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9
19화. 아니 이 맛은?
최근 스킬 [초재생]을 얻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A급 헌터 윤진하.
고통만 참으면 얼마든지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재생할 수 있어서 던전에서 그녀의 위상은 점점 더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 곧 S급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맛집 순례.
하지만 바빠진 덕분에 평소에 틈만 나면 즐기던 맛집 순례를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꼭 먹고 만다.’
그녀가 3번째로 도전하는 이 맛집의 정체는 바로 ‘연성이네’.
특히 요즘 맛집러들 사이에서 핫하기로 유명해서 빨리 와서 줄을 서지 않으면 50접시로 한정된 ‘폭렬 제육볶음’이 동이나 버려 먹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점심시간에 왔다가 줄도 못 서고 돌아갔고 두 번째는 내 앞에서 끊겼지.’
그렇게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난 뒤, 윤진하는 세 번째마저 실패할 수 없다며 아침 일찍부터 줄을 거는 중이었다.
“언니, 여기가 그렇게 유명해? 이렇게 줄을 설 정도로?”
“그렇다니까.”
“나 맛집 줄 서보는 건 처음이야.”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그러자 양 갈래로 땋은 머리가 고개를 따라 흔들렸다.
그걸 본 윤진하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줄을 서는 것보다 회장님이 손녀딸을 위해 가게를 사버리는 게 더 빠를 테니까.”
“내 말이.”
그녀의 이름은 천은채.
다름 아닌 삼천 그룹 회장의 손녀딸이었다.
즉, 재벌 3세란 소리.
게이트 사태 이후 세계는 많이 바뀌었고 재벌도 예전의 강력함을 자랑하지는 못했다.
한때 삼성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했던 재벌 그룹도 게이트 사태로 폭삭 무너져 내렸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재빠르게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 더 힘을 기른 기업이 있으니 바로 삼천 그룹이었다.
던전에서 나오는 부산물 연구로 아이템 제작, 연금술 연구, 헌터 양성에 길드 운영까지.
곧 S급 헌터로 승격을 바라보는 윤진하 역시 삼천 길드 소속의 에이스 헌터였다.
이제 대한민국은 삼성 공화국이 아닌, 삼천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
그런데 그런 어마어마한 재벌가의 손녀가 왜 이런 서울 한구석의 골목 식당에 와 있는 걸까?
“아무튼, 맛이 없기만 해 봐. 앞으로 언니랑은 절대 밥 안 먹어.”
“오구오구 우리 애구 삐졌구?”
“언니!”
그건 윤진하 못지않게 천은채도 맛집에 진심이었기 때문이었다.
재벌 3세답게 온갖 맛있고 비싼 음식을 다 먹어본 그녀였지만, 항상 맛있는 요리에 목말라 있는 귀여운 아귀.
그게 천은채를 두고 한 윤진하의 평가였다.
“으으, 발 아파. 그냥 비서실한테 부탁하면 될 텐데.”
물론 줄 서서 기다리는 게 힘들다며 찡찡대는 모습은 영락없는 아가씨였지만 말이다.
“대리 웨이팅보다 직접 기다렸다가 먹는 재미도 있다니까? 아, 우리 차례다.”
“진짜 맛없기만 해 봐.”
“맛없으면 이렇게 줄이 서 있겠어? 얼른 들어가자.”
그렇게 둘은 ‘연성이네’ 안으로 들어가서 막 손님이 떠나고 치워지는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가게는 손님으로 북적북적해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한 테이블만은 비워진 채였다.
그 테이블에는 요상한 피규어 하나와 ‘예약석’이라는 팻말이 올려져 있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예약석이 있네?”
“이상하다. 우리 직원이 문의했을 때는 예약이 안 된다고 들었는데.”
천은채가 입술을 삐죽였다.
삼천 그룹 가의 일원인 자신도 못 하는 예약을 한 사람은 누굴까?
그녀나 윤진하도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성좌일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윤진하는 살짝 토라진 듯한 천은채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여기 인테리어 독특하지? 요즘 가게답지 않게 푸근한 느낌이야.”
안타깝게 폭렬 제육볶음이 다 떨어져 먹지 못했지만, 가게는 와 본 적이 있던 윤진하가 천은채에게 호들갑을 떨면서 말했다.
‘연성이네’의 내부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연성 백반’이 처음 세워진 1985년에 유행하던 양식 그대로였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도연성의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해도 될 정도.
천은채는 그런 가게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보며 눈을 크게 떴다.
“정말이네. 근데 이상하다. 왠지 와본 적이 있는 곳 같······.”
그녀가 이상한 기시감에 말끝을 흐릴 때였다.
“어서 오세요.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연성이네’의 사장이 밝게 웃으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매운 걸 못 먹는 천은채는 보쌈 정식 스페셜, 윤진하는 그토록 먹고 싶었던 폭렬 제육볶음을 시켰다.
“주문 확인하겠습니다. 폭렬 4단계랑 보쌈 스페셜!”
그러고 도연성이 주방으로 돌아가고 얼마 되지 않아 웍에서 화르륵 불꽃이 주방에서 터져 나왔다.
동시에 마치 폭죽놀이처럼 반짝이는 색색의 불꽃은 덤.
그걸 본 천은채와 윤진하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여긴 별걸 다 하네?”
“그러게. 가까이서 봤으면 더 좋았을걸.”
그렇게 종종 터져 나오는 불 쇼로 눈요기하면서 기다리다 보니 금세 주문한 요리가 그녀들의 앞에 놓였다.
윤진하는 그토록 기대하던 폭렬 제육볶음을 영접하자 눈을 반짝이며 바로 젓가락을 가져갔다.
그때 천은채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에헤이, 언니. 사진부터 찍어야지.”
“아, 맞다. 미안.”
천은채가 각각 요리 사진을 찍고 항공 샷을 찍고 팔을 쭉 내뻗어 요리와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사진까지 찍고 나서야 윤진하는 폭렬 제육볶음을 한 점 먹을 수 있었다.
“와, 맵다. 근데 정말 맛있다.”
이름처럼 입안에서 폭발하는 듯한 매운맛.
자동으로 물을 찾게 되지만, 꾹 참고 먹다 보면 새로운 맛의 세계가 열렸다.
“고기가 엄청 쫄깃하고 맛있네.”
고기에서 나오는 진한 육즙과 지방 맛이 매운맛과 어우러지면서 풍미를 돋워주었고, 쫄깃쫄깃 탱글탱글한 고기의 식감이 몇 번이고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어?”
윤진하는 감탄을 터뜨리다가 멈칫했다.
처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얼마 전에 먹었던 최고의 고기 요리가 있었다.
‘살짝 맛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이내 윤진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먹었던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은 무려 성좌가 내려준 전설급 요리였다.
아무리 이 가게의 제육볶음이 맛있어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그래도 맛있긴 진짜 맛있다.”
그렇게 몇 번이고 계속 먹다가 참지 못할 정도로 매움이 올라오면, 새하얀 쌀밥을 입안 가득 삼켜 매운맛을 진정시킨다.
“여긴 어쩜 밥도 이렇게 맛있지?”
마력을 태웠다지만, 마철성이 키운 던전 쌀은 일반 쌀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맛과 식감, 윤기를 자랑하는 특별한 쌀.
씹으면 씹을수록 은은하게 올라오는 단맛까지 완벽한 쌀밥이었다.
거기다 뜨겁지만, 마찬가지로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계란찜까지.
제육볶음이나 쌀밥과는 달리 평범한 계란찜이었지만, 매운 요리와 계란찜의 궁합은 최고이니 말해 뭐해.
“행복해······.”
윤진하의 얼굴에 그윽한 행복의 미소가 떠올랐다.
던전에서 ‘광전사’라고 불릴 정도로 무서운 표정으로 적을 도륙하는 윤진하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으으으음! 맛있어!”
한편, 보쌈 정식 스페셜을 시킨 천은채의 입에서도 감탄이 튀어나왔다.
맛잘알답게 아무것도 없이 보쌈 위에 새우젓만 조금 올려 고기 그 자체의 맛을 즐기는 그녀.
입안에서 진하게 퍼지는 고기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언니, 여기 보쌈김치도 너무 맛있어.”
던전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 건 아니지만, ‘연성이네’는 원래도 보쌈 정식으로 유명했던 곳.
그중에서도 김치가 맛있기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보쌈김치만 따로 포장 판매가 될 정도였으니까.
그 맛있는 김치와 제림니르의 목살 수육이 합쳐졌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행복해······.”
“나도······.”
왜 손님들이 이렇게까지 몰리는지 알 것 같은 극상의 맛이었다.
그렇게 자신이 시킨 메뉴를 충분히 즐겼던 두 사람.
“은채야, 우리 바꿔 먹자.”
“콜!”
더 말해 뭐하랴.
두 사람은 접시를 바꿔서 서로의 요리를 맛보았다.
“아악! 매워! 근데 맛있어!”
폭렬 제육볶음을 한 점 먹고 그 매운맛에 놀라 발을 동동 구르는 천은채.
반면, 보쌈 정식 스페셜의 고기를 한 점 집어먹은 윤진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
절대 착각할 수 없는 맛이었다.
그녀가 벽을 넘어 더 나아가게 만들어 주었던 전설급 요리 제림니르-플레스케스텍.
그것과 똑같은 맛이 이 고기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왜······?”
윤진하가 혼란에 빠져 있을 무렵, 기어코 폭렬 제육볶음 한 점을 더 집어먹은 천은채가 한계에 도달했다.
“매, 매워어어어, 스으으읍, 스으읍.”
그녀의 소란에 가게의 시선이 집중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매움의 한도 초과에 시선은 신경 쓰지도 못하고 발만 구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많이 매우세요? 이거 하나 드셔보세요.”
소란을 눈치챈, 가게의 사장이 주방에서 무언가를 들고나왔다.
하얗고 납작한 두부처럼 생긴 음식이었는데, 천은채는 너무 매운 나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입에 넣었다.
“스으으으, 맵······지 않네?”
마치 마법처럼 순식간에 진정되는 입안의 맵기.
“사, 살았다······.”
매움의 고통에서 벗어난 천은채가 눈물을 닦으며 도연성의 손을 덥석 잡았다.
“감사해요. 사장님이 제 생명의 은인이세요.”
한편 그런 천은채를 보던 윤진하는 고민에 찬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혹시 제림니르라는 S급 던전 보스의 고기로 요리한 적이 있나요? 라고 어떻게 물어!’
아마 그런 소리를 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저··· 그······.”
그렇게 용기를 낸 윤진하가 입을 열었다.
가게 사장은 그런 그녀를 보더니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때였다.
딸랑-
문이 열리며 작은 체구의 여성이 가게 안으로 휙 들어와 도연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놀랍게도 짧은 단발머리에 커다란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귀여운 여성은 윤진하도 천은채도 아는 사람이었다.
‘녹옥의 연금술사잖아?’
삼천 그룹에서 그녀를 수석 연구원으로 모시려고 얼마나 큰 노력을 했던가.
하지만 자신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만 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사람이 바로 채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도연성에게 인상을 잔뜩 쓰며 말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쯤 연구를 도와주러 올 거예요?”
“하하, 보시다시피 제가 조금 바빠서.”
삼천 그룹을 거절한 채하나를 거절하는 음식점 사장이라니.
윤진하는 자신이 물어보려던 것도 잊고 천은채와 함께 멍한 표정으로 도연성을 바라보았다.
* * *
“매워어어어!”
홀에서 비명이 들리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냉장고에서 전투 산양유 리코타 치즈 조각을 꺼냈다.
내가 분명히 맵다고 써놨는데도 가끔 저렇게 자신의 맵부심을 과신해서 고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지.
“전투 산양유에 이런 효과가 붙어서 다행이야.”
전투 산양의 젖에는 [통각 완화]와 [독 정화] 효과가 붙어 있었다.
그걸로 만든 리코타 치즈 역시 같은 효과를 공유했다.
즉, 독 판정을 받을 정도로 매운 ‘폭렬초 열매’의 가루의 고통을 줄여주고 독성 성분을 지워주는 것.
원래도 매운맛을 줄일 때는 우유가 최고긴 하지.
“많이 매우세요? 이거 하나 드셔보세요.”
나는 귀여운 얼굴이 잔뜩 울상이 되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손님에게 리코타 치즈를 건넸다.
그걸 먹자마자 매운맛이 가셨는지 손님의 표정이 사르르 풀렸다.
나도 안도의 한숨을 몰래 쉬었다.
사고 안 나서 다행이네.
내 손을 잡고 생명의 은인이라고 할 때는 좀 웃겼지만 말이야.
정작 내 요리를 먹고 매웠으니 ‘병 주고 약 주고’가 아닐까?
“저··· 그······.”
그 손님의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여성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열었다.
어? 그때 헌터 마켓에서 보고 저번에 못 먹고 돌아간 그 헌터 분이네.
이번에는 다행히 와서 먹었구나.
나는 살짝 반가운 마음에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나 기다렸다.
“대체 언제쯤 연구를 도와주러 올 거예요?”
채하나가 갑자기 가게에 쳐들어와서 연구를 도와달라고 요구할 때까지는 말이지.
“하하, 보다시피 제가 좀 바빠서.”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날 쳐다보는 채하나.
아니, 안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고.
그런데 이렇게 바쁜 걸 어떻게 해.
새로 개시한 보쌈 정식 스페셜도 잘 나가고, 밤에는 성좌들 대상으로 신야식당도 해야 하는걸?
어쨌든 그런 나의 대답에 채하나가 날 흘겨보며 팔짱을 끼었다.
“나도 더는 못 기다려요.”
“전에 정보 정리한 거 드렸잖아요.”
“그, 그건 고마워요. 덕분에 논문 잘 썼어요······.”
고마운 건 확실히 고맙다고 하는 성격인지 작아지는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하는 채하나.
“아, 암튼!”
하지만 곧 다시 고개를 들어서 내게 미간을 찡그렸다.
사실 그렇게 해도 귀여운 외모라서 하나도 안 무섭지만 말이야.
“저랑 같이 던전에 가주셔야겠어요. 알겠죠?”
잠깐, 던전?
나보고 던전에 들어가라고? 난 헌터도 아닌데?
나는 당황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 걱정을 읽은 건지 채하나가 피식 웃었다.
“초급 난이도의 던전이에요. 몬스터는 제가 처리할 거니 안심해도 돼요.”
던전 밖으로 나오면 상해버리는 약초라서 내가 던전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나?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제 약초상에서 이야기해요.”
채하나는 그 말만 남기고 그렇게 훌쩍 떠나버렸다.
아니, 밥이라도 먹고 가지.
“저······.”
그때 옆에서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여성 헌터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던전 들어가는 거라면 제가 도움을 드려도 될까요? 저 이래 보여도 좀 센 편이라서요.”
아뇨, 딱 보기에도 강해 보이시는데요.
라고 차마 말은 못 하고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 * *
그렇게 채하나도 돌아가고 여성 헌터분 일행도 돌아가고 가게를 마감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아직 남은 커플 손님이 마지막 손님이겠는데?
라고 생각할 때였다.
척. 척.
젖은 옷자락과 신발이 내는 묘한 물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자 새하얀 백발을 곱게 쪽진 한복 차림의 할머니가 가게로 들어오고 있었다.
음? 밖에 비가 오나?
혹시나 싶어서 창밖을 보니 하늘은 화창한 그대로였다.
할머니의 치맛자락이 완전히 축축하게 젖은 것과는 반대로 말이다.
“어서··· 오세요?”
그래도 손님이니 당연히 인사를 하려는데, 커플 손님들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사장님, 누가 왔어요?”
“아무도 안 보이는데?”
아니 저 할머니가 안 보인다고?
오히려 내가 놀라는 사이, 할머니는 다른 빈자리를 모두 놔두고 예약석, 그러니까 성좌를 위한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저 할머니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사람이 아닌 할머니가 나를 보며 처음으로 한 말은,
“애가 말라 죽겠네. 뭐 하느라 왜서 아직도 안오제. 그짝에서 고뱅이 아프게 얼쩡대지 말고 주문받으소. (애가 타네. 뭐 하느라 왜 아직도 안 와. 거기서 무릎 아프게 서 있지 말고 주문받으시오.)”
였다.
놀래라. 귀신인 줄 알았네.
할머니의 정체는 오늘 오기로 한 성좌 손님이었다.
그것도 강원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는.
시루떡과 감자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