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6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65)
“삼촌, 주문 안 할 거야? 한참 전에 와 가지고 자리만 차지하면 안 되지.”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죄송합니다. 다음에 다시 올게요.”
역시 이번에도 틀린 모양이다.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이다.
이제 정말 다 정리했고 안 만나겠다고 약속하고 저녁을 먹기로 했지만 어머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식당을 나와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주소를 불러 드리자 택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20분 정도 달린 끝에 구석진 주택가에 도착했다.
3분 정도 걷자 익숙한 파란 집이 보인다.
이곳은 어머니의 엄마, 외할머니가 사는 곳이다.
뒤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어머니와 불륜 상대 가족들이 다 모여 있다.
“가자고! 딸 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남의 남편에게 꼬리 치고 다니는지 니네 엄마한테도 가서 다 말하자고!”
어머니의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는 아줌마는 불륜 상대의 아내다.
그새 또 그 남자를 만나서 상대의 가족이 외할머니에게 이야기하겠다고 이곳에 찾아온 거다.
말릴 필요는 없다.
과거에도 그리고 시련을 반복하며 계속 말렸지만 어차피….
역시 이번에도 이모와 삼촌들이 나타나 불륜 상대를 떼어낸다.
“지금 뭔데 이 시간에 남의 집 앞까지 와서 행패예요?”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싸우고 소란을 부리다 불륜 상대 가족들은 돌아갔다.
어머니는 내 시선을 피하고 이모와 삼촌들이 어머니를 타박한다.
“그런 모자란 놈을 뭐 하러 만나?”
“애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아?”
이모와 삼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엔 동정이 가득하다.
과거엔 정말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어머니의 생신이기도 했지만 오래 준비해 온 내 작품을 론칭하는 날이었으니까.
기대가 무너진 걸 떠나서 축하받고 다시 화해하고 예전의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이날 나는 또 한 번 배신을 당한다.
멘털이 완전히 부서져 글은 한 자도 쓸 수 없었다.
론칭하자마자 바로 휴재하는 바람에 욕은 욕대로 먹고 성적도 완전히 말아 먹었지.
하지만 지금은 특별한 감흥 같은 건 없다.
어차피 이미 다 지나간 과거일 뿐이니까.
돌이킬 수도 없고 이렇게 될 것도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이 상황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다.
지금이 다섯 번… 아니, 여섯 번째였나?
내가 처음 시련에 들어선 이후부터 3개월, 이 시간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여섯 차례 시도에서 나는 정말 할 수 있는 걸 다 해 봤다.
어머니를 설득하고 같이 죽자며 베란다에서 진짜 뛰어내리기 직전까지 가 봤다.
그것도 안 되니 꼴 보기 싫은 누나마저 데려와 같이 설득도 해 보고 불륜 상대와 가는 모텔에서 미리 기다리다 덮치기도 했다.
심지어 이전 회차에는 둘이 도망가는 걸 돕기도 해 봤지.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봤지만 그 어느 것도 답이 아니었는지 시간은 계속 반복될 뿐이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나면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지….
답답하고 막막하다.
쉽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저는 그만 가 볼게요.”
이모와 삼촌들에게 인사를 하고 원룸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끝까지 나를 보지 않았고 나 역시 그런 어머니를 외면했다.
왜 그런 더러운 사랑을 계속하려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
나 역시 셋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그 둘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그래, 처음엔 반대하시기도 하셨지.
그것도 상처라면 상처인가?
어쩌면 내로남불…은 개뿔.
루시엘과 은서, 세진이 셋이 가정이 있는 유부녀도 아니고.
내가 셋을 사랑하고 셋이 나를 사랑해서 가족들이 조금은 상처와 충격을 받았을망정 다 이해와 납득을 시키고 허락받았다.
하지만 어머니와 그 불륜남은 양쪽 가정을 모두 망가트렸….
드르륵— 드르륵—.
진동 소리에 휴대폰을 확인하니 불륜 상대 자녀들이다.
연락을 받지 않자 문자가 날아온다.
[그쪽 엄마랑 우리 아빠가 같이 사라졌어요.]또?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나?
뭐, 그랬겠지.
연락이 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진짜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손절할 거라고 이젠 나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답장을 보내고 휴대폰을 껐다.
사실 이렇게 손절한다고 보내도 소용이 없다.
불륜 상대의 가족들은 계속 나에게 연락한다.
단순히 연락만 하는 게 아니다.
연락을 피하면 지네 아빠와 우리 어머니의 불륜을 내가 돕는다고 생각해서 찾아와 소란을 피우기까지 한다.
오죽했으면 내가 외국으로 도망까지 갔을까.
동생은 군대에 있고 누나는 다른 지역에 살고 아예 초기부터 연락을 안 받고 차단해 버렸으니 연락할 사람이 나밖에 없는 건 알지만.
가해자는 불륜남과 우리 어머니지, 나도 자기들과 같은 피해자인데.
어머니와 불륜남을 돕든 돕지 않든 아주 나를 들들 볶는다.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 잠깐, 설마 이거였나?
* * *
마지막 서류까지 확인을 끝냈다.
창밖을 보니 어느새 어두컴컴하다.
마치 지금 내 마음처럼.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해 집 근처 공원으로 이동했다.
조금 걷고 싶다.
마왕 강림이 일어났던 게 벌써 1년 전이다.
마왕으로 인한 피해는 물론 갑자기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물론 지금은 온 세계 국가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 끝에 어느 정도 복구가 됐다.
나 역시 세진 언니를 대신해 아레스 길드를 맡아 피해 복구에 힘썼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미리 대비도 철저히 했고 마왕이 직접 강림한 곳도 아니라 예전 모습을 되찾는 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에 빠져나왔던 몬스터들도 전부 처리됐고, 이젠 포탈 또한 나타나지 않는다.
TV나 신문사 같은 언론들에서 이제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다며 자축을 하고 일도 확실히 줄었지만 나는 전혀 동감하지 않는다.
세진 언니를 구하겠다고 떠났던 오빠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내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오빠가 돌아오지 않는데 평화는 무슨.
그때 보내지 말았어야 했나?
아니, 오빠는 막아도 갔겠지.
그래도. 조금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그 추억으로라도 버틸 수 있었을 테니까.
오빠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루시엘 언니도 내 곁을 떠났다.
오빠처럼 지옥의 문에 도전한 건 아니고 마법 연구를 하겠다며 모습을 감췄다.
언니 나름대로 견디는 방법이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갑을 꺼내 나뭇잎을 찢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바뀐다.
몇 번이고 왔던 언니의 세계지만 예전과는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
커다란 마계수를 중심으로 주변에 불투명한 푸른 배리어가 설치되어 있다.
오빠가 돌아오면 바로 알려 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루시엘 언니는 이 안에서 나오지… 응?
푸른 배리어가 갈라지며 루시엘 언니가 나타났다.
“언니?”
“우리 은서 오랜만이네. 혹시 신혁이가….”
“아니요. 오빠는 아직….”
“그래. 아직이구나.”
오빠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는데도 언니의 표정이 밝아 보인다.
하시던 마법 연구라도 끝났나?
잠깐, 혹시 연구한다는 마법이 오빠를 다시 이곳에 데려올 수 있는 그런 게 아닐까?
정말 그런 거라면….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 하는지 알겠네. 아쉽지만 내가 했던 연구는 신혁이를 데려오는 마법이 아니야.”
“그렇군요….”
“은서 넌 신혁이 못 믿어? 이거 안 되겠네. 신혁이 돌아오면 다 일러 줘야지.”
당연히 나도 믿지만 언니의 믿음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일러도 좋으니까 오빠가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그러게. 신혁이 참 못됐지? 빨리 돌아온다고 해 놓고. 이제 1년 정도 지났나?”
“오… 오빠는 못되지 않아요. 언니도 다 이를 거예요.”
어차피 언니도 나랑 같은 마음이라 전혀 신경도 안 쓰겠지만 오랜만이라 조금 투정을 부렸다.
“난 상관없어. 신혁이 그 녀석은 돌아오면 딱 엎드려서 빌어야지.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해 놓고선 1년이나 외롭게 내버려 둔 죄인이잖아.”
“그렇죠. 참, 언니, 초코바 좀 드릴까요?”
“안 그래도 부탁하려 했는데, 츠윅스 있어?”
초코바 좋아하시는 건 여전하구나.
“그럼요. 열 상자 있어요.”
아공간 마법을 사용해 꺼내 언니에게 건넸다.
환하게 웃으며 야무지게 초코바 봉지를 뜯는 언니가 부럽다.
순식간에 한 상자를 해치우셨지만, 어째서인지 더 드시지 않고 나머지는 아공간을 열어 보관하신다.
“아까워서 그러세요? 제가 또 사 올게요. 더 드세요.”
“그게 아니라 신혁이랑 하루에 한 상자만 먹기로 약속했거든. 없다고 안 지키면 좀 그렇잖아?”
…말을 하는 언니의 표정이 익숙하다.
언니도 역시 많이 그리워하고 있구나.
“은서야.”
“네?”
“아직 마법 연구는 끝나지 않았어. 하지만 곧 완성이 될 거야.”
“다행이네요. 그럼 종종 들를… 언니?”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본다.
언니답지 않게 심각하고 진지한 표정이다.
“신혁이 좋아하지?”
“네?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하세요. 안 좋아해요.”
“어? 안 좋아한다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사랑해… 악!”
언니가 꿀밤을 때린다.
“나중에 오빠한테 다 이를 거예요.”
“흥, 맞을 만했잖아. 네가 신혁이를 사랑하는 건 잘 알지.”
“그런데 왜 이런 질문을….”
“확실히 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물을 게. 신혁이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괜찮은 거 맞지?”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서 뭔가 어려운 질문을 할 줄 알았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다.
“당연하죠. 오빠는 제 전부예요.”
* * *
정면에 작은 공장이 보여 바로 옆에 차를 주차했다.
일단 렌트까지 해서 오기는 왔는데 생각보다 꽤 거리가 있었다.
막상 오긴 했는데 조금 꺼려진다.
정말 이게 정답일까?
괜히… 아니다.
어차피 잘못되면 다시 시작하면 그만인데 망설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시동을 껐다.
이후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냐?
“지금 회사 앞이에요.”
—회사 앞이라고?
상당히 놀란 목소리다.
하긴 내가 여기에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도 못 했겠지.
“할 이야기가 좀 있어서요. 숙소 공장 안에 있다고 해서, 혹시 다른 곳이세요?”
—지금 읍내에 나와 있는데.
“그럼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가게 이름 문자로 보내 주세요.”
전화를 끊고 시동을 다시 거니 문자가 도착했다.
읍내는 그리 멀지 않아 20분 정도 만에 도착했다.
[호식 호프]주차를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웬 외국인들만 잔뜩 있다.
인근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같은데, 가게를 잘못 왔나?
“어? 정말 왔네.”
다행히 잘못 온 게 아닌지 내가 찾던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여긴 아빠랑 같이 일하는 친구들. 얘들아, 우리 아들이다.”
그래. 내가 찾아온 건, 어머니 일이 터지기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아서 제대로 말도 안 섞었고 집을 나간 이후엔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아버지다.
“아까 할 말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잠깐 따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읍내라서 혹시 술을 먹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멀쩡한 얼굴을 보니 다행히 술은 안 먹은 것 같다.
“무슨 이야기? 아빠가 이 친구들 다시 숙소에 태워다 줘야 하는데.”
“반장님, 우린 다 먹었어요.”
“이만 가도 돼요.”
“이 녀석들…. 그럼 조금만 여기서 기다릴래? 아니면 혹시 차 샀니?”
“산 건 아니고 렌트요. 저도 같이 갈게요.”
계산을 하고 바깥에 나와 다시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에 도착해 잠시 기다리자 아버지가 다시 나오셨다.
“무슨 중요한 할 말이 있어서 이 시간에 렌트까지 해 가며 왔어?”
“엄마가 바람을 피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