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83)
매주 다양한 게스트들을 초대해서 네 명의 MC들이 게스트들의 근황과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답하는 리얼 토크쇼 프로그램 ‘텔레비전 스타’ 녹화장.
녹화를 시작한 지 한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우혁은 단독 게스트로 출연해 MC들과 편안한 표정으로 토크를 이어갔다.
“마농이 춤을 추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앵무새가 무슨 작사 작곡을 합니까? 나 참! 그 부분에서 욕할 뻔했어요.”
MC 중 한 명인 김허풍이 삐딱한 자세로 앉아 맞은편에 앉은 우혁에게 다분히 시비조로 말을 건넸다.
“그렇다고 무슨 욕을 하니?”
윤종선이 웃음 띤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김허풍을 타박했다.
“개연성이 전혀 없잖아. 형은 앵무새가 작사 작곡을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슈퍼맨이 비행기보다 빨리 달리는 건 말이 되고?”
“여기서 슈퍼맨이 왜 나와? 그거하고 이거하고 같아?”
“다를 게 뭐가 있어. 시적 허용 몰라, 시적 허용?”
“시적 허용은 또 뭐야? 영화 얘기하는 데 시 얘기를 왜 해.”
티격태격하는 윤종선과 김허풍을 보고 있다가 김진국이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토크에 끼어들었다.
“자자, 진정들 하고. 강우혁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어른을 위한 동화이라고 생각하고 봤기 때문에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습니다만, 이 설정이 다소 과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혁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슈퍼맨은 히어로 영화니까 비행기보다 빨리 날아다니는 걸 문제 삼는 관객은 없을 겁니다. [어메이징 라이프>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데, 앵무새가 작사 작곡을 하거든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저도 그 부분이 걸렸습니다.”
우혁이 네 명의 MC들과 눈을 맞추며 발언을 이어나갔다.
“거봐! 걸렸다잖아. 그게 정상이지. 앵무새가 작곡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김허풍이 반색하며 큐시트 든 손으로 윤종선에게 삿대질을 했다.
“그런데 앵무새 마농의 말을 다른 등장인물은 듣지 못합니다. 주인공 줄리앙에게만 들리죠.”
네 명의 MC들은 각자의 자세와 표정으로 우혁의 말을 경청했다.
“혹시 어린아이가 인형이나 피규어, 로봇 장난감하고 말을 하는 걸 본 적 있으세요?”
우혁이 MC들에게 물었다.
“우리 아들이 네댓 살 때, 로봇하고 얘기를 합디다.”
“그때 로봇이 아드님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던가요?”
“그걸 어떻게 들어요. 아들놈이 상상으로 하는 짓인데.”
“[어메이징 라이프>의 주인공 줄리앙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은 어른입니다. 마농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줄리앙의 상상이라는 거죠.”
“아하, 그러니까 작사 작곡도 결국은 줄리앙 스스로가 한 거네!”
내내 리엑션만 취하던 차태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언했다.
“그렇죠. 마농은 줄리앙의 잠재 능력을 일깨워 준 자극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줄리앙에게 마농은 경이로운 선물이고 만남이죠. 여주인공 비올레타도 그렇구요.”
“그런 거였어요?”
김허풍이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이 앵무새하고 얘기하는 건 순수한 게 아니라, 정신병원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냥 넘어가기 섭섭했는지 김허풍이 토를 달자 세 명의 MC이 힐책과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에이, 그건 아니다.”
“병원은 네가 가야 되겠다.”
“허풍아, 약 먹자.”
“정신병원 발언, 편집해 주세요.”
김허풍이 제작진을 향해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빌보트 차트 10위권 안에 들었다면서요?”
큐시트를 보며 김허풍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예.”
“수입 꽤 짭짤하죠?”
김허풍이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물었다.
“짭짤합니다.”
우혁이 김허풍의 질문에 호응해 주었다.
“몇 년 전에 ‘가면무도회’에서 7준가 8준가 연속해서 가왕 자리를 차지하셨죠.”
“그때 내가 판정단이었잖아.”
“가로등지기!”
“노래 정말 잘하시죠.”
김진국, 김허풍, 차태훈, 윤종선이 차례로 한마디씩 했다.
“뮤지컬 [알람>도 봤는데, 그때 폭발적인 성량에 놀랐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다른 음색으로 부르더군요. 음폭이 굉장히 다양하고 폭넓은 것 같습니다.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구요.”
윤종선이 뮤지션으로서 진지하게 발언했다.
“가수로 전향할 생각 없으세요? 강우혁 씨한테 어울리는 곡이 있는데···.”
“결국은 얘기를 하는구만. 이 형, 이 얘기 하려고 내내 벼르고 있었다니까. 사심 좀 드러내지 마.”
“아까워서 그러지. 이렇게 좋은 보이스를 가진 가수를 만나기가 쉽지 않거덩.”
김진국이 김허풍과 윤종선의 대화를 받아 우혁에게 물었다.
“가수하실 생각은 없으세요? 음반을 내신다거나. 제가 듣기로는 프랑스에서는 한국의 이브 몽땅으로 불린다고 하던데요. 이브 몽땅처럼 가수와 배우를 겸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뮤지컬이나 음악 영화를 하면서 연기의 일환으로 노래를 부를 기회가 되면 부르겠지만, 연기와 관련 없이 음반을 낼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어메이징 라이프> 삽입곡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음반을 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이 줄을 이었다.한국은 물론이고 해외 유명 뮤지션까지.
그중에는 미국의 메이저 음반사도 있었다.
미국의 음반 시장은 수많은 제작업자 및 배급업자로 이루어진 한국과 달리 ‘UMG(Universal Music Group),’ ‘EMI,’ ‘Sony/BMG’ 그리고 ‘Warner Music Group’ 등 막강한 경쟁력을 지닌 소수의 메이저 음반사들이 미국 대중음악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이들 메이저 음반사들은 수많은 가수들과 음반 계약을 맺고 있으며, 새 음반과 새 가수들이 나올 때마다 높은 비용을 들여 각종 매체를 통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콘서트 투어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다.
미국의 음반 산업은 그야말로 ‘돈’과 ‘투자’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수를 꿈꾸는 가수 지망생들은 메이저 음반사들과 계약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가수가 되어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메이저 음반사들은 콧대가 높기로 유명하다.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하기는 숫제 하늘의 별따기.
그런 음반사로부터 연락이 온 것이다.
그것도 세 군데에서.
하지만 우혁은 그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훌륭한 생각이에요. 배우로서 성공하겠어요.”
우혁의 대답을 듣고 김허풍이 우혁에게 엄지를 세워 보였다.
“이미 성공했어, 이 사람아! 세계 3대 영화제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휩쓴 사람이야. 어디서 신인배우 격려하듯이 하고 있어. 세계적인 대배우한테.”
윤종선이 김허풍을 타박했다.
“모르는 거 아닌데, 세계적인 대배우라고 하기는 아직 좀 그렇지 않아요? 내 말이 틀렸어요?”
김허풍이 우혁에게 물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아직 멀었죠. 세계적인 배우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겸손하시네. 엄청난 부자라고 들었는데 말이에요. 우리끼리 얘기입니다만, 총 재산이 얼마나 됩니까? 100억 넘죠?”
“100억은 무슨··· 1000억도 넘을걸?”
김허풍의 말에 김진국이 귀띔했다.
“1000억!?”
김허풍과 윤종선, 차태훈이 동시에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사실이에요?”
김허풍이 우혁에게 물었다.
우혁은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하신 분이시네! 존경합니다.”
김허풍이 머리를 숙였다.
“아이고, 형님! 잘 부탁드립니다.”
차태훈도 탁자 위에 두 손을 짚고서 조아렸다.
“자기보다 열 살이나 어린 사람이야.”
“나이가 무슨 상관이에요. 1000억 재산 가진 사람은 무조건 형님이죠.”
김진국이 나이를 환기시키자, 차태훈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형님이 뭐야. 예의 없이! 당숙 정도는 돼야지. 잘 부탁합니다, 당숙어른!”
윤종선이 두 손을 모으고서 깍듯이 머리를 숙였다.
***
방송이 나간 뒤, 네티즌들은 우혁의 재산을 두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1000억! ㅎㄷㄷㄷ
-만약 나한테 1000억이 있다면, 평생 일 안하고 탱자탱자 놀겠다! 여행이나 다니면서…
-당숙어른이면 5촌인가? 예의 없이! 증조부님은 되어야지.ㅋ
┖증조부님? 약해! 나는 신으로 모시겠소. 강우혁 신이시여!
-장인어른으로 모시고 싶으다.
-돈 많은 거, 자랑하러 나왔냐? 기부나 해라, 나한테…
┖강우혁이 자랑한 적 없거든요. MC들이 떠들었거든요.
┖그러는 당신은, 돈 없는 게 자랑이냐?
┖강우혁 직접 봤는데, 명품 하나 걸치지 않고, 국산차 몰고 다니더이다.
┖국내 배우 중에서 기부금이 제일 많다는. 하지만 당신한테는 안 한다는.
-고작 1000억? 강우혁인데?
***
-만약 나한테 1000억이 있다면, 평생 일 안하고 탱자탱자 놀겠다! 여행이나 다니면서…
댓글 하나가 우혁의 눈에 들어왔다.
“그 정도 재산이면 평생 일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연기 계속하실 건가요?”
‘텔레비전 스타’에서 1000억 재산 얘기가 오가고 난 뒤, 김진국이 우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입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시는 걸 보니, 강우혁 씨에게 연기는 천직인 것 같습니다.”
평생 쓸 돈을 가지게 되었을 때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천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연기는 우혁에게 천직이다.
“돈을 받지 않고도 할 수 있어요?”
김허풍이 청문회 질의를 하듯이 우혁을 노려보았다.
“못 합니다.”
0.1초의 망설이도 없이 대답했다.
“솔직하시네! 프로니까 당연히 그래야죠. 저도 돈 안 받으면 이 프로 안 합니다. 왜 해요. 돈 벌려고 하는 거지. 안 그래요?”
김허풍이 동의를 구하며 우혁뿐만 아니라 MC들과 제작진까지 큐시트로 빠르게 가리켰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이상 노동이 아니라 유희이다.
즐거운 놀이.
돈을 받지 않고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우혁은 대답은 예스!
할 수 있다.
연기는 우혁에게 즐거운 유희이기도 하다.
연기를 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큰 선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늘 감사한 것도 아니고.
가끔은 의무나 책임으로, 무겁게 여겨질 때도 있다.
먹고살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못 한다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런데 [마른 풀잎의 노래>라는 영화는 노개런티로 출연하셨잖아요. 제작비까지 대지 않았어요?”
차태훈이었다.
“그랬어요? 왜 그랬어요? 그러다 망하면 어쩌려고?”
김허풍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영화는 예외입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고 괜찮은 역할인데 제작비가 부족할 경우에는 노개런티로 출연합니다.”
변명이라도 하듯이 둘러댔다.
“차기작도 노개런티로 출연하지 않나요?”
차태훈의 질문이 우혁을 코너로 몰았다.
차기작 얘기를 어떻게 알고 있지?
아직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는데···
차태훈은 베테랑 영화배우이다.
우혁의 차기작 출연 정보를 어딘가에서 들은 모양이다.
“그런가요?”
우혁이 멋쩍은 표정으로 차태훈에게 되물었다.
“훌륭한 사람이네!”
김허풍이 감탄했다.
“차기작이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네요. 출연한 작품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는데, 이번 작품도 그럴 것 같습니까?”
김진국이 우혁에게 물어왔다.
우혁이 말문을 열기 전에 김허풍이 끼어들었다.
“한 번쯤은 망할 때도 됐는데···. 아니아니, 오해는 하지 마세요. 인생사라는 게 그렇잖아요. 신이 아닌데, 어떻게 하는 일마다 성공할 수 있겠어요. 실패할 수도 있다 이거죠. 저는 차기작, 성공하길 바랍니다.”
“아닌 것 같은데? 아니잖아. 솔직히 말해. 어디서 사기를 치고 있어.”
윤종선이 이죽거렸다.
“그래요. 아닙니다. 망하는 거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나는 남 잘되는 거, 배 아파서 못 보겠어. 형은 안 그래?”
김허풍이 발끈했다.
“사실은 나도 그래.”
“저도 배 아파요.”
“배 아프지.”
윤종선, 차태훈, 김진국이 동시에 김허풍의 말에 동조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합니다. 성공을 빌어주십시오.”
우혁이 부탁했다. 미소를 머금은 채.
그러자 김진국, 윤종선, 차태훈, 김허풍이 차례로 발언했다.
“농담입니다, 농담!”
“당연히 성공을 빌어드려야지요.”
“그럼요.”
“저는 농담 아니에요. 어떤 작품인지 들어봅시다. 들어보고, 성공을 빌어주든 어쩌든 하겠습니다.”
[ ‘텔레비전 스타’에 출연하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