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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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네!
정 실장은 백 대리가 잘하고 있을지 걱정이었다.
문 피디는 연기자들뿐만 아니라 매니저들에게도 가혹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문 피디에게 야단을 맞다가 기절한 매니저도 있었다.
문 피디의 목소리에 놀라서라기보다 피로 누적 등이 겹쳐서 발생한 일이지만 매니저들은 문 피디가 기절시킨 거라고 생각했다.
강우혁과 통화한 지 1시간이 지났다.
“별일이야 없겠지.”
정 실장은 혼잣말을 하며 걱정을 떨쳐버렸다.
퇴근할까 하다가 윤대성에게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다.
“아직 퇴근 안 했어?”
– 회의가 있어서 사무실에 들어와 있어.
“소식 못 들었지?”
– 무슨 소식.
“우혁 씨 오디션 합격했다.”
– 예···쓰.
윤 실장이 쾌재를 불렀다. 끝을 흐린 쾌재. ‘예’는 크게, ‘쓰’는 작게.
자기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지르고서 사무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목소리를 낮춘 모양이다.
– 잠깐만···.
윤 실장이 작은 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
통화할 곳을 찾아 사무실을 빠져 나가는 것 같다.
정 실장은 책상 위를 정리하며 윤 실장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 정말이야? 강이 합격한 거 확실해?
윤 실장이 물었다.
누가 들을까 봐 강우혁 대신 강이라고 했다.
하긴 거긴 김길빈의 소속사 ‘와우(WOW)’가 아닌가.
“확실해.”
– 진짜 잘 됐다.
“넌 와우 매니저가 이래도 되는 거야? 김길빈이 떨어졌는데 슬퍼해야 하는 거잖아. 하다못해 슬퍼하는 척이라도.”
– 강 팬심이다. 넌 우리 소속사 걸그룹 좋아하면서 뭘 그래.
“그러지 말고 우리 회사로 옮기는 게 어때?”
– 강을 케어할 수 있게 해주면 고려해볼게.
“안 되는 거 알면서 던지기는.”
윤대성도 강우혁이 매니저 백동수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잘 안다. 전속 계약 조건 중 하나로 백동수의 전담 매니저를 요구하지 않았던가. 윤대성이 강우혁의 팬이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계약 조건 때문이다. 매니저로서 고맙고 부러웠던 것이다.
“오디션 결과 발표되면 김길빈 충격이 크겠다.”
– 쉬운 길 두고 돌아가다가 낭떠러지 만난 거지 뭐. 오히려 잘 됐어.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절치부심해서 초심을 되찾으면 좋은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 거야.
“김길빈 팬은 아니지만 결과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도약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 내일 주말인데 출근하나?
“해야지. 넌?”
– 나도 출근.
“밴 하나 뽑으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
– 스타급이라도 계약했어?
“아니. 강우혁 주려고 그러지. 회사 대표한테 졸라서 얻어냈어.”
– 대우 좋네! 나무는 매니저가 대표한테 조르면 새 차도 뽑아주고 그러는 거야? 나무 대표 멋있네!
윤대성은 정 실장이 안창현 대표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강우혁 3년 계약했잖아. 지금부터 공 들이지 않으면 네가 채갈 거 아니야.”
– 헙! 어떻게 알았지?
“네 얼굴에 써 있거든.”
– 나무에서 그렇게 잘해 주면 내가 포기해야지. 나야 강이 어디에 있든 좋은 대우받으면서 승승장구하기만 하면 되니까.
“오오, 이 순수한 팬심을 보라. 혹시 이거 고도의 전략 아니야? 날 방심하게 해놓고 뒤통수 치려는?”
– 하하하! 그것도 들켰네. 암튼 기쁜 소식 전해 줘서 고맙다. 축 늘어져 있었는데 그 소식 들으니까 엔돌핀이 솟구치네.
“수고해라.”
– 그래. 밴 추천은 톡으로 보낼게.
***
그 시각 안 대표는 이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장님!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나무 엔터의 안창현입니다.”
– 안 대표가 어쩐 일이요?
“강우혁 합격 소식 듣고 전화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국장님!”
– 강우혁이 나무 소속이었어요? 그런 줄 몰랐구만.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합격시키니까 전화합니까? 일 참 잘하십니다. 그렇게 해서 먹고 살겠어요? 와우는 문턱이 닳도록 들락거립디다.
“면목 없습니다. 앞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 모시긴 뭘 모셔요. 나무는 계속 그렇게 가세요. 그게 장점이에요. 심사한 사람들한테 밥이나 한 끼 사요.
“그러겠습니다. 강우혁 뽑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 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요. 문 피디가 고집 부려서 된 거니까. 문 피디, 강우혁한테 제대로 꽂혔더구만. 혹시 나무에서 문 피디한테 집이라도 한 채 사 줬어요?
“드리고 싶어도 받을 분이 아니지 않습니까.”
– 그럴 사람이 아니지. 문 피디 잘 모셔요. 보약 한 첩 정도는 지어 줄 수 있잖소. 돈으로 주면 안 받겠지만 매니저 시켜서 촬영장 갈 때마다 손에다 쥐어 주면 먹을 거 아니에요.
안 대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 국장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소문난 앙숙 관계가 아니던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강우혁 그 친구 난 잘 모르겠어요. 문 피디 믿고 합격시킨 거니까 연기력 어쩌고 하는 말 나오면 알아서 하세요. 그런 일 벌어지면 내가 여기 있는 한 나무 소속사 연예인들은 안 쓸 거예요.
“연기 잘하는 친구입니다. 최선을 다할 겁니다.”
– 농담이오. 괜찮은 배우를 잡았더구만. 안 대표가 잡았으니 어련하겠어요. 회사에서 신경 좀 쓰면 앞으로 대성할 것 같습디다. 문 피디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강우혁 씨 마음에 들어서 뽑았어요. 내 성격 알잖소. 마음에 안 드는 배우를 뽑을 사람이오, 내가? 택도 없지.
“고맙습니다, 국장님!”
– 공치사 들으려는 건 아니고. 쿨룩쿨룩!
“목소리가 안 좋으시네요. 어디 편찮으세요?”
– 술병 났어요. 어제 문 피디하고 5차까지 달렸거든. 그 덕에 결근했잖소. 기분 좋게 마셔서 그런가 마신 양에 비하면 멀쩡해요.
“결근하셨어요?”
– 내가 오늘 출근했으면 직원이 강우혁 씨한테 전화를 했을 텐데, 결근을 하는 바람에 결재를 못 했잖소. 하루를 못 참고 문 피디가 닦달을 합디다. 자기가 연락하겠다고 강우혁 전화번호 알려 달라는 거야.
“그러셨군요.”
– 소속사가 나무인 줄 알았으면 여기로 전화했을 텐데 그런 줄 알았나. 직원한테 전화해서 지원서에 적힌 전화번호를 문 피디한테 알려 주라고 했어요.
“공식적인 연락은 아니었던 거네요.”
– 공식적인 전화는 내일 우리 직원이 할 겁니다. 문 피디 전화했으니까 전화할 필요도 없겠네. 배우 입장에서야 직원한테 합격 통보 받는 거보다 피디한테 받는 게 훨씬 좋지 않겠소.
“그럼요.”
– 언론 발표는 계약 체결한 뒤에 할 거고.
“잘 알겠습니다.”
– 몸값 너무 높게 부르지 마쇼.
그건 안 될 말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이 국장과 통화를 끝낸 뒤 문 피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 피디에게 감사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
문 피디의 오피스텔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백곰이 소파에서 곯아떨어진 뒤, 문 피디와 장 작가, 강우혁은 원형 탁자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문 피디는 전날 이 국장과 과음을 한 탓에 몇 잔 마시지 않았음에도 취해 버렸고, 장 작가와 강우혁은 멀쩡했다.
특히 우혁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홍길동전> 오디션을 준비하며 추체험했던 허균,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이 모두 술고래였다.술고래였던 이들의 추체험 덕분에 우혁의 주량이 매우 늘었다.
양주 몇 잔은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양이었다.
하지만 과음을 할 생각은 없다.
아무리 주량이 늘었다지만 과음은 몸을 망칠 수 있다.
홍길동 역할은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깊은 산중에 들어가 무술을 수양할 때 험한 산을 달리고, 바위를 오르고, 폭포를 맞으며 좌선을 하고, 안장 없는 말을 타고, 검술과 축지법 등을 익히는 장면이 그려질 것이다.
그 이후에도 박진감 넘치는 격투 장면이 자주 나오게 될 거라고 들었다.
문 피디의 격투신은 실감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격투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맞고 때리는 장면이 실감난다.
실감나는 장면이 나온다는 건 배우들이 그만큼 혹사당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오디션을 준비하며 추체험을 통해 승마, 검술, 궁술, 격투술, 각종 무기 다루는 능력 등을 전이받았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전이받은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오늘 장 작가로부터 4회 분량의 대본을 받았다.
어서 읽어 보고 싶다.
곧바로 대본 연습에 들어갈 생각이다.
기억력이 비상한 연기자는 대본을 훑어보기만 해도 외우지만 우혁은 그렇지 못했다.
평범한 기억력으로 대본을 외우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읽고, 읽고, 또 읽는 수밖에.
열 번으로 안 되면 백 번.
백 번으로 안 되면 천 번.
그게 우혁의 방식이었다.
추체험을 하기 전에는 대사를 단순히 외우는 것에서 멈추었다.
하지만 [서울 가로등>을 할 때는 완전히 체화될 때까지, 대사가 입에서 저절로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완벽하게 외웠다.
대사를 외우는 게 아니라 혀 속에 심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전보다 열 배 이상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었다.
추체험을 한 이소룡, 토니 슬리디니에게 배운 것이다.
그들은 관객에서 1분의 연기를 보여 주기 위해 수백,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해서 연습했다.
두 사람을 추체험한 뒤 우혁은 자신이 왜 그저 그런 배우에 불과했는지 깨달았다.
이유는 오직 하나.
노력 부족!
타고난 능력은 충분한데 노력을 게을리했다.
그러면서 때만 기다렸다.
때만 잘 만나면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착각했다.
말 그대로 착각이었다.
추체험 덕분에 집중력과 암기력이 이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있다간 과거의 평범한 배우에서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다.
집중력과 암기력이 좋아졌으니 더 많이 해야 된다.
우혁은 그것이 추체험 선물을 준 아기 천사에게 할 수 있는 자신의 도리이자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어이쿠! 이런 우리 마나님께서 문자를 보내셨구먼.”
문 피디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천하의 문 피디이지만 아내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모양이다.
두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30분만 더 있다가 일어나야겠어. 어제도 외박을 했거든. 오늘 안 들어가면 혼날 것 같어.”
문 피디가 메시지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장 작가가 문 피디에게 말했다.
“30분 뒤에 일어날 거 없이 지금 일어납시다.”
“잠깐만요. 나무 엔터 대표께서 문자를 하나 보냈었네요.”
안 대표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발견했던 것이다.
[문웅현 피디님, 안녕하셨는지요? 저는 강우혁 배우 소속사 ‘나무’ 대표 안창현이라고 합니다. 강우혁 배우가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식 듣고 감사한 마음에 전화드렸는데 받지 않으셔서 문자 남깁니다. 고맙습니다. 일간 뵙고 인사 올리겠습니다.]문자를 확인한 문 피디가 우혁에게 물었다.
“자네 소속사가 ‘나무’였어?”
“예.”
“안 대표께서 문자를 남겼구만. 아까 전화를 주셨는데 자네가 ‘나무’ 소속인 줄 모르고 안 받았어. 지금 몇 신가?”
“10시입니다.”
“10시면 아직 안 주무시겠구만.”
문 피디가 안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안 대표는 거실에서 아내와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거실 탁자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 착신음이 울렸다.
문 피디였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서재로 걸어가며 전화를 받았다.
– 전화 안 받아서 죄송합니다. 나무가 우혁 씨 소속산 줄 몰랐어요. 알았으면 받았을 텐데 말이에요.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아닙니다. 제가 뵙고 인사를 드려야 되는데···.”
– 그럴 필요 없어요. 소속사 대표해서 매니저 보냈더구만요.
“예? 누구···?”
– 백동수 매니저 말입니다.
“아, 예!”
– 나무 소속사 매니저들 다 이렇습니까?
문 대표의 말에 안 대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백동수가 무슨 큰 실수라는 한 건가?
큰일 났군! 정 실장이나 내가 따라갔어야 하는 건데···.
– 백동수가 저를 아주 들었나 놨다 하더군요.
백동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애송이 매니저가 사고를 쳤구나!
“혹시 결례를 범했다면 사과드립니다.”
– 결례는 결례죠. 저보고 소도둑놈 닮았다고 하질 않나···.
백동수, 그놈이 아주 미쳤구나.
안 대표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아주 마음에 들어요. 동생 삼기로 했습니다.
동생?
– 대표님! 부탁 하나 합시다.
“예예. 하십시오.”
– 백동수, 월급 좀 올려주십시오.
“아, 예!”
– 승진도 시켜주시고요. 형으로서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하!
“하하! 예예!”
– 대표님은 좋으시겠어요. 저렇게 일 잘하는 매니저를 두셨으니 말입니다.
“직원 칭찬을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마누라가 마음에 들면 처갓집 기둥에 절을 한다구요. 하하하!
문 피디의 말뜻을 알 것 같았다.
지금 문 피디는 강우혁이 마음에 드는 거다.
배우에게 꽂히면 매니저도 예뻐 보이는 법.
백동수, 강우혁 덕에 귀여움을 받고 있는 것 같다.
“피디님, 언제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 그런 자리 저는 불편해서 싫습니다. 정 식사를 사시겠다면, 백동수하고 밥 먹을 테니까 백동수한테 법인카드 맡기세요. 좀 비싼 데 가서 먹겠습니다. 대표님은 나오실 필요 없고요.
“그래도 직접 뵙고 인사를···.”
– 인사하면서 하실 말씀 있으시죠? 나무 소속사 배우들 좀 써 달라고 부탁하려는 거 아닙니까. 그거 백동수가 이미 다 했습니다. 나무 소속사 배우 조연 3명 이상 써 달라고 협박하대요. 안 그러면 강우혁을 안 주겠다나? 그래서 그렇게 하겠다고 새끼손가락 걸었어요. 저는 계약서보다 새끼손가락 걸고 하는 약속을 더 신뢰합니다. 하하하하!
문 피디하고 새끼손가락을 걸어?
백동수 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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