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34)
34화.
한마디로 누구와 같은 팀을 해 보고 싶냐는 말이었다.
김려유는 생긋, 미소 지으며 바로-
“전 언제나 백영 언니를 존경했어요.”
서백영을 지목했다.
오오, 하는 감탄사가 들렸다.
나도 감탄스러웠다.
쟤는 진짜 직진이네.
“좋습니다. 이제 들어가 주세요. 다음은, 연주홍 연습생!”
“넵.”
연주홍은 오른팔을 번쩍 들으며 답했다.
여긴 학교가 아냐, 주홍아.
손 안 들어도 돼…,
“어떤 연습생과 겨뤄 보고 싶나요?”
“전 려유 언니요!”
“오, 이유는 뭔가요?”
“저희 포지션에서 가장 순위가 높으니까요! 원래 목표는 가장 높게!”
연주홍은 진짜 해맑았다.
어찌나 해맑은지 도전적인 말임에도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서백영 연습생은 누구와 겨뤄 보고 싶나요?”
“…전 누구든 다 좋아요.”
“어, 그 말은?”
“누가 와도 제가 이길 거니까요.”
“우왓.”
옆에서 김금이 뿌이뿌이 하며 손을 휘적거렸다.
연주홍도 신나서 같이 손을 흔들어 댔다.
그러자 서백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기가 말해 놓고도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이제야 부끄럽니.
나도 부끄럽다.
김금도 자신감 하면 빠지지 않는 캐릭터인데, 서백영은 결이 다르게 자신감이 굉장했다.
보컬은 좀 자신 없어 보이지만, 춤만큼은 누구도 자기를 이길 수 없다는 확신이 있어 보였다.
그런 확신이 있는 건 나도 좋았다.
자기 확신이 있는 사람은 매력 있으니까.
“서백영 연습생. 역시 컬러즈의 터줏대감답게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그, 그리고. 모든 연습생이 뛰어나기 때문에… 누, 누가 와도-”
“네네. 포장하기엔 좀 늦었구요.”
도희영은 실실 웃으며 서백영을 놀렸다.
“제가 백영이 어릴 때부터 봐 왔는데, 참… 잘 컸어요. 아주 뿌듯해. 내가 한 건 없는데.”
“그렇죠. 해 주신 건 없죠.”
“뭐라고?!”
“아이, 장난.”
두 사람은 정말 오래 알던 사이인지, 서로 스스럼없이 장난을 쳤다.
“컬러즈는 사실 자신감 빼면 시체죠. 저뿐만 아니라 저희 멤버들도 모두 자부심이 대단하기도 하고요. 아마 다른 그룹 분들도 비슷한 마음일 거라 생각해요.”
도희영은 어쩐지 애정 어린 눈으로 우리를 보았다.
선배의 마음이라는 건가?
나는 소속사의 소녀 가장이자 유일한 소속 아티스트였다.
그래서 소속사 후배 같은 건 없었다.
연습생을 키우고 있다는 말이야 들어 봤지만, 실제로 본 적은… 지나가면서 본 게 전부였고.
그래서 도희영의 마음이 어떤 건지 잘 와닿지는 않았다.
도희영뿐만 아니라, 다른 연예인이 ‘후배’ 얘기를 할 때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나는 친한 연예인이 별로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도희영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했다.
“저번 미션에서 팀 사계절이 우승했죠.”
“네!”
“우승 팀에게는 다음 미션 베네핏이 있다고도 안내해 드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베네핏을 발표하려 하는데요.”
도희영은 우리 네 사람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댄스 포지션에 마침 팀 사계절이 두 명 있네요. 연주홍 연습생과 이주선 연습생.”
설마, 설마.
나는 어쩐지 베네핏을 알 것 같았다.
“네!”
“두 분은 각 팀의 팀장이 될 겁니다. 여러분이 직접 경쟁할 팀원을 뽑는 것이 이번 평가의 베네핏입니다.”
이럴 줄 알았어.
나는 맥이 빠졌다.
나는 팀이 하나밖에 없는데.
김금도 그렇고.
우리 둘에게는 의미 없는 베네핏이었다.
김금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어깨가 축 내려가 있었다.
그건 드문 일이었다. 김금의 어깨는 사실상 하늘에 닿아 있을 정도였으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김금 연습생과 윤청 연습생. 두 사람을 위한 베네핏도 있습니다. 그건 이따가 말해 드릴게요.”
인내심 테스트군.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번갈아 가면서 팀원을 뽑아 주세요. 먼저, 순위가 높은 연주홍 연습생부터.”
연주홍은 그야말로 야망 가득한 얼굴이었다.
나는 쟤가 저런 표정 지으면 가끔씩 무섭더라.
“려유 언니요!”
김려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으며 연주홍의 옆에 섰다.
“저는… 수인 언니요.”
12위 방수인이라.
이주선의 전략을 알 것 같았다.
“저는 백영 언니요!”
정말 야망 그 자체다.
포지션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애들만 모아 놓다니.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인데, 연주홍은 전혀 굽히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그건 마음에 들었다.
“그럼 마지막 신유현 연습생은 이주선 연습생의 팀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댄스 포지션이 모두 정해지자 이제 모든 팀이 결정되었다.
“자, 이제 경연 룰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 거예요. 여러분. 미션에서 여러분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도희영의 질문에 모두가 생각에 빠졌다.
“…팀워크?”
이건 서백영의 대답.
“실력?”
이건 김금.
“연습?”
이건 연주홍.
“매력.”
이건 김려유.
“재능.”
의외로 이건 류보라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내 대답은-
“곡.”
이거였다.
다른 연습생들의 대답도 모두 맞는 말이다.
근데 그건 데뷔나 투표에 중요한 거고.
미션 자체에서 중요한 건 곡빨이다.
노래가 좋아야 무대가 좋은 법이니까.
“모두가 정답입니다. 하지만, 저는 윤청 연습생의 답변에 손을 들어 주고 싶네요. 왜냐하면 질문이 ‘미션’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죠. 만약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었다면 저도 다른 연습생들과 비슷한 대답을 했을 거예요.”
도희영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텔레비전을 가리켰다.
그러자, 화면이 변하고-
“안녕하세요, 번애쉬의 단하입니다.”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나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아니, 모두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번 여러분의 미션곡은, 모두 제가 작곡했습니다.”
“!”
연습생들의 눈의 휘둥그레졌다.
원래도 번애쉬의 단하는 작곡과 프로듀싱으로 유명했다.
고작 2년 차인데, 1개의 싱글 앨범, 2개의 미니 앨범을 냈다.
각 앨범에서 모든 노래의 작곡에 참여했다.
타이틀곡은 단독 작곡이었고.
모두 초대박 쳤다.
지금 시기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아이돌을 하나 꼽으라 하면, 당연히 번애쉬일 정도로.
연습생 시절부터 작곡 활동을 활발히 해서 천재라고 소문나 있었다.
“지금부터 들려 드릴 노래는, 제가 고전 소설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들입니다.“
고전 소설이라.
양날의 검 같은 소재였다.
잘만 쓴다면, 재미있고 해석의 여지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식상하거나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
“총 다섯 개의 곡을 준비해 드렸으니, 이 중에서 여러분이 가장 마음에 드는 노래를 골라서 무대를 만들어 주세요.”
단하의 소개가 끝나자, 바로 경연곡들이 차례대로 재생되었다.
그리고 다섯 개의 노래가 끝났을 때 우리는 모두-
“대박.”
얼이 빠져 있었다.
“어땠나요, 여러분? 한 번만 쓰기엔 너무 아까운 노래들이 많죠?”
“네!”
도희영은 그 마음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만 해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노래들이었다.
다섯 개의 노래는 각각 아주 다르면서도 중독성 있고 개성도 있었다.
노래 욕심 있는 소속사라면 모두 군침을 흘릴 정도로.
당장 나부터가 솔깃해질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이 노래들 중 MVP of MVP의 팀 노래는 데뷔 앨범의 수록곡이 될 겁니다.”
“!”
데뷔 앨범.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였다.
다른 연습생들도 마찬가지인지, 다들 아까보다 비장한 얼굴이었다.
그래.
정말로 데뷔가 얼마 안 남기는 했다.
“그럼, 윤청 연습생과 김금 연습생.”
“네.”
“아까 못 드린 베네핏, 지금 드리겠습니다.”
“설마…!”
“설마가 사람 잡죠. 네, 맞습니다. 곡 우선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도희영이 아까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이유를 알겠다.
곡 우선 선택권이라니.
엄청난 베네핏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제가 먼저 고르고 싶슴다!”
순서였다.
“….”
김금….
김금은 야심 차게 손을 번쩍 들었다가, 류보라에게 꼬집혔다.
“아야!”
“그럼, 두 연습생. 누가 먼저 선택할지 정해야겠죠.”
“흠흠.”
김금이 불타오르던 눈을 애써 감췄다.
나도 김금을 영혼 없는 눈으로 노려보았기 때문이었다.
저 가시나.
만약 같이 데뷔하게 된다면 저 급한 성격머리부터 고쳐야겠어.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보할 생각?
전혀 없었다.
팀원이었던 정은 정이고, 경쟁은 경쟁이다.
그건 김금도 마찬가지인 듯, 눈이 아주 활활 타올랐다.
그러다가 재 되겠다, 금아.
“가위!”
“바위!”
“보!”
연습생들의 외침에 따라 우리는 각자 손을 내밀었다.
“아아악!”
누구의 절규냐고?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 언니는 왜 그렇게 가위바위보를 잘하는 건데요!”
김금의 절규였다.
미안한데 어제 솜 뭉탱이가 기사로 너 뭐 낼지 다 보여 줬거든.
“운이 좀 좋지, 내가.”
“하….”
김금은 억지로 승복하며 뒤로 물러섰다.
다른 연습생들은 김금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자, 그럼 윤청 연습생.”
“넵.”
“무슨 노래를 고를 건가요?”
단하가 만든 노래는 총 다섯 개.
1. Little Women
2. The Pendulum
3. 손끝
4. 탄嘆
5. 메데이아
보컬 포지션 연습생들은 모두 날 불안한 눈으로 보았다.
그렇겠지.
내가 선택하는 노래는 나만 하는 게 아니니까.
쟤네들도 해야 된다.
하지만 얘들아, 너네는 굉장히 운이 좋은 거야.
“저는 [손끝> 하겠습니다.”
난 애초에 우승곡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