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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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알아본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우리 조금만 쉴까요.”
우진석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여기서 쉬고 계십시오. 저는 저쪽을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우혁은 그렇게 말한 뒤 저쪽으로 걸어갔다.
우진석은 몸살 기운 때문에 몸이 좋지 않아 자주 쉬었다.
우진석이 쉬면 피디와 카메라맨도 촬영을 중지했다.
우진석은 담당 피디와 카메라맨에게 우혁을 따라다니라고 했지만 우혁은 골목에 숨거나 빨리 달려 피디와 카메라맨을 떼어 놓았다.
피디와 카메라맨은 할 수 없이 우진석 옆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우혁 씨가 또 사라졌어요.”
“날 배려해서 일부러 따돌린 거야. 혼자 다니면 단독 샷을 받을 수 있지만 화면에서 사라진 나는 시청자들한테 욕먹을 수 있거든. 아까 봤지. 자기가 미리 찾아 놓고서 마치 내가 찾은 것처럼 몰아가는 거. 시청자들은 내가 찾은 줄 알 거 아냐.”
우진석과 피디, 카메라맨이 지쳐서 휴식을 취할 때 우혁은 혼자 카메라 없이 골목을 누비며 가로등이 필요한 곳을 찾아 놓았다.
우진욱은 우혁이 승부욕이나 벌칙을 피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날은 어느새 완전히 저물어 가로등이 없는 곳은 어두워서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우혁은 아까 찾아두었던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언덕에 오르자 산책길이 나 있는 동산이 나타났다. 아침저녁으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가로등이 듬성듬성 설치되어 있어서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았다.
“어이쿠!”
카메라맨이 무언가에 걸려 엎어질 뻔했다.
우혁이 카메라맨을 부축했다.
“여기도 가로등이 꼭 있어야겠네요.”
우진석이 말했다.
“저 너머에 고등학교가 있는데 이 길을 이용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학생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혁이 우진석의 말을 받았다.
“잠깐만요. 저쪽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요.”
우진석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서너 명이 한 명의 아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청소년 폭력이나 그런 건 아니겠죠?”
우진석이 걱정스러워했다.
“돈 없다며? 여기 있네. 100원에 한 대씩이라고 그랬다. 만 원이니까 100대다.”
퍽!
“윽!”
아이들의 목소리에 이어 가격하는 소리와 신음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거기 뭐 하는 거야?”
우혁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그쪽으로 달려갔다.
“우혁 씨, 잠깐만요. 우혁 씨!”
우진석이 우혁을 불렀으나 우혁은 어느새 저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해?”
우혁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러는 아저씨는 여기서 뭐하는데요?”
“상관 말고 갈 길 가시죠.”
녀석들이 이죽거렸다.
우혁은 녀석들이 가로막고 서 있는 곳을 뚫고 들어가 겁먹은 안경을 낀 학생에게 가서 손목을 잡고 다시 녀석들을 지나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녀석 중 하나가 학생의 옆구리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우혁이 재빨리 학생을 잡아당겨 뒤쪽으로 보냈다.
그러자 화가 난 녀석이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우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우혁은 주먹을 피한 뒤 녀석의 팔을 비틀어 꺾어 제압했다.
또 다른 녀석이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는 발차기로 녀석의 가슴을 밀어 찼다. 아프게 하려는 게 아니라 뒤로 물러나게 하려는 발차기였다.
우혁의 밀어차기에 당한 녀석이 동료들 쪽으로 밀려났고, 동료들이 녀석을 받았다. 동료들이 받쳐주지 않았더라면 엉덩방아를 찧고 바닥에 넘어졌을 것이다.
우혁은 팔을 꺾어 제압하고 있던 녀석도 동료들에게 밀었다.
녀석들은 그제야 자기들이 대적하기에는 너무 강한 상대라는 걸 깨닫고 슬금슬금 물러났다.
우혁은 녀석들이 달아나길 바랐다.
이소룡 추체험으로 전이받은 무술 이능을 현실에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추체험 덕분에 무술 실력이 생겨났다 해도 연기가 아닌 현실에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이죠. 빨리 좀 와주세요. 예예!”
우진석이 큰소리로 통화를 하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녀석들이 그 소리에 놀랐는지 눈길을 주고받더니 후닥닥 달아나기 시작했다.
우혁은 제자리에 서서 달아나는 녀석들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진석, 피디와 카메라맨이 다가왔다.
“우혁 씨, 괜찮으세요?”
“전 괜찮습니다. 넌 괜찮니?”
우혁은 우진석에게 대답한 뒤 겁먹은 표정으로 서 있는 학생에게 물었다.
“예.”
“아까 쟤들 아는 애들이야?”
“아뇨.”
“쟤들은 널 알아?”
“모를 거예요. 오늘 처음 봐요.”
“앞으로 혼자서는 이쪽으로 다니지 않는 게 좋겠다.”
“예.”
“집은 어디야?”
“저기.”
“집까지 데려다줄 테니까 같이 가자.”
“감사합니다.”
학생이 우혁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친 데는 없니?”
우진석이 학생에게 물었다.
“예.”
“그만하기 다행이다.”
우진석이 학생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경찰에 신고하시는 것 같던데···.”
우혁이 우진석을 쳐다보았다.
“가짜로 신고하는 척만 했어요.”
“역시 저보다 한수 높으시네요. 녀석들이 그 소리에 놀라서 달아나더라구요.”
“제가 소리 지르기 전에 이미 겁을 잔뜩 집어먹은 것 같던데요 뭐. 우혁 씨 없었으면 아까처럼 신고하는 척 못했을 거예요. 만약 그랬다간 지금쯤 걔네들한테 흠씬 두드려 맞고 있을걸요. 여기는 진짜 가로등이 빨리 생겨야겠어요.”
카메라맨은 그 와중에도 일행 앞뒤로 오가며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좀 전 장면은 방송에 나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우혁이 피디에게 말했다.
“일단 촬영 상태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태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문제될 소지가 있는 장면은 걸러내겠습니다. 지금 판단으로는 아까 우혁 씨가 녀석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학생 손을 잡고 나왔잖아요. 주먹다짐 부분을 잘라내고 진석 오빠가 경찰에 신고하는 장면, 녀석들이 달아나는 장면을 편집하면 괜찮을 것 같기는 해요. 제가 그렇게 편집해서 올려도 임 피디님이 최종적으로 판단할 거예요.”
피디가 우혁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우혁 씨 용감하시네요. 저는 불의를 보면 참는 스타일이거든요.”
“사실 저도 비슷합니다. 학생이 맞는 소리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달려갔습니다. 두 분이 있으니까 안심이 되기도 했구요. 저 혼자였으면 못 그랬을 겁니다.”
“어쨌거나 아무도 안 다치고 잘 끝나서 다행입니다.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요.”
우혁이 안도했다.
“너도 다행이다. 우리가 마침 여기 지나갔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어쩔 뻔했어.”
우진석이 학생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학생이 우진석에게 고개를 숙였다.
“옛날 생각나네요. 제가 무명 때 되는 일은 없고 깡통만 보면 걷어차던 시절이 있었거든요. 그때 고등학생들이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 보고 녀석들을 째려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가 녀석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거예요. 식겁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피디가 물었다.
“혀 찬 거 아니다. 노래 부른 거다. 끌끌끌! 시범까지 보여주면서 변명을 했는데도 애들이 계속 시비를 걸더라고. 째려보는 거 다 봤다는 거야.”
“그래서요?”
“나 사시다. 그러면서 사시 흉내를 냈지. 그랬더니 걔들도 어이가 없는지 보내주더라.”
“큭큭!”
카메라맨이 키득거렸다.
“웃냐? 너도 그 상황에 처하면 나처럼 된다니까. 그날 집에 돌아와서 이불킥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애먼 베개 하나 작살냈잖아.”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할 거라고 판단했는지 우진석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의 일을 털어놓았다.
약간의 MSG을 가미했을지 모르지만 우혁은 우진석의 그 모습에 작은 감동을 받았다.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자신의 치부조차 드러낼 수 있는 용기.
배우에게도 그런 용기가 필요하다.
등과 엉덩이 노출을 꺼려한다면 베드신은 찍을 수 없고, 콧물 흐르는 걸 보이려 하지 않는다면 통곡 신은 못 찍는다.
그런 점에서 자신은 아직 멀었다. 엉덩이 노출은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모든 것은 던져야 한다. 제대로 된 배우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우혁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는 베드신도 소화해 내겠다고.
‘추체험 데이터베이스’를 얻기 전에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베드신은 창피해서 못하겠고, 악역은 사람들에게 욕먹을까 봐 주저되고, 통곡 연기를 하다가 콧물이 나오면 콧물을 닦느라 엔지를 냈다.
그런 배우가 잘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치부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을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을 때, 우진석의 휴대전화 메시지 도착 알림음이 울렸다.
-촬영이 종료되었습니다. 스튜디오로 복귀해 주세요.
우진석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촬영이 종료되었다고 하네요. 후유!”
우진석은 그렇게 말한 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혁도 걸음을 멈추었다.
카메라맨은 그런 우진석과 우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혁 씨, 고생 많았어요. 힘들었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체력 정말 좋으시네요.”
“몸살 기운이 있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세요.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중간에 많이 쉬었잖아요. 방송 보는 시청자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제가 쉬는 동안에 우혁 씨는 계속 골목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우진석이 카메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자, 이제 스튜디오로 돌아가서 크로징합시다.”
우진석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때 임 피디로부터 우진석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차창 없는 차량은 제작진이 수거해 갈 테니 택시를 타고 복귀하라는 내용이었다.
기온도 낮은데다가 밤 시간에 차창이 열린 채로 운전하는 게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내린 조치라고 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로 내려가자 우혁과 우진석의 밴이 대기하고 있었다.
우혁이 골목에서 내려오는 걸 발견한 백곰과 송유미가 차에서 튀어 나왔다.
“잠시 각자의 차에 들어가서 몸 좀 녹인 뒤에 출발합시다. 너무 춥네요. 두 사람은 내 차에 가자.”
우진석이 우혁에게 말한 뒤 담당 피디와 카메라맨을 데리고 자기 차로 갔다.
우혁도 백곰과 송유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히터로 따뜻하게 데워진 차에 올랐다.
“많이 추웠지. 이거 마셔.”
백곰이 보온병에서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고, 고현주는 땀으로 지워진 분장을 다듬었다.
송유미는 핫팩 두 개를 따뜻하게 만들어 우혁의 신발을 벗기고 꽁꽁 언 발을 핫팩으로 문질러 주었다.
우혁이 송유미에게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송유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덕분에 온몸이 금세 따뜻해졌다.
“형, 아까 정 실장님하고 통화했는데, [홍길동전> 오디션 일정 나왔대. 그리고 그건 정 실장님이 우려한 것처럼 캐스팅 끝내 놓고 이슈를 끌기 위해 쇼를 하는 게 아니래.”
“다행이네.”
“내로라하는 배우는 다 오디션 볼 것 같다고 하더라.”
“최선을 다해 봐야지.”
“형은 될 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우선 오디션 참가 신청서 제출할게. 1차 서류 심사에 통과하면 오디션 참가 일정을 개별적으로 알려줄 거야.”
“1차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형 요즘 핫한 배우야. 서류 탈락하는 일은 없을 거야.”
“동수야, 허균의 [홍길동전>하고 홍길동에 관한 자료 좀 구해 줘야겠다.”
“알았어, 형!”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홍길동이라는 등장인물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할 생각이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을 추체험하여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승마와 궁술, 검술, 격투술 등에 능했던 역사적 인물도 추체험하여 그들의 능력을 전이 받을 필요가 있다.“지금 스튜디오 들어가서 촬영하면 퇴근은 몇 시쯤 할 것 같아?”
백곰이 물었다.
“가봐야 알겠지만 그리 길게 촬영하지는 않을 거야. 길어야 한두 시간이겠지.”
“형수님이 기다리시겠다.”
“촬영 중간에 통화했어.”
“아까 형수님이랑 통화했는데 하루에 열 번 정도 통화한다면서?”
“열 번은 안 될 텐데···.”
열 번이 넘을지도 모르겠다. 집에 혼자 있을 아내에게 틈 날 때마다 전화를 하니까.
두 달 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이사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우혁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어 했다. 고아로 자란 아내는 시부모님을 친부모처럼 생각했다. 부모님이 아내를 자식처럼 예뻐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집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웠던 것이다.
정작 부모님은 아들 내외와 함께 사는 것을 조심스러워했다. 며느리가 싫어서가 아니라 며느리를 힘들게 할까 봐. 그리고 부모님들도 불편한 점이 있을 테고.
우혁은 아내가 하자는 대로 할 생각이다.
“형은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애처가야. 형만큼 아내한테 전화 자주하는 사람도 드물걸.”
백곰이 말했다.
“나만큼 전화 많이 하는 사람이 있어.”
“누구?”
“우진석 선배.”
“그래?”
“우진석 선배하고 한나절 함께 지내보니까 알겠더라. 왜 우진석 선배한테는 안티가 거의 없는지. 촬영 내내 선배는 자기 자신을 낮추고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애쓰시더라.”
“그래서 별명이 노안티잖아. 똑똑한 시청자는 카메라 뒤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다 알아보거든.”
백곰이 말했다.
한편 우진석은 밴에서 몸을 녹이며 담당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우혁의 활약을 늘어놓았다.
우혁 혼자서 골목을 뒤지고 다닌 사실부터 불량배 녀석들을 쫓아낸 것까지.
담당 피디와 카메라맨도 추임새를 넣거나 부연했다.
“참 괜찮은 친구 같지 않아?”
이야기를 끝낸 우진석이 동의를 구했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스타일리스트 중 한 명이 우진석의 말을 받았다.
“그 친구는 잘될 거야. 잘될 수밖에 없어. 왜냐하면···.”
우진석은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말을 이었다.
“시청자는 알아보거든, 진짜인지 가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