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99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99)
책임
“재판은 국내에서 처리하게 힘쓸 걸세. 실제로 죽은 건 1명이라고 하니 사형까진 없을 거야. 자네 가족도 내가 책임질 거고.”
―저기…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내일 아침까지는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다음 정기 회의에 있는 아시아 의장 투표 때 나를 지지해 주겠다고 약속을 받긴 했지만 역시 남이 싼 똥을 치우는 건 기분이 참 더럽다.
이 자식도 거절을 하면 누구를 보낼지 걱정했는데, 반응을 보니 거의 넘어온 것 같아서 다른 녀석들에겐 연락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필카스 그놈은 정기 회의 때 잔뜩 거들먹거리더니 부하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게다가 하필 건드려도 강신혁 그 자식 학생을 건드리는 바람에 참 일이 더럽게 꼬였다.
다른 놈 같았으면서 이렇게 번거롭게 처리할 것 없이 그냥 덮고 넘어가면 그만일 텐데.
똑똑―.
“아버님, 저예요.”
“어, 그래.”
문이 열리더니 며느리가 들어온다.
“새아가, 무슨 일이냐?”
“아버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이 시간에 손님? 따로 약속 잡은 게 없는데, 누구지?
“내 따로 연락받은 게 없는데 누가?”
“헌터 협회의 강신혁 이사라고….”
“가, 강신혁?”
순간 내가 잘못들은 게 아닌가 하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신혁이 여길 어떻게.
설마…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많은 간부들을 알고 있어서 위험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까지 알고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 했다.
간부들 중에서도 내 정체를 아는 건 극히 일부인데, 누가 배신을 한 건가?
“아버님?”
“어… 그래. 지금 어디에 있나?”
“집 앞에 있습니다. 함부로 아무나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따로 약속하신 게 없으시면 그냥 돌아가라고 할까요?”
“아니다. 내 만날 테니 들여보내거라.”
* * *
조금만 기다리라더니 10분이 다 되어 가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처음에는 다른 고위층을 찾아갈까 생각을 했지만 가장 확실하게 정보를 알 수 있는 건 보스일 테니까.
보스를 만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당장 보스 곁에 어떤 간부들도 간부들이고 내가 보스를 만남으로써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물론 예전부터 내가 한 행동들로 미래는 바뀌었을 테고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도 했지만 최대한 변화는 피하고자 했다.
너무 터무니없게 바뀌어 버리면 내가 아는 미래의 정보가 다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하지만 이젠 정말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민하의 부모님을 기다리던 도중 민하가 먼저 의식을 회복했다.
녀석의 첫마디는 아프다는 것도 부모님을 찾는 것도 아니었다.
“선생님, 애들은… 애들은 어떻게 됐어요?”
자기 팔이 그렇게 됐는데도 바보같이 착한 우리 반장은 다른 사람을 먼저 걱정했다.
괜찮다고 하니 그제야 안심한 표정을 짓는 녀석을 보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내 탓이라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민하는 내 탓이 아니라며 자기는 반장이니까 그런 거라고… 괜찮다고 오히려 나를 위로했다.
그러던 와중에 민하의 부모님이 도착했다.
처음엔 오열하시다 흥분해서 내 멱살을 잡으려고 하시는 부모님을, 하지 말라고 말린 것도 민하였다.
나는 민하와 민하의 부모님에게 약속했다.
내가 전부 책임을 지겠다고.
만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도 헌터 협회 이사라는 사회적 위치가 있어서 무작정 거절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역시 정면 돌파는 무리였나 보다.
워낙 CCTV도 많고 경계가 삼엄하고 시간을 질질 끌고 싶지 않아 이 방법을 택한 건데….
안 된다면 안 된다고 말이라도 좀 빨리하지, 하고 생각하며 일단 차로 돌아가려고 했더니 문이 열렸다.
정면으로 안 된다면 조금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가 강제로라도 침입하려 했는데, 다행이다.
막상 들어가려니 약간 긴장이 돼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고 걸음을 내디뎠다.
잘 꾸며진 정원을 지나 현관으로 가 보니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보인다.
내가 만나려던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닮은 걸 보니 아들인 것 같다.
“어서 오시죠. 홍영호라고 합니다.”
“강신혁입니다. 늦은 시간에 불쑥 찾아뵙게 돼서 죄송합니다.”
“저희야말로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죠. 들어오시죠.”
“실례하겠습니다.”
정원도 정원이었지만 집도 참 으리으리하다.
“저는 강 이사님이 저희 아버지와 인연이 있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아들이었나?
원작대로라면 아들은 안타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적당히 둘러대며 아버님을 뵙고 싶다고 말했다.
“아, 네. 아버지는 서재에 계셔서… 저쪽입니다.”
똑똑―.
“아버지, 강신혁 이사가 왔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아들을 따라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거대한 책상과 그 뒤로 백발의 노인이 앉아 있다.
상당히 날카로운 인상이다.
“영호, 넌 그만 나가 보거라.”
“네? 아, 예. 그럼 이야기 나누시지요.”
아들이 문을 닫고 나갔다.
“내 자네가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네. 일단 거기 소파에 좀 앉지.”
오호라? 모르는 척 잡아뗄 줄 알았는데 인정하는 건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 할배의 이름은 홍만식.
대한민국 재계서열 2위를 달리고 있는 SJ그룹의 부회장이지만 실체는 안타스 코리아의 수장이다.
“길게 이야기할 생각 없으니 그냥 서서 말하지. 정보를 원한다.”
“말이 상당히 짧군.”
“그쪽도 짧잖아. 보통 범죄단체 두목 놈에게 존대해 줄 사람은 없을 텐데.”
“화가 많이 났군. 내 정체는 어떻게 알았나?”
“내가 알려 줄 이유는 없지. 질문은 내가 한다.”
“좀 진정하지? 이번 일은 우리가 의도한 건 아니고… 뭐, 사고였네.”
당황스럽다.
범인은 안타스 코리아 소속이 아니다.
그래서 당연히 안타스 코리아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고 정보만 얻으려 온 건데, 이 자식들이 진짜 미쳤나?
“사고라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내가 나와 내 주변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했지?”
“좀 진정하지. 사고라고 하지 않았나? 내일 오전 중으로 자수할 걸세.”
자수라니… 뭔가 이상하다.
범인은 분명 안타스 유럽권 국가의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간부다.
아무리 안타스 코리아의 수장이라고 해도 다른 나라의 간부를 자수하게 만들 수는 없을 텐데….
“범인 이름이 어떻게 되지?”
“자수한다고 하지 않았나.”
“이름.”
“박수철일세.”
박수철이라니…. 진짜 어이가 없다.
아무래도 이미 범인 측과 연락을 한 모양이다. 안타스 코리아 쪽에선 내가 자기들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아니 적당한 조직원 1명을 자수시켜서 덮으려는 것 같은데, 어림도 없지. 안타스 이탈리아 여간부 이름이 박수철? 애초에 여자 이름도 아니고. 차라리 지나가던 고양이 이름이 김춘식이었다고 하는 게 더 신뢰가 가겠다.
“서로 건드리지 않기로 했는데, 이번 일은 정말 유감일세. 우리 측에서도 책임을 통감해서 자수를 시키는 거니 너무 그렇게….”
“영감,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왔다고 생각해? 어떤 외국 여자가 박수철이라는 이름을 쓰지?”
“….”
내가 너무 신사적으로 대했나 보다.
내공을 끌어올려 수강(手罡)을 만들었다.
“한 번만 더 거짓말하면 그땐 영감 목 날아가는 거야. 이름.”
“아니….”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수강을 영감의 목 앞에 가져다 댔다.
“대답.”
“베… 베네트 크리지아. 안타스 이탈리아의 베네트 크리지아일세.”
그래. 그런 이름이었지.
“지금 어딨지?”
“그건 정말 모르네. 우리는 뒷수습만 해 주기로….”
“그럼 찾아.”
“우리 소속도 아닌데 어떻게….”
“못 찾으면 오늘이 영감 마지막 날일 텐데? 나는 영감 죽여도 물어볼 사람 많아. 유럽 가서… 그래, 패트릭을 찾아가면 되겠네.”
“어, 어떻게 패트릭을….”
안타스는 국제 범죄 조직이라 구조가 꽤 복잡하다.
국가마다 수장이 있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이렇게 다섯 개의 대륙에 속해 있는 국가들끼리 의장을 뽑고 그 의장들 중에 안타스 글로벌의 총 의장을 선출한다.
패트릭은 안타스 이탈리아의 보스는 아니지만 유럽 국가들의 수장이다.
“질문은 나만 한다고 했을 텐데. 찾아, 못 찾아? 그것만 말해.”
“차, 찾을 테니 시간을 주게. 그리고 이것 좀….”
“좋아.”
목을 겨누고 있던 수강을 거두어들였다.
“찾을 때까지 여기 있을 거니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난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거든.”
* * *
“수배라니? 영감, 그게 무슨 말이야? 나 흔적 같은 거 안 남겼는데.”
―확실해?
“그럼. 영감은 내 실력 알잖아. 도대체 누가 그래?”
―보스가. 안타스 코리아 보스에게 연락이 왔다고 하시더라. 그쪽에서 적당히 조직원 1명 자수시켜서 끝내려 했는데, 네 용모파기가 알려져 수배가 내려지는 바람에 골치 아파졌다고.
“어? 아니, 진짜 수배 내려진 거 맞아? 내가 방금 확인했는데 현지 뉴스나 인터넷에서는 그런 말은 아무것도 없어.”
―언론에 알리면 네가 숨어 버릴 수도 있으니 출국할 때 잡으려는 거겠지.
“내일 아침 비행기 타려 했는데, 안 되겠네. 영감, 나 어떡해?”
―안타스 코리아 측에서 밀항을 도와주기로 했다.
“정말? 그럼 문제없는 거네. 에이, 뭐야. 영감, 괜히 걱정했잖아.”
―베네트 너… 지금 그딴 소리가 나와?
“왜 또 성질이야. 안타스 코리아에서 도와준다며.”
―안타스 코리아 놈들이 공짜로 도와주겠냐? 보스가 얼마나 곤란해하셨는데. 넌 돌아오면 단단히 깨질 준비해.
“알았다고…. 그럼 어떻게 하면 돼?”
―내일 저녁 7시까지 인천항 여객터미널 쪽으로 가. 안타스 코리아 측에서 화물선을 이용해 중국 쪽으로 밀항시켜 주겠다고 했으니까.
“화물선? 내가 짐이야?”
―지금 네가 그런 걸 따질 상황이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알았어. 그럼 접선은 어떻게 해?”
―인천항 여객터미널 근처에 도착하면 나한테 연락해. 그때 알려 줄 테니까.
“오케이.”
―웬만한 짐은 다 버려. 혹시 모르니 머리 색도 바꾸고.
“염색하면 머릿결 상하는데. 그리고 영감 선물도 샀는데, 그것도 버려?”
―베네트, 너 진짜….
“아… 알았어. 그럼 내일 연락할게.”
* * *
“그래. 그렇게 하지.”
표정 관리를 하고 있지만, 솔직히 좀 놀랍다.
이 짧은 시간에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낼 줄은 몰랐으니까.
확실히 범죄 조직 보스는 보스인지 머리가 참 잘 돌아간다.
“흠흠, 자네도 들었겠지만 내일 7시까지 인천항 여객터미널로 나오기로 했네.”
“정확한 장소는 확실히 안 정했잖아?”
가 본 적은 없지만 여객터미널이면 규모도 꽤 있고 사람도 많을 텐데, 나 혼자서 수색하기엔 무리다.
“안타스 이탈리아의 보스는 의심이 상당히 많은 자일세. 지금 장소까지 정하면 저쪽에서도 의심할 가능성이 있네. 장소는 내가 내일 연락을 할 테니 이만….”
핑계를 대는 건지 진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사실 상관없다.
영감에게 다가갔다.
“왜… 왜 이러나?”
“영감 오른손잡이지? 그럼 왼팔로 할게.”
“뭘….”
점혈로 왼팔을 마비시켰다.
“우리가 막 서로 신뢰하고 그런 관계는 아니니까 나도 보험은 들어야지. 아프진 않지? 어디 한번 움직여 봐.”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내가 가고 나서 다시 연락해서 없던 거로 취소하고 함정을 팔 수도 있다.
어떤 함정이든 다 깨부술 자신이 있지만 범인을 놓칠 수는 없다.
“팔이….”
엄청나게 당황한 표정이다.
“안 움직이지? 사흘이 지날 때마다 마비 부위가 점점 늘어날 거야. 괜히 어설프게 풀려고 해도 마찬가지고. 못 믿겠으면 영감 부하들 불러다 시험해 보던가.”
“……”
아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노려본다.
“너무 걱정하지 마. 영감이 내일 제대로 협조를 해서 내가 놈을 잡으면 다시 풀어 주러 올 테니까.”
당연히 거짓말이다.
점혈에 그런 기능 따윈 없고 오히려 사흘이면 점혈이 풀려 버린다.
하지만 상관없다.
무공이 없는 이 세상에서 내 거짓말을 알아챌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