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22)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 차율, 세아, 김려유.
네 사람이 모두 모인 곳은 컬러즈 사옥 내 연습실이었다.
아마도 절반이 컬러즈 소속이라 여기로 정해진 듯했다.
카메라는 이미 전부 세팅되어 있었다.
“일단 저희 배정받은 노래부터 들어 보죠.”
분위기를 리드하는 건 자연스럽게 최연장자인 세아가 되었다.
우리 팀이 부르기로 한 노래는.
[Full Moon>.한 20년 전에 발매된 아이돌 고전 명곡이었다.
지금 들어도 세련된 비트가 특징인 노래.
“이번 미션은 사실 팀원 평가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세아가 비즈니스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랬다.
두 번째 미션의 탈락자를 결정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사전 대중 투표 50%, 라이벌 투표 50%.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라이벌 투표에서 ‘베스트’는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번 라이벌 투표에서는 오로지 ‘워스트’만을 뽑았다.
인터넷에 각 팀과 팀원을 발표한 후, 팀별로 사전 대중 투표를 진행한다.
그리고 라이벌 투표는, 무대를 본 후, 가장 실망스러운 무대를 한 팀을 ‘워스트’ 팀으로 뽑는다.
사전 대중 투표와 라이벌 투표 점수를 합산하여 워스트 팀으로 뽑힌 팀은, 가장 도움이 되지 않은 팀원을 ‘워스트 멤버’로 지정한다.
그리고 이 워스트 멤버의 소속 그룹이 2차 미션의 최종 탈락자가 되는 것이다.
문제는 ‘워스트’ 멤버를 뽑을 때, 꼭 실력과 인기로만 뽑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협동성’도 평가 요소에 넣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정치질 망했다간 내가 워스트로 뽑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인원수가 많은 그룹이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었다.
인원수가 많을수록 워스트 멤버로 뽑힐 수 있는 후보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불리해 보였지만.
사실은 인원수가 많을수록 ‘정치질’을 잘할 수 있는 확률도 늘었다.
한 팀 내에 같은 그룹 멤버가 둘 이상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이번 라이벌 투표는 스무 명 모두에게 투표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본래 팀원끼리 의논하여 특정 한 팀에 투표를 몰아넣을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악편이나 여론 때문에 그럴 확률은 극히 낮았지만.
결국에는 공평해지는 셈이었다.
나는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믿을 놈이 하나도 없구만.
차율을 왜 믿을 수가 없냐고?
이 언니는… 백녹하 시절에도 날 좋아하긴 했지만….
가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곤 했다.
사고방식이 일반인의 것은 아니다.
방심할 수 없다.
“그러니까… 잘 협력해 보자고요.”
“넵.”
“네~!”
김려유는 답지 않게 순수한 척 웃으며 말했다.
너도 참 절실한가 보다.
그 절실함으로 진작 인성 좀 관리했으면 이 지경까진 안 왔을 텐데.
“대충 포지션은 메인 보컬, 리드 보컬, 서브 보컬 1, 2로 나누면 되겠네요. 메인 댄서가 서브 보컬 2를 하면 될 것 같고. 포지션을 다 정한 후 센터는 지원을 따로 받는 것으로 하죠.”
세아는 능숙하게 파트를 나누었다.
대충 보기에도, 누구 한 명에게 과하게 치우쳐지지 않은 적당한 분배였다.
메인 보컬의 분량이 가장 많긴 했지만 그렇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편했다.
메뉴컬에서 애들 데리고 극한의 조별 과제를 캐리하다가, 캐리받는 느낌.
“각자 원하는 포지션 있으신지?”
세아가 우릴 보며 말했다.
나는 일단 가만히 있었다.
여기선 내가 한참 신인 짬밥이다.
가만히 있는 게 맞다.
“선배님이 일단 하나 가져가시죠.”
차율이 말했다.
“그래요? 난 그럼 서브 2. 메인 댄서 내가 가져가도 될까요, 후배님들?”
의외네.
서브 1을 가져갈 줄 알았는데.
세아는 슈가드림 내에서 서브 센터 정도의 느낌이었다.
실력 자체는 무난하고 평범한 편.
예쁘고 끼가 있는 건 맞는데, 춤이나 노래는 적당한 정도.
그런데 메인 댄서를 가져간다고?
나는 잠시 의문을 품었다가 팀원들을 보고 바로 납득했다.
여기 춤추는 애가 없구나.
나나 차율도 보컬 위주니까.
김려유는 자기가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하겠지만, 솔직히 그건 아니었다.
과연 김려유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김려유를 힐끗,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간신히 끌어 올린 입가에 경련이 일고 있었다.
간신히 이성의 끈을 붙잡고 있나 보군.
“네~! 전 좋아요!”
그래도 대답은 잘하는 걸 보니 김 이사가 어지간히도 교육시켰나 보다.
“저도 뭐, 상관없어요.”
차율도 아무래도 좋단 눈치고.
흠.
“메인 댄서 하시는 건 찬성입니다. 그런데 서브 1 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선배님.”
나만 의견이 다른가 보네.
“…그래요?”
서브 1과 서브 2의 분량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서브 1 쪽이 조금 더 까다로운 파트가 많았다.
한마디로 짬밥이 필요한 포지션이라는 뜻.
여기서 제일 연차가 있는 세아가 맡는 게 마음이 편하지.
“네. 메인이나 리드도 충분히 어울리실 것 같은데. 메인 댄서 쪽에 더 관심이 있다고 하시니까… 서브 1은 어떠세요?”
“뭐, 나야 좋긴 한데… 후배님들 생각은?”
내 말에 세아의 입술이 묘하게 올라갔다.
뭘 모르는 척하셔.
당신 서브 1 원하는 거 다 티 났어.
일부러 겸손하게 가장 작은 포지션을 가져가는 척하지만.
사실 눈에 보였다.
서브 1이 진짜 목표라는 것을.
그런데 이 눈치 없는 차율이나 김려유가 그걸 알아줄 리가….
나라도 알아줘야겠지.
“좋을 것 같네요. 세아 선배님 목소리에 힘이 있으니까. 서브 1이랑도 어울리실 듯.”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려유야. 울진 말고.
그렇게 서브 1이 정해졌다.
“그럼 제 차례네요.”
차율이 가사지를 보며 생각에 빠졌다.
“전 리드 보컬 할게요. 센터는 안 달게요. 전 솔로라 그룹 단위 무대는 잘 못해서.”
이런.
나는 바로 긴장했다.
“그럼 이제 청 씨가 가져가세요. 어떤 걸 하고 싶어요?”
“메인 보컬 어울릴 것 같은데? 저번에 슬로프 무대 보니까 잘하더라고.”
차율과 세아가 한마디씩 보탰다.
그럴 때마다 김려유의 눈이 묘하게 차가워지는 건, 아마 내 눈에만 보이겠지.
“그럼 저는….”
나는 김려유를 힐끗, 보았다.
메인 보컬이라.
“서브 2 가져가겠습니다.”
절대 사양이지.
사실 메인 보컬을 가져갈 이유가 전혀 없다.
애초에 대중들의 투표는 ‘사전’ 투표다.
무대를 보고 선택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 덕분에 본의 아니게 무대의 중요성은 많이 깎였다.
“센터는… 하지 않겠습니다.”
이젠 본인 역할만 잘하면 되지, 굳이 나서서 눈에 띌 필요는 없다.
이런 서바이벌에선 눈에 띄어 봤자, 다른 그룹의 팬들만 내 안티로 만들 뿐이니까.
중간만 가면 된다.
근데…
“…! 그러면 제가… 센터를 하게 되는 건가요?”
그걸 김려유가 알 리 없지.
김려유는 바짝 긴장한 눈치였다.
메뉴컬에서 센터에 섰다가 능력 부족으로 몰매를 맞은 적이 있어서 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계심을 좀 풀어 줘 볼까.
“아, 혹시 너무 부담스러우신가요?”
김려유는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윤청이 왜 나한테 센터를 주지?’ 하는 생각과.
‘센터를 하고 싶긴 한데… 해도 되나?’ 하는 생각 사이에서.
그러면 한 번만 더 미끼를 던져 보자.
물어라, 물어라….
“부담스러우시다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센터는 누가 하는 게 좋을지 다시 한번 논의를-”
“아, 아니에요.”
물었다.
“다들… 다들 정말로 제가 해도 괜찮으시다면… 도전해 보겠습니다.”
아마 김려유가 조금이라도 이성적인 상태였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센터?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니까.
하지만 지금 김려유는 불안함이 더 큰 상태.
인터넷에는 욕밖에 없지, 팬들은 원래의 컨셉과 다른 모습에 실망했지.
김려유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첫 번째 미션으로 청순 컨셉을 잡았지만, 사실 팬들은 청순한 모습의 김려유에게 빠진 게 아니었다.
김려유는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
김려유의 팬들이 ‘김려유’ 그 자체를 좋아한다고 말이다.
그건 아니다.
“선배님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난 상관없어요.”
“저도 뭐. 누가 하든 잘할 거라 생각해서.”
그냥, 김려유의 ‘이미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 뿐.
연예계에선 흔한 착각이고, 흔한 비애일 뿐이다.
“려유 씨. 메인 보컬 자리는 어때요. 할 수 있겠어요?”
세아가 묘한 눈으로 물었다.
‘니가 할 수 있겠어?’라는 눈이었다.
저 양반도 메뉴컬 봤네, 봤어.
“저는… 도와주신다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우리도 도와주죠. 할 수 있다고 하니까 됐어요. 본인 말은 본인이 책임질 테니까.”
세아는 씩 웃으며 뼈 있는 말을 했다.
“책임져 봅시다, 우리.”
이제 미끼는 던져졌고, 사냥감은 미끼를 물었다.
서서히… 낚싯줄을 들어 올릴 차례였다.
약간의 코어팬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김려유가.
“그러면, 센터와 메인 보컬은 려유 씨가 하시는 걸로.”
만약 그 코어팬마저도 없어진다면?
***
“안녕하세요~! 비상하라, 제트에이. 신유화입니다!”
한창 연습실에서 다들 노래를 불러 보며 연습하고 있는데, 불청객이 나타났다.
왜 안 오나 했다.
나는 그냥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오늘은~ 제가 우리 팀 [Full Moon>을 응원차 방문했습니다! 이렇게 또다시 뵙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와아….”
네 사람 모두 기계적으로 박수를 치며 리액션을 취했다.
대충 눈치 보니까 나머지 셋 모두 신유화의 ‘나쁜’ 소문에 대해서 아는 모양이었다.
김려유야 당연히 김 이사가 말해 줬겠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연예계 소문은 전혀 안 듣는 차율마저 알고 있는 게 좀 재밌긴 하군.
그만큼 소문이 정말 더럽다는 뜻일 것이다.
“네~! 윤청 씨!”
“넵.”
나는 최대한 아무런 사심도 없는 미소를 짓기 위해 노력했다.
동태눈이되 입술은 확실히 웃고 있는 미소.
“사실 청 씨와 려유 씨는 [메이크 어 뉴 컬러>에서 만난 이후 또 한 번 재회하신 건데요~! 지금 이렇게 려유 씨와 다시 무대에 서게 된 기분은 어떠신가요?”
어떻겠어요.
할 말은 많은데 하진 않겠습니다.
“네, 사실 저희 네 명이서 무대를 하게 되었는데요.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들께 조언도 듣고, 보컬 관련한 티칭도 받게 되어 그저 영광일 뿐입니다.”
나는 일부러 김려유가 아닌 ‘네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굳이 김려유와 엮여서 인터넷에 ‘학폭 가해자 쉴드쳐 주는 스틸블루 윤청’, ‘자본에 진 윤청’ 따위의 제목으로 올라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 네~! 대선배님들과 무대에 서게 되어 영광이셨군요. 그렇다면 [메이크 어 뉴 컬러>와는 어떤 점이 다르죠?”
자꾸 메뉴컬 엮는 거 봐라.
“둘 다 너무 훌륭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죠. 그래도 다른 점을 꼽자면, 제가 [메이크 어 뉴 컬러>에서 배웠던 것을 토대로 조금 더 성장한 상태에서 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또 [메이크 어 뉴 컬러> 때는 제가 연장자였는데, 여기선 제가 막내 포지션인 것도 너무 좋네요.”
말을 돌려 버리자.
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화제를 쏙 피해 갔다.
신유화의 목에 핏대가 서는 게 보였지만,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원래 인생은 눈치 없는 놈이 이기는 거다.
그리고 나는 철저하게 눈치 없는 놈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면요, 청 씨. 려유 씨와 같은 팀인 게 껄끄럽지는 않나요?”
하지만 내 생각보다도 신유화는 정말 끈질긴 놈이었다.
이렇게 나오면 뭐, 어쩔 수 없지.
“아! 그러고 보니 선배님께서도 려유 씨랑 려유 씨 가족분들과 엄청 친하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만나셨을 때 되게 반가우셨겠어요!”
그냥 아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