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97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97)
빛이 걷힌 자리엔 웬 노인과 꼬마 아이 하나가 서 있다.
꼬마와 노인 모두 처음 만났을 때의 사부처럼 도포? 같은 걸 입고 있는데 아이는 새하얀 옷이고 노인도 비슷한 옷이지만 옷소매도 태극 문양이 그려져 있다.
“또 무슨 일입니까?”
놀랍게도 사부가 존댓말을 쓴다.
“경고를 하기 위해서지.”
아이는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고… 잠깐, 그럼 설마 저 아이가….
“혹시 원시천존이십니까?”
“그런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하지. 자네가 염라가 말했던 행운의 사나이군. 오, 옆에는 다른 세상의 선령(仙令)인가? 반갑네.”
“저 꼬맹이가 원시천존이라고?”
바로 루시엘의 팔을 붙잡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루시엘 이 멍청이가, 앞에다 대고 꼬맹이라고 해 버리다니….
원시천존이 불경하다며 벌이라도 내리겠다고 하면 어쩌지 걱정이 된다.
“걱정할 필요 없네. 나쁜 뜻이 아니란 걸 알고 있으니. 오히려 내 모습이 아이로 보인다면 여전히 순수를 간직하고 있다는 거니 좋은 거지.”
마, 마음을 읽은 건가?
이번 생각도 읽었는지 가볍게 웃는데 천존의 뒤쪽에 서 있던 노인이 앞으로 나선다.
“천존, 지금부터는 제가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사부에게 다가간다.
“유량, 천존께서 인계에서 말씀을 많이 하시면 세상의 균형이 비틀리니 내가 대신 전하겠네.”
유량? 사부 이름을 친구 부르듯이… 어?
“그래, 삼봉. 경고라니 무슨 말인가?”
태극 문양을 보고 대충 짐작을 했지만 저 노인이 사부의 친우 중 하나인 장삼봉인가 보다.
“자네가 등선을 거부하는 대가로 약속한 게 있지 않나?”
“그게 뭐? 나는 이곳을 벗어나 바깥세상에 나가지 않았네만?”
“약속은 그런 내용이 아니었을 텐데?”
“그게 대체….”
“이 세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 이게 우리의 약속이었지 않나? 자네는 이 세상의 인간도 아닐세. 그리고 자네의 힘은 이 세상 운명의 균형을 깨뜨릴 정도로 강하지. 그런 자네를 계속 두는 건 위험하지만 자네를 믿고 체류를 허락했네.”
“그래서? 그게 그 말 아닌가?”
“엄연히 다르지, 이 친구야. 자네가 직접 나가지 않아도 자네가 가르친 이로 인해 이 세상의 운명이 변화하기 시작했으니까.”
가르친 이라면… 설마 날 말하는 건가?
하지만 원작에서도 이지성과 김도현이 사부의 내공심법을 익혔지만 선계의 간섭 같은 건 없었다.
“그럼 지금 나보고 제자를 가르치지 말라는 건가? 그건 완전히 억지 아닌가?”
사부의 항변에 장삼봉이 나를 바라본다.
“자네의 첫 번째 제자는 괜찮네. 저 아이는 우리가 약속을 하기 전에 자네와 인연이 닿았고 자네의 첫 번째 제자는 인과율을 부여받았으니까.”
나는 괜찮은데 루시엘이 문제라는 건가?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건가?”
“자네의 두 번째 제자인 저 선령은 이야기가 다르지. 약속 이후에 만나지 않았나? 게다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자네의 사손도 자네가 직접 가르쳤고.”
세진이까지 짚고 넘어지는 걸 보니 대충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됐다.
사부의 무공을 배우는 건 상관없지만 사부가 직접 만나서 가르친 게 문제가 된다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원작에서 이지성과 김도현은 사부에게 직접 무공을 배운 게 아니라 사부가 등선 전에 남긴 무공을 익힌 거니까.
그래서 개입이 없었던 거구나.
“인연이 이어지며 만나게 된 것을 뭘 그리….”
“대충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사실 자네의 사손이야 어차피 세계에 큰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자네의 두 번째 제자는 다르지. 지금 자네가 하려는 행동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정녕 몰라서 그러나?”
루시엘이 왜?
“내가 뭘?”
루시엘도 억울한지 따지는데 장삼봉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정녕 몰라서 그러나? 유량의 도움으로 그대가 지금 하는 것을 완성시키면 세상의 파멸을 몰고 올 수도 있는 커다란 힘을 얻게 될 걸세.”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네.”
“그걸 아는 사람이 이런 일을 벌였나? 완성이 되어 버리면 자네가 나서도 감당할 수 없네.”
깜짝 놀랐다.
아까 장삼봉이 말했던 ‘지금 하는 것’이라면 마계수와 신력을 내공으로 조율해 균형을 이루게 만드는 것.
루시엘이 밸런스를 이루면 더 강해질 거라 생각은 했지만, 사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는….
“저기… 장 진인,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게.”
“루시엘이 사부에게 무공을 배우는 건 마력 침식으로 타락해 이성을 잃는 걸 막기 위해서지 다른 목적은 전혀 없습니다.”
“목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루시엘이 겉보기에는 살짝 불량해 보일지도 모르나 순수하고 착한 녀석입니다. 원시천존께서도 선령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까? 세상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게 문제가 아니야. 단순히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만으로도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는 거라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는 그냥 루시엘이 저와 계속 같이 있기를 바라서….”
“맞아. 나도 그냥 계속 신혁이 옆에 있고 싶을 뿐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을게. 그럼 되는 거 아니야?”
장삼봉이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입을 열려 했지만 원시천존이 그런 장삼봉을 제지하며 앞으로 나섰다.
뭐지?
갑자기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며 모든 게 멈춰 버렸다.
“놀라지 말게. 장 진인에게 맡기려 했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서 내가 한 거니,”
장삼봉 앞에 있던 원시천존이 어느새 내 앞에 서 있다.
“저는 정말….”
“직접 보고 이야기하는 게 빠르겠지.”
원시천존이 손을 한 번 튕기니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건물이 무너지고 화재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끝없는 숫자의 몬스터와 커다란 마수, 수많은 마족이 사람을 죽이고 유린한다.
너무 잔혹하고 처참한 광경에 구토를 할 것 같다.
잠깐, 이거 혹시 원작에서 봤던 마왕 강림 시기를 보여 주는 건가?
“저기….”
“아직 시작도 안 했네. 계속 보지.”
또다시 주변이 바뀌며 피난민 대피소 같은 곳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어?
도현이와 이지성, 유혜지와 성지안, 남지현도 있다.
김도현과 이지성이 말다툼을 하는데 결국 의견이 갈려 이지성은 마왕을 토벌하러, 도현이는 기원의 시련에 도전한다.
이지성을 비롯한 결사대는 처절한 혈투 끝에 승리를 거머쥔다.
여기까진 내가 기억하는 원작 그대로다.
하지만, 다들 환호하고 기뻐하던 그 순간 마왕의 사체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연기는 금세 몸집을 불리더니 순식간에 모두를 집어삼켰다.
연기 안에 도대체 뭐가 있나 싶어 바라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리고 숨이 안 쉬어진다.
다행히 다시 시야가 바뀌며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조금 더 보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자네 정신력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군.”
“제… 제게 미래를 보여 주신 겁니까?”
“완벽하게 확정된 미래는 아니지만 대충 비슷한 느낌이지.”
“…조금 전에 그건 뭡니까?”
“외신, 이 세상 단어로 번역하면 마신이 되려나? 아무튼 그런 것들의 집합체라고 보면 되네.”
“집합체라면 하나둘이 아니란 겁니까? 저런 게 도대체 왜 지구에….”
분명 내가 아는 《헌터 학교의 망나니 열등생이 되었다》의 최종 보스는 마왕이다.
마왕을 잡고 주인공과 히로인 모두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라고.
그런 결말이 아니었다면 염라대왕에게 이런 세계로 보내 달라고 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어째서 저런 외신이니 마신이 하는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누차 말하지 않았나? 세상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네.”
…루시엘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기 때문에 저런 말도 안 되는 것들이 등장한다는 건가?
“이해가 안 됩니다. 저는 그저 루시엘이 정신을 잃지 않고 계속 함께하기만을 바랄 뿐인데 왜 저런 것들이….”
“흐음, 그래. 주인공이 강해지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강한 적을 등장시키지 않나? 자네의 전생이 작가였으니 이렇게 설명하는 게 빠르겠군.”
“그럼 루시엘은 무조건 죽어야 하는 운명이라는 겁니까?”
“어떤 것이든 바꾸면 그에 따른 변화가 생기는 법이지.”
“…저는 루시엘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워워, 진정하지. 나는 경고만 하러 왔을 뿐 자네에게 간섭할 생각은 없어.”
“그럼….”
“성격도 급해라. 다만, 자네가 선택하면 책임도 고스란히 자네가 져야 할 터인데, 괜찮겠나?”
“네.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루시엘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설마 아직도 이곳이 소설 속 세계라고 생각하나?”
갑자기 소설 속 세계를 언급해서 깜짝 놀랐지만 그런 생각은 한참 전에 버렸다.
“그런 건 아닙니다.”
“흐음, 자네는 염라대왕도 만나 봤으니 사후엔 심판이 기다리고 있는 걸 알 텐데. 업보로 인해 수천, 수백 년간을 지옥에서 보내게 될 수도 있네.”
역시 원시천존은 모든 걸 알고 있구나.
그래. 나는 사후 세계를 경험했고 잠깐이지만 지옥도 지나치며 본 적이 있다.
듣던 대로 정말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곳 같았지만 상관없다.
내가 루시엘을 포기하면 그녀는 마력에 타락해 이성을 잃고 살인귀가 되는 미래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녀석 성격상 분명히 그러기 전에 내게 죽여 달라고 하겠지.
원작에서 김도현에게 마지막으로 부탁을 했던 것처럼….
그런 일은 도저히 할 수 없다.
차라리 내가 지옥에 가고 말지.
“그게 자네의 대답인가?”
아직 말은 안 하고 속으로만 생각한 건데 그새 또 내 마음을 읽었나 보다.
“그렇습니다. 루시엘을 잃는 것이 제게는 지옥과 다를 게 없으니까요.”
원시천존은 한 발자국 다가오더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무섭게 왜 그러지?
아까 분명히 경고만 하러 왔고 선택은 내 몫이라고 했으니 해코지 같은 걸 하려는 건 아닐 텐데.
“가 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은 잘도 하는군.”
“…확실한 것들은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원시천존께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인간들 속담 중에….”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 봐야 안다는 말을 하려는 거지? 말은 참 잘하네. 그렇게 좋아하면 선택이나 좀 하지 그랬나?”
선택? 아, 아무래도 세진이랑 루시엘 그리고 은서 사이에서 고민하는 걸 말하는 것 같다.
“하하…. 저기, 그건….”
“뭐, 그거야 자네가 알아서 결정할 문제니 탓할 생각은 없네. 선령에 관한 건도 자네가 감당하겠다고 했으니 더 왈가왈부할 필요 없겠지. 그럼 이만 돌아갈까?”
“잠시만요. 원시천존께서 아까 제게 보여 주신 미래가 완벽하게 확정된 미래는 아니라고 하셨으니 그런 불행한 미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력이라…. 자네 말처럼 확정되지 않은 미래니… 그래. 나도 응원하겠네.”
원시천존의 말과 동시에 회색빛으로 물들어 멈춰 있던 세상이 색을 되찾았다.
“그런 식으로는… 어?”
원시천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장삼봉만 남아 있다.
“뭐야? 이상한 꼬맹이 어디 갔어?”
“저기… 장 진인, 원시천존 님과 이야기는 마쳤습니다.”
“거 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미련한 선택을 했군.”
이 사람이 진짜?
원시천존도 응원한다고 했는데 따까리 주제에 너무하네.
“야, 이 장가 놈아. 지금 누구 제자더러 미련하대? 이야기 끝났다잖아.”
“네 제자가 미련하다는 게 아니라 선택이 미련하다는 거지.”
“그게 그 말 아니냐? 원시천존도 가셨으니 너도 이만 가라.”
“가지 말래도 갈 거지만… 이거, 귀찮은 일을 떠맡게 됐어.”
장삼봉이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자 사부도 기세를 끌어올리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뭐 하는 거냐? 지금 한번 해보자는 거냐?”
설마 루시엘을 처리하려는 건가?
아니, 분명히 원시천존은 내 선택이라며 오히려 응원하겠다고 했는데….
“저기, 장 진인, 천존께서는 제가 감당한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알아. 마지막에 다른 말씀도 하셨을 텐데?”
“마지막이라면 응원하신다고….”
“그래. 나보고 네 녀석에게 한 수 가르침을 주라고 하시더라.”
엥? 응원이 그 뜻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