 떨어져 버렸다.
자기가 판 무덤.
조용히 지나갈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으나 스스로가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부나비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우혁은 한동안 포털 사이트 상위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플럼범 바이러스> 홍보에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가장 먼저 개봉한 한국과 프랑스는 물론이고 북미와 유럽에서 놀라운 성공 행진을 이어나갔다.
개봉 1주일이 지나자 [플럼범 바이러스>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외국 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사상 두 번째 있는 일이었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던 날, 우혁에게는 또 다른 경사가 있었다.
[어메이징 라이프> 다음에 할 작품이 손에 들어온 것이다.그것도 세 편이나.
세 작품 모두 백곰을 통해 들어온 작품이었다.
“셋 다 너무 좋아.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 셋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데, 난 못하겠어.”
백곰이 최종 선택을 우혁에게 떠넘겼다.
세 편 모두 읽었고.
세 편 모두 마음에 들었다.
어느 한 편도 버리기 아까웠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 부나비와 북미 박스오피스, 그리고 차차기작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