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03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03)
전음을 듣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게 나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은서 바로 뒤에 있는데도 전혀 모르는 눈치다.
어쩔 수 없는 게 나조차도 절대영역으로 숨은 장삼봉은 전혀 감지할 수 없었으니까.
혹시 더 몬스터가 있을지도 몰라 감각을 확장시켜 주변을 한 번 훑었지만 몬스터의 기척은 없다.
“선생님? 선생님 맞죠.”
―그래. 주변에 몬스터는 더 없으니까 안심하고. 저것들은 은서 네가 잡은 거로 하자.
“네?”
―이따 상황이 좀 정리 되면 연락하자.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잠깐 모습을 드러낼까 생각도 했지만, 별장이 너무 가까운 데다 조금 떨어진 곳엔 이지성 녀석도 있어서 그럴 수가 없다.
그나저나 별장에 사람들의 기운이 많이 느껴지는 거로 봐서 다들 별장에 있는 것 같은데 왜 저 녀석만 여기에 있는 거지?
설마 혼자 은서를 도우러 나온 건가?
이건 상당히 의외다.
물론 아직 기연도 습득하지 못했으니 도움이 되기보단 오히려 방해가 됐겠지.
그래도 기특하네.
자식이 생각보다 의리 있다고 생각하며 순간 이동 마법을 사용해 포탈이 있는 설악산으로 돌아왔다.
포탈에 들어가니 사부와 장삼봉, 루시엘이 모두 마중을 나왔다.
“일찍 왔구나.”
“츠윅스는 사 왔어?”
“내 소주는?”
아차, 나 장 보러 갔던 거였지.
“급한 일이 생겨서 깜빡….”
“이 녀석이! 잊어먹을 게 따로 있지.”
사부의 질책과 동시에 꿀밤이 날아왔지만 너무나도 손쉽게 피했다.
“피해? 이 녀석 봐라?”
“잠깐, 자네 설마….”
장삼봉은 무척 놀란 눈치다.
“어쩌다 보니 절대영역을 익힌 것 같습니다.”
“아니, 이제 고작 이틀째인데?”
아마, 사랑의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가 좀 기재잖아요. 이제 지긋지긋한 사부의 꿀밤에서도 해방… 악!”
뭐지?
방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머리에 통증이 느껴진다.
“쯧쯧, 고작 그거 하나 익혔다고 해방을 꿈꿨느냐?”
“저… 저기, 장 진인? 분명 절대영역만 익히면 꿀밤에서 해방된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말한 건 일반적인 꿀밤이었네. 처음은 잘 피했잖나?”
“하지만 조금 전엔 아무것도….”
“조금 전에 그건 유량이 진심을 담아 때린 꿀밤이니 어쩔 수 없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네 사부인 유량은 선계에서 무력의 정점인 검선조차 꺾었지. 그런 유량이 진심을 담았으니 자네가 어찌 피하겠나?”
…어째 뭔가 사기를 당한 느낌이다.
“노인네들은 좀 빠져. 사부는 라면도 먹었잖아. 신혁, 츠윅스는 사 왔지?”
안 사 왔다고 하면 살해당할 것 같은 표정이라 빨리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바로 포탈을 빠져나왔다.
* * *
선생님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헬기 한 대가 도착했다.
이어서 비천 길드와 화성 길드, 헌터 관리국에서도 헌터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이걸 3학년 학생이 혼자 잡았다고?”
“믿기지 않는군. 정말 대단하네.”
“올해 WHCU에서 우승한 기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실력일 줄이야.”
“제대로 된 무기도 없었을 텐데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주 밝구만.”
“올해 영입전은 치열하겠습니다.”
다들 너무 칭찬 일색이라 약간 부담스럽다.
사실은 전부 선생님이 잡은 건데….
뭐, 그래도 의심을 사는 것보단 낫다.
“아무튼 학생들이 전부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은서 학생이 정말 장한 일을 했어요.”
“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몬스터 사체 처리 같은 수습은 헌터관리국 쪽에서 해 주겠다고 해서 다들 바로 육지로 가는 배에 올랐다.
“은서야, 정말 괜찮아?”
“그럼. 소금물 때문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자이언트 프로그가 약하더라고.”
“그래도 4마리였잖아. 예전에는 비슷했던 것 같은데 이젠 상대도 안 되겠네.”
“올해 무투 대회랑 내년 WHCU도 우리 부회장의 독무대겠네.”
“저기, 그런데 중간에 이지성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분명히 다들 피하라고 했는데….”
“아, 그게 나한텐 화장실 간다고 하고 네 쪽에 가 버린 것 같은데… 뭐, 너 혼자 싸우니까 돕고 싶어서 그랬나 보네.”
역시 제멋대로 끼어든 거였구나.
그 자식은 진짜….
“아까 슬쩍 들었는데 자기는 마법사니까 무기가 없어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다던데?”
그 자식 수준에 누가 누굴 돕겠다고.
“오히려 걔 때문에 더 위험하기만 했어. 자이언트 프로그에게 물 계열 마법을 써서 상처도 회복시켜버렸고.”
“그… 그랬어? 미안.”
“네가 사과를 왜 해? 걔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진짜 싫어.”
“널 돕고 싶어서 그런 걸 텐데, 어쨌든 결과적으로 잘 해결됐잖아.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진 마.”
언니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진실도 상황도 제대로 모르니까 하는 소리다.
도움 같은 거 필요 없으니까 가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
만약 선생님이 와 주시지 않았다면 그 자식 때문에 나도 죽고 별장에 있는 언니나 다른 사람도 전부….
하아…. 이 자리에 있었다면 한 소리 했을 텐데, 그 자식은 헬기를 타고 돌아갔다.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난다. 오줌 지린 거 확 소문이라도 내 버릴까 보다.
“걔가 너 아직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야?”
“이진수, 너 진짜 죽고 싶어? 난 진짜 싫으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아… 알았어.”
애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육지에 도착했다.
언니가 간단히 끝인사를 하고 해산을 선언했다.
마지막에 사고가 좀 있었지만 그래도 잘 해결돼서 정말 다행이다.
“은서야, 집까진 택시 타고 갈까?”
인천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면 요금이 엄청 나오긴 하겠지만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피곤이 몰려와 그러자고 했다.
어플로 택시를 부르고 잠시 기다리니 금방 도착했다.
“서울까지 가시죠?”
“네.”
언니랑 나 모두 뒷자리에 탔다.
창에 머리를 기댔다.
시간이 좀 걸릴 테니 눈이라도 조금 붙여야겠다.
“은서 자려고?”
“응. 도착하면 좀 깨워 줘.”
“알았… 아! 그런데 아까 전화하라고 했던 1번은 누구야? 웬 남자가 받던데.”
“어… 어?”
“너가 위험하다고 하니까 섬 이름만 묻고 끊어 버리던데. 아까 섬에도 안 왔잖아.”
다행히 선생님이라는 건 못 알아차린 것 같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급하게 자는 척을 해 봤지만 언니가 내 옆구리를 푹 찌른다.
“자는 척하지 말고, 누구야?”
“그, 그게… 아레스 길드 헌터분이야.”
“아레스 길드? 세진 언니가 있는 곳?”
“응. 졸업하면 거기로 갈 생각이어서 예전에 연락처 받았어.”
“아직 2학기 시작 안 됐는데 그런 연락처 받으면 템퍼링 아니야?”
“뭐 어때? 이제 방학 끝나면 2학기인데. 어차피 난 무조건 아레스 길드로 갈 거야.”
언니는 약간 놀란 표정이다.
대충 둘러댔는데 잘 넘어가서 다행이긴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숨겨야 하는 걸까?
모두를 계속 속이는 것 같아 양심이 찔린다.
다른 사람은 아니더라도 언니에게만큼은 사실대로 말을 해 주고 싶은데….
이따 선생님에게 여쭤봐야겠다.
“그래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언니가 신고 안 하면 아무 일 없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어휴, 알았어. 그런데 아레스를 고집하는 건 혹시 선생님 때문에 그런 거야?”
선생님 때문인 건 맞지만 언니가 생각하는 거랑은 좀 다르다.
언니는 내가 선생님을 못 잊어서 그나마 선생님과 관계가 있는 아레스로 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선생님은 살아 계시니까.
“아레스도 나쁘지 않지. 세진 언니도 있고.”
그래. 아레스 길드엔 나처럼 선생님을 좋아하는 세진 언니가 있다.
자고로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는 법이니까.
* * *
침대에 누운 지 한참 지났지만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진짜 최악이다.
부회장의 사망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뭐라도 해 볼까 싶어 나섰던 건데….
물론 결과적으로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아직도 눈만 감으면 나를 바라보던 그 경멸의 눈빛이 떠오른다.
거기다 오줌까지 지렸으니….
솔직히 나도 억울하다.
물 계열 마법이 그 개구리 같은 몬스터들에게 이로운 효과를 주는 건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거기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온 사람 보고 계속 꺼지라고 하질 않나.
심지어 걷어차기까지.
나는 도망치느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나중에 도착한 헌터들의 말로는 부회장이 단칼에 몬스터를 처리했다고 한다.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었으면 진작 죽이든가.
혹시 일부러 내가 망신당하는 걸 기다렸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틀림없다.
생각해 보니 부회장은 지금은 떠나 버린 강신혁인가 뭔가 하는 빙의자에게 가르침을 받았다고 했으니까.
처음에 싸울 때부터 그렇게 불안해 보이지도 않았고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온 나한테 신경질 낸 것도 자기가 공을 독차지하려 했는데 내가 껴서 일부러 배척했던 거겠지.
개 같은 ✕.
그래 놓고 헌터들 앞에선 겸손한 척, 순진한 척, 착한 척을 하고.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다.
* * *
“은수에게는 말하면 안 되냐고? 혹시 들킨 거야?”
―그런 건 아니고 오늘은 아레스 길드의 헌터라고 둘러대긴 했는데 계속 속이니 미안해서…. 언니에게만이라도 이야기하면 안 될까요?
흐음, 은서에게 들켰을 때부터 다른 애들에게 들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뭐, 오늘은 별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애들 목숨이 걸려 있었으니.
“알았어. 은수에게는 개학하고 선생님이 직접 이야기하도록 할게.”
뭐, 은수 하나 정도 더 아는 건 크게 문제없을 것 같다.
민희나 진수처럼 입이 가벼운 스타일은 아니니까.
곧 졸업이기도 하고.
―정말요? 다행이다.
“그보다 몸은 좀 어때?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아까 대충 확인하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좀 피곤했는데 오면서 택시에서 자서 괜찮아요. 그보다 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오신 거예요?
“다 방법이 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은서가 위험했으니까.”
―말만 그렇게 하시고 얼굴도 안 보여 주셨으면서.
“별장에서도 보일 것 같아서. 그 옆에 지성인가? 걔도 있었고. 걔는 어때? 안 다쳤어?”
―이지성이라면 멀쩡할걸요? 갈 때 헬기 타고 갔어요.
“그래? 역시 재벌이라 다르네.”
―선생님, 걔랑 많이 친하세요?
“뭐, 나름?”
―전 걔 싫어요.
뭐지? 은서가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싫어하는 애가 아닌데.
입학식 때 고백했던 것 때문에 그러나?
하지만 은서는 상당히 인기인이라 고백도 수차례 받고 거절했지만 자기에게 고백한 애들에게 나쁘게 대하진 않는다고 알고 있다.
오히려 당장 오늘만 해도 이지성 혼자 은서를 도우러 왔는데.
“왜? 오늘 옆에 있던 거 보니까 도와주러 왔던 것 같은데.”
―도움은 무슨, 완전히 방해만 됐다고요. 걔 때문에 죽을 뻔했고…. 그 자식만 아니었어도 한 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텼을 텐데….
역시, 아까도 아직 이지성의 실력으론 도움보다 방해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던 모양이다.
“에이, 그래도 별 탈 없이 잘 해결됐잖아.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걸 텐데, 너무 미워하지 마. 망나니라는 소문과 다르게 애 괜찮던데.”
이지성 때문에 은서가 위험했다고 하니 나도 좋은 생각은 안 들지만 그 녀석이 고의로 트롤링을 한 것도 아니고.
또한 명색이 주인공인데 괜히 사이가 나빠서야 좋을 건 없으니까.
―그거 다 연기 아니에요? 능글맞고 완전 싫어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이런 말까지 안 하려 했는데 걔 오늘 오줌도 지렸다고요.
하하…. 그 자식 완전히 체면 구겼네.
착한 은서가 이런 말까지 하는 걸 보면 진짜 싫은가 보다.
“그래도 학생회고 후배잖아. 너무 미워하지 마.”
―다들 그렇게 말하는데 전 진짜 싫어요. 걔 이야기는 그만하고 선생님은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으세요?
갑자기 나?
아, 나 감기라고 했지.
“괜찮아.”
―그럼 혹시 내일….
“내일은 좀 힘들 것 같고 다음 주는 어때?”
알겠다는 답이 돌아와서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가 절대영역을 익히긴 했지만 아직 장삼봉은 돌아가지 않았다.
완벽하게 익숙해진 건 아니니까.
게다가 지난번에 원시천존이 보여 준 마신이라는 존재는 정말 어마어마했다.
절대영역만으로 내가 그런 존재를 상대할 수 있을까?
뭔가 더 가르침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침 은서도 무당의 심법을 익혔으니 이번 기회에 은서에게 가르칠 것도 배워 두면 좋을 것 같고.
이번 주는 무척 바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