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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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뉴스 인터뷰
“안녕하세요, 김승민입니다.”
김승민이 사람 좋은 웃음을 머금고서 우혁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히며 손을 내밀었다.
‘김승민의 현명한 소비’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20년째 ‘연예인뉴스’의 고정 리포터였다.
“강우혁입니다. 반갑습니다.”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팬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진짜 팬이에요. 가로등지기 너무 멋있어요.”
“영광입니다. 제 아내가 ‘현명한 소비’ 열혈 시청자입니다.”
“현명한 아내분을 두셨군요. 하하하!”
김승민이 호쾌하게 웃었다.
“공중파 인터뷰는 저희가 처음이라면서요.”
“예.”
공중파뿐만 아니라 종편 인터뷰도 한 적이 없다.
인터넷 매체와 신문, 잡지 인터뷰를 몇 번 해보았을 뿐.
“그런데 전혀 안 떠시네요. 말투와 행동에서 여유가 느껴지십니다. 방송 인터뷰 처음하시는 분들은 엄청 긴장하거든요.”
“편안하게 해주신 덕분에 긴장이 덜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입니다. 오늘 촬영은 촬영장 여기저기를 오가면서 얘기를 주고받는 컨셉으로 진행할 생각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습니다.”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얘기를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해줬으면 하는 질문 있으면 귀띔해 주세요.”
“따로 생각해 둔 건 없습니다. 질문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참, 다음 주에 주말 예능 ‘아름다운도전’ 게스트로 출연하신다면서요?”
“예.”
“축하드립니다. 어떤 활약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잘 보겠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준비되셨나요?”
“예.”
김승민이 오프닝 멘트를 했다.
“오늘은 말이죠. 장안의 화제 [서울 가로등>의 가로등지기 역할을 맡은 강우혁 씨를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되시죠? 저도 그렇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가로등지기 팬이 되었거든요. 여러분! 강우혁 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카메라가 우혁을 향한다.
“안녕하세요, 강우혁입니다. 저희 드라마 [서울 가로등>을 아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이 [서울 가로등> 마지막 촬영이라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여기는 [서울 가로등> 촬영장입니다. 살짝 구경 좀 할까요? 저쪽에 욕쟁이할멈 역할을 맡으신 권선자 선생님이 계시네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강우혁 씨한테 시원하게 욕 좀 해주세요. 삐삐 처리해 드릴 테니까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욕할 게 있어야 하지, %^*&@@%#야.”
“우하하하! 욕은 제가 먹었네요. 선생님, 강우혁 씨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한마디 해주십시오. 욕도 좋고, 칭찬도 좋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그럼요.”
“그럼 거기 좀 있어 봐.”
권 여사가 이쪽으로 걸어와 길을 가로막고 있는 김승민을 살짝 밀치고는 우혁에게 다가왔다.
“한번 안아 보자.”
권 여사가 우혁을 포옹했다.
“고생 많았어. 앞으로 어디 가든지 지금처럼만 해. 그렇게만 하면 한국에서 제일로다가 이쁜 배우가 될겨.”
“명심하겠습니다, 선생님!”
권 여사가 포옹을 풀자 김승민이 권 여사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강우혁 씨는 어떤 배우인가요?”
“이쁜 배우야. 아주 이뻐.”
권 여사는 그렇게 말하며 저쪽으로 걸어갔다.
“나도 오빠 안아 볼래. 우혁 오빠!”
여주인공 서정 역의 박예진이 팔을 벌리고서 다가오더니 우혁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아역배우 출신인 박예진은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연기 경력도 많고, 인기도 우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탑급이다.
극중에서 괴한에게 린치를 당하는 박예진을 가로등지기가 구해 주는 신을 한 뒤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혁은 박예진을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담담하게 대했으나 박예진은 달랐다.
처음에는 우혁을 조금 무시했었다. 듣보잡 배우였으니까.
촬영을 같이 하면서 우혁의 인간미와 마력적인 연기력에 반해 버렸다. 대역 없이 무술 신을 찍을 때는 가슴이 콩닥콩닥 뛸 정도였다. 결혼만 안 했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아쉽게도 우혁은 품절남이다. 남친은 될 수 없지만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오누이 관계가 되기로 했다. 친오빠처럼 듬직하다.
“나도나도!”
저쪽에서 옥자 역의 오승은이 달려왔다.
오승은은 처음부터 우혁을 좋아했다.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가로등지기 역할이 나타나지 않으면 드라마에서 빠질 뻔했으니까.
가로등지기가 빠졌다면 데이빗과 박예진 중심으로 로맨스가 강화된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고 옥자 역은 별 필요가 없거나 있다 해도 단역에 가까운 조연에 그쳤을 것이다. 아예 빠져도 상관없는.
오승은이 가까이 다가오자 박예진이 우혁을 풀어주었다.
“나도 할래!”
은비 역을 맡은 지우가 달려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승민이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프리허그 이벤트라도 하는 건가요? 우리가 시킨 거 아닙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이에요. 지켜보시죠.”
우혁의 품에 안긴 오승은이 눈물을 글썽인다.
[서울 가로등> 덕분에 연기 생활 5년 만에 연기자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갑자기 그동안의 서러움이 북받쳤다.
우혁은 오승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지우가 허벅지에 매달렸다.
오승은이 지우에게 우혁을 양보하고 물러났다.
우혁은 지우를 번쩍 들어올려 안아주었다.
“가로등지기 아저씨 좋아요?”
김승민이 지우에게 물었다.
“예!”
“얼마만큼 좋아요?”
지우가 두 손으로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크게 원을 그려 보인다.
“여기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 누구예요?”
“아저씨!”
지우가 우혁을 가리킨다.
김승민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동료 배우들한테 인기가 엄청 좋군요. 스텝들한테는 인기가 어떤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김승민이 스텝들을 향해 소리쳤다.
“스텝 여러분들! 강우혁 씨하고 프리허그 원하시는 분, 손 들어보세요.”
여기저기에서 손이 올라간다.
여자 스텝들은 거의 다 손을 들었다.
“아니, 그런데 저분은 남자 분이 손을 드셨네. 이리 와 보세요.”
김승민이 남자 스텝을 손으로 불렀다.
조명팀원 중 한 명이었다.
“뭐하시는 분이세요?”
“조명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강우혁 씨하고 허그 하고 싶다고 손을 드신 분 중에서 유일한 남자 분이신데, 창피하시죠?”
“아뇨.”
“남자를 좋아하신다거나 그런 거 아니죠?”
“예, 아닙니다. 지난주에 제가 심하게 체했는데 배우님께서 약국에 가서 소화제도 사다 주시고, 손지압도 해주신 덕분에 나았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허그 원하세요?”
“예!”
“그럼 하십시오.”
김승민이 우혁을 가리키며 옆으로 비켜주었다.
우혁은 지우를 한 손으로 안은 채 조명팀원을 안았다.
“고맙습니다.”
조명팀원은 허그를 끝낸 뒤 우혁에게 허리를 깍듯이 숙이고 자리로 돌아갔다.
“어우 깜짝이야!”
김승민이 화들짝 놀랐다. 바로 옆에 누군가가 서 있었던 것이다.
데이빗이었다.
“데이빗! 반갑습니다. 1년 전인가 인터뷰 했었지요. 그동안 잘 지냈어요?”
“예. 근데, 저도 손들었는데 왜 저는 안 시켜주시나요?”
“뭘요?”
“허그!”
“허그를 하시겠다구요?”
“예!”
김승민은 데이빗의 대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년 전 인터뷰 때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과 프리허그를 유도했는데 데이빗이 단호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머쓱했던 기억이 또렷했기 때문이다.
“이런 거 안 하면 안 되나요? 저는 허그 싫어합니다. 특히 남자하고는 네버!”
그랬던 데이빗이 허그를 하겠단다. 그것도 남자하고.
“하시죠.”
김승민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카메라를 향해 멘트를 했다.
“작년 이맘때를 기억하시나요? 그때 분명히 데이빗이 남자하고는 허그 안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하겠답니다. 보실까요?”
우혁의 품에 안겨 있던 지우가 내려가겠다고 했다.
지우는 데이빗이 불편했던 것이다.
데이빗이 우혁을 안았다.
“고마워요, 형!”
카메라가 데이빗의 표정을 담는다.
데이빗의 눈에 물기가 어려 있다.
허그를 마친 뒤에도 인터뷰는 이어졌다.
마지막 촬영이라 유은아 작가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
“강우혁 씨가 가로등지기 역할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족하십니까?”
“만족! 대만족입니다.”
“아쉬운 점은 없으세요?”
“아쉽다기보다는 원래 수중 촬영 신이 있었는데 피디님하고 고민하다가 빼기로 했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잘한 것 같아요.”
언론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리던 엄 피디도 김승민의 질문에 짧게 응했다.
“피디님, 강우혁이라는 배우를 한마디로 정의해 주신다면요.”
“한물간 피디를 기사회생시킬 수 있는 배우.”
엄 피디는 그 말을 툭 던지고는 우혁을 향해 웃어 보였다.
엄 피디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
[서울 가로등> 마지막 방송이 나갔다.종방 시청률 9.8프로.
종편 시청률로는 이례적이고 놀라운 성과였다.
다들 그 결과에 놀라워했다.
드라마 내용은 칠팔십 년대에나 볼 수 있는 진부한 스토리였으나 오히려 그것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각박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엄마의 품속에 안긴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문화평론가와 연예부 기자들도 이구동성으로 호평을 쏟아냈다.
막장 없는 무공해 청정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드라마의 결말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따뜻했다.
옥자는 복권에 당첨되어 적지 않은 당첨금을 받게 되었고, 그 돈으로 은행나무에서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옥자네 분식집’을 차렸다. 옥자 아버지 이 씨는 정당한 노동으로 피땀 흘려 1년 만에 2천만 원을 모아 집으로 돌아왔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성실한 가장이자 아빠로서 아내와 딸을 도왔다.
서정과 민준은 사랑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였고, 욕쟁이할멈은 아들 박달재가 사준 사내아이 인형을 업고 다니며 행복해했다.
박달재와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갔던 은비 엄마 장미는 이틀 만에 돌아왔고, 은비는 박달재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구김살 없이 잘 자랐다.
한편 은행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었고, 은행나무에 걸려 있던 가로등은 동네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대로 두었다.
구호와 낙서로 지저분하던 벽에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림으로 채워졌다.
가로등지기의 작품이었다.
며칠에 걸쳐 마법의 힘을 빌려 그린 그림은 모두가 잠든 어느 날 밤, 완성되었다.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공 눈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린 진짜 눈이었다.
당시 촬영장에 모여 있던 스텝들과 배우들, 피디, 인터뷰를 하러 왔다가 구경을 하던 김승민까지 모두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했다.
“와아!”
“소름!”
“하늘까지 도와주네. 이러니 드라마가 잘 되지 않을 수가 있나.”
“가로등지기가 정말 마법을 부린 것 같아!”
엔딩 신은 가로등 아래에서 가로등지기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에서 서서히 떠오르며 은행나무와 마을 전체를 조감한다.
우혁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올려다보며 미소를 머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하늘, 아름다운 사람들.
고맙다.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배우가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배우로서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