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327
-‘타노스와 함께 북상 중.’
···됐다.
나는 파피루스 쪽지를 구겨 근처의 분수에다 던져버렸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나는 적들이 기진맥진져서 안탄드로스에 도착하기만을 바랐다.
물론, 기진맥진한 채라 하더라도 저들에게는 여전히 수만 명의 병사가 있을 테다. 하지만 저들이 자랑하는 수백 대의 전차, 정교한 공성장비들은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되겠지.
그래도 이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며칠 전부터 안탄드로스의 상공에서 구름들이 서로 부딪히고 번개를 쏘아댄다.
마치 서로 싸우기라도 하듯이.
우연일까?
“당장, 부모님과 마을사람들께 연락하게. 성 안에 공간을 마련할 테니 어서 이쪽으로 피신하라고.”
···아닐 것 같았다.
나는 전서구를 데려온 시종에게 곧장 명령했다.
나는 불안했다.
나는 적들을 지치게 만들어야 했다.
나는 이겨야만 했다. 내 고향을 지켜야만 했다.
그게 내가 살아온 목적이니까.
수호자 (1)
“움직여라!! 어서!!”
테오의 외침에 병사들은 빠르게 강철 진지에 마구를 연결한다. 채찍질을 가하자 말들은 서둘러 움직이고 병사들도 급히 걸음을 재촉하지만.
“트로이아인들이 달아난다!!”
“이번에는 놓쳐선 안 된다!!!!”
적들의 전차부대에 비해 더 빠를 수는 없다.
아군들이 급히 후방에 마름쇠를 뿌려 하투샤 전차부대의 기동을 막아내지만, 능숙한 기수들은 곧 마름쇠가 덜 촘촘히 뿌려진 곳을 찾아 우회해온다.
당장 선두에서 추격해오는 전차는 5대 정도, 그 뒤에서 달려오는 적 본대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이봐, 테베에 보냈다는 연락은?”
“부, 분명히 주군께서 미리 안배해놓았다 말씀하셨습니다! 곧 있으면 지원군이 도착할 것입니다!”
“언제쯤!”
“곧입니다!”
그 ‘곧’이, 지금 당장이 아니라면 무의미하다고 말하려다 테오는 입을 다물었다.
수 차례 동안 죽을 고비를 넘겨오며 적들의 진을 빼놓았다.
적들이 아군의 진지를 파훼하려 준비하는 사이에 빠르게 후퇴하고.
어차피 후퇴할 것 다 안다는 식으로 나오면 아예 더 많은 장비를 공수해 방비를 철저히 해 정공법으로 엿 먹이고.
그래도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발 빠른 철쇄대원 몇몇과 함께 후방을 흐뜨려놓으면서 적들을 압박하고.
모든 작전이 위험천만했다. 사실 기백 명이 자기들보다 수십 배는 더 많은 병력의 발목을 잡는데 위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생쥐가 코끼리 앞에서 무력 시위를 한다? 보통 생쥐는 밟혀 죽을 뿐일 테니.
생존을 위해서는 아주 섬세한 곡예를 이어가야 했다.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깃발을 올리고, 솥에 불까지 올린 다음 그대로 도망친다거나.
아니면 적 척후대를 사칭해 후방에 트로이아의 지원군이 온다고 소리친 다음 적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자리를 피한다거나.
파리스에게 연통을 넣어 정예한 철쇄대원들을 수십 명씩 증원받았고, 지혜가 달릴 때면 이노에게 계책을 전달받아 해결했다.
그래도 매 순간 목숨이 간당간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렇다. 리르네소스의 성벽이 뚫리자 그들은 급히 후퇴하면서 진지를 세워 리르네소스의 미시아인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퇴군을 준비하자 이때를 노린 적들이 배후를 추격해온다. 저들도 바보가 아니니까.
‘지금쯤 지원군이 와줘야 하는데···!’
테오는 이를 악물고 적들의 전차부대를 돌아보았다. 적 보병들이 급조한 방패차와 다른 장비들로 마름쇠를 치우니 그 길로 전차부대가 들이닥친다.
선두는 앞서 말했듯 5대.
“철쇄대!!”
시간 정도는 끌어볼 만하다.
테오의 외침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철쇄대원 너덧 명 정도가 한 곳으로 모인다. 전차부대 역시 이쪽이 머리인 걸 아는지 방향을 틀어 곧장 돌격해 들어온다.
테오는 잠시 단검을 뽑았다가, 거기 새겨진 ‘그녀가 우리를 샀다’라는 문구를 보고 다시 넣는다. 심호흡을 하고, 투창을 하나 뽑아든 다음 다른 철쇄대원들에게 말한다.
“나를 엄호하라.”
그리고 던진다.
-퍼벅!!
선두에서 오던 전차에 탄 마부와 창수 두 사람의 심장이 동시에 꿰뚫린다.
“다시.”
-쾅!!!!
두 번째로 앞서오던 전차의 바퀴살을 부숴 전복시킨다.
세 번째 전차부터는 너무 가깝다. 철쇄대원들 역시 무기를 꺼내 방비를 준비하니, 테오는 다시 단검을 꺼낸 뒤.
앞으로 질주한다.
적 전차병이 던지는 투창을 고개를 틀어 피한다. 혈향이 풍기는 걸 보니 볼에 살짝 스친 모양이다.
상관 없다.
테오는 곧장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올랐고.
“커, 커헉···.”
전차를 이끄는 말들을 뛰어넘어, 그 마부의 목을 단검으로 꿰뚫어죽인다.
그렇게 전차에 오른 뒤 이 광경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멍청한 방패병과 창수를 베어버리고 그 몸은 밀어서 떨어뜨린다.
고삐를 쥐자 흥분한 말들이 이리저리 날뛰려는 게 느껴져 겨우 통제 아래 넣고, 급히 창으로 말의 다리를 찔러 강제로 방향을 틀었다.
적군 전차가 있는 방향으로.
그리고 테오는 뛰어내렸다. 등 뒤에서 폭발음과 함께 온갖 육편과 잔해가 비산한다. 그 끔찍한 꼴을 테오는 굳이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른 철쇄대원들 역시 전차병 하나 정도는 빠르게 해치운 듯했다.
“···일단 선두에서 오는 전차들은 대강 제거했군. 나머지 아군들은?”
“아군들은 적들과 꽤나 거리를 벌렸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애초에 기동 속도가 그렇게 극적으로 빠르지는 않으니 전차를 앞세운 적들에게 언제든 사로잡힐 수 있다.
“트로이아의 별동대를 잡아라! 저들을 잡아야 한다!!”
마침 열이 바짝 오른 적들이 또 다른 전차부대를 내보내며 그들의 짐작을 확인시켜준다. 그들은 긴장하며 뒤로 후퇴한다.
시간을 벌었다? 고작해야 아주 잠시일 뿐이다. 적들도 마름쇠를 거의 치워가고, 달려오는 전차의 수도 점점 늘어나니···
-부우우우우!
뿔피리 소리.
그 소리에 테오와 다른 철쇄대원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테베에서 온 지원군입니다!”
“됐다!! 후퇴하라!! 후퇴해!!”
저들이 적들을 물리칠 대군은 아니다. 역시 끽해야 1,000명 남짓할 숫자.
그러나 적의 후방을 불안하게 만들어 발목을 잡을 수준은 되겠지.
테오와 철쇄대원들, 그리고 그의 별동대는 다시 사선을 넘어 아드라미티온으로 향했다. 거기서 다시 그들은 새로 진지를 펼치고 시민들을 무장시키리라.
이번에 다시 진지를 펴면 벌써 세 번째다. 폭풍의 신을 섬기는 저 제국의 병사들 역시 세 번이나 진지를 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하리라.
적들은 또 다시 공성병기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며, 시간과 자원과 노동력을 허비하리라.
부서진 전차를 버리고, 망가진 병장기들을 수습하지 못한 채 전진하리라.
그게 트로이아의 승률을 높여주리라.
***
“선봉대의 전차부대가 바퀴축을 수리하기 어려워한다 하였나?”
“그러하옵니다. 우선 적들이 끊임없이 도로망을 타고 배후를 공격하고, 그에 덩달아 적들의 별동대가 끊임없이 역량을 소진케 하는 바람에···.”
“별동대를 잡지도 못했고?”
“그리 적은 수의 병사를 놀려, 세 번이나 넘게 진지를 구축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모양입니다. 저들이 인간이라면···.”
문제다.
그들은 약탈하러 온 아카이아인들마냥 장수들을 빼고는 거적데기에 창대만 걸친 채로 온 게 아니니까.
갑옷을 입힌 병사들이 있고, 바퀴축을 쇠로 만든 전차들이 수백 대씩 있다. 공성병기를 만들 장인들과 갑옷과 다른 병장기를 수리할 대장장이들이 병사들을 뒤따를 수밖에.
그리고 그들을 위한 작업장을, 병장기를 수리하고 새로 보급할 배후 거점을 마련해둬야 할 테고.
헌데 그 과정이 안탄드로스가 뻗쳐놓은 거미줄 같은 도로망 위에 오르자 순식간에 가로막혔다 한다. 안탄드로스를 향해 가던 선봉대는 골머리를 썩히고 있고.
여러 동맹시의 병력이 주기적으로 배후 거점을 습격하는데, 적들의 별동대는 장인과 대장장이가 필요한 전장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장비를 제대로 재보급하고 점검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수성에 쓰는 무기들 역시 야만인들의 것과 사뭇 달랐다 합니다.”
아이깁토스의 도움을 받은 것인가? 저들은 제대로 된 공성과 수성에 익숙지도 않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하던 대왕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거기까지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다.
트로이아인들은 ‘그 도시’를 건설해낸 이들 아닌가?
문명인들의 싸우는 방식을 보고 자기들끼리 궁리하여 새로운 전략을 짜낼 수도 있었을 터다.
더 이상 그의 머릿속에서 트로이아의 왕과 왕자들은 야만 부락의 지배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의 적수다. 적수를 무시해서는 안 될 터였다.
그리고.
[위대한 분들이시여···.]그들을 무시해선 안 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정결한 물로 손을 씻은 뒤, 번제물 위로 유황을 살라넣으며 말했다.
방금까지 그와 대화를 나누던 시종은 대왕의 몸에서 알 수 없는 광휘가 서리는 것을 보고 급히 막사에서 달려나갔다.
이제 이 막사에는 대왕과, 통째로 불타고 있는 황소 한 마리뿐이었다.
아니··· 아니다.
대왕은 곧 어떤 기척을 느낀다.
사실 기척이라기보다는 어떤 압력, 무게감이라 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그의 어깨 위로 어마어마한 중량감이 내려앉았으니, 대왕은 서있기를 포기하고 무릎 꿇었다.
-쿵. 쿵. 쿵. 쿵.
마치 코끼리가 그의 몸을 밟고 지나가는 듯하다. 그 고통과 압도감에 이를 악물면서도 그는 주문을 읊조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주문과 함께, 그는 청원의 말을 올린다.
[보···십시오. 적들의 성세가 어떠한지··· 보아주십시오. 천신(千神)이 가호하는 하투샤보다도 더욱 강대한 기운이 머뭅니다.]그리고 마침내.
그는 목이 부러지는 듯한 기분과 함께 기절할 뻔한다. 대왕은 단검을 꺼내 손바닥을 살짝 베어내며 기절하려던 정신을 고통으로써 깨웠다.
지금, 그가 느끼는 고통은 징벌 같은 것이 아니다.
[고개를 들어라.] [보아라.] [우리를 마주하라.] [너는 우리의 가호를 받는 왕.] [왕이여, 우리를 보아라.]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리고, 다시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그러자 그의 망막이 타오를 듯 밝은 광채와, 그의 시야를 모두 메우는 컴컴한 어둠이 동시에 그를 압도한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하나의 신은 인간을 무릎 꿇게 하기에 족하다.
열 명의 신은 도시 전체를 전율하게 만들 수 있으리라.
백 명의 신은 그 운신만으로도 왕국 하나를 뒤흔들 것이고.
그리고.
천 명의 신은.
하투샤를 가호하는 천 명의 신은.
[우리를 마주보아라!]그를 보았다.
수필룰리우마가 광기의 실마리를 쥔 그 순간, 머리에 차가운 이성이 돌아오니 그는 그것이 조상들의 은혜임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청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라.]무수히 많은 불멸자들의 물결 속에서 대왕은 몇몇 위(位)의 신들을 알아본다.
의약과 마술의 여신인 캄루세파, 산맥을 다스리는 신 샤루마, 그리고···
신들의 왕.
그··· 아니, 그들의 형상은 모호하게 겹쳐져 나타난다.
[나의 이름은 테슈브.] [나의 이름은 타르훈트.] [나의 이름은 타르훈나.]후르리인들이 부르길 테슈브, 루위인들이 부르길 타르훈트, 네샤인들이 부르길 타르훈나.
그들을 다른 신이라 구분하는 이들도 있으며, 아예 같은 신의 서로 다른 이름일 뿐이라 하는 이들도 있으니.
대왕은 개중 진실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신들의 왕은, 또는 왕들은 그에게 말했다.
[[[‘나’의 가호 아래 제국을 다스리는 하투샤의 대왕이여, 그대가 원하는 건 무엇인가.]]] [···적의 멸망입니다.] [[[부유한 오랜 원수 아시리아의 멸망보다도, 앞으로 있을지 모를 강대한 아이깁토스와의 전쟁보다도 정녕 이 싸움이 더 중요한가? 세상의 서쪽 끝자락을 평정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너는 명예롭지 못한 저주로써 적들을 공격하였으나 실패했다. 너를 바다의 어머니이자 마술을 다스리는 캄루세파가 도왔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명예도, 재산도, 영광도, 신앙도, 모두 내버릴 정도로 지금의 승리가 귀중한가?]]]
마치 책망하듯 하는 말, 그러나 대왕은 그것이 마지막 확인임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려다 멈춘다. 몸을 움직이려니 마치 수천 개의 바늘이 몸을 꿰뚫고 있는 듯 고통스럽다.
그는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겨우 답한다.
[귀중합니다. 무엇보다도.청컨대, 앞으로 올 전투에서 저의 선봉대를 도우소서.]
그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한참 뒤에 투드할리야의 아들 수필룰리우마가 고개를 들어보니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미 황소는 가루조차 남기지 않고 타올라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러나 대왕은 확신에 차서 막사를 나섰다. 그러자 하늘이 구름으로 소용돌이 문양을 그리며 천둥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병사들이 하나둘씩, 그 광경을 보고 무릎 꿇는다.
그 구름은 뭇 필멸자들의 숭배와 두려움을 받으며 천천히 북상했다.
안탄드로스로.
***
“테오는? 테오와 철쇄대원들은 무사한가?”
“보고에 특별한 내용이 없던 것을 보면 그런 듯합니다.”
“알겠네. 돌아가보게.”
나는 시종의 보고를 들으며 지도에 가위 표시를 하나 더 늘렸다.
우습지만 ‘리르네소스’라는 이름에 가로줄이 쳐지니, 나는 비로소 전쟁을 실감한다.
원래대로라면 아킬레우스가 저 도시를 함락하고 브리세이스를 노예로 취했겠지. 그 브리세이스를 두고서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이 다투었겠고.
그 도시가 함락됐다. 안탄드로스의 동맹시가 공격받았다.
며칠이 지나자 그 지도를 꺼내 다시 아드라미티온과 아스티라 위에 가위표를 그렸다.
조금씩, 조금씩 적들은 가까워온다.
아스티라와 안탄드로스 사이의 거리는 단 10여 킬로미터.
임박했다.
“파리스, 준비해야지.”
“···알겠습니다. 형님.”
나는 방 밖으로 나서며 이곳에 모여든 장수들의 면면을 확인한다.
우선은 왼쪽을 본다.
헥토르, 아이네이아스, 오이노네, 펜테실레이아, 텔레포스, 헬레노스, 데이포보스, 코로이보스, 사르페돈.
···나는 다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오디세우스,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필록테테스, 이도메네우스, 메네스테우스.
이들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숨이 턱 막혀온다. 여기 아직 합류하지 않은 이들이 누구지? 에티오피아의 멤논? 트라키아의 레소스?
일리아스에서 서로를 죽이기 위해 맹렬히 달려들던 이들이, 내 왕궁의 테라스에 모여 나를 주시하고 있다.
누군가는 나의 포로로서, 누군가는 나의 동맹으로서, 아니면 나의 혈족이나 벗으로서, 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
“···하늘이 보이시오?”
내가 꺼낸 첫 마디에 모두가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본다.
정확히 소용돌이 모양을 유지하는, 기괴하고 신비로운 구름이 남쪽 해안으로부터 몰려온다.
“나는 ‘저것’이 우호적이지 않으리라는 데 내 모든 걸 걸 수 있소.”
“···.”
“···.”
“적들이 바로 지근거리까지 왔소. 이 도시를 통째로 무너뜨리고 그 동맹시들을 굴복시키기 위해서지.
안탄드로스가 무너지면 칼리폴리스에 식량을 공급하던 트리에레스도 끊길 것이고, 트로아스 반도의 남부 전역이 적들의 손에 떨어지게 될 것이오.
저들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북상하여 우리의 나머지 동맹시들을 유린한 뒤, 트로이아까지 닿겠지.”
“···.”
“···.”
나는 트로이아에 어떤 이들이 있는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다른 사실을 짚어주었다.
“트로이아의 맞은편에는 칼리폴리스가 있소.
그러면 전쟁은 끝이오. 여기서, 적들이 승리하면 그때 전쟁은 끝나는 것이오.
심지어 우리가 이기더라도 적들에게는 여전히 수만의 병력이 있소. 그들과 다시 한 번 싸워야 하오.”
불공평한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