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23)
순식간에 신유화와 김려유의 표정이 굳어 버렸고.
PD는 미친 듯이 두 사람의 얼굴에 줌을 당겼다.
소용없을걸.
김모경이 다 컷해 버릴 게 뻔하거든.
“김 이사님께서 선배님 얘기를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몰라요. 사적으로도 자주 만나는데, 이렇게 훌륭한 청년이 없다고. 꼭 사위 삼고 싶을 정도라 하시던데요.”
당연히 사실무근이다.
“그래서 그런가, 려유 씨 챙겨 주시는 질문도 많이 해 주시고. 선배님께선 정말 사려 깊으시네요. 저도 본받겠습니다.”
역시나 사실무근이다.
“…하… 하하. 김 이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구나. 정말… 감사하네요, 네.”
신유화는 억지로 입술을 끌어 올려 미소를 만들었다.
그러게 왜 자꾸 시비를 걸어.
“감사하긴요. 이게 다 선배님이 쌓은 인덕이신데요.”
이제 니가 쌓은 업보 들고 좀 퇴장해 주라.
***
신유화는 결국 타깃을 돌려 정상적인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제작진들은 우리의 연습 장면을 몇 번 더 따고, 적당한 선에서 정리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차율에게도 따로 인사를 건넸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선배님.”
“아, 청 씨. 오늘은 꼭 밥을 먹-”
“율아! 우리 뛰어야 돼! 차 밀려서 행사 늦으면 큰일 나!”
차율이 내게 말을 건 순간, 차율의 매니저가 누구보다 급한 얼굴로 차율을 가로챘다.
“…이씨. 다음번엔 꼭 밥 먹어요.”
“넵.”
저 매니저 언니도 빡센 건 여전하구만.
아쉽지만 차율과의 대화는 다음번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모두가 떠나는 분위기에 나도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윤청 씨?”
신유화가 나를 불렀다.
“아, 네. 선배님.”
신유화는 다시 포커페이스를 되찾고, 느끼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우웩.
“그, 20살이죠? 내가 5살 더 많은데. 말 놔도 되나요?”
내 이름은 윤청.
30살인디.
…라고 할 순 없고.
“아, 네.”
“아까 보니까 방송 되게 잘하더라?”
니가 못하는 건 아니고?
나는 그냥 덤덤하게 고개만 숙였다.
“감사합니다.”
“뭐 좋아해요?”
“…네?”
신유화는 어느새 내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자주 가는 파인다이닝 있어요. 100% 예약제고, 룸이라 프라이빗 보장. 연예인들 많이 가는 곳이라 걱정 안 해도 돼요. 거기 매니저가 저랑 친해서.”
“아, 예. 좋으시겠네요.”
“엄청 좋아요. 맛도 있고, 분위기도 있고. 아니면 오마카세 좋아하나? 아예 하루 종일 빌릴 수도 있거든.”
….
이러면 안 되는데.
조금 애잔했다….
수작질도 너무 하류여서….
이놈 진짜 아이돌들 꼬셨다는 거 맞아?
그냥 이놈이 혼자 졸졸 따라다닌 거 아니고?
“죄송합니다만, 제가 컴백 준비 때문에 닭 가슴살만 먹는지라.”
“수비드한 닭 가슴살 스테이크로 스페셜 오더 넣으면 되지.”
영어만 넣으면 다 맛있어 보이는 줄 아냐.
닭 가슴살에 대한 모독이다.
슬슬 뒷정리를 하고 있던 제작진들의 시선이 이곳으로 모이는 게 느껴졌다.
내 기분도 슬슬 나빠지기 시작했다.
“아뇨. 전 제가 직접 삶아 먹는 거 좋아해서. 선배님 많이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뒤로 슥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그때,
“…너 좀.”
신유화가 내게 손을 뻗었다.
“선배가 좋게 제안을 해 주고 있는데, 선의를 그렇게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그러나 나는 신유화의 손목을 잡아챘다.
“…진정하세요, 선배님.”
어딜 손부터 내밀어.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이 인간, 여태껏 자기 기분 나쁘면 손부터 썼나?
“너-”
“야.”
그때.
“신유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선, 이쪽을 노려보는 사람이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세아였다.
이번 건 나도 좀 놀라서 같이 굳어 버렸다.
“아.”
신유화가 바로 얼굴에 비웃음을 띄웠다.
“세아야. 너 뭐 꼴에 후배 편드는 거야?”
“…!”
“섭섭하다, 응? 내 편을 들면 들었지. 얘 편을 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세아야.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둘이… 아는 사이였나?
나는 신유화의 손목을 잡은 그대로 세아의 안색을 살폈다.
“이거 안 놔?”
신유화는 내 손을 거칠게 내팽개쳤다.
나는 신유화가 나를 내팽개친 그 순간에 맞춰,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옆에 있던 메이크업 박스와 테이블이 함께 쓰려졌다.
“!”
이건 몰랐겠지, 이놈아.
“청아!”
“윤청 씨!”
순식간에 제작진들이 이쪽으로 달려와, 나를 부축하고 테이블과 메이크업 박스를 치웠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세상에…!”
제작진들은 신유화의 눈치를 보면서도, 동시에 신유화를 경멸의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니, 나는…!”
신유화는 억울하다는 듯, 뭐라 말하려 했다.
하지만 본인이 생각해도 할 말이 없었는지, 도로 입을 다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
세아도 어느새 달려와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
“아, 네. 저는 괜찮…아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부러 비틀거렸다.
“어떡해.”
“병원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병원은 무슨!”
제작진들이 날 걱정해 주고 있는데, 신유화가 소리를 빽 질렀다.
“너, 그냥 조금 넘어진 것 가지고 진짜-”
“…저, 너무 어지러워서요.”
나는 신유화가 주절대기 전에, 빠르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만… 가 봐도 될까요?”
“그럼 그럼!”
“청 씨 매니저는 어디에 있어요?”
“아아.”
제 매니저요?
어딨긴요.
“언니, 이제 가요.”
저기 문 앞에 서서 이 모든 상황을 찍고 있었죠.
***
“잘 찍으셨어요?”
“응….”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
“한번 봐 봐요.”
나는 매니저의 핸드폰에 찍힌 영상을 확인했다.
잘 나왔네.
음성 명확히 들리고, 신유화 얼굴 명확히 보이고.
나는 바로 영상을 내 핸드폰으로 전송시켰다.
“근데 청아. 진짜 괜… 괜찮아? 다친 거 아니고?”
“안 다쳤어요.”
일부러 넘어진 건데 다쳤을 리가.
조금 피로한 것 빼고는 다 괜찮았다.
“…근데 어떻게 알았어…?”
“뭐를요?”
“신유화가 너한테… 그렇게 할 거라고….”
매니저는 매우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신유화가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나 보지?
“몰랐는데요.”
“몰랐다고?”
“네. 제가 무슨 예언자도 아니고.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죠.”
“그럼 왜… 신유화가 너한테 사적으로 말 걸면 절대 끼어들지 말고 적당히 멀리서 촬영하라고… 한 거야?”
이건 내가 미리 언질해 둔 부탁이었다.
얼마 전, 이 쥐새끼를 잡아낼 때.
다행히 이런 짓을 많이 해 본 건지 매니저는 자기 역할을 잘해 냈다.
“쓰레기는 쓰레기인 거 티 내고 다닐 수밖에 없어요.”
나는 다시 한번 영상을 확인하며 대답했다.
“그게 걔네 본성이에요. 쓰레기 짓 하는 거. 그래서 언젠간 분명히 티를 낼 테니까 모든 상황을 찍으라 한 거죠.”
물론 이렇게 한 번에 걸릴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만.
신유화 그놈도 어지간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쓰레기였던 것이다.
매번 이런 식으로 굴어도 아무 일 없이 조용히 넘어가니까, 간이 커진 거겠지.
알 만했다.
“신유화 덮어 주는 게, 김 이사님 집안이에요?”
“…응.”
대단한 집안이시네.
“스타패치 편집국장이 김 이사님 친척이죠?”
“…내가 알기론 친오빠로 알고 있어.”
“이런.”
그 정도로 꾸준한 적폐 집안이었다니.
이쯤 되면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흠. 전생에 조희온과 신유화를 터트린 게 스타패치가 아니라 다른 매체인 데 이유가 있었군.
어쩐지, 그 스타패치가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는데.
“이거… 터트릴 거야, 청아?”
매니저가 불안한 눈으로 내게 물어 왔다.
“운전에 집중하세요. 앞을 보셔야죠.”
“아, 으응….”
나는 한숨을 쉬었다.
“지금 당장은 안 터트릴 거예요. 이거 하나 가지곤 약해요. 오히려 저한테 반격만 들어올걸요.”
신유화의 팬들은 이 영상 하나 가지고 진실을 믿진 않을 것이다.
대중들도 긴가민가할 테고.
뻔하지.
‘앞뒤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
‘윤청이 신유화를 화나게 했으니까 신유화가 그런 거 아니겠느냐’
‘윤청이 신유화한테 꼬리 치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냐’
레퍼토리가 너무 뻔해서 딱히 화도 안 날 정도였다.
“그러면… 그동안 신유화한테 당한 아이돌들에게서 증언이나, 뭐 그런 걸 받는 건 어때…?”
매니저가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냈다.
“그건 안 되죠.”
물론 별로 쓸모없는 아이디어긴 했다.
“왜?”
“제 일 해결하자고 어떻게 남의 아픈 상처를 내놓으라 해요. 신유화한테 당했던 피해를 직접 얘기하라니. 상식적으로 어떤 여자 아이돌이 그러고 싶겠어요?”
“…!”
“그런 똥 같은 놈과 잠시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힘들어할 사람들인데. 똥이 나한테 자꾸 묻으려 했다, 그런 증언까지 시킬 순 없죠.”
아까 세아만 봐도 그랬다.
신유화가 빈정거리는 거나, 세아의 분노 가득한 눈이나.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세아도 마음고생을 좀 했다는 뜻이겠지.
그런데도 나름 용기를 내서 끼어든 것이다.
그런 사람을 이용하라고?
내가 왜?
“피해자들 말고, 다른 사람을 증인으로 만들어 버리면 되죠.”
“…다른 사람? 누구?”
“김려유요.”
“!”
나는 나쁜 사람들만 이용해도 충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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