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153
곧 하투샤가 지배하는 어느 항구에서 배 몇 척이 서쪽을 향해 떠올랐다.
그 배들은 스파르타를 향했다.
밀교 (1)
“후우우···.”
아이깁토스인들과 관련한 난리는 대강 마무리된 듯싶었다.
-“저기, 저놈이 수은을 사용해 금장식을 붙이다 걸렸습니다!”
-“당장 압류해!”
지난번에 이야기했듯 그놈의 ‘독극물 사태’도 해결되었고.
-“···어, 뭐야. 왜 지난번의 그 샤라라 하는 기분이 안 나지?”
-“빵이 먹기만 좋으면 됐지. 그냥 드쇼.”
‘이집트식 빵 문제’도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상호 간의 ‘눈치’라는 것이 생기니 아이깁토스인들과 안탄드로스 시민들 사이에는 이런저런 암묵적 합의가 생긴 듯했다.
서로가 혐오하는 음식은 감춘다든가, 아이깁토스인들이 자기들끼리 맥주와 포도주 홀짝이는 걸 눈감아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렇게 소소한 갈등들도 시간이 답이었는지 점차 사그라들어 간다. 그래, 내가 무슨 동화 정책을 펼 수 있는 것도 아닌 이상에야 서로 부대끼고 사는 데 익숙해지는 게 해답이었다.
뭔가 걸림돌이 될 것 같던 요소들도 하나둘씩 치워진다.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방식에 빠르게 익숙해졌다.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가는 듯싶었다.
“···이번에 소란을 피운 게 고작 100명 정도라 다행일세. 지난번의 기세 때문에 꽤 크게 터질 듯했는데.”
“저들로서도 끌어모을 인원은 전부 끌어모았다 보시면 될 겁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궁전 앞에 나와 있던 것을 보면 저 숫자가 전부일 겁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갈등이 그렇게만 풀렸으면 전쟁은 왜 있고, 분쟁은 왜 있겠나?
시간이 해결해 주기 어려운 문제가 하나 남았다.
사실 예전부터 터지나 안 터지나 싶었던 문제다. 이미 한번 겪어본 적도 있고.
아마 다들 예상했으리라.
“세상의 주인 되시는 분은 오직 한 분, 아문이시다!! 만물의 조물주이자 유일하게 위대한 신이시여!!!!”
“주군, 청컨대 아문 님의 신전을 세우도록 허락해주십시오! 신을 흠숭하는 일만큼 고귀하고 가치 있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단이··· 이단이 이 땅에 판 친다!”
신앙 문제다.
히타이트 쪽 난민들이 몰려왔을 때도 있었던 문제지만 아이깁토스인들의 경우에는 살짝 핀트가 달랐다.
“수, 수, 수, 술이다!! 데메테르 님 앞에서 불경한 음료를 치우시오!!!!”
“아니, 풍요의 신이라지 않았나? 맥주도 못 바쳐?”
신전에 왔더니 술은 제사용으로도 못 쓰게 해.
“그걸 왜 당신들이 먹습니까?! 그 소가 어떤 소인데! 아이깁토스에서 공수해온 황소를···”
“그럼 신들께 귀한 고기를 바칩니까? 아깝게?”
“그럼 신들께 귀한 고기를 안 바칩니까? 아깝게?”
“···?”
“···??”
심지어 번제물을 바치려니까 고기는 사제들이 다 먹고 뼈랑 가죽만 태워.
-깡! 깡!
“어··· 당신, 그 헤파, 뭐시기 신전의 사제 아니오?”
“겸사겸사 하는 거고 지금은 대장장이요. 뭐, 맡길 거 있소?”
제례라고 해봤자 그냥 굿판이고, 사제라고 해봤자 거의가 선무당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거대한 사제 조직을 꾸리고서, 그것을 정치권력과 성공적으로 결합해 놓은 아이깁토스의 신앙 체계와 비교하면··· 에게 해 연안의 신앙은 원시적이었다.
그나마 웅장한 맛이 있는 헤파이스토스 신전를 가도 대장장이들끼리 돌아가면서 사제 역할을 떠맡다. 무슨 청소 당번도 아니고.
수천의 사제단이 현인신 파라오의 권위를 드높이는 아이깁토스와 비교해보면 우스울 뿐이다.
문화적 동화도 어느 정도 수준이 맞아야 이뤄지지, 나름 식자층도 대거 끼어있는 아이깁토스인들에게 ‘야만화’를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런 고로 나도 처음에는 아문 신전을 세워주고 주기적으로 감시만 해볼까 생각했다.
우리가 히타이트와 척졌지 아이깁토스와 분쟁이 있는 건 아니니까. 아문 신이 ‘바다’처럼 해코지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오소르콘, 디오니소스교도 중 50여 명 정도가 아이깁토스인이라 했던가?
“맞습니다.”
“50명? 500명이 아니라?”
“예, 그렇습니다만···.”
숫자의 측면에서.
“요사이 아이깁토스인들이 난리라는 말은 들어봤나?”
“부끄럽군요. 제 동포들이 새로운 땅에 와서, 새로운 신앙을 존중하지 못하니 그만··· 죄송합니다.”
“책망하려 언급한 게 아닐세.”
나는 오소르콘의 말에 손사레를 쳤다.
“보게. 아이깁토스인들 중 아카이아인들의 신전에도 나오는 이들은 100여 명 정도뿐이네. 디오니소스교도는 50여 명 정도라고 하였고.”
“···그렇습니다.”
“거기에다, 아문의 신도로서 공공연히 신전 건립을 주장하는 이들도 100명을 크게 넘기지 않아.”
안탄드로스에 몰려온 아이깁토스인들의 숫자가 어느덧 1,000명을 넘어간다.
그 중 아문의 신도가 약 100명.
거기에 디오니소스교도가 약 50명, 아카이아인들의 신앙에 젖어든 이들이 약 100명.
이 중 둘 이상에 겹치는 경우도 있을 테다. 그러면···.
“그럼 나머지는?”
내 질문에 오소르콘은 역시 수염 없는 턱을 쓰다듬으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아니, 사람이 무교일 수도 있지. 한국만 해도 60% 이상이 무교인데.’라고 할 수 없는 문제다.
지금은 기원전 1,000년 이전의 고대다.
이 시대에는 신들이 ‘진짜로’ 살아 숨쉬고 있단 말이다.
누구든, 섬기고 우러르는 신적 존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내가 신화 속에 들어왔으리라 생각 못했었던 어릴 적 무슨 괴짜 취급을 받았는지 생각해보라.
“···정말로, 자네들이 밤 사이에 도시 곳곳에서 일을 벌인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나?”
“예. 저희는 이제 주군께서 정식으로 허락해주신 장소에서만 의식을 거행합니다.”
“성벽 안의 버려진 저택에서 미친 아이깁토스인들이 출몰한다 들었는데 말일세.”
“저희는 결단코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오소르콘의 얼굴은 조금 어두웠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겠군요.”
그도 내가 느끼는 불안의 정체를 감지한 모양이었다.
“신전 건립 따위도 주장하지 않고 몰래 믿는 신앙이라면···”
“그래,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지.”
디오니소스 신앙이 그랬듯이.
“혹시 아이깁토스에서 이렇게 광범위한 비밀 신앙이 있었나?”
“알 수 없군요. 아이깁토스의 신들은 황홀경을 지배하시는 분처럼 직접 인간 앞으로 나오거나 기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
신전을 세우고, 사제를 세우려는 신앙은 그보다 관리하기 쉬운 게 없다. 수뇌부를 처리하든, 설득하든 하면 되니까.
반대로 조직 없이 굴러가는 디오니소스 신앙이 얼마나 많은 도시에서 골칫거리던가?
“···자네 덕분에 일단 문제의 윤곽은 잡을 수 있었네.”
그래도, 일단 디오니소스 신앙이 문제가 아님은 확인했다. 디오니소스교도로 귀의한
또한 신들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도 낮다. 오소르콘의 말에 따르면 아이깁토스의 신들은 활동성이 낮으니.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어떤 신앙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소리다.
아마도 직접.
“이제 일어나십니까? 신도들이 놓고 간 음식이라도 좀 들고 가시지요.”
“괜찮네. 들어야 할 대답도 이미 들었고, 이 도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해야 할 일도 산더미처럼 남았으니···”
나는 망토를 두른 채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지하 양조장 겸 디오니소스교 회당은 어둡고 축축했다.
“지금 당장 가서 처리해야지.”
***
그 뒤로 정보를 수집하는 데만 몇날며칠이 걸렸다.
아이깁토스인들이 언제 밤중에 집밖으로 빠져나가는지 감시했고, 그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정보들을 추려서 답이 나온 날.
그날의 늦은 밤.
두번째 성벽 내부, 어느 어둑어둑한 폐저택 근처.
내가 성벽 내의 단층 건물을 금지한 뒤로, 많은 귀족들이 자신의 저택을 이렇듯 방치해놓았다.
처음에는 정치적 시위였는데··· 지금은 그냥 다들 까먹었는지 들짐승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 김에 하나씩 철거하고 복층 건물을 올리고 있는 참이었다.
“이곳이군. 이곳으로 아이깁토스인들이 모인다고 하였지.”
증언들을 모아보니 결국 이곳으로 모였다. 아이깁토스인들이 밤마다 모여 수상한 일을 벌인다는 곳.
“···.”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는 점이 제일 소름끼친다. 이 시대에 인신공양이란 문명과 그리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신들이 실존하는 세계 아닌가? 아이깁토스인들의 신앙에 대해 나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들의 분노가 이 땅에 제대로 미칠 수 있는지도.
그래도, 음험한 이교의 신은 아루나 정도로도 충분하다. 두번째는 안된다.
나는 망토를 깊이 눌러써 얼굴을 가리고서는, 아이깁토스의 평민들이 자주 입을 복식을 걸친 채 한번 둘러본다. 과하게 화려하거나 눈에 띄는 부분이 없는지.
잠복을 위한 복장으로서는 괜찮은 듯했다.
“나 혼자 진입한다. 자네들은 대기하고 있도록.”
“하, 하지만, 주군!”
“내 무력을 무시하지 말게. 만일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이곳은 내 도시고, 나는 이곳의 군주다.”
나는 그들 앞에 망치를 잠시 불러냈다가, 다시 사라지게 한다. 그들의 입을 다물게 할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신들께서 나를 지켜주실 거다. 왕권의 수호자이신 제우스께서 군주 파리스를 지키실 테고, 화산을 다스리시는 헤파이스토스께서 대장장이 파리스를 아끼시니. 헤르메스께서도 양치기 파리스를 돌보아주실 테다.”
“···.”
“···.”
역시, 혹시 몰라 데려온 철쇄대원들 역시 침묵하고 조용히 고개를 숙일 뿐이다.
“그래도 만일 큰 소리가 나거나, 내가 위험한 듯하면 진입하라. 그 전까지는 한번 제대로 지켜보겠다.”
“알겠습니다, 주군.”
“그래. 그럼···”
내 눈에, 횃불도 켜지 않고 무리지어 움직이는 일군의 아이깁토스인들이 보인다. 나는 골목에서 그들이 반쯤 지나칠 때까지 기다리다···
-터벅. 터벅. 터벅.
그들 사이로 자연스레 끼어들었다.
그리고 곧 발밑에서 물컹한 감촉을 느낀다.
“거기. 발 밟으셨소.”
그들 모두 야음에 숨기 좋게, 발목까지 오는 길고 검은 망토 자락을 둘러쓰고 있으니 이런 실수가 난다. 나는 어느 아이깁토스인의 발에서 황급히 발을 치운 뒤 잠시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오.”
“흠? 억양을 들어보니 아카이아인인 듯한데. 흔치 않은 일이로군. 어쩌다 왔소?”
“아카이아인? 어디?”
“···아이깁토스에서 온 벗이 소개해줘서 말입니다.”
갑자기 몰리는 관심에 당황한 나는 빠르게 얼버무리고 질문을 던진다.
“우리 족속이 모임에 적은가 봅니다?”
“그야 그렇지.”
“신기하네. 아카이아인이 또 낀다는 말인가?”
“그분들, 비밀서약 같은 이야기를 하더니 생각보다는 포교가 활발한가 보군.”
숨죽인 밤의 목소리들이 어둑어둑한 침묵 속에서 음산하게 울려퍼진다.
“우리를 이끌어준 ‘그들’ 말고는 아카이아인들이 많지 않으니까.”
“···!”
나는 입에서 뭔가 말이 튀어나오려던 것을 겨우 눌러 참았다.
‘우리를 이끌어준 그들’
아카이아인이 집회를 주도한다.
그것도 여럿이다.
나는 등 뒤로 한기가 고고히 흐르는 것을 느끼며 잠자코 걸었다.
안 그래도 몰래 모이는 중인데 시끄럽다며, 조용히 하라며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럿 들려왔고 곧 나와 다른 이들 모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곧 저택의 대문이었다.
-쿵. 쿵쿵. 쿵. 쿵쿵쿵.
주인이 사라진 지 몇 달은 되었어도 여전히 문은 견고했다. 뭔가 정해진 리듬이라도 있는지 무리의 선두가 대문을 두드리자 곧 안에서 지키고 있던 듯싶은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망토를 눌러쓴 무리가 저택의 담장 안으로 들어선다. 이곳저곳에 작게 불이 켜져 있었다. 아마도 그 불을 따라들어가면 된다는 표시 같았다.
익숙하게 무리는 다시 어느 문을 넘고, 방을 가로지르며, 어딘가를 빙글빙글 돈다.
그리고 마침내 저택 안쪽에 거의 다다랐을 때.
“‘그분’을 향한 우리의 신앙이여!!”
격정적인 외침이 들려온다.
중정에 들어서니 확, 하고 얼굴에 열기가 끼친다.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니 곳곳에 횃불이 켜져 있고 가운데에는 커다란 캠프파이어 같은 것이 타오르고 있었다.
당황하여 둘러본 결과, 그래도 화재 대책인지 곳곳에 물이 가득 든 항아리가 버티고 있었고 간부로 보이는 이들이 그 주위를 지키고 서 있었다.
우리는 그 캠프파이어를 중심에 두고 그 근처에 세워진 단을 향하여 자리 잡았다.
한편 여전히 망토 둘러쓴 어느 사내의 연설은 지속되었다.
“그분께서 우리의 적을 살라버리고, 짓부수시나니! 어찌 우리의 마음이 그분께 미혹되지 아니할 수 있겠소!”
“옳소! 그분께 영광을!!”
“옳소!! 옳소!!”
“···.”
대강 보니 망토에 가려진 얼굴 아래로 턱수염 없는 이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젊은이가 많다기보다는, 체모를 불결하다 여기는 아이깁토스인들이 많다는 뜻일 테다.
그래도 드문드문 눈에 띄는 턱수염이 아카아이인들 역시 몇몇 흩어져 있음을 짐작케 했다.
사내의 흡사 사랑고백과도 같은 연설이 끝나자 사회자로 보이는 이가 단 위로 올라서서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이제, 한 분의 형제께서 그분을 향한 신앙심을 고백하셨습니다. 다른 형제자매께서는 나눌 말씀 없으신지요?”
순간 정적이 일다가··· 누군가 번쩍 손을 치켜든다.
“아, 오십시오! 저희는 자매님을 환영합니다!”
모두의 격려 속에서 다시 누군가가 사회자의 손길에 따라 단 위로 올라선다. 그녀의 곁에서 캠프파이어의 불길이 강렬하게 타올랐다.
그녀는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더니 말했다.
“그날의 부, 불꽃은··· 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 한 마디에 갑자기 환성이 일어난다.
“우와아아아!!”
“불꽃! 불꽃의 주먹!”
불꽃?
이제 보니, 이제껏 보였던 불들이 단순 조명이나 소품이 아닌 듯했다.
혹시 조로아스터교(자라투스트라가 창시한 종교, 유일신 신앙과 성스러운 불꽃을 섬기는 것이 특징으로 이란 일대에서 번성했다.)의 이단인가?
내가 생각에 잠긴 틈에도 아이깁토스인 여성의 말은 이어진다.
“나, 나는 봤습니다! 나는··· 그분의 손 안에서 불길이 치솟아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화(聖火)의 부르심이다!!”
“저희 모두가 두려움에 찼을 때, 그분께서는 분연히 일어나 적들을 향해 팔을 휘두르셨습니다! 그리고 저희를 안전한 땅으로 데려오셨습니다!!”
“만세!! 불꽃의 심판 만세!!”
“그분께서는 적들을 멸하셨습니다! 아! 나는 이 머나먼 이방에 와서야 진정한 신앙을 찾았습니다!!”
아이깁토스인의 눈에 눈물이 흐른다. 마치 매마른 사막에 한 줄기 생명의 강이 흐르는 듯하다.
그 감동적인 광경에 모두가 함께 울음을 터뜨리며 그를 끌어안는다. 모두가 영적 충만감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나는 왠지 모를 불안한 기분에 몸을 뒤척인다.
단순히 광신과 희열의 현장에 홀로 서 있는 회의주의자로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이질감이 아니다.
이건 뭔가···
-쿵!
“이렇게들 모여주시어 감사드리오. 이방의 형제자매들이여.”
또 다른 사회자다. 그는 옆에 천으로 감싼 거대한 물체를 끼고 중정의 구석에서 나타났다. 다른 이들이 수레 위에 그 물체를 세워놓고 가까이 끌고 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낮게 깐 목소리는, 아카이아인의 억양으로 말하고 있었다. 방금의 사회자도 그랬고.
“그분과 그분의 수호자를 향한 신심으로 이렇게 모였으니, 우리는 기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백성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소!”
“옳소! 옳소!”
사회자는 흐뭇하게 웃으며 수레를 끌고 더 가까이, 중앙의 캠프파이어 근처로 끌고 온다.
“우리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가장 위대한 영웅, 신들께 사랑받는 영웅이 우리와 같은 세월을 숨쉬고 살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왠지 낮게 깔아 변조한 목소리도 그렇고, 저 얇은 턱선도 그렇고 모두 낯이 익다.
···잠깐.
“그리하여, 여러분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을 위하여 준비한 물건입니다!”
사회자가 천을 끌어당기자 보인 것은 거대한 목조···
“망치다!”
“신의 분노!!”
사회자가 그 목조 망치 위에 기름을 붓자 신도들이 환호한다. 그가 수레를 밀어 캠프파이어와 부딪히게 하자 신도들은 이제 기뻐 날뛴다.
망치에 불이 붙는다.
불붙은 망치.
“그분께서는 이 축복받은 도시로 여러분을 인도하셨습니다!”
“우와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