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7)
방학식
조금 전까지 속으로 교감 욕을 하고 있었던지라 깜짝 놀랐다.
내 기억으론 교감에게 딸이 있다는 내용은 원작에는 안 나오니까.
보건 선생도 아예 등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학교니까 있기야 했겠지만, 따로 등장하는 장면이 언급되진 않았던 것 같은데.
가운에 쓰인 김선화라는 이름의 인물은 기억에 없다.
“아, 방금 그건 실수니까 못 들은 거로 해 주세요. 학교에선 아무도 모르거든요.”
낙하산 취급이라도 받을까 봐 그러는 건가?
어차피 보건 교사래도 어느 정도 능력이 있어야 들어올 테니 별 상관없을 것 같은데.
게다가 말은 실수라고 하면서 얼굴은 웃고 있다.
고의로 흘린 것 같은데, 뭐지?
“알겠습니다. 저기, 그런데 저 정말 괜찮으니까….”
“제가 같이 있는 게 불편하세요?”
그걸 말이라고.
“괜히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요.”
“아까 말했잖아요. 교감 선생님이 통금 시간 되면 두고 가라고 했는데 제가 남은 거라고. 사실 제가 강 선생님에게 관심이 좀 있거든요.”
“네?”
“오늘 대련 이전부터 약간 관심은 있었는데 오늘은 정말 멋있으셨어요. 솔직히 교감… 아니, 어차피 이제 강 선생님은 아시니까. 저는 강 선생님이 아버지랑 그렇게 싸울 수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 못 했거든요.”
“감사합니다. 결투는 어떻게 됐나요?”
“아, 그게….”
바로 대답을 못 한 걸 보니 교감의 승리가 된 모양이다.
비록 기절하긴 했지만, 마지막에 확실히 검상을 입혔는데 억지 대마왕 영감탱이가 그것도 유효하지 않은 공격이라고 우긴 건가?
설령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심판이 교감의 편이었을 테니… 뭐, 됐다.
양심이 있다면 연수 면제는 시켜 주겠지.
“제가 기절했으니 교감 선생님의 승리가 됐나 보군요.”
“네. 심판을 맡은 백 선생이 강 선생님이 기절하고 아버지가 이겼다고 판정했어요.”
“그렇군요.”
살짝 짜증이 나긴 하지만 예상했으니까.
“하지만 저는 강 선생님이 졌다고 생각 안 해요. 처음에 강 선생님이 보여 주셨던 공격은 정말 대단했잖아요. 아마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 많을 거예요.”
오호,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영감탱이, 딸은 그래도 잘 키웠구나.
인성도 그렇고 얼굴도 무지막지한 교감에게서 어떻게 이런 딸이 어떻게 나온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괜찮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어차피 조건 없이 정식으로 싸웠다면 졌을 테니까요. 양심 있다면 연수 면제는 좀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연수 면제요?”
교감한테 못 들었나?
“사실 우수 교사가 되면 신입 교사들이 가는 연수 면제된다고 해서 대련을 받아들인 거거든요.”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그거 꽤 재미있는데…. 말만 연수지, 1주일 이론 때만 지나가면 딱딱한 것도 없고 다들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친해질 수도 있어요. 저도 2년 전에 다녀왔거든요.”
그야 그쪽은 헌터 학교 출신이니까 그러시겠죠.
“저는 비 헌터 학교 출신이라서 괜히 가 봤자 좋은 꼴 못 볼 것 같았거든요.”
“아… 저기, 그런데 강 선생님, 이 학교에서 헌터라고 다 강 선생님을 싫어하는 거 아니에요.”
“글쎄요. 제가 그동안 겪은 게 있다 보니 그 말은 믿기 힘드네요.”
할 말이 없는지 정적이 흐른다.
억지를 부린 건 교감이지 양호 선생이 아닌데 너무 까칠하게 말했나 싶다.
“저도 들은 이야기라 정확한 건 아니지만 실기 선생님들 사이에선 업무 이외에 강 선생님이랑은 아예 말 섞지 말자는 이야기가 돌았다던데, 그래서 눈치 보느라 다가가지 못한 선생님들 많을 거예요.”
대충 뒤에서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아예 말을 섞지 말라니.
애들도 왕따는 안 시키던데 선생이란 작자들이 참….
“저는 그런 건 신경 안 쓰는데 보건실에만 있다 보니 강 선생님을 만날 일이 없었네요.”
“아, 네. 괜찮습니다.”
“그래도 다음 학기부턴 달라질 거예요. 헌터 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강 선생님 같은 실력자를 외면하는 바보들은 없을 테니까요.”
“글쎄요. 지금까지 계속 그러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그래 봤자 별로 달갑진 않은데. 솔직히 좋은 생각은 안 들 것 같아요.”
“그래도 학교에 계속 있으실 거면 관계를 개선하는 편이 좋지 않겠어요?”
“딱히 친해지고 싶지 않은데요. 학교에 선생님들이 실기 선생님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 확실히 여선생님들이랑은 많이 친해 보이시더라고요.”
눈을 흘기며 말하는데, 당황스럽다.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평소에 제일 많이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사람은 옆자리 박 선생이다.
친한 여선생… 아니, 그나마 연락처라도 있는 여선생님은 민 선생님 딱 한 명이고.
이마저도 모임 연락 때문에 알게 된 거고 이후에도 위튜브 때문에 몇 번 이야기한 게 전부지 사적인 연락 같은 건 하지 않는다.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일반과목 선생님들이랑은 남녀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친해요.”
“부럽네요. 저도 강 선생님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네? 아, 그럼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친구비는 매달 월급날에 입금하시면 됩니다.”
교감 딸이라는 게 약간 걸리긴 하지만 이런 미녀 선생님이라면 얼마든지 오케이다.
연락처를 서로 교환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데, 슬슬 몸에 힘이 돌아오는 느낌이다.
“이제 좀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김 선생이 배시시 웃더니 갑자기 백의를 벗는다.
아니, 왜 옷을….
그러고 보니 아까 나한테 관심 있다고 하더니….
어휴, 이놈의 인기.
“저기… 선생님, 저는 그냥 정말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러세요? 제가 무슨 실수라도…?”
“여기 학교잖아요. 그리고 저희 오늘 이야기 나눈 것도 처음인데 벌써 이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네?”
“얼른 옷 다시 입으세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자기 딸이 먼저 나를 덮친 거라 해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저는 강 선생님이 괜찮아졌다고 해서 이제 슬슬 돌아가려고 가운만 벗은 건데… 무슨 생각하신 거예요?”
….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 그냥 농담을 한번….”
“농담이 아닌 것 같던데. 설마 제가 지금 강 선생님을 뭐 어떻게 해 보려는 줄 아신 거예요?”
“죄송합니다.”
“보기와 다르게 응큼한 구석도 있으시네요. 아! 역시 늑대 같아요.”
갑자기 웬 늑대?
남자는 다 늑대다 이 말인가?
아니, 늑대고 나발이고 자칫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피식 웃으며 농담을 하는 걸 보니 다행히 그냥 넘어가 줄 것 같다.
“늑대는 또 뭔가요?”
“오늘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강 선생님 왠지 고독한 늑대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고독한 늑대라니, 손발이 오그라든다.
“제가요?”
“네. 이제 보니 고독한 늑대가 아니라 응큼한 늑대였지만요.”
“진짜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소문 같은 거 안 낼 테니 대신 친구비는 면제해 주시는 거죠?”
싱긋 웃으며 말하는데, 얼굴도 얼굴이지만 성격이 참 괜찮은 것 같다.
“혹시 방학 때 시간 좀 있으세요?”
“어머, 지금 데이트 신청하시는 거예요? 네. 저 방학 때 완전 한가해요.”
김칫국은 좀 잘 마시는 스타일 같지만.
* * *
방학식이 생각했던 것보다 늦게 끝날 것 같다.
물론 수업은 아예 없고 1학기 성적 우수자와 우수 교사 선정 같은 시상과 교장의 연설뿐이다.
시상을 먼저 했는데, 교감에게 마지막 양심은 있었는지 우수 교사는 내가 차지했다.
물론 아침에 이기지도 못한 강 선생을 왜 우수 교사로 선정했냐고 몇몇 실기 선생들이 항의했다는데 교감이 대련을 신청한 게 강 선생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냐며 뭉개 버렸다고 한다.
교감에게 처맞고 뻗는 건 싫으면서도 내가 우수 교사 타이틀을 가져가는 게 배가 많이 아팠나 보다.
아니꼬우면 자기들도 신청하던가 하지.
그리고 아까 실기 선생 중에서 여선생 몇 명이 말을 걸어왔다.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가벼운 아침 인사였다.
티는 안 내고 무심하게 같이 인사하며 받아 줬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놀랐다.
어제 김 선생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솔직히 이렇게 바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으니까.
하지만 솔직히 좋은 감정은 안 든다.
그나저나 이놈의 연설은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방학이라고 긴장 풀고 어디 가서 사고 치지 말라고 하면 되는 걸 어쩜 그리 길게 늘여 말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할 지경이다.
교장이 되면 생기는 패시브 스킬인가?
“그럼 학생 여러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방학은….”
진짜 그놈의 마지막만 도대체 벌써 몇 번째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선생들도 지루해하는 것 같은데… 우리 사정을 알 리 없는 교장의 연설은 계속됐고, 결국 예정 시각이었던 10시를 꽉 채우고 나서야 방학식이 끝났다.
“강 선생도 나가지? 태워 줄까?”
“아니요. 어제 치료받고 시간도 늦고 몸도 쑤셔서 짐도 못 챙겼어요.”
어차피 2학기가 되면 다시 돌아와야 하고 짐도 거의 없어 특별히 챙길 것도 없다.
하지만 지금 나가 봐야 학생들을 데리러 온 차들로 엄청 복잡할 테니 여유롭게 출발할 생각이다.
박 선생님과 함께 교무실로 가려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다가온다.
“선생님, 우수 교사 축하드려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어제 진짜 멋있었어요.”
“우리 검술반 애들은 선생님이 졌다고 생각 안 할 거예요.”
차례대로 은수와 은서 진수와 민희다.
“다들 고맙다. 선생님은 괜찮아. 너희도 얼른 집에 가야지.”
“차 막혀서 좀 걸린다고 하셔서요. 그보다 선생님, 저희 방학 때 바다 가기로 했는데, 같이 갈래요? 악!”
내가 꿀밤 한 대 먹일 생각이었는데 민희 녀석이 선수를 쳤다.
“왜 때려?”
“갈래요는 반말이잖아!”
쯧쯧, 하여간 진수 이 녀석은 매를 번다.
“그래. 이진수, 너 어제도 선생님 안 붙이고 선생님 이름 막 불렀잖아. 선생님이 네 친구야?”
“진수, 버릇없어.”
은수와 은서도 한마디씩 했다. 이거 뭐… 나는 나설 필요도 없겠다.
“아니, 그냥 나는…. 어쨌든 선생님, 갈… 아니, 가실 거예요?”
“쌤, 같이 가용. 네에에?”
민희가 혀 짧은 소리를 낸다.
“민희야, 전에도 말했지만 그런 건 진수한테 하라니까.”
“샘, 저도 싫어요. 정민희,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냐? 역효과 나니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까는 네가 하라면서. 진짜 뒈질래?”
진수가 도망치자 그런 진수를 잡으러 민희가 떠나가고 은수와 은서만 남았다.
“너희도 같이 가니?”
“네. 민희네 외삼촌이 제주도에서 펜션 하신대요. 선생님도 같이 가시는 거죠?”
“미안하지만 방학 때 일이 많아서.”
“거짓말. 연수 안 가신다는 거 이미 들었는데요.”
“누가 그래? 헛소문이야. 선생님 연수 간다.”
거짓말이 아니다.
원래 우수 교사가 되면 연수를 안 가는 게 맞다.
하지만 하필 올해부터 헌터 관리국에서 우수 교사라도 평가는 치러야 하는 게 맞지 않냐며 규정을 바꾸어 버려 이론과 실기 평가를 위해 이틀을 나가야 한다.
교감은 자기도 몰랐다고 말했지만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3주짜리 연수가 이틀로 줄어들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신입 연수? 그거 우수 교사 돼서 이틀밖에 안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그것도 출퇴근이라서 다행이라고 했잖아.”
“아니, 박 선생님, 제가 언제 그런….”
급하게 눈치를 줬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하…. 진짜 눈치가 그렇게 없나?
“아니, 그럼 난 이만 차 더 막히기 전에 가 봐야겠네.”
박 선생 당신은 2학기에 손절이야.
“선생님?”
“그럼 같이 가시는 거죠?”
“그래도 안 돼. 선생님 방학에 할 게 많다니까.”
세워 둔 계획도 있고 약속도 있긴 한데, 솔직히 그리 바쁘지는 않다.
계획도 확실한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정도라면야 시간이 맞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애들끼리 노는데 끼어 봤자 그리 재미있을 것 같지는 않다.
가서 괜히 뒤치다꺼리만 하게 될 것 같고.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에게 방학 때 같이 놀러 가자고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 녀석들은 나를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 샘, 같이 가요.”
“좋아. 선생님이 같이 가면 매일 아침 구보 20바퀴씩 뛸 건데 다들 참여하는 거지?”
“저희끼리 갈게요.”
“저희끼리 가겠습니다.”
구보 소리가 나오자마자 두 녀석 다 빠르게 손절을 때리는 걸 보니 진작 이럴 걸 그랬다.
“그래. 방학 잘 보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2학기에 보자.”
“구보는 장난이시죠? 저희 놀러 가기 전에 연락 드릴 테니까 시간 되면 같이 가요! 선생님도 방학 잘 보내세요.”
“방학 잘 보내세요.”
장난 아닌데…. 인사를 하고 가는 녀석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 교무실에 들러 카드를 찍고 퇴근했다.
짐을 정리하던 중 휴대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꺼내 확인해 보니 어제 연락처를 교환했던 김 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