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208
“아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상관 없네. 내 반려의 건강은 어떻게 해야 하겠나?”
“너무 짜거나 기름진 건 나쁠 수 있기는 한데.”
“그래도 아무것도 드시지 않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뭐가 되었든 굶으시는 건 몸에 좋지 않습니다.”
“오이노네 님의 입맛을 돋굴 수 있는 거라면 모두 시도해 보심이···.”
결론.
일단 먹여라.
그렇지만 이건 또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마음대로 되는 거였으면 문제도 없었겠지.
“으으으으··· 먹고 싶은 게 없어. 아니, 먹고 싶은 건 많은데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뭐, 뭔가 상큼한 거···.”
“이노, 한번 숲에 가보자. 너희 언니분들을 불러왔···”
“언니들!!!!”
일단 시도해본 건 원래 먹던 음식들이었다. 이노는 인간들과 지내온 시간보다도 요정들과 보내온 시간이 더 많고, 더 익숙하다.
그렇다면 먹거리 역시 요정들의 것이 더 잘 맞지 않을까?
[여기, 포도 따왔어! 먹어봐!] [사과도 있으니까 먹어볼래?]“사과는 씹을 기운이 없거나 하면 갈아다줄까?”
“그, 그건 괜찮아···. 일단 과일들부터···.”
-사각. 아작. 아작.
“흐으으음, 겨우 살 것 같아.”
됐다! 그 순간 요정들과 나는 말 없이 희열에 찬 시선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좀 배가 편해지는 것 같···웩.”
[끄아아아아악! 우리 막내!!] [파리스, 이 망할 놈아! 우리 막내가 토하잖아!!]“···.”
젠장.
나중에 물어보니 답은 간단했다.
“뭔가, 과일은 물기가 많으니까 계속 먹으면 배가 빨리 차올라서 속이 느글거려.”
“그럼 건과일은?”
“그건 또 물기가 너무 없어서 목이 메여서 토할 것 같아···.”
“건과일을 물이랑 같이 먹으면 어떨까?”
“한번 해볼게!
웩.”
또, 실패.
이유? 그건 헤라 여신을 불러와도 모른다. 임신한 인간··· 아니, 요정의 몸은 설령 헤라 여신이 와도 종잡을 수가 없이 변한다.
“이, 이상하다? 왜 말린 포도랑 물을 같이 먹으면 토하는 거야? 으으으우우웁···.”
심지어 자기자신조차도 알 수 없으니.
나는 이노의 등을 두들겨주면서 옆에서 같이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배가 불러온다.
그냥 말이 ‘배가 불러온다’지. 온몸의 골격과 장기가 뒤틀리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변하는 데 가까웠다.
“어, 어어··· 파리스!!”
“오이노네 님께서 넘어지신다!!”
잘못 넘어지면 약해진 뼈가 부러지고, 숨을 쉬는 일조차도 장기가 눌려서 이전보다 힘들어진다.
“오이노네 님? 뛰어다니기와 줄타기, 네 발로 걸어다니기, 오징어 흉내, 물구나무서기 등등은 앞으로 힘들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아마 아이를 낳을 때까지는 죽 그럴 것 같군요.”
그때만큼 이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
게다가 이노는 요정으로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게 습관이었으니, 지금처럼 어디 뛰어다니기도 힘들고, 놀러나가기도 어려워진 지금의 상황 자체가 큰 고역이었다.
이전에 비해 까다로워지고, 이노 스스로도 종잡을 수 없이 급변하는 음식 취향.
마음껏 움직일 수 없다는 데서 가중되는 스트레스.
숲에도 자주 찾아가기 힘들어지니 불안함이 커지고, 불안함이 커지니 다시 스트레스가 더해진다.
생각만 끔찍하다. 이건 뭐, 거의 10달 동안 지속되는 코로나 자가 격리도 아니고.
아무튼 몸 때문에 움직일 수도 없다.
그렇다고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기에는 또 입맛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상황이다.
이노가 눈에 띄게 침울해지는 걸 보아하니 결국 답은 한 가지뿐이었다.
“내가 상인들을 시켜 아이깁토스에 있던 그대들을 불러온 것은 다름이 아닐세.
자극적이면서, 몸에 나쁘지 않으면서, 적당히 기름지면서, 느끼하지 않으면서, 영양이 많으면서, 한꺼번에 확 몸이 불어나게 하여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 음식을 만들면 되네.”
요리에 신경을 많이 써주는 수밖에.
아주 많이.
“···예?”
“다시 설명해주면 되겠나? 일단 천천히 말해주지. 우선 내 반려는 지금 기름진 음식을 원하면서도 속이 쉽게 부대끼는 상태라···”
“아니, 아닙니다. 모두 알아들었습니다.”
“그래? 잘 됐군. 일단 궁전의 부엌부터 보여주지. 혹시 필요한 집기가 있으면 대장장이들과 목수들을 불러 만들어줄 테니 걱정 말게.”
“자, 잠시만요. 저희들끼리 회의라도 해보겠습니다. 자극적이면서 기름지면서 어··· 아무튼 그런 음식을 만들라니 저희도 해본 적이 없는지라 의논이 필요합니다.”
“만일 아이깁토스로 돌아가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자네들에게 줄 철전은 한 궤짝 준비해두었으니 생각해보게.”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이노를 위한 세계 식문화 탐방이 시작되었다.
아카이아의 음식 문화라는 게 아직은 그닥 발전하지 않은지라, 정말 오디세이아나 일리아스에서 묘사되듯 연회에서는 소만 통째로 구워줘도 훌륭한 음식이라고 추켜세워준다.
···그걸로는 아무래도 부족하지.
그래서 일단 안탄드로스 내부에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되어 있는 아이깁토스계 상인들과 접촉했다.
그들과 협업하여 아이깁토스에서 꽤나 쓸 만한 요리사들을 빼올 수 있었고, 그들을 궁전으로 들여 온갖 요리들을 만들게 했다.
“백리향과 갖은 향신료, 거기에 육즙으로 조미한 채소들과 소 등심 구이입니다. 그 옆에 있는 건 케이크를 먹여 키운 거위 요리인데, 날개살에 간을 발라 드셔보시면 맛이 괜찮을 겁니다.”
“자극적이면서, 몸에 나쁘지 않으면서, 적당히 기름지면서, 느끼하지 않으면서, 영양이 많으면서, 한꺼번에 확 몸이 불어나게 하여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 것 맞나?”
“자극적이면서, 몸에 나쁘지 않으면서, 적당히 기름지면서, 느끼하지 않으면서, 영양이 많으면서, 한꺼번에 확 몸이 불어나게 하여 건강을 해치지는 않는 것 맞습니다.”
“좋아. 이노에게 가져가 보지.”
그렇게 수많은 접시들이 부엌을 가로질러 식당으로 향한다. 이노와 이노의 식사 시중을 드는 시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손뼉을 쳐 그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노? 나왔어.”
“고마워, 파리스! 이렇게 식사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지난 며칠 동안 네가 만들어준 산딸기 섞은 우유만 먹었었는데!”
“한번 먹어봐. 제일 실력 좋은 사람들한테 맡겨본 거니까 어떻게, 입맛에 맞을 거야.”
내 말이 끝나자 요리사는 빠르게 칼로 고기를 잘라 이노에게 내밀었다. 이노는 깨끗이 닦은 손으로 음식을 집어들더니 조심스럽게 입안에 집어넣는다.
“음! 이건···.”
“이건?”
“엄청 맛있는데!”
그러고는 열심히 이것저것 집어먹기 시작한다. 마늘과 양배추와 아티초크, 그리고 숭어와 소고기 요리를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오랫동안 공복으로 있다 보니 그만큼 배가 고팠던 모양이었다.
“됐다···!”
내 옆에서 아이깁토스인들이 기쁨에 차 중얼거린다. 나도 기분이 좋아져 그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앞으로의 보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곧 똑같은 요리를 만들어 다음 끼니에도 대접해보니···
“웩.”
“···.”
“···.”
“웨에에에에에엑.”
역시 인체는 참 변덕스럽고도 신비로운 것이었다.
이노는 곧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 것 같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어, 어째서··· 입에는 잘 맞는데···. 모두들 미안해요.”
“···제가 치우겠습니다.”
“내가 이노를 데려가지. 이노, 괜찮아?”
““으으으윽··· 파리스? 미안해. 그래도 이렇게 노력해줬는데.”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니까. 내가 미안하지.”
이노는 치가 떨린다는 듯 부르르 떨며 눈물을 떨궜다.
“대체 어째서, 내 입은 기름지고 짭짤한 걸 원하는데, 몸이 거부하는 거야!!!!”
“···.”
“···.”
“이 나쁜 멍멍이! 나오기도 전부터 이렇게 까탈스러워서는! 엄마를 이렇게나 고생시키다니!!”
나는 아들이 나오면 코리토스가 될 거라며 정정하지도 않았다. 그 대신 이노를 욕조로 데려가 씻겨준 뒤 옷을 갈아입혀 침대에 눕혔다. 이노는 몇 번이나 울먹이며 헛구역질을 하다 겨우 지쳐 잠에 들었다.
이노는 잠에 든 상태로도 괴로운 듯 “윽···으으윽··· 분하다···.” 같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무심결에 이노의 손목을 잡아봤다가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가늘어졌다.
순간 내 머릿속으로 10%를 넘기는 이 시기의 모성사망률과 이런저런 합병증이 스쳐 지나간다. 내 등줄기를 차갑게 식어내린 땀줄기가 채찍처럼 훑고 지나간다.
“···.”
막 태어날 아이에 대한 기대감보다도, 솔직히 이노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갑자기 뇌리에 퍼져나가는 불안감에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킨 뒤, 침실 밖으로 걸어나간다. 마침 시종 중 하나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보게.”
“파리스 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카이아인과 아이깁토스인 요리사들로도 안 되었으니 이제 한번 페니키아인 요리사를 불러오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어··· 예?”
“어떻게 생각하는지만 말해보게.”
“모, 못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아노이토스와 그 외의 상인들에게 페니키아인 요리사들을 데려오라고 하게.
···아니, 아니지.
데려올 수 있다면.
죄다 데려오라고 하지.”
시종이 잠시 내 갑작스러운 명령을 곱씹어보더니 얼굴이 새하얘진다. 잠시 후에야 자신이 할 일이 뭔지 깨달았다는 듯 빠르게 궁전 밖으로 내달린다.
그렇게 안탄드로스 미식 기행이 시작되었다.
미미(美味) (2)
“자네, 들었나? 안탄드로스 소식일세.”
“뭐? 드디어 그 강철왕자가 하투샤에 전면전을 선포했나? 아니면 야만인 아버지를 죽이고 일리오스를 찬탈하기라도 했나 보지?”
“그 소식은 아닐세.”
“재미 없군.”
사내는 팔뚝을 걷어붙이고서 다시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중요한 작업이었다. 양고기 파이를 조리하는 데 있어 화력을 제대로 끌어올리지 않으면 날고기와 맨 밀가루 반죽을 주인께 바치고서 하루를··· 아니, 아니지. 한 달 정도를 망칠 수 있으니. 운 나쁘면 쫓겨날 수도 있고.
“재미가 없다니? 그 유명한 야만인 왕자에 대한 이야길세. 어떻게 재미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
“그것도 한두 번이어야지. 신처럼 아름다운데 입에서 강철을 뿜어내는 괴물이라고? 그걸 자네는 믿나?”
“흠, 내가 들은 쪽에서는 강철로 된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기른다는 얘기였는데. 아무튼,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닐세.”
“그럼?”
“티레(Tyre, 페니키아의 중심 도시 중 하나)에서 온 상인들 사이에서 꽤나 재밌는 이야기가 돌더니만, 아예 그 왕자의 고용인이 우리 도시에 왔다는군.”
“음? 하투샤의 서쪽 번국에서 여기까지 사람을 보냈다고?”
“그래. 강철로 온몸을 두른 전사들을 끼고 있을 수 있는 이가 뭐 얼마나 되겠나.”
“···.”
불쏘시개를 쥐고 있던 사내의 손이 움직임을 멈춘다.
“그래, 이제야 흥미가 생기나?”
“계속 얘기해보게.”
“그들이 요리사를 찾는다 하더군.”
“요리사? 그래, 페니키아인 요리사 말일세.”
***
“야만인 왕자에게 아카드인 요리사가 필요하다고?”
***
“누구든 하티인들의 요리를 실력 좋게 만들기만 하면 철전으로 목욕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니, 그게 정말인가?”
***
“아시리아의 요리를 제대로 할 줄만 알면 된다라··· 좋소. 이 녀석을 팔겠소.
그, 안탄드로스라는 땅으로.”
***
아이깁토스인들의 문명은 세상의 모든 상인과 해적들을 끌어들인다.
그리고 페니키아인들은 어디든 돈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상인들이다.
안탄드로스 내의 아이깁토스인들을 통해, 페니키아의 상인들과 접촉해 알려진 세계의 각지로 철쇄대원들과 고용인들을 보냈다.
물론 그렇게 멀리는 못 보내고 해봐야 페니키아와 흑해, 그 근방이었지만. 그래도 무역의 요지들이라 종족적 구성이 다양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바란 건 최대한 다양한 요리였으니까.
그렇게 약 2개월 동안 끌어모은 요리사들의 수는 수십 명, 사용하는 언어도 십수 개.
그들이 모두 안탄드로스의 부엌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어찌저찌 합을 맞춘 결과가 나오려 하고 있다.
부글부글 끓이는 소리.
칼이 서걱서걱, 고기 사이를 파고드는 소리.
고수와 딜과 겨자와 백리향이 구석구석 뿌려지고, 막 도축한 메추라기가 꼬챙이에 꿰어진 채 구워진다. 그 뚝뚝 떨어지는 기름을 받아 다시 옆에서 조리되는 요리의 육수나 다시 그 옆에서 조리되는 고기 파이의 소스로 활용한다.
수많은 요리사들이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날붙이와 불덩이 사이를 쏘다닌다.
말했다시피 히타이트인, 아시리아인, 아이깁토스인, 엘람인, 도리아인 등등··· 알려진 세계의 모든 문화권에서 모인 사람들이다. 루위어로 누가 외치면, 그걸 페니키아어로 누가 통역해서 외치고, 다시 그게 아카드어로 통역된다.
솔직히 장관이다. 물론 저렇게 서로 외치는 소리들이 “방해되니까 저리 비켜!”라든가, “누가 이 솥을 여기다 뒀어!” 같은 얘기들이지만··· 뭐, 말도 안 통하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잘 협력하리라는 것도 말도 안 되지.
아무튼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주군, 메추라기 구이가 거의 준비되었습니다. 언제 대령해야···”
“파리스···? 정말 미안한데, 언제쯤 나올까?”
“지금 당장 가능하겠나?”
내가 채근하자 안 그래도 바쁘던 요리사들의 발걸음이 약 1.2배 가속한 유튜브 화면처럼 빨라진다.
저 부엌 가장자리에서 쉬고 있던 조수들까지 가세하자 열댓 명 정도 되던 인원도 3할 넘게 늘어난다.
솥과 접시들이 이리저리 오간다.
누군가가 넘어져서 그 안에 있던 스튜가 모조리 엎어지자 순식간에 10여 개의 차가운 눈빛이 실수를 저지른 조수에게 쏟아진다.
“괜찮나? 내가 괜히 채근했던 것 같군. 안전이 가장 중요한데, 내가 방해한 것 같아 정말 미안하네. 내가 혹시 비켜 있는 편이 낫겠나?”
“아, 아, 아, 아닙니다! 괘, 괜찮습니다!”
다들 실수 한 번에 너무 가혹한 것 같기에 조수를 일으켜세워 주면서 말하자 어쩐지 아까보다 훨씬 더 긴장한 기색이다. 등쪽을 잠시 보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는 게 역시 내가 부담스러운 듯해 비켜섰다.
“저, 그, 나가지 않으셔도···”
“아니. 괜찮아. 괜찮아. 다들 힘내게.”
“아··· 아아···.”
내가 나서고 뒤에서 부엌 문이 닫힐 때, 어쩐지 방금 그 조수가 주위로부터 아주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던 것 같던데··· 씁, 나중에 뭐라고 말이라도 해둬야겠다.
“파리스? 음식은 언제쯤 나올까?”
“엄청 배고파?”
“엄청나게···!”
“메추라기 구이 나왔습니다!”
“가져오게!”
됐다.
곧 도자기와 솥들이 시종들의 팔에 올라가 이리저리 옮겨지기 시작한다.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꽤나 과분하다고 할 수 있는 요리들이 식탁을 꽉 채운다.
그래도 상관 없다. 일단 중요한 건 이노의 건강이니.
게다가 어차피 점점 연회를 벌일 일도 많아지고, 왕자든 공주든 태어나면 무조건 한번 크게 잔치를 열어야 할 테니 요리사 정도야 많이 고용해놓는 게 낫겠지.
“잘했네. 전부, 일당은 옆에 있는 하인에게서 받아가게. 만약 앞으로도 출근하고 싶으면 얘기하고. 자원자들 있으면 이름 좀 적어놓게.”
“알겠습니다, 파리스 님.”
대부분의 요리들이 향신료를 때려넣다 못해 들이붓는 수준으로 쓴 맵고 신 요리들이다.
다른 임산부들이 모두 그렇듯, 이노의 입맛 역시 자기가 알 수도 없는 방향으로 뒤틀리고 있으니 웬만하면 다양한 문화권의 요리로 준비했다.
수많은 접시들이 탁자 위에 차곡차곡 쌓이니, 요리에 들어간 식재료만 해도 수십 종이다.
고기와 생선으로는 백조, 양, 사슴, 거위, 숭어, 장어, 토끼, 참치, 비둘기 등이 쓰였고 양념과 향신료만 해도 정향, 마늘, 계피, 고추냉이, 아마씨, 참깨, 고수, 딜, 겨자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이노는 그 중에서도 아시리아인 요리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어린양고기 파이를 슥 한번 집어들더니 입 안에 넣었다.
“···으으으으음.”
말도 안 통하는 주군을 섬기게 된 요리사들부터, 이노와 많이 친해진 시종들과 하인들, 그리고 나까지 자리의 모두가 긴장한다.
이노가 음식을 씹고, 마침내 삼킬 때까지 이어지던 침묵을 내가 나서서 깨뜨린다.
“어때?”
이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받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가.
“아주 맛있어!”
“···그리고?”
그러나 여기에 대해 대답할 건 이노가 아니다.
“그리고? 으으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