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여제의 뜻(3)
잘려나간 무기를 확인한 천성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형은 역시 형이라 이건가······.”
그러나 SSS급 헌터가 소지한 무기가 그것 하나 뿐일 리가 없다. 천성호는 다른 양손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전력으로 간다.”
천성호를 주변으로 발산되는 강대한 격과 짙은 마력.
마력은 불꽃의 형상을 띄며 붉게 타올랐다.
마력의 수준이 극의에 달하면 발생하는 이른바 ‘형상화’.
나도 과거에 먼발치에서 지켜 본 게 전부인 기술이다. 그것을 온 몸으로 받아내자니 전신이 욱신욱신 쑤신다.
『 레전더리 스킬 ‘영웅의 격 Lv.5’를 발휘합니다. 』
『 대량의 경험치를 습득합니다. 』
『 스킬 ‘영웅의 격 LV.6’를 획득합니다. 』
그러나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오히려 좋은 수련이 된다.
엘리스가 있기도 했고.
내 옆에 선 엘리스 덕에 마력의 불길은 내게 직접 닿지 못한 채 흩어졌다.
물론 천성호는 그저 나를 노려보기만 했을 뿐이다.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눈빛.
‘과연 SSS급 상위 헌터라는거냐.’
이마 위로 땀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다음은 천성호의 진심이 담긴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나도 모든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그리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불사의 마족이 뒤쪽에서 땅을 박차고 날아왔다. 놈은 그대로 천성호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검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땅이 주욱 그이며 크게 뒤로 밀려난 천성호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예상 외의 힘에 당황한 듯했다.
“뭐야······? 마족?”
불사의 마족은 뚜둑하는 소리와 함께 목을 풀었다.
“다들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군. 대적자, 동료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라. 이곳은 내가 맡지.”
명령하지도 않은 짓을 하고 있었다. 녀석은 정말로 우리를 도울 작정인 모양이었다.
“시간을 끄는 거라면 특기다.”
샤아아아—!
불사의 마족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는 그림자. 마기로 구성된 그림자는 여제 편의 헌터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뭐, 뭐야. 이거······?!”
“큭, 안끊어지잖아!”
“다들 조심해!”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뛰어 오른 헌터들조차도 날렵하게 잡아 속박했다.
상황을 파악한 여제 측의 책사 한기성이 즉시 진세아를 비난했다.
“세이비어도 썩을대로 썩은 거 아닙니까? 불사의 마족과 한패라니. 정말 제정신인겁니까?”
진세아는 축 늘어진 신태양을 바닥에 던졌다. 인류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리더다운 무력이다.
“마족이랑 한 패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 놈은 이제 내 노예거든?”
어쨌든 불사의 마족은 여제측의 헌터들을 잡고 늘어지는데 성공했다.
전투안드로이드들이 기세를 몰아 헌터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천성호와 한기성은 불사의 마족과 전면전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의 시선이 유리성의 정문을 향했다.
“이틈에 움직이자. 여제가 있는 방으로······.”
그러나 여제는 우리를 쉽사리 들여보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유리성 주변의 공간이 만화경처럼 나뉘며 그 안에서 갖가지 마수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테서렉트가 보호해주는 건 딱 우리까지란 말인건가.’
차원 고정의 범위가 닿지 않는 곳이다.
함선의 방어를 풀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크어어어······.
으어어어······.
마물들이 쏟아지다시피 기어나오고 있었다.
놈들의 수준은 대충 짐작해도 SS급 이상.
『 ‘일자베기 Lv.13’의 경험치가 3% 상승합니다. ( 현재 15% ) 』
콰아아아!
일자베기로 베어낸 자리의 푸른 틈이 마수들의 오장육부를 갈라 놓았다.
대인전만큼은 아니지만 스킬 경험치는 착실히 쌓이고 있다.
“오빠, 내 뒤로! 엘리스는 버프 부탁해!”
“알겠어요!”
콰과과!
엘리스의 가속 버프를 받은 진세아를 필두로 우리는 마수들을 학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진세아는 마수들이 죽어서 생긴 사체조차 쳐부수며 돌격했다.
콰아아앙!
유리성의 대문에 무수한 균열이 새겨졌다. 진세아가 한 번 더 단검을 휘두르자 유리 조각들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 모습이 몽환적이긴 하나 감상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그래, 이럴 줄 알았어.”
외부에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유리성 내부의 길은 단순했다. 복잡하게 꼬여 있을 공간을 테서렉트가 본래의 공간으로 고정시킨 덕이었다.
더욱이 내부엔 병력이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순식간에 여제가 있는 방의 문을 열어 젖힐 수 있었다.
콰앙!
“비겁하게 숨지 말고 나와! 안 그러면 여기 전부 날려 버릴테니까!”
문을 열자마자 무기들이 보랏빛 궤적을 남기며 쏟아졌다. 수 백 자루의 검이 우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공간을 너머 쏘아진 무기들이었다.
진세아는 그것들을 전부 쳐냈다. 그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능력과 힘을 가진 무기었지만, 닿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 멀리 유리로 된 왕좌 위에 여제가 서 있다.
“······.”
새하얀 드레스와 순백의 왕관을 걸친 흑발의 여제.
내가 아는 윤서현과는 너무나도 다른 차가운 눈이 우리를 향했다.
이어지는 건 경멸스럽다는 표정이었다. 냉정한 음성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날 이야기는 끝났을텐데. 너는 날 이해할 수 없고, 나도 널 이해하지 못하니.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여제의 말에 진세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이해할 수 없어. 오빠가······. 그러니까 리더가 인류의 모두보다 소중하다는 그런 이야기.”
그렇게 말한 진세아는 고개를 들어 여제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해는 못해도 대화는 해볼 수 있잖아. 안 그래?”
“여전히 그대로구나. 그래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여제는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주변의 모든 공간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창날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서렉트의 영향이 닿지 않는 모든 장소에서 창들이 우리를 노리고 떠올라 있다.
『 해당 무기는 에픽 아이템 ‘궁니르(복제)’입니다. 』
『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 생존률 8% ) 』
『 세이비어로의 복귀를 강력 권고합니다. 』
함선의 인공지능 네이아가 붉은 홀로그램창을 띄우며 경고해왔다.
아니, 여기서 물러서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진세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녀석은 망토를 펄럭이며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섰다.
“실력 행사를 하시겠다면 우리도 못할 건 없지.”
『 텔레포테이션 기동 』
우리는 테서렉트를 사용해 여제의 공간 깊숙히 침투했다. 그렇다면 이제 이곳은 우리의 공간이다.
여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공간이 되는 셈이다.
우우웅······.
진세아의 뒤쪽의 공간이 일렁였다.
그 장소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진세아와 윤서현이다.
그것도 내가 잘 아는 모습의 둘.
“이제 우리 차례야.”
미래의 진세아는 나타난 윤서현에게 테서렉트를 건네주었다. 윤서현은 여제를 바라보았다.
“나는 잘 이해가 안가지만······.”
『 동료 윤서현이 ‘절대 공간 조작 Lv.4’를 발휘합니다. 』
테서렉트를 든 윤서현의 손으로부터 보랏빛 파동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느릿하지만, 차근차근 주변의 공간을 정돈하는 안정된 빛이었다.
여제에 의해 변화되었던 공간이.
윤서현의 같은 능력에 의해 바뀌어나간다.
사아아아—.
우리를 향하고 있던 궁그닐이 희미해진채로 사라졌다. 테서렉트가 적용되는 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나 그렇게까지 쪼잔한 사람은 아니지 않아?”
“······.”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 여제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언짢은 것 같기도한 표정이다. 실제로 그녀의 능력은 전부 무력화 되었다.
여제는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직접 보지 않는 게 차라리 나았을텐데.”
여제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너희는 잘못 생각하고 있어. 대화나 설득으로 뭔가가 해결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지. 하지만······.”
그녀의 팔 새겨진 문자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바닥에서 검은 비석 하나가 솟아 올랐다.
공간 조작이 아닌 이곳의 장치였다.
쿠웅!
붉은 쇠사슬로 칭칭 묶인 검은색 비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 초월의 비석 』
이전에 보았던 바위다.
발전의 마족이 있던 공간에도 있었고.
엘프 학자 세레네가 있던 환상계에도 존재하던 비석.
여제는 비석에 손을 올렸다.
한결 무너져 내린 듯한 목소리였다.
“리더가 사라진 그 날. 나는 포기하지 않았어. 그도 그럴게 지한씨가 우리를 버리고 사라질 리가 없잖아. 무수한 차원을 헤짚으며 나는 리더를 찾으려고 했어.”
새하얀 빛이 감돌며 비석의 내부로 스며들었다.
비석의 내부 희미한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반투명한 형상은 완벽히 내 모습 그대로였다.
잠에 빠진 듯 눈을 감은 내가 비석 속에 존재했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나는 찾았어. 사라졌던 리더를 찾았다고.”
신체를 잃고 영혼만이 간신히 자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여제가 비석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신체를 잃고 영혼만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상태.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는 아무도 몰라도 내 힘으로는 이 정도가 한계야.”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차갑고도 냉철한 눈빛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여제의 손가락이 나를 향했다.
“과거의 이지한이 있다면 리더를 구할 수 있어. 그의 신체는 그릇으로서 완벽하게 작용할거고. 기적 같은 기회가 왔고, 이제 단 한 발자국 남았는데. 대화? 진심이야?”
여제의 말을 들은 미래의 진세아는 이를 악물었다. 용납하지 못한단 표정이었다.
“틀린 건 틀린거야. 그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선 안 돼.”
두 사람의 가치관은 양립할 수 없다.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엘리스가 내게 털어놓듯 말했다.
“이런 사정일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미리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엘리스도 진세아도 확신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여제의 마음은 확고했다.
“······마계왕은 우리의 힘으로 막을 수 없어. 리더가 있어야만 해. 그러니 방해하지 마.”
현재의 진세아는 어이가 없단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오빠를 제물로 바쳐서 미래의 오빠를 되살리겠다는 거야?”
요약하자면 그게 맞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헌터들이 떼를 지어 성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여제를 지켜라!”
“세계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여제! 괜찮으십니까?!”
불사의 마족이 이들의 발을 묶어두는 데에 실패한 모양이었다. 헌터들이 물밀듯 성 내부로 들어왔다.
테서렉트로 공간은 억제한다고 해도, 이들 전부를 막기는 어렵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신태양도 천성호도 검을 쥐고서 우리를 향해 달려오려 했다. 한기성까지 있으니, 우리 쪽이 상당히 불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젠장, 일단은 후퇴해야하나?”
미래의 진세아가 혀를 찼다.
투욱.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그럴 필요 없어.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결······? 저 답답한 여제랑 아무리 말해봤자······.”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나는 여제가 있는 쪽으로 걸어나갔다.
초월의 비석 안에 잠든 나를 향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멍청했던거냐.
얼마나 혼자서 모든 걸 끌어 안으려고 하고 있었던거냐.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미래의 진세아나, 여제도, 신태양도, 천성호도······.
전부.
내 능력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
상황을 타개할 능력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리더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고독한 것이었다.
‘이것저것 전부 비밀로 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 정도 됐으면 상의도 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
자기 능력이 뭔지 동료들에게 알려줄 법도 하잖냐.
『 스킬 향상의 반지를 사용합니다. 』
『 찬란한 초월의 성배(에픽)을 사용합니다. 』
『 유니크 스킬 ‘다세계 해석 Lv.13’를 발휘합니다. 』
비석에 잠든 나를 꺼낼 수 있는 방법.
그것이 13 레벨 다세계 해석에 의해 밝혀진다.
미래의 나는 무수한 차원을 헤매이며 방황했다.
그 증거는 내 영혼에 분명히 새겨져 있어 분명하게 해석된다.
『 유니크 스킬 ‘절대 다차원 간섭 Lv.1’을 습득합니다. 』
그 경험의 일부가 내게로 흘러들어온다.
다시금 손을 가져다 대고 정신을 집중한다.
드드드······.
내 품 안에 넣어놨던 재능의 조각이 미친듯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막대한 양의 스킬 경험치가 내게로 흘러들어 온다.
『 스킬 ‘절대 다차원 간섭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절대 다차원 간섭 Lv.3’를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절대 다차원 간섭 Lv.11’을 획득합니다. 』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이들 중 아무도 내 능력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다.
알고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다.
경험치 50만배.
그건 단순하지만 매우 강력해서.
『 스킬 향상의 반지를 사용합니다. 』
『 스킬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 찬란한 초월의 성배(에픽)을 사용합니다. 』
『 스킬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스킬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아무도 가보지 못한 능력의 끝을.
누구도 생각치 못한 가능성을.
『 레전더리급 스킬 ‘절대 다차원 간섭 Lv.13’을 발휘합니다. 』
현실로 만들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