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7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7)
명예 결투
혹시 위로라도 해 주려고 그러나?
“아, 네.”
김 선생이 나가자 교감이 바로 입을 열었다.
“크흠, 사실 오늘 일이 전적으로 김한주 선생 잘못이긴 하지만 강 선생 대처도 좀 어른스럽지 못했어요. 사회 전반적으로 비 헌터 학교 출신 헌터들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아마 김 선생이 해명해도 강 선생을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괜찮습니다.”
난 또 뭐라고.
이미 지난번에 헌터 학교 출신이 아니란 게 알려진 후로 내 이미지는 나락으로 처박힌 지 오래다.
헌터인 선생들은 말 한마디 걸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고, 뭐… 일반과목 선생님들에게도 좀 미움받을 수 있지만 상관없다.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괜찮습니다. 남들이 뭐라건 제가 떳떳하고 당당하면 그만이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오해도 풀리겠죠.”
“자신감 있는 모습 보기 좋네요. 그래, 강 선생도 이만 나가 보세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교감실을 빠져나왔다.
휴대폰을 보니 점심시간이 30분도 채 안 남았다.
좀 애매한데, 그래도 빨리 먹으면 밥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해서 입구에 전시된 샘플을 보니 양식 메인은 함박스테이크와 크림파스타고 한식 쪽은 산채비빔밥에 육개장, 오삼불고기다.
헌터 학교다 보니 일반적인 학교들보다 학생들 활동량이 많아서 일반 학교보다 식단의 칼로리가 높게 잡혀 있고, 국가에서 지원받는 예산에 여러 길드로부터 받는 후원금 일부도 학생들 식비로 사용되어 웬만한 식당 뺨칠 정도로 잘 나온다.
양식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지만 오늘은 한식이 더 당긴다.
30분이 지났는데도 줄은 꽤 길었지만 나는 선생의 특권으로 하이패스.
음식을 받고 적당히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어? 강 선생님이다. 여기 앉아도 돼요?”
B 조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은서다.
“안 되는데.”
“네?”
농담이었는데 내가 단칼에 거절할 줄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을 한다.
“이 바보야, 식당에 자리가 정해진 것도 아닌데 딱 봐도 농담하신 거잖아. 그냥 앉아.”
은서와 비슷하게 생긴 여자애가 날 흘겨보며 말한다.
요 녀석은 은서의 쌍둥이 언니이자 B 조 대표를 맡고 있는 은수다.
“그래. 농담이었으니까 앉아서 얼른 먹어.”
“저는 선생님이 저 미워하시는 줄 알고 놀랐잖아요.”
“내가 은서를 왜 미워해.”
활달하고 외향적인 성격인 언니 은수와 달리 은서는 반대로 약간 내성적이다.
뭐, 완전히 소심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완전 초특급 ‘인싸’인 언니가 있다 보니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아무튼, 요새 애들답지 않게 순수해서 놀리는 맛도 있고 좋게 보고 있는 학생 중 하나다.
둘 다 원작에도 등장하는데 은수는 학생회장이 되고 은서는 부회장이 된다.
망나니 주인공 이지성이 입학식에서 은서를 보고 첫눈에 반해 고백하는데, 그런 것치고 은서의 비중이 크진 않다.
주인공의 평판이 워낙 쓰레기라 바로 거절당하니까.
물론 주인공이 알려진 평판과 다르게 활약하는 걸 보고 다시 의외라고 생각하는 장면도 나오긴 한다.
나중엔 주인공 길드에 합류도 했던 것 같은데 이미 주인공 주변에 여자가 많아서 그런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눠 보니 아까 진수와 민희처럼 녀석들 또한 역사 선생의 일을 알고 있었다.
“신경 쓰실 거 없어요. 어차피 헛소문이잖아요.”
“맞아요. 저희는 헌터 학교 채용 시험에 할당제 같은 건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리고 헌터 학교 출신만 헌터 학교에 취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설명도 안 해 줬는데 어떻게 알았어? 선생님에게 이야기해 준 진수랑 민희 말로는 두 사람 같이 생각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고 하던데.”
“걔네들은 바보잖아요.”
하하….
A 조와 B 조도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두 사람과 진수랑 민희는 조금 사이가 안 좋다.
뭐, 다 같이 학생회를 하고 있고 원작에서도 친했으니 서서히 친해지긴 하겠지만.
“저희 아버지도 헌터 학교 선생님이셨어요. 지금은 다시 길드 생활 하시지만요. 그리고 은서 꿈이 헌터 학교 교사거든요.”
“그랬구나.”
“솔직히 전 역사 선생님도 이해가 안 가고 애들이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헌터 학교 출신이 아니라서 그렇겠지.”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헌터 학교 출신이건 아니건, 선생님은 선생님이시잖아요.”
“그러게 말이에요. 바보 같은 애들이나 그런 말에 넘어가서 휘둘리는 거죠.”
기대도 안 했는데 두 녀석 모두 내 편을 들어주니 감동이다.
김한주가 따로 해명한다고 했으니 굳이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걱정할 것 같아 두 사람에겐 아까 일을 적당히 순화해서 이야기했다.
“정말요? 다행이네요.”
“따로 처벌은 안 하나요?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억지로 비방했으면 징계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글쎄. 일단 사과도 받았고 굳이 일을 키우면 좋을 게 없잖아.”
일단 교감이 내 편을 들어주긴 했지만, 마지막에 했던 말도 있고, 일을 별로 크게 만들고 싶진 않은 눈치였으니까.
역시 내가 비 헌터 학교 출신이라 그런 거겠지.
기분이 썩 좋진 않지만 이런 어른들의 사정을 학생들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다.
“저 같으면 부끄러워서라도 그만둘 것 같은데.”
“은수였다면 아예 이런 일을 안 만들지 않았을까?”
“아, 당연히 그렇죠. 그랬다간 은서한테….”
“응? 은서가 뭐?”
“언니.”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방금 은수가 은서를 째려본 것 같은데.
자기들끼리 아웅다웅하는 걸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무리 헌터인 선생들이 나를 무시하고 배척해도 이렇게 내 편을 들어 주는 귀여운 학생들이 있으니 힘이 난다.
* * *
오후 수업이 끝났다.
은서와 은수가 도와준 덕에 정리도 금방 끝났고 오늘은 따로 서류 작업 할 것도 없으니 교무실 가서 퇴근 카드만 찍으면 될 것 같다.
교직원 기숙사와 식당, 검술 교장이 가까워서 바로 식당 가서 밥 먹고 퇴근하면 좋을 텐데 시스템상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는 무조건 교무실에 가서 카드를 찍어야 한다.
지금 가면 선생들 많을 텐데.
수련이나 조금 하다 갈까 하다.가 그냥 교무실로 향했다.
피할 이유는 없으니까.
뭐, 내가 죄지은 것도 아니고.
쫄지 말자.
교무실에 도착해 숨을 한 번 들이켜고 문을 열었다.
정규 수업이 모두 끝난 시각이라 점심시간과 달리 자리마다 선생님들이 앉아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어째 다들 나를 쳐다보는 느낌인데… 뭐, 자의식 과잉이 아닐까 싶다.
바로 퇴근 카드를 찍고 나가려 했는데 익숙한 얼굴이 나를 붙잡는다.
“강 선생 왔어. 바로 퇴근하려고?”
옆자리 박 선생님이다.
“아, 네. 오늘은 따로 서류 작업 할 것도 없고 좀 피곤해서요.”
“아까부터 자리에서 정 선생이 기다리던데. 아까 김 선생이랑 일 있었다며?”
“정 선생이요?”
“2학년 창술 가르치는 정현식 선생 말이야. 혹시 몰랐어? 정 선생이 김 선생 남자 친구잖아.”
자리를 쳐다보니 아까 김한주와 내 사이에 끼어들었던 남자 선생이 내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 아까 끼어들었던 모양이다.
이미 교감 선에서 다 정리 끝났는데, 이제 와서 뭘 어쩌려고 그러는지.
별로 상대하고 싶진 않았지만 무시하고 가면 또 뒷말이 나올 것 같아 일단 자리로 향했다.
“아까부터 계속 제자리에서 기다리셨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죠?”
대답을 안 하고 날 바라보더니 하얀 장갑을 내게 던진다.
잡으려고 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잡지 않았기에 장갑은 내 팔을 맞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보면 모르나? 명예 결투를 신청하는 걸세. 비 헌터 학교 출신이라고 명예 결투를 모르진 않을 텐데.”
당연히 알고 있다.
명예 결투는 헌터들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결투의 결과로 모든 걸 결정짓는 제도다.
보통 받아들이지 않은 쪽은 상당한 불명예를 안게 되는데, 당연히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거나 어느 한쪽이 잘못한 경우에는 응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까 김 선생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교감 선생님이 계시던 자리에서 이미 정리가 끝났습니다만.”
이런 예외가 없다면 고 랭크 헌터가 저 랭크 헌터를 상대로 언제든 갑질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이 제도가 완벽한 건 아니다.
“그 일과 별개로 자네는 나를 모욕하고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제가 언제 그랬죠?”
“좋은 말로 중재하려던 내게 귀먹었다고 했던 걸 잊었나? 내 여자 친구도 모욕했고. 엄연히 내가 강 선생보다 나이는 물론이고 헌터로서나 교원으로서도 선배인데 예의 없이 굴었지.”
이렇듯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있듯이 핑계야 갖다 붙이면 그만이니까.
“왜, 겁나나? 그럼 지금이라도 당장 내게 사과하고 한주에게도 사과하겠다고 하면 없던 일로 해 주지.”
논리가 너무 역겨워서 구토가 나올 것 같다.
김 선생이 부탁했는지 아니면 여기 정 선생이 자기 의지로 나섰는진 모르겠지만 정말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다.
“먼저 모욕을 한 건 김 선생이었고 교감 선생님께서 보시는 자리에서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명 약속까지 했는데 이러시면 당황스럽네요.”
“아… 아무튼. 뭐 그리 말이 많나? 그래서 거절하겠다는 건가?”
교감 선생까지 들먹였는데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건 어떻게든 망신을 주고 싶은 것 같다.
어쩌면 교감 선생도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완전히 억지 논리지만 피하면 뒤에서 또 수군거리며 씹어 대겠지.
외통수지만 차라리 잘됐다.
약간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 번쯤은 실기 선생들과 부딪히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받아들이죠.”
“그래. 사과나… 잠깐, 받아들이겠다고? 푸하하! 진심인가?”
“네. 억지 논리라고 생각하고 도저히 이해가 안 되지만… 뭐, 그렇게 결투를 원하신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애초에 나도 아까 교감의 중재가 그리 썩 마음에 들진 않았으니까.
* * *
명예 결투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고 결투 당사자들끼리 몇 가지 조항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다.
첫 번째, 살인은 허용되지 않는다.
두 번째, 상호 합의로 결투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투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해는 서로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세 번째, 승자는 패자에게 법과 사회 통념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요구를 할 수 있고 패자는 요구에 따라야 한다.
네 번째, 공정한 판정을 위해 결투 당사자와 관련이 없는 최소 3명 이상의 참관인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 번째. 패자는 결투 이후 1년이 지나면 재결투를 신청할 수 있지만, 승자는 재결투를 신청할 수 없다.
“강 선생,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게 낫지 않겠어? 정 선생은 다음 분기 A 랭크 승급 심사를 신청했다고 하던데.”
“괜찮습니다.”
A 랭크 심사를 신청했다고 해도 떨어질 수도 있는 거고 일단 지금은 같은 B 랭크다.
게다가 만년 열등생이던 주인공이 무공을 배우고 얼마나 급속도로 강해졌는지 난 잘 알고 있으니까.
물론 주인공은 재벌가 자식이라 영약을 물처럼 사 먹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방학이 돼서 영약을 먹기 전에도 꽤 강했다.
초유량이 수련할 때마다 매번 내게 잘하고 있다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솔직히 체감이 잘 안 됐다.
귀찮다고 안 한다는 초유량에게 겨우 사정해서 대련하면 제대로 검 한 번 휘둘러 보지도 못하고 제압당했으니까.
수준을 좀 맞춰 달라고 하면 그럼 대련하는 의미가 없다며 무시하기 일쑤고.
그러니 이번 기회에 실력을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정말 괜찮아? 자신 있어?”
“자신은 당연히 없죠.”
“그런데 왜….”
“질 자신이요.”
솔직히 A 랭크 심사를 신청한 게 아니라 A 랭크라고 해도 내가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무엇보다 정현식이라는 이름은 원작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안 되는 엑스트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