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33)
33화.
“룸메이트를 어떻게 정할 거냐면요.”
도희영은 어쩐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눈에 안대를 씌우겠습니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한 명씩 안대를 벗고, 방 하나를 선택해서 들어갈 겁니다. 조심하세요. 방문을 한 번 열면 무조건 그 방에 있어야 합니다. 두 번 선택할 순 없어요.”
이거 뭔가 방법이… 쎄한데.
“여러분이 방에 들어가서 만나는 나머지 두 사람이, 바로 여러분의 룸메이트가 될 겁니다.”
이런.
운 게임이다 이거군.
“한방에 세 명이 꽉 찼는데 또 다른 연습생이 들어오면, 그 방에서 가장 낮은 순위 연습생이 쫓겨납니다. 쫓겨난 연습생은 또다시 방을 선택해야 합니다. 만약 그 방도 꽉 찼다면, 다시 가장 낮은 순위 연습생이 쫓겨납니다.”
“!”
모두들 경악했다.
이런 순위지상주의 프로그램을 봤나.
“네, 좀 잔인하긴 하죠. 하지만 여러분에게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겁니다.”
동기 부여가 아니라 불화 부여 같은데.
“자, 연주홍 연습생. 막내로서 방 우선 선택권을 주겠습니다.”
“헉.”
연주홍은 자기가 이런 특혜를 누려도 되냐는 얼굴이었다.
은근히 소심한 구석이 있다니까.
당돌할 땐 거의 뭐 막 나가는 수준이면서.
“사실 누가 먼저 들어가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순위에 따라 결정되니까. 걱정 말고 선택하세요.”
…본인들도 순위지상주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군.
연주홍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도.
그 후로도 몇 명의 연습생들이 호명되었다.
가만히 들어 보니, 앉아 있는 순이었다.
연주홍 옆에 앉은 연습생들이 하나둘씩 순서대로 나갔다.
서백영, 이경아, 이주선….
초반부에는 연습생들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방 경쟁이 시작되었다는 뜻이겠지.
“안 돼애애애.”
…저 소리가 확실한 증거군.
누가 들어 봐도 연주홍의 목소리였다.
벌써 방에서 밀려났나 보네.
연주홍은 6위인데, 그런 애를 밀어내려면…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데뷔권이었다는 뜻.
“돼!”
이건 김금의 목소리고.
이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선택하라면, 당연히 안방이다.
화장실이 달려 있고, 가장 넓은 데다가 가장 안쪽에 있어서 소음과도 가장 멀다.
근데 그걸 나만 알 리는 없다.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알고 있겠지.
나는 솔직히 말해서, 어떤 방에 가든 상관없었다.
룸메이트가 걱정일 뿐.
불편한 룸메이트만큼 스트레스인 게 없지.
솔직히 말해서 김려유나, 김려유와 친한 연습생들과는 같은 방을 쓰고 싶지 않았다.
어쨌거나 메뉴컬은 걸그룹 서바이벌이다.
사람들은 멤버들 간의 케미를 원한다.
그리고 나도 진심으로 케미를 원한다.
솔로 가수라서 나도 그런 거 한 번쯤은 느껴 보고 싶었단 말이다.
“다음은, 윤청 연습생.”
도희영이 내 이름을 불렀다.
역시나, 내가 뒤에서 세 번째였다.
“방을 선택하러 출발하세요.”
안대를 벗고 천천히 일어서자 안대를 끼고 있는 나머지 두 연습생들이 보였다.
그들을 등지고 나는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떤 방을 가든, 내가 밀려날 일은 없다.
내가 1위니까.
김금이 2위, 김려유가 3위.
그러니 아마… 이 방을 선택한다면.
“…이럴 줄 알았어.”
당연하게도 김려유와 김금, 그리고 류보라가 있겠지.
김려유와 같은 방을 쓰기 싫은데, 왜 굳이 여기로 왔냐고?
별다른 이유는 없다.
나는 주어진 문제를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니까.
정면 돌파를 좋아하기도 하고.
“….”
세 사람은 저마다 눈을 굴리며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뭘 봐.
너네도 다른 애들 방 빼앗은 거잖아.
특히 류보라는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아예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4위.
결코 낮은 순위는 아니지만, 여기선 가장 낮은 순위였다.
1위, 2위, 3위가 나란히 있는 방이라.
어떤 의미에선 가장 분량이 많겠는데.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가늠이 안 될 즈음,
“보라야. 네가 이 방 써.”
반전이 일어났다.
“…려유 언니?”
“내가 다른 방 갈게. 네가 여기 써.”
김려유가 다른 방에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안 그래도, 나 희온이랑 같은 방 쓰고 싶었거든. 보라 너 잠귀 예민하다며. 안방이 그나마 조용할 테니까 여기 써. 내가 나갈게.”
김려유는 한껏 상냥한 목소리로 말하곤, 짐을 챙겨 들었다.
그리고 나한테 턱짓으로 침대를 가리켰다.
“청이 네가 이 방 써.”
난 그냥 가만히 웃었다.
하하, 하고.
김려유는 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약이 올랐는지 말을 덧붙였다.
“아, 정말 아쉽다. 진짜 좋은 방인데. 나도 이 방 정말 쓰고 싶었거든.”
아, 이렇게 양보하려는 척하는 건가?
난 그제야 김려유의 의도를 눈치챘다.
본인이 양보하는 척 나오면 내가 알아서 물러날 줄 알았나 보군.
“그렇지. 그런데 이 방을 양보해 준다니… 려유 너는 진짜 착하다. 보라도 진짜 고마워할 거야.”
“…아냐. 고마우라고 한 건 아니었어.”
김려유의 말에, 김금과 류보라가 서로 눈을 마주치는 게 보였다.
“려유 너는 적응력도 좋고 인기도 많으니까 어느 방에 가든 환영받겠지? 나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친한 연습생도 별로 없거든. 부럽다.”
“어?”
“네가 나 대신에 동생들 좀 잘 봐주라. 그래 줄 수 있지?”
김려유의 왼쪽 뺨이 묘하게 뒤틀렸다.
뭐 어쩌라는 건지.
양보해 주는 척하면 내가 알아서 물러나 줄 줄 알았니.
내가 굳이 왜?
난 주어진 기회를 걷어차는 사람이 아니다.
나는 김려유가 턱짓했던 침대에 짐을 풀었다.
위치 좋고.
“잘 가, 려유야. 좋은 방 줘서 고마워. 너도 더 좋은 방 가서 재밌게 보냈으면 좋겠다.”
“…어, 그래야지.”
김려유는 아직도 얼떨떨한지, 방 밖으로 나갈 생각도 못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김려유를 위해 짐을 들어 주었다.
“짐 무겁지? 내가 들어 줄게.”
나는 김려유의 짐을 친절하게 들어서 복도에 두었다.
“어느 방에 가든 려유는 잘 적응할 거야. 이렇게 동생들 배려도 잘하니까. 보라야, 우리 려유 방에 자주 놀러 가자.”
“저…야 좋죠.”
류보라도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
나는 김금에게 눈짓했다.
김금은 찰떡같이 내 눈짓을 이해했다.
“언니, 잘 가요! 고마워요!”
“…감사해요, 언니.”
류보라도 고개를 숙이는 둥, 마는 둥 인사했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김금은 문을 살포시 닫았다.
“….”
우리 셋은 말없이 침대에 누웠다.
다시 봐도 좋은 방이었다.
“이렇게 좋은 방을 양보해 주다니, 려유는 정말 좋은 애야. 그렇지?”
“당연하죠.”
우리 셋은 카메라에 다 들리도록, 온 복도에 다 들리도록 김려유를 칭찬했다.
고마운 일은 널리 널리 알려야지.
***
그렇게 모든 방 배치가 끝났다.
연주홍은 김려유와 같은 방이 된 듯했다.
당연히 연주홍의 표정은… 해탈한 얼굴이었다.
저번부터 생각한 건데 묘하게 운이 안 좋다고 해야 하나….
미안하다 주홍아.
네가 희생자가 될 줄은….
“자, 이제 방도 다 배정받았으니, 다음 미션을 발표해야겠죠.”
도희영은 우리의 맞은편에 앉아서 말했다.
“다음 미션은, 포지션 평가입니다.”
이런.
연습생들은 모두 절망적인 분위기였다.
포지션 평가.
각 포지션을 지망하는 연습생들이 한 팀을 이뤄서 경연하는 평가이다.
당연히 같은 포지션을 지망하는 사람끼리 경연하다 보니 서로의 실력이 훨씬 더 심하게 비교된다.
특히 보컬은… 너무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랬다.
“포지션은 보컬, 댄스, 랩. 이렇게 세 개로 나누어서 볼 예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디든지 원하는 포지션에 지원하면 됩니다. 만약 한 포지션에 다섯 명 이상 지원할 시, 팀을 두 개로 나누겠습니다.”
아무래도 보컬이나 댄스에 몰릴 것 같았다.
랩 포지션은 김금, 그리고 박하은만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열 명이서 두 개의 포지션이라면….
쉽지 않겠는데.
“다만, 이번 포지션 평가는 평범한 형태의 팀 미션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협력하는 동시에 서로 경쟁해야 합니다.”
도희영은 숙소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그러자 제작진이 준비한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100명의 방청객은 각 팀 중 MVP를 단 한 명 투표할 수 있음
-투표수대로 팀 내 순위 결정
-각 팀의 MVP가 결정되면, MVP of MVP 투표 진행
-방청객은 MVP 중 가장 실력이 좋았던 연습생 한 명에게 투표 가능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연습생은 MVP of MVP로 선정됨
-MVP의 베네핏은 20,000표
-MVP of MVP의 팀은 전원 베네핏 15,000표
-MVP of MVP는 베네핏 50,000표
복잡하네.
어쨌든 각 팀의 왕을 뽑고 마지막에 왕중왕을 뽑는다는 건 이해했다.
그나저나 50,000표 베네핏은 정말 쓸모없는데.
베네핏 받아서 중간 인기 순위 높아 봐야 욕만 먹지.
최종 순위 베네핏이면 모를까.
“먼저, 보컬 포지션에 지원하는 연습생. 손 들어 주세요.”
도희영의 말이 끝나자 손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나, 류보라, 이경아, 조희온.
네 명.
한 팀으로 경연하게 되겠구나.
이렇게 되면 몰리는 쪽은-
“댄스 포지션 지망하는 연습생, 손 들어 주세요.”
댄스 포지션이다.
서백영, 연주홍, 김려유, 신유현, 이주선, 방수인.
저기도 쉽진 않겠는데.
“그럼, 아직 아무 포지션에도 지망하지 않은 김금 연습생과 박하은 연습생은 랩 포지션 맞나요?”
“네!”
두 명이라는 말에, 박하은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라도 그랬을 거다.
둘이 실력 차이가 너무 심하게 나니까.
박하은도 못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컬러즈 연습생이니, 기본은 한다.
문제는 김금이 기본의 실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 그러면 여섯 명이 지원한 댄스 포지션. 두 팀으로 나누겠습니다. 팀을 나누는 방법은.”
도희영은 약간 미묘한 표정으로 김려유 쪽을 돌아보았다.
“해당 포지션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김려유 연습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김려유는 예상했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서백영과 연주홍의 얼굴에 불안함이 스쳤다.
나도 불안해졌다.
“김려유 연습생. 어떤 연습생과 직접 겨뤄 보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