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50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50)
갑자기 왜 그러나 싶었는데 노래가 정말 좋았다며 가수 해 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했다.
사실 이런 제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수련회 공연 영상을 어느 학교 학생인지 모르겠지만 위튜브에 올린 녀석이 있었다.
크게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그걸 봤다며 SNS 메시지를 통해 연예계 쪽 제안이 두세 번 정도 왔었다.
한 곳은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로 꽤 큰 대형 기획사였지만 거절했다.
혹시 사칭일 가능성도 있고 사칭이 아니더라도 그쪽으론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도 유명 가수가 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지만 헌터도 전혀 꿀리는 직업이 아니니까.
공무원은 겸직 불가이기도 하고.
이런 걸 다 떠나서 애초에 수련회 공연은 내가 원해서 한 게 아니었으니까.
“죄송합니다만 제가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네요. 아까 공연 시작 전에도 말했지만, 등 떠밀려 나온 거라 이런 무대에 서는 것도 버겁거든요.”
“그런 것 치곤 엄청 잘하시던데…. 저기, 그럼 혹시 곡이라도 주실 수 없을까요?”
“곡이요?”
“방금 부르신 노래 전부 직접 작곡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긴 한데 취미로 만든 거라…. 게다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공무원은 겸직 금지거든요.”
일단 이 세상에 없는 노래라 내가 만들었다고 하긴 했지만, 실제론 그런 게 아니라 조금 꺼려진다.
이런 공연에서 한 번 부르는 거랑 정식 음원을 내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
“취미라도 창작 활동은 학교장 허락을 받으면 가능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전생에 동료 작가 중에 공무원인데도 겸직 허가를 받고 작가를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작곡도 엄연히 창작이니까 허용되겠지.
아니, 솔직히 나 정도 위치면 그런 건 일일이 허락받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을 거다.
작곡을 해서 수익 좀 냈다고 S 랭크 헌터에게 그만두라고 하는 또라이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그럼 지금 노래들만이라도 주실 순 없나요?”
“네? 조금 전에 부른 노래들이 걸 그룹이 부를 노래는 아닐 텐데요?”
“저희 회사엔 남자 가수도 많습니다. 곡 가격은 업계 최고로 대우해 드리겠습니다.”
업계 최고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돈이라면 충분히 많다.
이제 곧 원작이 시작돼서 주인공이 빙의하면 신경 쓸 것도 많은데 굳이 다른 일을 벌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죄송하지만….”
“오빠! 어?”
“강신혁 헌터님이셨죠? 노래 정말 잘 들었어요.”
무대가 끝났는지 걸 그룹이 내려왔다.
“감사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이만.”
더 붙잡고 늘어질까 봐 빠르게 자리를 떴다.
이제 할 일도 다 끝났으니 이만 사부나 만나러 가야겠다.
세진이도 같이 가자고 하려고 구석에 가서 기타를 세워두고 메신저를 보냈다.
“선배!”
뒤를 돌아보니 최서라다.
“뭐야?”
“어디 가요?”
“이제 그만 기숙사로 들어가려고.”
공연이 끝나면 불꽃놀이가 남아 있긴 하지만 딱히 관심 없다.
“아까 공연에서….”
“너도 봤구나. 신규라서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었지.”
“아니, 그게 아니라….”
녀석답지 않게 몸을 배배 꼬는데, 어디 아픈가?
“왜 그래?”
“처음에 부른 노래 제 이야기죠?”
“어… 어?”
“노래 가사가 완전히 저를 두고 말하는 것 같던데. 선배도 참….”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주먹으로 내 팔을 콩콩 때린다.
이 녀석 아주 단단히 착각을 한 모양이다.
“그런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에이, 부끄러워하시긴. 선배 마음 다 아는데 괜찮아요. 이번 주말에 같이 식사라도 해요.”
“식사는 상관없는데 정말 그런 거 아니….”
“선생님!”
아… 아이고 하필 세진이를 마주쳤다.
“김세진 헌터?”
“어? 절 아세요? 선생님, 이 분은 누구세요?”
“아, 이쪽은 선생님 후배 최서라. 중학교에서 체술 가르치고 있어.”
“안녕. 이야기 많이 들었어.”
“아, 안녕하세요. 김세진입니다.”
평범한 인사같이 보이지만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럼 저는 먼저 가 볼게요. 주말에 봐요.”
다행히 최서라가 먼저 자리를 떴지만 세진이의 표정이 상당히 심각하다.
“이런 구석진 곳에서 예쁘장한 여후배랑 단둘이….”
“오해하지 마. 서라는 그냥 후배야. 예전에 선생님이 체이스에 있을 때 실습으로 알게 된 애야.”
“주말에 보기로 한 건 뭔데요?”
“그게, 도현이는 알지? 서라가 도현이 담임이거든. 내가 전에 도움을 좀 받은 게 있어서 밥 사기로 한 거야.”
해명을 하자 조금 풀어지긴 했지만, 완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둔 건 아닌 것 같다.
“서라는 그냥 후배야, 정말.”
“알았어요. 저는 선생님 믿으니까. 하지만 주변에 있는 여자들한테 너무 잘해 주지 마세요.”
“아니, 특별히 잘해 준 건 없는 것 같은데.”
“선생님같이 잘생긴 사람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 주고 한 번 웃기만 해도 다들 반해 버린단 말이에요.”
우와… 세진이 이 녀석, 엄청 낯 뜨거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사회생활 하면서 아예 말을 안 섞을 순 없잖아? 나도 내 입장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 조금만 봐줘.”
“오늘 일은 루시엘 언니한테도 말할 거예요.”
“어?”
솔직히 말하는 건 딱히 상관없다.
루시엘은 나랑 같이 이지성 집에 쳐들어가기까지 했으니 설명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테니까.
“뭘 그렇게 놀라세요? 역시….”
내가 놀란 이유는 루시엘 언니다.
요새 좀 친해지긴 했다만 서로 언니,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질투하는 세진이가 너무 귀여워서.”
내 말에 금세 홍당무가 되어 버리는데… 정말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을 지경이다.
* * *
은서의 검이 빠르게 회전하며 내 검을 튕겨 낸다.
챙!
바로 찌르기로 이어지지만 살짝 몸을 비틀어 피하니 이제는 하단을 베어 온다.
상당히 좋은 연계지만 균형이 앞으로 쏠렸다.
보법을 밟으며 옆으로 돌아 툭 밀치니 그대로 앞으로 쓰러진다.
쿵!
“어? 쌤, 언제 그쪽으로 가신 거예요?”
“마지막 베기 할 때 균형이 무너져서 그래. 그래도 꽤 많이 늘었는데?”
“다 선생님 덕분이죠. 특히 그 심법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꾸준히 수련하면 더 좋아질 거야. 홍삼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네.”
조금 고민을 하긴 했지만 결국, 은서에게도 심법을 가르쳤다.
물론 나나 세진이가 익힌 우리 사문의 선천심법이 아닌 사부가 친구에게 배워 왔다는 무당파의 심법 소천 기공이다.
장삼봉을 만났을 때 예전에 내가 삼류 심법 좀 알아봐 달라고 했던 게 생각이 나 물어보셨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도 내 이야기를 기억해 준 사부에게 상당히 감동이었다.
무당파의 기본 심법이다 보니 확실히 우리 사문의 심법보단 효율도 썩 안 좋고 속도도 느리지만 그래도 생마나와 비교하면 훨씬 좋다.
처음에 중국어를 배우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은서의 마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 내공으로 바꾸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은서도 세진이 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우수한 학생이니까.
이번 WHCU 대회에 비앙카 같은 녀석만 없다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부터 기말이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얼른 들어가 봐.”
“네. 수고하셨습니다.”
은서를 돌려보내고 나도 기숙사에 돌아왔다.
간단하게 씻고 워프 마법을 사용해 세진이 집에 들러 세진이를 데리고 사부가 있는 포탈로 이동했다.
“강신혁!”
들어오자마자 루시엘이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다.
보법을 밟으며 옆으로 슬쩍 비켜 피했다.
“어딜 피하려고.”
루시엘 녀석도 마찬가지로 보법을 밟는다.
얼마 전부턴 무공도 같이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니 실력이 상당하다.
나를 그대로 끌어안을 뻔했지만, 세진이에게 막혔다.
세진이가 발을 걸어 그대로 넘어지려는 걸 내가 잡아 일으켰다.
“김세진, 너 뭐야?”
“언니야말로 적당히 해요. 선생님이 피하는 거 못 보셨어요?”
“오랜만인데 왜 방해하는 거야?”
“뭐가 오랜만이에요. 어제도 봤으면서.”
서로 으르렁거리는데, 진짜 둘은 어떨 때 보면 사이가 좋은 것 같다가도 이렇게 꼭 티격태격하곤 한다.
두 사람을 말리고 캠핑카 쪽에 가 보니 사부는 TV를 보며 컵라면을 먹고 있다.
예전엔 예능을 주로 봤지만 요샌 무협 영화에 푹 빠졌다.
“사부, 저 왔어요.”
“왔냐?”
내 쪽은 아예 보지도 않고 말한다.
“사람이 왔는데 좀 보고 인사를 해야죠.”
“지금 중요한 장면이니 조용히 하거라.”
기껏 왔는데 인사도 제대로 안 받아 주고 TV만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지.
“저기서 주인공 죽는데 나중에 주인공 여자친구가 희생해서 살려 줍니다.”
“네 이놈!”
베개를 던지며 쫓아오지만 가볍게 피하고 밖으로 나왔다.
“이 자식이 감히 스포일러를 해?”
“그러게. 제자가 왔는데 TV만 보고 있으… 엇!”
꿀밤을 때리려 하기에 몸을 뒤로 빼서 피했다.
“미꾸라지처럼 잘도 피하는구나.”
원래 사부라면 이렇게 쉽게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 사부는 루시엘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제어 중이라 전력을 낼 수 없다.
“오랜만에 대련이나 한 번 하시죠.”
“일없다. 피곤하니까 가서 네 색시들이랑 놀아.”
“색시는 무슨…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듣는 시늉도 안 하고 다시 캠핑카로 들어가 버린다.
어쩔 수 없이 루시엘과 세진이 쪽을 보니 한참 휴대폰을 보고 이야기 중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서로 티격태격하더니,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아, 지난번에 선생님 공연한 무대 영상이요.”
“아니… 그걸 찍었어?”
“학교 홈페이지에 공연 모두 올라와 있잖아요. 시엘 언니도 보고 싶어 할 거 같아서 가져왔어요.”
“여기도 틀렸네. 신혁이 너 진짜 뻔뻔하다.”
“뭐… 뭐가?”
“기타 계속 틀렸는데 맞는 것처럼 태연하게 행동했잖아.”
다른 사람들은 모를 텐데 루시엘 이 녀석은 연습하면서 많이 들어서 전부 알고 있다.
“뭐 어때,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틀려도 안 틀린 것처럼 하면 되지.”
“사기꾼.”
“…초코바 3일 압수다.”
“흥, 네가 안 사 와도 세진이가 사 올 건데?”
“네. 제가 사 올게요.”
이럴 때 보면 또 죽이 잘 맞는다.
“아, 선생님 영상 보다 생각났는데, 어젠가 새별 언니한테 연락이 와서….”
“새별이라면 걸 그룹이라는 네 아는 언니? 안 그래도 그 매니저란 사람이 계속 노래 달라고 연락하던데, 그만 좀 해 달라고….”
“요새 사정이 많이 안 좋은가 봐요. 선생님이 조금 도와주시면 안 돼요?”
* * *
“아니… 실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앨범 제작이 취소라니요?”
얼마 전에 2집 제작 들어간다고 해서 다들 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다.
“대표님이 그러시는데 요새 모기업 사정이 어려워져서 투자를 할 수 없다고 했다더라.”
“우리 스테비아 애들 행사도 많이 다녔는데요. 저번 앨범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정규 앨범이 어려우면 미니 싱글이라도 노래만 잘 뽑아내면….”
“성철이 네가 애들 데뷔 때부터 같이해서 정이 많이 든 건 알겠지만 이 바닥 알잖아? 뜰 애들이었으면 진작 떴지.”
“하지만 아직 계약 기간은 2년이나 남았습니다. 그럼 혹시 애들을 프리로….”
“그럴 수야 없지. 누구 좋으라고.”
“네? 아니 그럼 앨범도 안 내면서 그냥 데리고만 있겠다는 겁니까?”
“원래 그렇지 않나. 만약 나가서 잘돼 봐. 우리 회사가 능력이 없어서 못 떴다고 평만 나빠지잖아.”
“아무것도 안 시키면서 애들만 잡아 두는 건 너무 잔혹하지 않습니까? 팬들도 성화일 텐데.”
“걔들 팬이 얼마나 있다고. 그리고 누가 활동 안 시킨대? 앨범 제작은 안 하더라도 돈 안 드는 것들 있잖아. 행사도 가리지 말고 다니고 우리 소속사 애들 위튜브 채널이라도 내보내서 조금이라도 손실을 메꿔야지.”
“대표님이 그렇게 하시라고 하시던가요?”
“뭐, 따로 말씀은 안 하셨지만 당연한 거니까 이야기 안 하신 거겠지.”
“하지만….”
“성철이 너 자꾸 왜 이래? 위에서 이미 다 결정된 이야기니까 시키는 대로 해. 입단속 잘하고.”
정 실장은 잘하자며 내 등을 툭툭 치곤 가 버렸다.
애들 모두 새 앨범 제작만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데….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