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67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67)
정략결혼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나왔다.
평소라면 바로 교무실로 갔겠지만, 오늘은 1층에 있는 행정실에 들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강 선생님? 외출증 끊으시려고요?”
“아, 그게 아니라 어제 승급 심사 봤거든요. 그래서 헌터 등급 갱신을 좀 하려고요.”
“오, 승급하셨나 보네요. 그럼 이제 B 랭크이신가요?”
“아니요. 원래 B 랭크였어서 이제는 A 랭크예요.”
“와, A 랭크 승급은 엄청 어렵다고 들었는데…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예진 씨한테 가서… 어? 아직 담당자가 안 왔네요. 뭐, 헌터증만 있으면 되니까 주시면 제가 복사해서 담당자에게 전달해 드릴게요.”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여깄습니다.”
A 랭크 헌터증을 꺼내서 직원분에게 건네드렸다.
A 랭크 헌터가 됐지만 수당은 얼마 안 늘어난다.
소급 적용도 안 돼서 다음 달부터 적용될 테고 방학 때는 아예 수당도 안 나오지만 그래도 챙길 건 챙겨야지.
행정실을 나와 교무실에 도착했다.
출근 카드를 찍고 자리에 오니 옆자리 박 선생님도 막 도착하셨는지 가방을 풀고 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늦었네. 참, 일요일에 승급 심사 본다고 했지. 어떻게 됐어?”
“당연히 붙었죠. 그래서 행정실 들러서 등록하고 오는 길이에요.”
“오, 축하하네. 그런데 행정실에서 이 시간에도 업무를 봐줘?”
“담당하시는 분은 아직 안 왔는데 헌터증 복사한 것만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 복사해놓으면 전달해서 처리해 주겠다고 하셔서요. 행정실 선생님들은 참 친절한 것 같아요.”
“친절은 무슨…. 내가 지난번에 일찍 가서 뭐 좀 하려고 하니까 업무 시간에 오라고 칼같이 거절하던데.”
“네? 저는 외출증도 아침에 끊어서 받고 그랬는데 별말 없이 해 주시던데.”
“박 선생은 배 나온 유부남이고 우리 강 선생은 꽃미남이잖아. 행정실은 실장님 빼면 다 여자 선생님인데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옆에 있던 최 선생이 한마디 거든다.
“에이, 아침부터 왜 그러세요. 행정실 선생님들이 그때 바쁘셨나 보죠.”
“바쁘기는. 나도 강 선생 나이 때는 나 좋다는 여자들이 줄을 섰었는데… 세월이 야속하네.”
“박 선생, 확인 못 한다고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
“아니, 진짠데…. 이거 참 내가 억울해서, 내일 대학 때 사진이라도 들고 올까요?”
“아무도 안 궁금해할 사진은 됐고… 강 선생, 승급 심사도 통과했는데 한잔 안 해?”
“그래. 안 그래도 내가 기막힌 꼼장어집 한 군데 찾아 놨는데, 오늘 갈까?”
왜 이 말이 안 나오나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보강 방패가 있지.
“저도 그러고 싶지만, 보강 수업 때문에… 힘들 것 같네요.”
“아, 그랬지.”
“축제가 다음 주니까 예선은 이번 주겠네?”
“네. 이번 주 수요일이에요.”
“애들이 본선 가면 본선 대비 보강도 계속 하는 거야?”
“네. 그렇죠.”
“이거 우리 강 선생이랑 한잔하려면 애들이 떨어지길 바라야겠는데.”
“그러게 말이야.”
“제 보강 수업받는 학생 중에 세진이가 있어서 그건 좀 힘들겠네요.”
“아, 그랬지. 다른 애들은 어때? 세진이야 당연히 올라갈 테고. 1학년 애들도 나간다면서.”
“1학년이긴 해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으니 대진 운만 조금 따라 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1학년은 힘들다고 하던데, 고생이 많아.”
“하하. 죽겠네요.”
“죽진 말고. 축제 끝나고 한잔해야 되잖아.”
진짜, 끝까지 술이다.
어차피 그때가 되면 여유가 생길 테니 알겠다고 말하고 업무를 조금 하다 보니 어느덧 회의 시간이 됐다.
다음 주가 축제다 보니 준비 때문에 역할 분담 같은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나는 담임도 아니고 이미 보강 수업을 맡고 있어서 특별히 다른 업무가 주어지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바로 검술 훈련장에 올라왔다.
주식을 한 번 확인하고 수업 전까지 업무를 좀 할까 했는데 바깥이 소란스럽다.
일찍 왔으면 시끄럽게 하지 말고 구보나 뛰고 있으라고 할 요령으로 나갔는데, 오전 수업인 A 조뿐만 아니라 오후 수업인 B 조까지 검술반 녀석들이 전부 와 있다.
“다들 뭐야?”
“선생님 승급하신 거 축하드리려고요.”
“통과했다고 말은 안 했는데?”
어제 이런저런 일도 많았고 학생들도 잘 보라는 메시지 이후에 통과했냐고 묻는 녀석은 없어서 따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설마 떨어지신 거예요?”
“아니. 당연히 통과했지.”
“하여간 이진수. 우리 선생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
“축하드려요, 선생님.”
“축하드려요.”
축하해 주려고 일찍 온 모양인데 역시 내 생각해 주는 건 우리 학생들밖에 없다.
초코파이로 케이크까지 만들어 와 초까지 꽂아 놓고 불라는데, 생일도 아니고 너무 호들갑 떠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도 준비를 해 온 애들 성의를 생각해 순순히 초를 불었다.
“축하해 줘서 다들 고맙다. 자, 그럼 B 조는 얼른 수업하러 가고 일찍 왔으니 A 조는 구보 좀 먼저 하자.”
“네? 아니…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 축하해 드리려고 일찍 온 건데 무슨 구보예요….”
“쌤, 저희는 그럼 가, 가 볼게요.”
구보를 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은수와 은서를 비롯한 B 조 애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돌아갔다.
“그럼 저희도 다시 갔다가 이따 올게요.”
“어허, 사유가 어찌 됐건 일찍 도착한 이상 훈련을 해야지. 민희가 선두로, 진수는 후미로 가고 가볍게 서른 바퀴만 뛰자.”
“네? 서른 바퀴면 평소보다 많잖아요.”
“선생님 너무해요!”
“악덕 교사는 물러가라!”
“오늘 수업 일찍 끝내고 치킨 시켜 주려 했는데… 너희들이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치킨의 위력은 굉장했다.
“김민희, 얼른 앞으로 가라.”
“이진수, 너나 얼른 뒤로 가.”
“빨리 뛰고 싶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야유를 하며 어기적거리던 녀석들이 누구보다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선생님 1인 1닭인가요?”
“당연하지. 그런데 이진수 넌 다섯 바퀴 추가야.”
“네? 왜 저만….”
“나보고 악덕 교사라며.”
“아니, 쌤… 저만 그런 거 아닌데요….”
“네 목소리가 제일 커서 다른 애들 목소리가 안 들리던데? 농땡이 부릴 생각하지 말고, 애들한테 확인할 거니까.”
* * *
강신혁 그 자식은 내게 세진이가 자기가 가르친 학생이라 나섰다고 했지만, 그 자식은 담임도 아니고 3학년 검술 담당을 맡고 있지도 않다.
고작 하루에 보강 두어 시간 가르친 게 전부인 녀석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세진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우리 세진이가 재능도 출중하지만, 제 엄마를 닮아 외모도 썩 괜찮은 편이니까.
물론 선생이면서 학생 신분인 우리 세진이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 자체는 정말 괘씸하다.
하지만 능력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
얼굴도 내 기준에는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허여멀겋고 곱상한 게 여자들은 좋아할 스타일이니, 세진이 짝으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다.
선생과 학생 신분이라는 게 조금 걸리긴 하지만 조금 있으면 12월인 데다 내년에 세진이가 졸업하면 상관없을 테니까.
스물다섯이면 세진이랑 그렇게 나이 차이도 큰 편은 아니고… 괜찮은 것 같다.
출신이나 집안 같은 정보는 없지만 그런 거야 나중에 길드 직원에게 알아보라고 시키면 그만이다.
아니, 굳이 조사를 시킬 필요도 없다.
애초에 집안이나 출신이 좋지 않아도 스물다섯에 그런 실력을 갖췄다면 배경 같은 건 의미가 없으니까.
세진이에게도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해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아버지.
“뭐 하는 중이니?”
―자습실에서 과제 중이었어요. 더 일찍 받았어야 했는데… 죄송해요.
“됐다. 그보다 오늘 협회에 심사관으로 갔는데 네 보강 가르친다는 선생을 만났다.”
―아, 오늘 심사 보러 가신다고 하셨어요.
“널 가르치는 선생이라 심사 끝나고 따로 이야기를 좀 했는데 아주 당돌하더구나.”
―네?
“그자가 세진이 네가 지난 금요일에 쓰러졌었다고 하던데?”
―아… 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 그런 건데, 지금은 괜찮아요.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 강신혁이라는 선생은 완전히 호들갑이더구나.”
―강 선생님이 원래 학생들을 많이 생각하셔서….
“고작 보강 두 시간 가르치는 주제에 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아주 나를 가르치려 들더구나. 내 방식으로는 세진이 네가 결코 WHCU 대회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망언까지 지껄이면서.
―….
“혹시 세진이 네가 그 자식에게 무슨 말이라도 한 거니?”
―저, 그게….
“뭐, 그럴 리는 없겠지. 하여간 그 자식은 뭘 알지도 못하면서. 내 자식 교육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가 보라고 해도 자기가 이기면 네게 간섭하지 말라며 결투 신청까지 하더구나.”
―겨… 결투요? 선생님이랑 아버지가요? 받아들이신 건 아니시죠? 선생님은 B 랭크 헌터신데….
“그 자식 오늘 A 랭크로 승급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나한테 결투 신청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어이가 없어서 혼내 줄 생각으로 받아들였지.”
―네? 결투를 하셨다고요? 선생님은 괜찮은가요?
이 녀석 봐라?
나랑 결투했다는데 강신혁 그 자식 안부만 묻는다.
잠깐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진이는 그놈이 내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을 테니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어쩌면 세진이도 그 자식에게 약간 마음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세진이에게도 그 녀석과 잘해 보라고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으니 아무래도 좋다.
“단순히 입만 산 놈은 아니더구나. 그놈은 멀쩡하다.”
―정말요? 아버지가 봐주신 거군요. 다행이네요.
“크흠, 그렇긴 한데 결투장 배리어를 담당하던 직원들이 다 탈진하는 바람에 승부를 내지 못했다.”
―승부를 내지 못했다고요?
“쓰러진 직원들도 챙겨야 했고 놈이 선약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지.”
―아….
“계속했다면 당연히 이 아비가 승리했겠지만, 그 자식도 꽤 실력이 있더구나. 이제 막 A 랭크로 승급했으니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분명히 S 랭크 헌터가 될 거다.”
―저도 강 선생님을 실력이 뛰어나신 분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긴 거나 다름없지만 어쨌든 승부가 나지 않았고 결투도 계속 할 수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네?
“일단 나는 녀석이 제안한 대로 네 훈련에 일절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네가 우승하면 앞으로도 네게 간섭하지 않기로 했지.”
―아… 네.
“대신 만약에 세진이 네가 우승하지 못하면 그 자식은 학교를 그만두고 아레스 길드에 오기로 했다.”
―선생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아레스 길드에 오신다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놈 보통 실력이 아니야. 그런 인재는 당연히 우리 아레스 길드에 데려와야지.”
―그럼 WHCU 대회에서 일부러 패배하라는 말씀이세요? 그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이 아비의 도움 없이 우승은 힘들지 않겠느냐? 그 자식도 너한테 맡겨도 내 방식보단 성적이 잘 나올 거라고 해 놓곤 자신이 없는지 방학 때 네 훈련을 돕겠다고 하던데…. 뭐, 대회는 그 녀석이랑 약속했으니 네가 알아서 하고 그 녀석이랑 가까이 지내도록 하거라.”
―가까이 지내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약속을 지켜야 하니 길드에 오긴 하겠지만 기간을 따로 정하진 않았으니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 않느냐? 딱 1년만 하고 나가겠다고 할 수도 있는데.”
―선생님이랑 친해져서 길드에 계속 있게 하라는 뜻이었군요….
“단순히 친해지기만 해서 그 녀석이 길드에 계속 남진 않을 거다. S 랭크가 되면 다른 길드에서도 놈을 스카우트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테니까.”
―아… 그렇겠네요.
“그래서 생각을 해 보니 세진이 네 짝으로 삼으면 되겠더구나.”
―…서, 선생님을요?
“왜, 그 녀석이 싫으냐? 얼굴이 사내다운 구석은 없지만 곱상하고, 실력도 출중한데.”
―아니,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전 학생이고 선생님은 선생님이신데….
“내년 2월이면 세진이 넌 졸업하고 성인이지 않느냐? 그 자식도 스물다섯밖에 안 됐다고 하니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고. 뭐, 일찍 결혼하는 게 걸리면 일단 녀석이 길드에 와서 약혼부터 하면 될 거고. 내가 보기엔 그 자식도 너에게 마음이 좀 있는 것 같던데.”
―네? 선생님이요?
“겨우 보강 몇 번 가르친 게 전부면서 내게 결투까지 하자고 하는 걸 보면 분명 놈도 마음이 있을 거다. 세진이 네가 그 녀석이랑 결혼하면 다른 길드도 생각을 접겠지.”
―아니… 아버지, 선생님은 원래….
“지금 말대답을 하는 거냐? 다 길드를 위한 일이니 잔말 말고 그 녀석이랑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