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1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31)
단합 대회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 곧 출근 시간이잖아.”
세진이와 대련은 오랜만인데 확실히 실전을 많이 치르다 보니 예전보다 검이 훨씬 매서워졌다.
“아… 아직 한 번 정도 더 할 수 있지 않아요?”
“너무 무리하는 것도 안 좋아. 가서 밥도 먹고 준비도 해야지.”
하얀 옷이 땀으로 얼룩진 걸 보면 꽤 지쳤을 텐데 역시 세진이는 너무 성실하다.
“여기. 일단 얼굴이라도 좀 닦아. 이것도 마시고.”
아공간 마법을 사용해 수건과 스포츠 드링크를 꺼내 줬다.
“아, 감사합니다.”
“왜 쟤만 줘? 나도 줘!”
옆에서 루시엘이 투덜댄다.
초코바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녀석이.
아공간 마법을 다시 사용해 초코우유 하나를 꺼내 줬다.
“저건 네 취향 아니야. 넌 이거 먹어.”
“시간이 30배 느리게 가는 공간이라니,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야. 여기 있으면 다른 사람보다 30배 빨리 늙는 거니까.”
“어?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요.”
물론 세진이도 내공심법을 익혔고 절정 수준은 되니 그리 심각하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둘 중 누구와도 교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만 해도 반발이 심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모두 쉽게 수긍을 했다.
루시엘도 툴툴대긴 했지만, 세진이가 이곳에 올 수 있게 해 줬고.
불만을 제기하던 세진이도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다.
세진이가 이곳에 오게 되며 간간이 대련도 봐주고 있어 일이 좀 늘었지만 이쯤이야 괜찮다.
루시엘 녀석도 짜증이 약간 늘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최악의 경우엔 모두와 어색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루시엘과 세진이 모두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니까.
“야, 너 안 가?”
“선생님 가시면 갈 거거든요.”
루시엘이 세진이를 노려보며 시비를 건다.
이거 또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지만 솔직히 큰 문제는 아니다.
둘은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지만 치고받고 싸우지는 않고 이런 식으로 티격태격할 뿐이니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둘이 친해진다면….
아니, 그런 생각 하지 말자.
“그래. 그럼 내가 먼저 가야겠다.”
“몇 시에 다시 오실 거예요? 저는 퇴근하고 7시는 되어야 올 것 같은데.”
시간 맞춰서 오겠다고 하고 나뭇잎을 찢자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방학 동안 지낼 호텔이다.
루시엘 녀석도 바로 튀어나온다.
“놀러 가자.”
“놀러는 무슨. 해야 할 일 있어.”
“무슨 일? 그 못생긴 애가 방학은 쉬는 거라고 했는데?”
“…사람 좀 만나려고. 맛있는 디저트 시켜 줄 테니까 넌 여기 있어.”
“싫은데? 어차피 난 목걸이에서 멀리 떨어질 수 없어.”
“그럼 풀고 가면 되지.”
목걸이를 풀려 하는데… 뭐야?
고리가 없다.
“루시엘, 이거 어떻게 푸는 거야?”
“그거 못 푸는데?”
“못 푼다고? 장난치지 말고 얼른 풀어.”
“장난 아닌데?”
“그럼 부순다.”
손가락에 검강을 만들자 루시엘이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너 그 못생긴 애 선택하려는 거야?”
“아니, 목걸이 풀어 달라니까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목걸이에 내 영혼의 절반이 담겨 있다고 말했잖아. 목걸이 부수면 내 영혼도 같이 부서져.”
“뭐?”
“저쪽에 있는 나머지 절반도 큰 피해를 입겠지. 최소 천 년 이상 잠들거나 어쩌면 바로 타락해 버릴지도….”
협박이나 다름없다.
“안 부술 테니까 좀 풀어 줘. 씻거나 화장실 갈 땐 어떡하라고. 설마 그것도 다 볼 거야?”
세진이 말대로 이 녀석 진짜 저질이다.
“그… 그런 거 누가 본다고! 안 봐, 안 보면 되잖아.”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네가 보고도 안 본 척할 수도 있는데.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좀 지켜 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이렇게 나와 있으면 되잖아.”
“목걸이에서 멀어질 수 없다며?”
이제 보니 목걸이가 아니라 족쇄나 다름없다.
“어디 가려는 건데? 혹시 다른 여자 만나러 가는 거야?”
어떻게 알았지?
“뭐야, 왜 대답이 없어? 정말 다른 여자 만나러 가는 거야?”
어찌나 매섭게 노려보는지 조금만 더 있으면 눈에서 레이저도 나오겠다.
“김 선생 만나고 올 거야.”
“김 선생이면 못생긴 애 말고 고백했다던 녀석 말하는 거지?”
“그래.”
“걔를 왜 만나! 원래 그 여자 말고 못생긴 애 선택하려 했다며. 그럼 걔는 예선 탈락한 거 아니야?”
예선 탈락이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표현이 참 그렇다.
이런 말은 또 어디서 배운 건지.
“연애 안 하겠다고 했잖아. 정리하려고 만나는 거야.”
사실 루시엘과 세진이 모두 김도현에게 빠져 버릴 가능성도 있으니 미리 거절할 필요는 없다.
김 선생님도 바로 답을 달라고 한 게 아니고 기다리겠다고 했고….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김 선생님에게 아무런 언질 없이 계속 애매한 태도로 지낸다면 그건 정말 쓰레기다.
김 선생이 보험도 아니고.
루시엘이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세진이에게 고백을 하고 김 선생에게도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내가 비록 김 선생이 아니라 세진이를 택했지만 김 선생 역시 소중한 동료이자 지인이다.
가능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 희망 고문을 시킬 수는 없다.
거절을 하면 전처럼 친하게 지내지는 못하겠지만 그건 내가 감내해야겠지.
입이 쓰다.
* * *
“루시엘, 이제 그만 들어가.”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목걸이는 정말 착용 해제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녀석과 함께 왔다.
“정리한다고 해 놓고 저 여자도 포함하는 건 아니지?”
“몇 번을 물어봐? 아니니까 이만 들어가.”
“내가 다 지켜볼 거야.”
말과 동시에 빛과 함께 루시엘이 사라졌다.
날씨는 참 화창하지만 마음이 너무 무겁다.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김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강 선생님.
“저 지금 집 앞입니다.”
―어머, 벌써 도착하셨어요?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차가 별로 안 막혀서요….”
―그러셨구나. 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들어와서 기다리실래요? 우리 고양이들도 보여 드릴게요.
“괜찮습니다. 나오시면 연락 주세요.”
10분쯤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김 선생님이 나오셨다.
화사한 원피스에 꽤 높아 보이는 하이힐.
학교에선 늘 가운만 입고 다니시고 같이 포탈 공략을 하러 다닐 때도 편한 옷만 입으셨는데, 한껏 멋을 내셨다.
아마 데이트라도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루시엘 말처럼 그냥 전화로 이야기할 걸 그랬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얼굴도 안 보고 할 순 없지.
“강 선생님!”
밝게 웃으며 다가오시는 모습을 보니 죄책감이 더욱 커진다.
“안녕하세요.”
“날이 참 덥네요.”
“네. 그러네요. 일단 타시겠어요?”
“네.”
조수석에 김 선생님을 태우고 나도 운전석에 탑승했다.
“강 쌤….”
“네?”
“에어컨 좀 틀어 주시면 안 될까요? 차가 완전히 찜통인데.”
아… 나는 한서불침이라 원래 안 틀고 루시엘도 온도에 그리 민감한 타입은 아니라 미처 생각을 못 했다.
어차피 얼마 안 계시겠지만 에어컨을 최대로 틀었다.
“이제 보니 강 쌤도 우리 아빠 같은 스타일인가 보네요.”
“네?”
“아빠도 기름 빨리 떨어진다고 에어컨 잘 안 틀거든요. 돈도 많으면서 그래도 에어컨 정도는 틀고 다녀요. 무슨 차가 아니라 불가마인 줄 알았잖아요.”
“죄송합니다.”
“그렇게까지 미안해 안 하셔도 되는데…. 그보다 저희 어디 가는 거예요? 혹시 바다나 계곡 같은 곳은 아니죠? 저 옷 안 챙겨 왔는데. 지금이라도 챙겨 올까요?”
완전히 하이텐션이시다.
“저, 저기… 제가 아까 말씀드릴 게 있다고 했지, 어디 간다고는 안 했던 것 같은데.”
“날 좋잖아요. 이야기 끝나고 놀러 가면 되죠. 무슨 이야긴데요?”
“지난번에 제게 마음 있으시다고 하셨잖아요….”
“어? 안 그래도 먼저 보자고 하셔서 혹시 했는데… 설마 오늘 대답 들려주시려 보자고 하신 거예요?”
김 선생의 볼이 빨갛게 물든 걸 보니 내가 긍정적인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말 죄송하지만 이제 그 마음 그만 접어 주셨으면 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바로 표정이 굳어지신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말에서 냉기가 철철 흘러넘친다.
“이유는….”
“혹시 세진인가요?”
“네? 갑자기 세진이는 왜….”
“세진이가 강 선생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요.”
“그걸 어떻게, 혹시 무슨….”
“혹시나 했는데 역시 세진인가 보네요.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여자의 감이라고 해야 하나?”
“네?”
“지난번에 세진이 집에 갔을 때 세진이가 선생님을 보는 눈빛이 저와 똑같던데요?”
나는 전혀 몰랐는데….
세진이와 사귀는 게 아닌데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야 하나?
그럼 설명할 게 너무 많은데….
‘세진이랑 김 선생님을 두고 고민하다 세진이를 선택하려 했는데 루시엘이 갑자기 제가 좋다고 해서 둘 중에선 선택을 못 할 것 같아 아무도 안 만나고 연애도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김 선생을 두 번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
“저는 세진이와 교제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설마 다른 여자가 있었던 거예요?”
“….”
침묵은 긍정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완전히 실망한 표정이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 세진이와 사귄다고 했으면 100% 루시엘 녀석이 튀어나왔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해지겠지.
그래서 목걸이를 풀고 오려고 했던 건데….
“거짓말하시는 거 아니에요? 세진이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군데요?”
“제가 그걸 김 선생님에게 말씀드려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아니,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진다.
최대한 상처 주지 않고 좋게 끝내고 싶었지만 역시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하긴, 고백을 받아 주는 것도 아니고 거절하는 건데 좋게 끝낼 수 있을 리가 없지.
결국 김 선생은 차를 떠났다.
강 선생님은 최악이라는 말을 남기고.
이렇게 하는 게 맞을 텐데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루시엘이 다시 튀어나오려고 하는지 빛이 나타났지만, 목걸이로 가는 내공을 차단하자 이내 빛이 사라진다.
“지금은 좀 혼자 있고 싶어.”
지금 루시엘이 나와서 김 선생을 비아냥거리기라도 한다면 녀석이 너무 미워질 것 같으니까.
* * *
“쌤, 저거 비행기 완전 귀엽지 않아요?”
“완전 핑크핑크 하잖아요. 크기도 작아서 귀여운 게 딱 제 스타일이에요.”
“반장, 저게 귀여워? 난 불안한데. 선생님, 저런 비행기는 바람 세게 불면 막 추락하는 거 아니에요?”
무안공항 쪽으로 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비행기가 상당히 작다.
여자애들은 좋아하지만 몇몇 애들은 약간 불안한 표정이다.
“그렇게 불안하면 현식이는 네 시간 넘게 걸리는 버스 타고 오던가.”
“아… 아닙니다.”
“그럼 개똥 같은 소리 그만하고 얼른 타자.”
외관도 평소에 타던 여객기가 아니라 살짝 경비행기 느낌인데 직접 타 보니 내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일반 여객기보다 좌석도 넓고 가격은 성수기인데도 확실히 싸다.
제주도에 갈 때는 30분이면 갔는데 비행기가 작아서 속도가 느린 건지 한 시간 정도 걸려 무안 공항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재현이 삼촌이 운영한다는 펜션이 있는 함평 쪽으로 가기로 했지만, 건강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을 하시는 바람에 무안에 있는 펜션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애초에 여기서 얼마 안 걸린다고 해도 일정 자체가 1박 2일로 길지 않다.
어차피 무안도 바닷가라 해수욕장도 있으니까.
콜택시 여러 대를 불러 애들을 나눠 태워 펜션에 도착했다.
이름조차 모르던 도시인데 여름이다 보니 사람이 꽤 있다.
물론 해운대나 경포대처럼 유명한 곳이 아니라 그런지 완전히 바글바글한 건 아니다.
작년에 제주도에서 애들이 헌팅당했던 걸 생각하면 살짝 걱정이 되긴 하지만… 대부분 가족 단위이니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