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1)
11. 폭풍우
내 명령이 떨어진 직후.
조니와 데프 또한 그 말을 재창하며 전사들을 향해 외쳤다.
“돌격하라!”
“돌겨어어억!!!”
그 순간.
핑!
일순 내가 가리킨 방향의 공룡무리 한가운데에서 푸른 빛기둥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퍼뜩 무언가가 떠올랐다.
저건 설마…
합류 핑?
인게임에서 찍어주면 ‘갑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지도 위에 찍히는 화살표.
저 빛무리는 그 합류 핑 이펙트와 묘하게 비슷했다.
[패시브, ‘긴급명령 – 집결의 명령’이 적용중입니다.]나는 추가로 떠오른 돌판의 내용을 확인했다.
긴급 명령 – 집결의 명령.
표시한 위치로 이동하는 아군의 사기가 대폭 증가하고, 공격력, 공격속도, 이동속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핑으로… 버프를 걸어줄 수 있다고?”
어떻게 사용한 거지?
나는 마음속으로 ‘집결의 명령’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의식해보았다.
그러자, 푸른 빛기둥의 위치가 조금씩 그곳으로 움직여갔다.
“…!”
그야말로 뜻밖의 효과.
“조니, 혹시 저 빛기둥이 보이나?”
“빛기둥이라니요?”
아무래도 저건 나에게만 보이는 이펙트인 모양이었다. 상태창과 비슷한 시스템이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얼떨떨한 얼굴의 조니를 보고 있는 것도 잠시. ‘긴급 명령’의 효과에 대해 더 고민해보고 싶었지만, 더 머뭇거리고 있을 새는 없었다.
쿵쿵쿵쿵!
트리케라톱스와 센트로사우루스들이 다시금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초에 저 각룡류들에게 적용되었던 ‘하울 오브 테러’의 지속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나는 다시 놈들에게 공포를 걸어 보았다.
“꺼-져-라-!”
[1스킬, ‘하울 오브 테러’를 사용했습니다.]공포의 지속시간이라고 해봐야 고작해야 약 3초 정도.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나는 쿨타임이 돌아오는 족족, 공룡이 들끓는 전장을 향해 함성을 내뱉었다.
“라이 라이 차차차-!!”
[1스킬, ‘하울 오브 테러’를 사용했습니다.]그렇게 연속해서 맹렬한 공포의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던 때였다.
“족장님.”
분주히 시위에 화살을 메기고 있던 조니가 문득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가까이서 자꾸 함성류 스킬을 쓰니까 신경이 쓰였던 탓일까?
아무래도 ‘저격’이 시전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정확도가 올라가는 스킬이니, 집중이 깨져서 효율이 떨어질 수는 있을 것이다.
“왜, 시끄러워서 좀 그러냐?”
“아, 아닙니다.”
“정 그러면 잠시 귀 좀 막고 있어라.”
“그게 아니라… 족장님 코에서.”
“코에서?”
“피가 납니다.”
“아.”
그러고보니 이 1스킬, ‘하울 오브 테러’를 나는 틈이 날 때마다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유난히 세게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지, 마나가 평소보다 더 많이 빠져나간 느낌.
하지만.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쓰윽.
나는 즉시 쏟아지는 빗물에 코피를 흘려버렸다.
“지금은 놈들을 무찌르는 데 집중해야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불과 몇 초밖에 되지 않는 공포 효과 정도.
그러나 이것은 용맹한 부족 전사들이 공룡을 쓰러뜨리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다.
사상자의 숫자는 내가 함성을 한 번 외칠 때마다 줄어들 것이고, 내가 쉬고 있으면 늘어날 것이다.
“이범배-!”
그러니, 지금 내가 할 일은 함성으로 인한 공포 효과의 지속 시간을 최대한 길게 이어주는 것뿐.
“포 더 브릿지-!!”
나는 그렇게 계속해서 함성을 지르며, 시야 좌측 하단의 미니맵을 보았다.
루리를 의미하는 대장간 쪽의 푸른 점과, 그 주변에 추가로 생겨나고 있는 여러 개의 또 다른 푸른 점.
그것은 대장간에 숨어있던 생존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해낸 건가?”
미니맵 상단에 표시된 아군, 적 카운트 또한 변화가 생겨났다.
[아군 : 162 적 : 37]내가 루리에게 내렸던 명령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대형 육식 공룡들의 어그로를 최대한 끌어달라는 것.
두 번째는 대장간과 그곳의 생존자들을 구하고 ‘그것’을 가져와 달라는 것.
미니맵을 보니, 아무래도 루리는 두 가지 임무를 모두 훌륭하게 수행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저건…”
대장간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한 8개의 붉은 점.
그것은 바로 튜토리얼에서 마을에 쳐들어오는 대형 육식공룡들, 티라노사우루스를 의미했다.
상황을 보아하니… 슬슬 루리의 어그로가 풀리기 시작하니, 그에 따라 티라노들은 이곳 스톤 타워를 조금 더 먹기 쉬운 타겟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8마리라.’
아무래도 저것들이 이곳에 도달하기 전에 눈앞의 각룡류 덩치들을 빠르게 제거해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까부터 신경 쓰이는 게 하나 더 있었다.
“저건 도대체 뭐지?”
처음 미니맵을 켰을 때부터 보였던, 저 먼 곳의 빨간 점 하나.
그것이 매우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이동해오고 있었다.
미니맵상 그 점은 어느새 동쪽 성벽을 지나고 있었으니, 슬슬 시야에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였다.
“…….”
미니맵에서 시선을 뗀 나는, 그 방향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짙게 드리운 먹구름과 거칠게 휘몰아치는 비바람.
그리고 뿌옇게 마을을 뒤덮은 물안개 속에서.
쿠르릉! 번쩍!
벼락이 한 차례 내리쳤고, 일대가 하얗게 변했다.
“…?”
그 순간, 나는 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니, 잠깐 저 앞을 좀 봐줄래?”
콰과곽! 쿠우웅!!
두 번째 벼락이 내리쳤고, 조니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보였습니다.”
‘발달된 시청각’이라는 패시브를 보유한 조니. 그의 눈에도 그 실루엣이 정확히 보인 모양이었다.
내가 헛것을 본 게 아니었다.
“왜 저게, 저기에 있는 거지?”
그것은 쥬라기 크래프트의 설정상, 목이 긴 용각류 공룡 중에서 가장 거대한 개체.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실루엣이었다.
‘저게 바로, 아까부터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외곽 쪽의 적…?’
저놈이 이 난리통에 합류하면… 이쪽의 승산은 제로에 육박했다.
“족장님, 아래쪽이 위험합니다!”
“…!”
그런데, 저 멀리 있는 공룡의 정체에 정신이 팔려 싸움에 잠시 집중이 풀린 동안.
쿠구구구궁!
또다시 심한 진동과 함께 부족민들의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놈들을 막아라아아!!”
그 짧은 시간, 잠깐 한눈 좀 팔았다고…!
《꾸요오오오오옷!》
공포 상태가 풀린 트리케라톱스 한 마리가 스톤타워의 외벽에 기어코 머리를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쿠콰과과광!!
항상 굳건하던 스톤타워가,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굉음과 진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한쪽 벽면이 우르르 허물어져 내렸다.
이름 : 스톤타워
HP : 1582/3500
DP : 5 (건물)
계속되는 수리에 의해 절반 이상 내구도가 차올랐던 스톤타워.
그러나 그것은 단 한 방의 공격에 의해 절반 이하로 떨어져 내리고 말았다.
“아직이다! 버텨라!!”
나는 다급히 한 번 더 함성을 질렀지만…….
“어어?”
금세 독한 현기증이 몰려왔다.
아까부터 어질어질한 감이 있었지만, 이번의 것은 차마 버텨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아아아…….”
일순, 나는 제자리에 풀썩 쓰러져버렸다.
“족장니임!!”
그런 나를 조니가 재빠르게 달려와 부축해주었다.
아마도 마나가 완전히 고갈된 모양이었다.
게임에서도 일순간 마나가 0이 된 유닛들은 잠시 스턴 상태에 빠지곤 했는데, 지금 내가 그 상황에 처한 게 아닐까.
헌데 그 순간.
노래진 시야 너머로 데프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데프…?”
저 녀석은 또 왜 난간에 서있는 거지?
나는 쉰 목소리로 녀석을 불렀다.
“어디를 가려고 그러냐.”
난간에 선 데프가 고개만 돌려 나를 돌아보았다.
“족장님. 아무래도, 이번에는 제가 명령을 좀 어겨야겠소.”
“그건 또 뭔 개소리…….”
그리고 데프가 떨어져 내렸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걸까? 나는 곁에 있던 조니를 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조니! 데프를 도와라!”
“알겠습니다…!”
내 다급한 명령에 따라, 나를 부축해주던 조니가 사라졌다.
나는 바닥을 기듯 몸을 움직여 난간 쪽으로 다가갔다.
스톤타워의 아래쪽으로, 이곳과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는 트리케라톱스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꾸히이익…!!》
그리고 자세히 보니, 그 트리케라톱스의 입에는 한 여성이 물려 있었다.
아까의 충돌로 타워 내부의 인원이 휘말리게 된 것일까.
‘저 한 사람을 구하자고…!’
그러나 놈의 아가리에 물려 있는 이를 알아보자, 나는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 한 사람이란, 바로 데프의 아내.
현재 그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였다.
데프의 거친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끄아아아아앗!”
트리케라톱스는 악귀 같은 표정으로 떨어져내리는 데프의 기세에 눌리기라도 했는지, 곧바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놔라!!”
이어 데프는 자신의 아내를 문 채로 저 멀리 도망치던 트리케라톱스를 맹렬히 뒤쫓았다.
그런데 트리케라톱스는 초식 공룡이 아니었던가?
개 같은 쥬크 고증 수준 하고는…!
“내려놔라!!”
마침내 꼬리를 통해 놈이 머리 위로 기어오르는 데 성공한 데프는, 이내 사정없이 자신의 도끼를 내리찍었다.
콰직! 콰직! 콰직!!
데프의 찢어진 손에서 피가 철철 흘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 아내를 내려놓으란 말이다!!”
콰드득!
결국 트리케라톱스의 단단한 머리뼈가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꾸오오오오……》
놈은 마침내 힘없는 단말마를 외친 뒤 쿵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물고 있던 데프의 아내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데프는 곧바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서려 했다.
“…?”
하지만… 데프의 발은 마치 얼어붙기라도 한 듯 딱딱하게 멈춰 섰다.
그의 눈앞에 있는 또다른 공룡들의 거대한 그림자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데프는 어느새 꽤 멀리까지 나와 있는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루리가 있을 대장간으로부터 도망쳐 달려오던 티라노사우루스들이 마침 이동하고 있었던 경로.
그러니까…
“하아.”
데프 주변을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는 공룡들.
그것들은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있는 티라노 8마리였다.
“이런 시벌…….”
갑자기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먹잇감을 골똘히 지켜보던 16개의 눈동자.
그들은 잠시 후, 폭풍우조차 잠재울 듯한 거친 포식자의 포효를 내질렀다.
《쿠와아아!》
《쿠와아아아앙!》
데프를 뒤쫓아온 조니가 다급히 외쳤다.
“데프!!”
“조니…?”
“아내! 그녀를 이리로 던져!”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데프는 몸에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 자신의 아내를 집어던졌다.
과연 아내는 괜찮을까?
뱃속의 아이는 어떨까.
그저 둘을 향한 걱정만을 가진 채로.
“으아아아아아아!!”
몸을 날린 조니는 바닥을 구르며 그녀를 낚아챘고.
덥썩!
데프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그를 입안으로 감춘 티라노의 아가리에서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우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