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hief of Jurassic Defense RAW novel - Chapter (196)
196. 희망의 보루
핏물이 터져 흐르는 상처를 바라보던 백왕은 씨익 웃으며 두 손을 모았다.
양손이 가리키는 방향은 추락하는 리리와 몬테그.
《모든 걸 잃고 도망친 이들의 후손들이여… 꽤나 대단하다 할 수 있었으나… 아쉽게 됐구나… 그래봐야 이 몸 하나를 어쩌지 못할 정도라면… 결국 그 존재의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일 테니….》
백왕이 그러모은 양손이 그리는, 직선거리 끝까지 이어진 거대한 빛기둥.
그것이 점점 그 형체를 진하게 만들었다.
우우우우우웅-
《사라져라.》
그 와중, 의식을 잃은 몬테그를 향해 리리가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그녀가 넓게 펼친 불타는 시조새의 날개로, 제 아버지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아빠, 이제는 제가 지켜줄 테니…!”
화아아아아악!!
소멸의 빛이 두 사람을 완전히 휩쓸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뒤, 백왕은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봤다.
동쪽과 서쪽에서 밀려오는 데몬족 마물들 웨이브.
이들을 상대하는 인간 측은, 방어를 포기하기라도 한 듯, 전부 중앙광장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백왕은 작게 웃었다.
그가 양팔을 벌리며 중얼거렸다.
《이걸로… 모든 일의 종지부를 찍겠노라.》
백왕의 앞쪽으로 거대한 삼각뿔 형태의, 투명하고 맑은 형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소멸하라. 흔적도 없이.》
바로 위쪽, 천구의 중심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강렬한 태양빛을 흡수한 형체.
그 형체는 이내 여러 갈래로 빛을 분산시키며, 형형색색의 광채를 사방 팔방으로 흩뿌리기 시작했다.
《라스트 프리즘.》
그가 쏘아낸 각각의 빛줄기는 닿는 모든 곳을 무(無)로 되돌렸다.
우우우우우웅-
“무… 무슨?”
“살려. 살려….”
《호오이….》
《크와앙….》
빛에 휩쓸린 전사들과 공룡들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움막집이나 거대한 건물들도 닿는 즉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쿠구구구궁-
그러나 그 순간.
‘바로 저게 백왕의 궁극기…!’
라스트 프리즘.
제어할 수 있는 모든 빛을 끌어모아 모든 것을 무(無)로 돌리는 무시무시한 궁극기.
하지만 이를 본 체체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말도 안 되는 마법이긴 했지만.
아크한이 말했다.
저 기술을 쓰게 되면, 잠시 동안 백왕의 몸에 둘러진 빛의 보호막이 재생을 멈출 거라고.
저것이 바로, 아크한이 말했던 바로 그 패턴이었다.
이에 체체가 날카롭게 외쳤다.
“아직 전투가 가능한 이들은 모두 저 백왕을 향해 총공격을 가해라!”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일련의 엘프족 마법사들이 각자의 마법을 영창하며 중앙광장 쪽으로 달려왔다.
직전에 합류한, 북부에서부터 이동해온 피난민들이었다.
“아아, 대자연이여…!!”
“산과 바다와 대지와 창공이여! 우리에게 힘을 나눠 주소서!”
화염과 벼락, 폭풍과 우박, 바윗돌을 머금은 강풍이 백왕을 향해 우수수 몰아쳤다.
《삡!》
《이히히힝!!》
엘프족의 환수들도 백왕을 향해 날아들었고.
“제가 마무리를…!”
대체 어디에서 박차고 날아오른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하늘 높이 날아올라있던 전 하이 킹의 첫 번째 아내, 울란 가이.
그녀가 두 손으로 잡아든 대검을 휘둘러 백왕을 횡으로 갈랐다.
서컹-!
“죽어라! 죽어엇!!”
동시에 지상에서는 휠체어를 끌고온 대족장 대리, 바토르 가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도끼를 쏟아내며 무차별적인 도끼폭격을 이어갔다.
쿠콰콰쾅! 콰콰콰쾅!!
《흠.》
그러나 여기저기 금이 간 보호막의 너머로, 백왕의 얼굴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 발악을 멈추지 않는가.》
다시 한 번.
거대하고 투명한 삼각뿔로부터 쏟아지던 빛줄기가 점점 굵어지며, 커다란 빛기둥으로 변해갔다.
가느다란 실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하나의 입체를 구성하듯.
지상에는 점점 휘몰아치는 빛줄기를 피할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 사이 발을 디디고 서있던 모든 이들은 이제, 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더 이상 희망 따위는 없음을.
그러나 한 사람의 의지만큼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아니, 아직이야.”
결국 미사일 사일로의 꼭대기로 올라온 체체는 그보다도 더 높은 곳에 떠있는 백왕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도약했다.
타앗-
백왕의 시선이 뒤쪽으로 돌아갔다.
놈이 쏘아보낸 빛줄기가 순식간에 체체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녀가 입고 있는 옷 여기저기가 누더기처럼 찢어지면서, 핏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하지만 체체는 개의치 않고 놈을 향해 그녀의 주 스킬인 ‘바실리스크 워드’를 쏘아보냈다.
《캬아아아아-!!》
검은 뱀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백왕을 통째로 삼켰다.
추측컨대, 놈은 이미 몬테그와 리리의 희생으로 이미 작지 않은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게다가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 보호막이 산산조각나며 허공으로 비산했다.
쨍그랑!!.
《헛…!!”》
놈의 형체가 석화의 시선과 죽음의 흑염으로 순식간에 뒤덮였다.
화아아악-!!
《이런…?》
체체와 백왕의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었다.
그 무엇보다 빠르게 날아 들어간 체체의 석장이 백왕의 심장을 꿰뚫었다.
푹- 쿨럭!
놈의 몸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검은 흑염이, 이윽고 폭발하듯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화아아아악!!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화이트 엘프로서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빛의 마법을 난사하던 놈이었지만, 그 끝은 심플했다.
죽어가는 놈으로부터 마지막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 이 정도가… 나의 종착지구나… 더 이상 미련은….》
그러나 놈이 떠드는 것을 듣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체체는 확실한 확인사살을 위해 백왕의 몸속으로 지팡이를 반복해서 쑤셔 넣었다.
푸슉-! 푹!
“허억 허억.”
체체는 숨을 고르며 백왕의 상태를 확인했다.
놈은 확실히 죽었다.
그러나, 놈이 만들어 놓았던 프리즘이 장대한 빛을 발하며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마지막 패턴이었다.
“결국 이렇게…!!”
아크한으로부터 들었던 대로의 효과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마을을 통째로 소멸시키고도 남을 광휘.
하지만 체체 또한, 바로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하고 있던 카드를 꺼냈다.
딸그랑-
지팡이 머리에 달린 고리들이 서로 부딪치며 소리를 냈다.
“윤회.”
부앙-
‘카르마의 균형’에 모여있던 카르마가 흩어지며 체체의 주변으로 검은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눈부신 소멸의 빛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마법이었다.
그 크기는 어느새 중앙광장을 기준으로 마을 대부분의 영역을 커버할 정도.
하지만, 아무리 그런 마법이 있더라도 브릿지 마을 전체를 보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콰아아아아앙-!!
보호막 바깥의 모든 게 증발되었다.
지금까지 브릿지 마을을 지켜주던 굳건한 성벽들도, 그 위에 배치되어있던 수많은 수성 병기들도.
모조리 녹아내리고 있었다.
성벽이 완전히 소멸해버리기 전에, 체체는 황급히 중앙광장에 나와 있던 스미스에게 외쳤다.
“스미스!! 자폭… 자폭 시퀀스를…!!”
“비… 빌어먹을… 크읏쏘오!!”
스위치를 손바닥 위에 둔 채 잠시 주저하던 스미스는, 이내 붉은 버튼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브릿지를… 브릿지를 위하여…!!”
콰직!
그가 내려친 스위치가 박살이 났고, 이내 환한 빛에 휩싸여 소멸해 가던 동쪽과 서쪽의 성벽에서 또다른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세 가지 종류의 대폭발.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검은 보호막이 브릿지 마을에 펼쳐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
***
그렇게 대폭발의 잔연이 흩어져갔다.
중앙광장에 모여있던 마을의 모든 부족민들과 피난민들은, 무너져내린 성벽의 양쪽에서 밀려오는 몬스터 대군을 바라봤다.
성벽의 자폭으로 대량의 마물들을 쓸어버렸지만, 아직도 적들의 수효는 수만 단위.
이제는 더 이상 성벽을 가지고 싸울 수 없었다.
그런데 문득, 죽은 몬테그의 시신을 붙잡고 있던 리리가 체체를 향해 외쳤다.
“제사장님. 저에게 타운 포탈 스톤이 있어요. 이걸로 다 함께 이동을…!”
체체는 과거 타운포탈 스톤의 사용범위에 대해 아크한으로부터 직접 확인받은 바 있었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일정 범위의 모든 아군을 대규모로 텔레포트 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닌 마법석.
그러나 그 범위가 이 광장의 모두를 뒤덮을 정도로 넓지는 않았다.
‘많아야 200에서 300 정도가 한계….’
그렇다면 아직 이곳에 살아있는 나머지 수천 명의 부족민들은?
체체는 즉시 리리에게 답했다.
“리리 님, 아직 그걸 사용하지 마세요!”
체체는 곧장 사람들을 돌아봤다.
“대형을 형성하라!”
《크와앙!》
이 와중에도, 바토르와 울란 그리고 트리센나가 각각을 따르던 부족민들을 지휘하고 격려하며 방어 라인을 형성 중이었다.
살아남은 공룡들이 방벽이 되고,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메카닉 병력은 추스린 후 포격 대형을 형성했다.
전사들은 활과 창을 꼬나쥐었고, 다가오는 최후를 맞이할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몬스터들에게 뒤덮였다.
《츄츄츕!!》
《흐허허허헉!!》
《록타-!!》
쿠콰콰쾅! 콰콰쾅!!
만약 지옥이라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이런 풍경일 것이다.
엘프들의 마법이 떨어지며 지면을 긁었다.
환수들도 온몸을 던져 마물들에 부딪쳤고, 맞아 죽거나 지쳐 쓰러졌다.
공룡들도 하나둘 무참히 도륙나며 죽어갔다.
전사들의 화살이 하나둘씩 고갈되었다.
메카닉들도 더 이상 쏠 탄환이 부족했다.
방패병들의 방패가 박살나며 방어라인이 하나둘씩 무너져 갔다.
콰장창!!
“빌어먹을 휠체어!”
박살난 휠체어 더미를 뒤집어쓴 채, 바토르는 날아드는 늑대 데몬 하나의 골통을 파괴했다.
동시에, 땅바닥을 구르는 의족을 꺼내 두 다리에 장착했다.
아크한으로부터 받았던 마지막 남은 의족이었다.
바토르는 두 다리로 서서, 몰려드는 마물들을 향해 패기로운 함성을 내질렀다.
“와라! 이 마물 새끼들!! 이 바토르 님이 모조리 도륙내 주겠노라!!”
투확-!!
전대 대족장의 어마어마한 함성과 함께, 달려드는 마물들이 폭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땅바닥에 쓰러진 채 미동도 없는 몬테그를 보살피고 있던 리리를 향해서도 마물들이 뒤덮어왔다.
리리는 몬테그의 입에 검은 풀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아빠, 제가 약초를 구해왔어요.”
“…….”
“힘들게 가져왔는데 왜 드시지를 못하시나요.”
이어, 리리는 자신의 몸으로 몬테그를 완전히 뒤덮은 채 눈을 감았다.
두터운 갑옷 때문에 뛰는지 안 뛰는지도 알 수 없는 몬테그의 심장을 부여잡고, 리리가 말했다.
“이번엔 제가 지켜줄게요, 아빠…!”
그때 리리의 앞에 나타난 건 울란이었다.
“이 할미가 너무 늦게 도착했구나, 리리.”
“할머니?”
울란은 죽은 듯 쓰러져 있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고생했다, 내 아들.”
그렇게 말한 뒤, 울란은 몬테그의 대검을 집어들었다.
그녀의 표정은 냉랭했지만, 묘하게도 다른 각도로 보면 마치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불끈-
양 손에 거대한 대검을 움켜쥔 울란의 팔뚝이 2배 이상 커졌다.
하나의 대검도 무거워서 일반인은 두 손으로도 들어올리지 못하는 걸 양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한편으로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울란은 뒤도 안 돌아본 채 리리에게 말했다.
“네 아빠는, 너를 정말로 사랑하셨단다.”
그리고는 날아드는 마물들을 향해 죽음의 춤사위를 시작했다.
콰직-!
단 한 마리의 마물도 그녀에게 닿지 못한 채 썰려 나갔다.
어떤 종류의 데몬이든, 양 손에 치켜든 칼날이 닿는 순간 허리가 분질러지고 세로로 갈라졌다.
그러나 울란의 몸에도 조금씩 생채기가 늘어갔다.
“큭…!”
피를 뱉어낸 울란이 말했다.
“이제 그만 울거라, 리리.”
“어…?”
“울고만 있으면 손과 발이 놀게 되잖니.”
“…?!”
리리는 그 말에, 자신이 울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희 아빠는 전사였다. 그리고 모든 전사들의 귀감이 되는 멋진 최후를 맞이했지… 리리, 내가 보기엔 너도 그 아이를 닮아 이미 멋진 전사가 된 것 같구나. 그러니 이제 일어나렴. 이 할미와 함께 끝까지 싸워 보자꾸나!”
끝없이 밀려오는 마물들.
놈들을 향해 리리도 들고 있던 철퇴를 휘둘렀다.
콰직! 콰직!
그렇게 브릿지 마을 최후의 방어전이 이어졌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원형의 방어라인은 점점 좁혀졌다.
그 와중에, 애초부터 마력이 없어 사실상 구경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엘프족의 여왕, 트리센나.
모두가 다급한 와중에도, 그녀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평온했다.
그녀는 체체를 가만히 바라봤다.
체체는 미사일 사일로 위에 선 채 남은 모든 힘을 쏟아붓는 중이었다.
그러던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어떻게 해야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느라 복잡하기만 한 체체의 표정을 바라보며, 트리센나가 말했다.
“아무리 고민해봤자, 더는 방법이 없어요.”
“네…?”
“그러니 이제는…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며, 트리센나는 그저 미소를 띤 얼굴로 체체를 바라봤다.
마치 체체가 지금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비록 지금은 힘이 없지만, 한때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의 힘을 다뤘던 엘프족 여왕이라서일까?
체체는 마치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체체.”
격려의 감정이 담긴 표정과 함께 트리센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건, 이 마을의… 이 세상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체체 브릿지 뿐이에요.”
“저는….”
“할 수 있어요.”
체체도 트리센나를 향해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결심한 듯 지팡이를 꽉 쥐었다.
그녀는 반대 손에 끼워진 겁쟁이의 옥반지를 매만지다, 이내 목걸이 쪽으로 옮겨갔다.
목걸이를 꽉 쥔 체체의 손가락 틈으로, 하얗고 검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즉시, 체체는 스미스를 향해 외쳤다.
“스미스.”
“네, 제사장님….”
“지금부터, ‘신의 지팡이’를 발사하라.”
“네…? 하지만 더 이상 탄환이… 그리고 대체 어디로?”
백왕이 바로 발밑에 있었던 탓일까?
놈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지던 와중에도, 미사일 사일로는 여전히 멀쩡했다.
“있지 않나. 일전에 말했던 그것이.”
“그 말씀은….”
스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상대의 의중을 눈치챈 탓이다.
“좋습니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다 똑같겠죠. 해보겠습니다…!”
스미스는 비장한 표정으로 살아있는 모든 대장장이들에게 외쳤다.
“마지막 쇼다! 갈 때 가더라도, 큰 거 한 방 날리고 가보자고!”
“”와아아아아!!””
대장장이들이 달라붙어, 여기저기 손상된 발사대를 수리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전의 보고에서 ‘불완전한 탄환’이 장전됐다.
끼이이익-
“카운트다운 30초…!”
“너무 길다! 3초로 줄여라!!”
“3! 2! 1!”
거대한 강철 기둥의 아래로 푸른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예상대로, 발사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와중.
“즐거웠습니다, 제사장님. 그리고… 모두들….”
체체의 주변으로 흐르던 검은 기운이 새하얗게 바뀌어 갔다.
그것은 더 이상 흑마력이 아니라, 이 세상 무엇보다도 신성한 빛이었다.
“제사장님…?”
피잉-
그녀를 중심으로 터져 나온 황금빛 파장이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모든 전사들의 몸에 황금빛 축복이 골고루 뒤덮었다.
자잘한 상처는 물론, 위독하던 이들의 상처가 하나둘 아물어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물들이 휘두른 발톱은, 전사들의 몸을 꿰뚫지 못했다.
“어째서…?”
“축복! 내 몸에 축복이 깃들었어…!”
모든 전사들이 기적을 일으킨 자를 찾았다.
그들을 대표해 스미스가 외쳤다.
“제사장님…!!”
그제서야 체체의 의도를 깨달았다는 듯, 스미스가 오열했다.
체체는 스미스를 마주봤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을 한 번씩 돌아본 뒤, 작게 미소지었다.
“고마워요, 모두들.”
체체가 지금 사용한 스킬은 바로 그녀의 궁극기, ‘희망의 보루’.
주변의 모든 아군들을 일시적으로 무적으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모두가 있어서…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어요.”
순간, 아크한의 말이 스쳐 지나갔다.
– 혹시라도 ‘월식’을 사용한 뒤, 그 기술을 사용하려거든 가능한 안전한 장소에서 쓰도록.
– 어째서인가요…?
– 어째서긴. 그걸 쓰면 너 자신의 몸은 지킬 수 없는 상태가 되니까.
그랬다.
‘희망의 보루’, 그 궁극기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사제’로서의 체체가 펼칠 수 있는 최후의 기술이었다.
이어, 체체가 서있던 미사일 사일로의 중심에서 거대한 푸른 대폭발이 일어나며 마을 전체를 뒤덮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앙-!!
그 속에서도, 체체가 펼친 황금빛 광채에 포함되어 있던 이들은 모두 무사했다.
반면, 데몬족은 모조리 ‘신의 지팡이’의 폭발력에 의해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가루가 되어 쓸려 나갔다.
체체 또한 마찬가지였다.
“끝이야….”
폭발에 의한 푸른 빛이 브릿지를 뒤덮었다.
체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대로 끝이었다.
의식의 끈을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다.
그런데 그때.
“체체!!”
익숙하고, 정겹고, 나이 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살짝 눈을 뜨자, 서쪽 성벽 방향에서부터 마물들을 헤치며, 피투성이가 된 채 달려오는 초리조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 와중에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일까.
“할아버지….”
아무렴 상관없었다.
어째서인지 그녀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어, 체체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다.
“할아버지, 미안해요….”
먼저 할머니 곁에 가 있을게요.
체체의 마지막 말은 굉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