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0)
10. 전면전
초리조보다 한 살 연상의 노파이자 현 브릿지 마을의 촌장인 로메인.
타앗!
그녀의 E, ‘무쌍돌격’이 작렬하자, 순식간에 공룡의 지척으로 그녀의 몸이 이동했다.
이어 사용된 R, ‘현월수호’.
츠카앙!
주변으로 휘둘러진 창날이 초승달을 그리며 세 마리의 벨로시랩터가 한꺼번에 휩쓸려나갔다.
이어서 울려퍼지는 W, ‘전사의 외침’.
“평생 그렇게 나를 쫓아다녔으면서, 이제 와서 혼자 풀썩 떠나 버리려고 하다니!”
다음 공격을 무조건 치명타로 명중시키는 버프기이자, 시전자에게 어그로를 집중시키는 광역 도발 스킬!
로메인을 향해 뒤따라오던 벨로시랩터 세 마리가 연이어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크아아앙!》
《크앙! 크아앙!》
파파팍!
이어진 로메인의 Q, ‘삼연격’에 의해 그 중 두 마리가 무참히 찔려 죽었다.
90대의 노인에게서 나온 피지컬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콰드득!
“……!!”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일까?
나머지 케어하지 못한 한 마리가 로메인의 왼팔을 물었다.
“이 자식!”
한발 늦은 초리조가 온몸을 던져 벨로시랩터를 밀쳐냈다.
푸욱! 츠카악!
그가 벌어준 틈 사이에 찔러들어간 로메인의 창격에, 놈은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그러나 놈의 아가리에는 뜯겨나간 로메인의 팔이 그대로 물려 있었다.
“이 미련한 할망구야, 뭣 하러 마중을 나와서 쓸데없이 피를 보는가?”
“크흑…….”
뜯겨나간 팔 부위를 움켜쥔 채 신음하는 로메인.
마나가 고갈된 주술사, 초리조.
둘은 어느새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수십 마리의 벨로시랩터에게 둘러싸이게 되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구먼, 로메인. 네가 나를 쫓아와 주는 날이 다 있을 줄이야. 흘흘, 진작에 이렇게 해볼 걸 그랬어.”
“닥쳐, 초리조. 현재 우리 마을에 제사장님을 거들어줄 사람이라곤 너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 뿐이니까.”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한결같구먼. 그 모습에 내가 반하지 않았겠는가? 흘흘흘.”
그렇게 황혼의 남녀는, 두 손을 꽉 마주 잡은 채 도래할 마지막 순간을 담담히 기다렸다.
“멋지게 등을 보이면서 퇴장하고 싶었는데. 할망구가 난입하는 바람에, 멋이고 뭐고 없게 됐구먼. 그래도 고맙네. 다 죽어가는 늙은이라도 살려 보겠다고 따라와 줘서. 내 이걸로 더 이상의 미련은 없구려.”
“곧 백살인 노인네가 주책은…….”
“정확히는 아흔 여덟이라네. 그때까진 아직 한참 남았지.”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으며 서로의 얼굴을 향해 서서히 머리를 가까이 다가갔다.
마치 K-드라마의 엔딩 직전 화차에서나 볼 법한 신파 멜로의 한 장면.
이 순간, 그 주인공들은 주름진 할아버지와 할머니인 로메인과 초리조 두 명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거, 시발!”
[패시브, ‘사자의 포효’가 적용중입니다.]갑자기 들려온 함성 소리에 의해 초리조와 로메인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벨로시랩터들까지 화들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늙다리 둘이서 로맨스는 이제 그만들 찍으시고… 이제 장르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시간이다!”
그 너머로 나타난 건 브릿지 마을의 족장, 아크한 가이.
그러니까 바로 나였다.
나는 초리조가 떨어진 직후, 곧바로 소집한 스톤타워의 모든 전사들을 이끌고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내가 소중한 2성급 영웅 둘을 그냥 날려버릴 것 같나?”
그리고는 서른 명의 부족 전사들을 향해 다시 한 번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전원! 지금 당장 촌장과 주술사를 구출하라!”
***
두 노인네들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는 내 알 바가 아니었다.
다만…
“귀중한 자원인 2성급 영웅 둘이서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자살을 하려고 하다니.”
그런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못해도 초리조는 살려야 한다.’
50레벨이 넘는 마법사 클래스의 영웅들은 특별한 능력 하나가 개방되는데,
그것은 바로….
‘지식 승계.’
인게임에서 ‘지식 승계’는, 다른 저렙 마법사 계열의 영웅들에게 경험치를 나누어주는 기능이었다.
즉, 따로 사냥을 시키며 경험치를 올리지 않더라도 그냥 초리조에게만 붙여놓으면 오토 레벨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
‘추후 ‘그 영웅’을 섭외하게 된다면, 초리조의 존재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로메인 또한 쉽게 버릴 수 없는 건 마찬가지.
신을 섬기는 제사장 클래스인 체체는 추후 가지고 있는 성향에 따라서 2차 전직의 방향이 판가름난다.
그리고 로메인은 그 4성급의 영웅, 체체의 성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변수의 관리는 꼼꼼히 해야 하지.’
마침, 마을의 모든 전사들은 현재 지쳐있기는 했지만, 사기만큼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스톤 타워에 의지한 결과, 단 한 명의 전사도 희생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저 둘은 마을의 원로.
그들을 구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도 없었다.
할 거라면 지금 해야 했다.
벌컥!
결정을 내린 나는, 스톤타워의 입구를 박차고 나오며 모든 전사들에게 외쳤다.
“전원! 지금 당장 촌장과 주술사를 구출하라!”
[1스킬, ‘하울 오브 테러’가 사용되었습니다.]필드 위. 약 스무 마리의 벨로시랩터가 일시적인 공포에 빠진 틈을 타, 30명의 전사들이 우르르 몰려나갔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사방으로 길다란 창을 빼든 밀집대형!
“촌장과 주술사를 보호하라! 대형을 유지하며 천천히 스톤타워로 복귀한다!”
그러자 초리조가 허연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겸연쩍게 말했다.
“이거, 영 폼이 안 나는 결말이군요. 족장님.”
“…됐다. 앞으로는 결코 내 허락 없이 목숨을 함부로 버리지 말도록.”
초리조는 내 말에 너스레를 떨려다, 문득 하려던 말을 삼켰다.
생으로 왼팔이 뜯겨나간 로메인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기 때문이었다.
“서둘러라! 다른 공룡들이 몰려 오기 전에 타워로 복귀해야 한다!”
그렇게 창을 든 전사들이 마구잡이로 날아드는 벨로시랩터들을 저지하며.
일행은 어떻게든 스톤타워 안까지 되돌아왔다.
‘어거지긴 해도, 일단은 구해냈군.’
나는 이어 지시했다.
“로메인을 2층으로! 나머지 전사들은 다시 원 위치로 복귀!”
그런데 그때였다.
“족장님!”
데프와 함께 3층에 남아있던 조니가, 아직 1층에 있는 내게 또렷이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반대쪽에… 또 다른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에 나는 즉시 성큼성큼 3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쏴아아아아! 쿠르릉! 쿠웅!
폭풍우가 가면 갈수록 거세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깟 악천후 따위를 신경 쓸 새는 없었다.
쿵쿵쿵쿵…!
조니가 가리킨 방향으로부터,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두 종류의 중대형 공룡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꾸요오오오!》
《꾸히이익!》
트리케라톱스와 센트로사우루스.
쿠르르릉! 쿵!
쿵쿵쿵쿵쿵!
놈들은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에 리듬을 맞추기라도 하듯, 일대에 약진을 일으키며 뛰어오고 있었다.
‘구출 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어.’
애초부터 이런 식으로 마을을 지켜내라고 있는 캠페인이 아니었다.
캠페인 돌판에 적힌 내용은 어디까지나 ‘탈출’.
그렇기에, 이번 튜토리얼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단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했다.
그러나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한 톱니바퀴는 나비효과를 불러 점차 큰 오작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원래는 지금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해서 초리조가 필요했었던 건데.”
트리케라톱스, 센트로사우루스.
이 각룡류를 비롯한 몇몇 종류의 개체들은 유난히 화염 속성의 공격에 취약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때를 위해 초리조를 대기시키려 했던 것인데.
그 패는 의도치 않게 다른 곳에 소모되었다.
‘하긴, 아까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초리조가 아니었다면 이미 타워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일로 안타까워해 봤자 초리조의 마나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 다음 스텝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
나는 스톤타워의 모든 부족민들을 향해 다급히 외쳤다.
“창병대는 1층과 2층 양쪽으로 나뉘어 창을 사출하라! 2층의 주민들은 아직 남아있는 그물을 끌어올리고, 궁병대는 다시 3층으로!”
그리고 조니와 데프를 바라봤다.
“너희들은 맨 앞의 놈부터 일점사한다. 타격 부위는 놈들의 얼굴 쪽에 존재하는 급소. 이 부분은 너희들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겠지.”
“알겠습니다. 족장님.”
“맡겨주십쇼…!”
그 순간.
트리케라톱스와 센트로사우루스들이, 그물이 깔린 지대에 발을 디뎠다.
아직 가용한 그물이 몇 개는 남아있는 상황.
이거라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영! 차! 영! 차!”
“당겨!!”
“모두들! 다시 한 번만 더 힘내봐요!”
“들어올려엇!”
투확!
겹겹이 깔린 고기잡이 그물이 또다시 들어 올려졌다.
끼기기긱!
그러나 저 얼굴에 뿔 달린 파충류들은, 놀라울 만큼 커다랗고 무거운 놈들이었다.
고작 성인 부족 전사 몇 명의 무게로는 중량을 저울질할 수 없을 정도로.
우지직!
들어올려지던 그물은 놈들의 이동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오히려, 아까와 달리 금세 찢어지는 밧줄 소리가 타워 내부를 울렸다.
“내 화살 맛을 봐라!!”
퉁! 푸슉!
조니의 ‘저격’이 선두의 트리케라톱스에게 날아가 꽂혔다.
노린 것은 놈의 한쪽 눈.
그러나 그 또한 거기에서 끝이었다.
《꾸요오오옥!!》
화살촉은 놈의 두껍고 강인한 두개골까지는 관통하지 못했다.
“오늘 밤에는 근육통에 시달릴 것 같다! 흐라아아압!!”
데프 또한 젖먹던 힘을 짜내어 도끼를 내던졌다.
휘리릭!
《꾸히이익!!》
그러나 도끼는 고개를 살짝 비튼 트리케라톱스의 이마에 붉은 세로줄을 남기며 되돌아올 뿐이었다.
“흐허헉…!”
위쪽에서 데프가 크게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것은, 마나가 바닥났을 때 흔히 나오는 현기증에서 비롯된 소리.
이제 데프에게도 ‘튕기는 도끼’를 사용할 마나가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익룡을 상대할 때부터 줄기차게 도끼를 던져댔으니, 여전히 마나가 남아돈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겠지.
“…….”
이제는 가진 밑천이 정말로 다 떨어져가고 있었다.
나는 잠시 루리가 달려갔던 방향을 바라보았다.
미니맵 위로, 그녀를 의미하는 푸른 점 하나와 그 주변에 몰려있는 붉은 점 10개가 보였다.
“…아직인가.”
그녀의 귀환까지,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했다.
[아군 : 132 적 : 42]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마을을 뒤덮었던 302마리의 밑도 끝도 없어 보이던 공룡 웨이브도 이제는 고작해야 42마리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저 각룡류의 공룡들을 비롯한 중·대형 개체들 뿐.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워야겠지.”
나는 스톤타워의 난간을 밟고 높이 올라섰다.
《꾸히이이이이이이!!》
《꾸요오오!! 꾸요오오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트리케라톱스와 센트로사우루스 무리.
이렇게 가까이 있으니 놈들의 우렁찬 포효가 뱃고동 같이 크게 들려왔다.
그러나 다른 건 몰라도 기세에서만큼은 질 수는 없는 일.
“후읍.”
거대한 포효에 맞서, 나 또한 놈들을 마주 보며 입을 벌렸다.
짧은 심호흡 이후, 하단전에 기운을 끌어모으고…
“흐아아아아악…!!”
[1스킬, ‘하울 오브 테러’를 사용했습니다.]맹렬한 음파가 되어 터져나간 함성.
거대 각룡류 파충류들의 멈출 수 없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꾸힉…?》
《꾸요오…》
한웅큼의 마나가 쭉 빠져나가자, 머리가 미친 듯이 띵해졌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고, 나는 큰소리로 외쳤다.
“놈들은 전의를 잃었다!”
이제 남은 마지막 수는 바로, 전면전.
분명, 덩치가 큰 저 각룡류 놈들은 공격 한 방 한 방이 파괴적이었다.
기본적으로 타워에 추가 피해를 입히는 공성 타입인 이상, 그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놈들은 너무 크고 둔해서 단체로 다굴을 놓기에는 최적의 먹잇감이었다.
게다가 타워 안에 계속 몸을 숨기고 있어 봐야 이미 예상되는 미래는 하나뿐.
그렇다면 결국 변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전략을 취할 수밖에.
“전원! 타워 밖으로 나가서, 놈들을 향해 돌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