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휴가 마지막 날 아침.
나는 아침부터 빗발치는 소식들에 눈살을 찌푸렸다.
홍 사장에게 전달받은 정보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라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구치소 측에서도 매우 당황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까지도 반성하는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우리에게 복수할 날만 기다리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게 믿기지는 않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더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사실, 그 사람의 마지막이야 내가 알 바가 아니고.
내게 지금 중요한 건 멤버들의 기분이었다.
아직 어린 애들인데, 혹시 충격을 받진 않았을까 걱정됐다.
홍 사장에게 미리 멤버들의 심리 상담을 요청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띠링!
번애쉬 단하 선배님
…매우 의외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번애쉬 단하 선배님
재이가 의논하고 싶은 게 있다는데
잠깐 볼 수 있을까요
굳이 만나서 얘기까지?
나는 고민하다가, 답장을 했다.
번애쉬 단하 선배님
회사 작업실에서 뵈면 어떠실까요
혹시나 있을 일말의 여지까지 싹 다 차단해 버려야지.
왜 만났냐 하면 단하에게서 곡이나 뜯으려 했다고 말하면 되니까.
띠링!
금방 답이 왔다.
번애쉬 단하 선배님
지금 보시죠
“언니는 진심 휴가 마지막 날에도 작업실에 오고 싶어요?”
김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러는 너도 왔잖아.”
“저야 이게 휴가임.”
너나 나나….
“단하 선배님이랑 잠깐 편곡 상의한다고요?”
“응.”
“그 양반 요즘 작업실에서 잘 안 보이던데.”
“그래?”
“그래서 바쁜가 보다 했거든요. 거기도 조만간 컴백하지 않나? 저도 이따 제 노래나 좀 봐 달라 해야겠다.”
얘나 나나 생각하는 게 비슷해지고 있었다.
나는 김금이 작업실에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옆에 있는 작업실로 들어갔다.
방음 하나는 국내 최고일 테니, 안심이었다.
“안녕하세요.”
“왔어요?”
작업실에는 단하와 한재이 두 사람이 어두운 얼굴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작업실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단하가 부스럭거리더니 뭔가를 내게 건넸다.
“….”
배도라지즙이었다.
이 그룹 놈들은 날 무슨… 배도라지즙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보나?
“감사합니다.”
…일단 줬으니 먹는다.
“요즘 성 이사님과는 괜찮으세요?”
나는 일단 근황부터 물어보았다.
아직도 성 이사가 설치고 다니나요, 를 좋게 풀어 준 질문이긴 하지만.
“후배님 덕분인지, 사장님 덕분인지 매우 잠잠하긴 하시죠.”
“그나마 다행이네요.”
저번에 봤을 때의 인상으로는 딱히 잠잠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죠?”
“용건만 빠르게 들어갈게요.”
말재주가 없는 단하 대신, 한재이가 대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나도 차라리 저쪽이 나았다. 답답하진 않으니까.
“혹시 요즘 들어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잦지 않았어요? 이상하게 줄줄 샌다는 느낌?”
“!”
쥐새끼 얘기다.
모먼트 측에 내 정보를 팔고 다닌 쥐새끼.
의외의 화제에, 순간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졌다.
한재이는 안심하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걱정 마요. 우리도 같은 일을 겪어서 그런 거니까.”
“…혹시 범인을 알고 있으세요?”
단하와 한재이는 시선을 교환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매니저인 것 같아요.”
“…네?”
하지만 번애쉬의 매니저가 우리의 정보를 어떻게 알아서 팔고 다닌단 말인가?
나는 납득할 수 없는 결론에 미간을 좁혔다.
“우리 매니저가 후배님 매니저랑 사귀고 있어요. 몰랐어요?”
“!”
몰랐다.
매니저의 사생활까지 관심 둘 정도로 한가하진 않았으니까.
“아마 후배님 매니저는 배신하려고 한 게 아닐 거예요. 내 생각에는…”
“그냥 연인 사이라 방심하고 흘린 거다?”
“심지어 같은 회사 사람이니까. 직장 동료에게 업무 얘기하는 정도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아요.”
하긴 스틸블루 매니저와 번애쉬의 매니저면….
그쪽은 방심했을 수도 있겠다.
연인 사이니까 시시콜콜 다 말하기도 했겠지.
문제는 나도 방심했다는 것이다.
진짜 입 가볍네.
이번에는 의도하고 정보를 흘린 게 아니겠지만….
이제 자를 때가 온 것 같다.
“자르실 생각이죠?”
“아뇨.”
“…?”
“어차피 잘라 봤자 새 스파이만 올 뿐이에요.”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래도 스파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옆에 두기도 쉽지 않은 일 아닌가?
“선배님들 매니저는 정보를 어디에 팔았죠?”
“모먼트입니다.”
단하가 대신 대답했다.
똑같은 판매처군.
“저도 같습니다. 제 정보가 계속해서 모먼트 쪽에 노출되고 있었어요.”
한재이는 내 말을 듣고 고심하는 눈치였다.
“그쪽에서 요즘 우리를 겨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후배님 같은 경우는… 모먼트에서 내세우는 라이벌이 인라이븐이었나?”
“네. 선배님들께선 넥스트젠이셨죠?”
“맞아요.”
넥스트젠과 번애쉬는 올해의 강력한 대상 후보였다.
그 말은, 두 그룹이 올해 사활을 걸었다는 뜻이었다.
넥스트젠은 모먼트의 대표 그룹이니 더더욱.
거기다가 넥스트젠은 5년 차.
번애쉬는 3년 차.
아마 그쪽에선 본인들이 더 급하다고 생각할 거다.
쉬운 상대가 아니긴 해.
넥스트젠도 매우 인기 많은 남돌이니까.
전생에선 넥스트젠이 이겼었다.
앨범 판매량이 압도적이었거든.
지금 생각해 보니, 말도 안 되는 그 수치는 당연히 사재기였겠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죠?”
“…음.”
이걸 말할까, 말까.
모먼트의 사재기 정황을 포착해서 찔러 보고 있다고 말하면….
이 사람들이 도움이 될까?
좀 못 미더운데.
3년 차들….
“뭐야. 지금 후배님 우리 보고 못 미덥다고 생각했죠?”
눈치 하나는 빠르군.
“어떻게 우리보다 한참 후배면서 우리를 못 미덥다고 생각할 수가 있지?”
“오해세요. 저는 그런 생각한 적 없습니다.”
일단 잡아떼자.
얘네까지 끌어들일지 말지는 좀 고민해 봐야겠으니까.
“일단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매니저를 정리하겠습니다.”
“어어. 우리 얘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후배님.”
“…?”
한재이가 한숨을 푹 쉬며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이게 뭐죠?”
“요즘 나한테 들어온 섭외들. 익숙한 흐름이 보이지 않아요?”
이런.
정말로 익숙한 흐름이 보였다.
“우리 멤버들이 들어간 곳과 똑같네요.”
“누가 자꾸 우리를 엮으려 들고 있어요.”
“…다 거절하셨군요.”
“우린 이 세상 누구보다 몸 사려야 할 시기니까.”
옳은 말이다.
“다음 컴백 시기 언제로 잡고 있으시죠?”
“9월이에요.”
우리가 생각했던 시기는 8월.
7월로 앞당겨야겠다.
“감사합니다. 홍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둘이 안 겹치게 조율 좀 해 보겠습니다.”
“또 있는데요.”
“왜 파도 파도 자꾸 나오는 거예요.”
“우리 상대가 그만큼 독하다는 증거죠.”
나는 짜증 가득한 마음으로 서류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서류를 읽는 순간 더 짜증이 나고야 말았다.
“지금 이 자식들 자기네 사재기를 우리한테 떠넘기려는 거예요?”
그건 기사들이었다.
스틸블루의 역주행 추이가 수상하다는 기사들.
앨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게 이상하다며, 의심하는 논조로 기사가 쓰여 있었다.
심지어, 음원 추이도 수상하다고 하고 있었다.
신인 걸그룹이 이렇게나 오래 1위를 하고 있는 게 이상하다나.
장난하냐.
노래가 좋아서 1위 하는 게 대체 뭐가 이상한 건데.
“…후배님. 알고 있었군요? 모먼트가 사재기를 하고 있었다는 거?”
아차.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뭐….
손잡는 게 기정사실화되겠군.
어차피 이렇게나 정보를 많이 넘겨준 사람에게 비협조적으로 굴 생각도 없었다.
“네.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 알고 있었죠?”
“저희도 쭉 모먼트 쪽 움직임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조금만 이쪽에 관심을 가진다면, 쉽게 알 수 있었을걸요. 저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대중들도 슬슬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오던데요.”
내 말은 사실이었다.
슬슬 오튜브의 사이버 렉카들이 인라이븐에 관해서 떠들고 있었으니까.
“…뭐, 일단 그런 걸로.”
왜 날 그렇게 미심쩍다는 눈으로 보는 건데.
“모먼트는 후배님뿐만 아니라 우리한테도 사재기 누명을 씌우려 하고 있어요.”
“…선배님들은 원래도 추이가 좋아서 씨알도 안 먹힐 텐데요?”
“아뇨. 만약 진짜 사재기가 맞으면… 우리도 벗어날 수가 없거든.”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사재기를 했다고 고백하는 건가?
잠시 의아했다가, 바로 그 숨은 뜻을 깨달았다.
이거, 설마.
“모먼트는 사재기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만. 이번에는 자사 소속 그룹이 아니라-”
“우리에게군요.”
이거 큰일 났다.
머리가 바로 팽팽 돌아갔다.
우리가 기획한 일이 아니어도, 이게 진짜 사재기로 넘어가면….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릴 게 분명하다.
“저쪽 타깃은, 번애쉬와 스틸블루예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 타격이 큰 그룹들.”
“….”
“사장님께 말씀드리긴 할 거지만, 요즘 사장님 다른 일로 바쁘시거든요. 그래서 후배님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뭘로… 바쁘시죠?”
“올컬러즈 측에서 곧 열애설 터져 나올 거예요.”
“진짜 연애인가요?”
“네. 결혼하네 마네 하고 있어서 사장님이 필사적으로 설득 중입니다.”
진짜 바쁘긴 하겠군.
올컬러즈는 컬러즈의 캐시카우인데다가, 곧 콘서트까지 앞두고 있으니까.
하지만 전생에선 딱히 그런 소식을 들은 게 없으니, 아마 결국 홍 사장이 설득에 성공하긴 하나 보다.
“그래서, 후배님 생각을 들어 보고 싶었어요.”
“….”
왜 이들이 날 찾았는지 알 것 같다.
나였어도 이쪽을 찾아왔을 것 같긴 해.
“선빵 치죠.”
잘 찾아온 거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