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6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6)
루머
주말에 너무 무리했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어깨가 뻐근하더니 아직까지 컨디션이 별로다.
초유량에게 라면과 간식을 줄이고 노트북 사용을 통제하겠다고 하니 옆에 딱 붙어서 가르쳐 주긴 했는데 계속 자세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베기와 찌르기만 수천 번씩은 한 것 같은데, 진짜 내 자세가 잘못돼서 그런 건지 심술을 부리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심했나?
다음 주에는 중국 술이라도 한 병 사다 주던가 해야겠다.
“선생님, 다 끝났어요.”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다들 들어가고, 땀 많이 흘린 학생들은 밥 먹기 전에 꼭 샤워하고.”
고등부 수업은 원래 과목당 50분이지만 내가 담당하는 검술도 그렇고 헌터들의 능력에 관련된 실기 과목은 전부 2시간 50분이다.
밥 벌어먹을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라 그런지 쉬는 시간까지 포함해 세 타임을 붙여 놨다.
나는 1학년만 담당하고 있지만, 주말을 제외하고 수업은 매일 있다.
오전에는 1반부터 5반을, 오후에는 6반부터 10반까지 검술 교육 희망자들로 구성된 A, B 2개의 조를 가르친다.
하루에 거의 6시간. 꽤 빡빡한 스케줄 같지만, 특별히 힘든 건 없다.
간단한 스트레칭 이후에 운동장을 돌리고 이어서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등의 체력 단련으로 50분을 때우고 나머지 시간엔 여러 가지 몬스터의 특징에 맞게 싸우는 방법을 알려 주거나 VR 기기를 이용해 실습을 진행한다.
가끔 학생들끼리 대련을 시키거나 자세를 봐주기도 하고… 이렇게 쭉 말하니 뭐가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거 없다.
중간에 휴식도 20분 주는 데다 끝날 때도 옷 갈아입고 씻는 시간을 생각해 일찍 끝내서 그리 길게 느껴지진 않는다.
수업 인원도 한 타임에 40명으로 얼마 안 되기도 하고.
애초에 제1 헌터 학교 고등부 재학생은 학년당 200명으로 총 600명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검이 가장 인기 있긴 하지만 창이나 활 같은 다른 무기를 선호하는 학생도 적지 않고 마법같이 다른 계열 능력을 배우는 학생도 많다.
원하는 학생들에겐 직접 지도 대련을 해 주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진 요구하는 학생은 없었다.
3학년이나 2학년의 경우에는 꽤 자주 요청한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1학년이라 그런 것 같다.
슬슬 정리하고 식당으로 갈까 하던 중에 A 조 대표와 부대표가 다가왔다.
“선생님, 물어볼 게 있는데 잠깐 괜찮으세요?”
“안 아프게 살살 물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와… 선생님 지금 개그 하신 거예요?”
“겉보기엔 멀쩡해도 너무 멀쩡한 선생님이 애인이 없는 건 이런 아재 개그 때문이라니까요.”
“맞아요.”
장난 한번 쳐 본 건데 이 자식들이 뼈를 때리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너희 둘은 참 죽이 잘 맞네. 두 사람 혹시…?”
“진수랑은 그냥 친구거든요.”
“샘, 저도 눈이 있죠. 제가 뭐가 아쉬워서 민희 같은 애랑….”
“뭐? 너 말 다 했냐? 누가 봐도 내가 아깝거든!”
원작에서 진수와 민희 둘은 3학년 학생회의 일원으로 커플이었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반응을 보니 아직 사귀는 것 같지는 않지만, 소설에서 그랬으니 곧 그렇게 되겠지.
좋을 때다.
“사랑싸움은 그만하고, 뭐가 궁금한데?”
“아니거든요!”
“아니거든요!”
같은 대답을 하는 걸 보니 마음도 잘 맞는 것 같다.
“그래. 알았으니까 얼른 물어볼 거 물어보고 가. 너희도 밥 먹으러 가야지.”
“그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어서요.”
“무슨 이야기?”
“선생님은 헌터 학교를 안 나오셨다는 이야기요….”
회식 이후로 실기 과목 선생들은 아예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업무적인 게 아니면 아예 말조차 걸지 않고.
뒤에서 내 이야기를 하고 다니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학생들에게까지 퍼졌다니 기분이 좀 그렇다.
“헌터 학교 안 나온 거 맞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니?”
내가 당당하게 말하자 진수 녀석은 당황해서 횡설수설하고 민희가 잠깐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사실 어제 역사 시간에 선생님이… 헌터 학교 안 나온 헌터들은 하나같이 능력도 안 되면서 헌터라고 대접받길 원하는, 이기적이고 무능한 자들이라고 안 좋게 말하셨거든요.”
“그게 나라고 하던?”
“직접적으로 선생님을 언급한 건 아닌데, 수업 끝날 때 우리 학교에도 그런 케이스가 있다면서 1학년 검술반 애들이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하셔서요.”
“웬만한 애들은 다 알아들었을 거예요.”
이 정도 수준이면 이름만 말 안 한 거지 직접적으로 언급한 거나 다름없다.
“그 수업 이후로 애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이 나왔거든요. 무슨 할당제니 뭐니 하면서요.”
평소와 수업 분위기가 약간 다른 것 같긴 했는데,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어휴, 할당제는 무슨 얼어 죽을 놈의 할당제인지.
신경 안 쓰겠다고 마음먹긴 했지만 말도 안 되는 루머가 퍼지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게다가 역사면 일반과목 아닌가?
그럼 자기는 아예 헌터도 아니라는 건데… 어이가 없다.
“저기… 선생님, 괜찮으세요?”
“응? 당연히 안 괜찮지.”
“네?”
“헌터 학교 채용 시험에 할당제 같은 건 없어. 똑같이 시험을 보고 똑같은 채용 절차를 거쳐서 너희들을 가르치게 된 건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별로겠지.”
“죄송해요.”
아차, 괜히 잘못도 없는 애들에게 너무 뭐라 한 것 같다.
“너희가 죄송할 필요는 없지.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 가서 밥 먹어.”
고맙다고 한 건 진심이다.
말을 안 해 줬으면 정말 몰랐을 테니까.
학생들에게는 특별히 악감정이 생기진 않는다.
헌터 학교 교직원 채용 절차를 학생들이 다 알 수 없는 건 당연하니까.
원래 이 나이대 애들은 주변에 휘둘리기 쉽기도 하고.
하지만 선생들은 아니지.
우선 1학년 역사 선생이란 작자를 한번 만나서 도대체 내게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런 건지 제대로 따질 생각이다.
대충 정리를 마치고 교무실이 있는 본관 건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다 보니 교무실은 한산했지만 아직 식사하러 가지 않은 선생님들이 있었고 역사 선생도 아직 자리에 있었다.
이름 김한주, 동기는 아니지만, 꽤 젊어 보이는 여선생이다.
“김한주 선생님.”
“뭡니까?”
“1학년 검술 가르치는 강신혁입니다.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그쪽이랑 할 이야기 없는데요?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그쪽이랑 왜 이야기를 하죠?”
학생들에게 그런 소리를 해 놓고 내가 찾아올 줄 몰랐나?
시비를 먼저 걸어온 쪽이 누군데. 이런 반응이라니 어이가 없다.
“말 잘하셨네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학생들에게 저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니시는 겁니까?”
“제가요?”
제가요?
순간 주먹이 그대로 나갈 뻔했지만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해 겨우 참았다.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제 이야기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머. 저는 강 선생님 이름 언급한 적 없는데, 뭔가 오해하고 있으신가 보네요. 아니면 자격지심이 있나.”
이 여자가 진짜 한번 해보자는 건가?
“비 헌터 학교 출신 악담하면서 검술 배우는 애들이 불쌍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셨다면서요. 이름만 언급 안 했지 저를 두고 한 이야기 아닌가요?”
“아닌데요.”
“아, 그럼 저도 제 수업 시간에 1학년 역사 가르치는 선생이 못생긴 주제에 남자만 밝혀 대는 또라이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상관없겠네요. 직접적으로 이름 언급은 안 할 거니까.”
“뭐… 뭐요? 이봐, 강 선생! 지금 당신 말 다 했어?”
“다 안 했는데요. 그쪽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식으로 말합니까? 애초에 헌터도 아니면서 뭘 안다고.”
“내가 없는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니잖아요.”
“수업 시간에 비 헌터 학교 출신 헌터들은 능력도 안 되면서 헌터라고 대접받길 원한다고 하셨다던데. 제가 무슨 능력이 안 됩니까? 그리고 언제 대접받길 원했죠?”
“….”
완전히 꿀 먹은 벙어리가 따로 없다.
내가 이런 식으로 대놓고 깽판을 칠 줄은 몰랐나 보지?
“거, 그쯤 하지.”
웬 남자 선생 하나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
“그쪽은 뭡니까? 관계없으면 끼어들지 마시죠.”
“확실히 그쪽이랑은 관계가 없지만 내가 이쪽이랑은 관련이 좀 있어서 말이야. 헌터도 아닌 일반인 그것도 여선생님에게 지금 이러는 거 별로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지 않나?”
아주 정의의 기사 납셨네.
아, 혹시 이 여자 남자 친구라도 되나?
“일반인이고 여자고 헌터이기를 따지기 전에, 한 사람의 성인이라면 당연히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일에 그쪽도 관련이 있습니까?”
“….”
다시 한 번 제대로 선을 그어 주자 끼어들었던 남자도 얼굴만 새빨개진 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게 나설 때 안 나설 때 구분 좀 하지.
“말씀이 없으신 걸 보니 본인 스스로도 잘못했다는 걸 인지하셨나 본데, 학생들에게 해명하고 사과하세요. 그럼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 드리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뺨이라도 한 대 후려쳐 주고 싶지만 끼어든 남자 말고도 많은 선생들이 지켜보고 있다.
“내… 내가 왜 그래야 하죠? 내 수업 시간에서 그냥 가볍게 했던 이야기였어요. 지금 강 선생은 내 수업재량권 침해를 하는 거라고요.”
진짜 이 여자가 미쳤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적어도 맞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수업재량권이 그런데 붙여 쓰라고 만들어진 단어는 아닐 텐데요. 그럼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나도 내 수업 시간에 내 재량으로 그쪽이 오크 같은 얼굴에 인성은 얼굴보다 떨어지는 쓰레기이며 남자만 보면 환장한다고 해도 괜찮겠네요?”
“이봐요,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귀먹으셨어요? 조금 전에 김 선생이 수업 시간에 뭘 하든 수업 재량이니까 침해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 뭐… 가볍게 이야기하셨다고 했으니 저도 일단 시작은 애들 구보 뛸 때 왼발에 쓰레기 오른발에 김한주, 이렇게 해야겠네요. 아, 이건 직접적으로 이름 들어가니 안 되려나? 뭐, 제 수업인데 상관없잖아요.”
삼류 작가라고 해도 명색이 글로 먹고살던 사람인데, 주먹을 안 써도 말만으로 사람을 패는 건 일도 아니다.
눈물을 찔끔거리는 게 곧 터질 것 같다.
물론 운다고 봐줄 생각은 전혀 없다.
“거기 무슨 일입니까?”
또다시 누군가 끼어들려는 것 같기에 지금까지 뭐 들었냐고, 관계없으면 좀 꺼지라고 하려다가 얼굴을 보고 바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얼굴에도 주름이 자글자글하지만, 덩치 하나만큼은 웬만한 사내 둘… 아니, 셋을 겹쳐야 비슷할 것 같은 거구.
한국에 10명밖에 없다는 헌터 랭크 S, 무력으로 따지자면 학교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나이 김만동.
제1 헌터 학교 교감이다.
* * *
학교에서 애들이 싸우면 보통 교무실로 불려 간다.
그럼 선생이 싸우면 어디로 불려 가게 될까?
선생들끼리 싸우는 경우가 흔한 것도 아니고 성인이다 보니 더 심해지면 경찰서에 가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지금 내가 불려 온 곳은 교감실이다.
상황을 지켜보던 선생 중 누가 이야기를 한 건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교감이 교무실에 들어오면서 보게 된 모양이다.
여전히 역사 선생은 질질 짜고 있지만, 다행히 이곳은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라는 개소리가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다.
“그러니까 김 선생이 먼저 모욕을 했고, 그걸 인지한 강 선생이 학생들에게 해명과 사과를 하라는 요구를 했다는 거네요?”
크으, 만동 씨 믿고 있었다고.
애초에 교감 김만동은 원작에서도 정의롭고 공명정대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인물이다.
“아니, 저는….”
“이봐요, 김 선생, 할 말 있으면 울음 좀 멈추고 똑바로 말합시다. 여기 강 선생 말이 사실이에요?”
“강 선생님 이름을 직접 언급한 적 없어요.”
“1학년 검술반 애들이 불쌍하다고 이야기하셨다면서요. 아닙니까?”
“….”
“아무래도 강 선생 말이 사실인 것 같군요. 어휴, 어째서 그런 말을 하신 겁니까?”
“저는 정말 아이들이 불쌍해서….”
“뭐가 불쌍하다는 겁니까! 설마 강신혁 선생이 부정한 방법으로 학교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무슨 할당제….”
“아니, 김 선생도 선생이면… 아, 그래. 일반과목 가르치는 선생님이시니 잘 모를 수도 있겠네요. 실기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채용할 때도 비 헌터 학교 출신 할당제, 가산점 이런 건 없습니다.”
“네?”
“강신혁 선생은 이론, 실기, 경력 모두 우리 학교 채용기준에 부합했고 면접 또한 무척 잘 봤고요. 심지어 나 김만동이 면접관 중 한 명이었어요. 정당한 채용 절차를 거쳐 임용됐는데 뭐가 문제란 말입니까?”
서슬 퍼런 교감의 호통에 김 선생은 또다시 질질 짰고, 이젠 김만동도 열이 받았는지 뭘 잘했다고 우냐는 식으로 다그쳤다.
결국, 사과는 받았다.
물론 진심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것 같았지만 별수 없다.
그래도 바로 다음 수업부터 해명을 하겠다는 약속은 받았으니까.
필시 악감정이 있을 텐데 제대로 할까 걱정이 되지만, 이어서 교감이 제대로 오해가 풀리지 않으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학교 방송을 통해서 공개 사과와 해명을 하게 될 거고 징계위원회도 열 거라고 했으니 생각이 있다면 잘 해명하겠지.
너무 관대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교감 입장에서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은 눈치고 일단 내 편을 들어줬기에 따로 불만을 제기하진 않았다.
“김 선생은 이만 나가고 강 선생은 잠깐 이야기 좀 하지요.”
응? 나는 또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