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41)
41화.
메뉴컬 단톡
오 PD
부엌과 거실은 지금부터 카메라 ON
오 PD 문자를 아침부터 보려니 영 속이 쏠리네.
대충 카메라 돌아가니까 조심하라는 단체 문자였다.
혹시나 옷 훌렁훌렁 벗으면 쌍방 간에 부끄러우니까.
“흐아아암.”
귀신같이 아침은 돌아오고, 체력은 돌아오지 않는다.
윤청의 몸은 근육이라는 게 없었기에, 30살의 내 몸보다 훨씬 체력이 안 좋았다.
이거이거. 프로그램만 끝나면 일단 PT부터 돌려야겠다….
아이돌은 근육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고.
나는 습관처럼 닭 가슴살을 꺼내 먹었다.
컬러즈는 특별히 식단 관리를 하진 않았다.
살을 빼라거나, 성형을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연습생들은 알아서 식단 관리를 했다.
물론 너무 심하게는 아니었다. 워낙 연습량이 많다 보니, 평범하게만 먹어도 살이 죽죽 빠졌기 때문이었다.
떡볶이를 못 먹고… 닭과 채소를 많이 먹는 정도.
“언니, 뭐 먹어요?”
연주홍이 슬쩍 내 뒤로 와서 기웃거렸다.
제일 얄미운 자식.
먹기는 제일 많이 먹는데 절대로 살이 찌지 않는다.
체질이라나.
진짜 얄미운 건, 얘가 먹는 그 많은 음식들의 출처가 나라는 것이다.
“닭 가슴살 먹어.”
그래도 카메라 돌아가니까 예쁘게 말하자.
“웩.”
연주홍은 바로 타깃을 바꿨다.
“금김 언니~ 금김 언니~ 뭐 먹어요?”
“그 이상한 호칭 좀… 인마.”
김금은 칠색 팔색을 하며 연주홍을 발로 밀었다.
나는 김금과 시선을 마주하며 카메라 쪽으로 슥 눈짓했다.
너무 폭력적이면 욕먹는다.
김금은 내 신호를 보자마자 이를 악물고 웃으며 말했다.
“난 그냥 프로틴 셰이크 먹어.”
“그것만 먹고 사람이 살아갈 수가 있나요.”
“가능.”
“불허.”
“니가 뭔데 허락하고 자시고여.”
“그것은 우리가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
“아님.”
…왜 어린 친구들은 저렇게 짧게 말하는 걸까?
극한의 효율?
“나랑 같이 라면 먹을 사람?!”
놀라울 만큼 아무도 관심을 보여 주지 않았다.
아무리 애들이 극한의 식단 관리는 안 한다지만, 아침부터 라면을 먹기는 좀….
“헉, 보라보라 언니!”
“…왜.”
그때 류보라가 방에서 휘적, 나왔다.
“저랑 라면 먹어요. 저 엄마가 공인한 라면 장인.”
“오늘 녹음 있어.”
“앗 오케이…. 바이.”
연주홍은 거하게 차인 후, 훌쩍이며 혼자 라면을 끓였다.
라면 냄새 미쳐 버리겠네.
속으로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라면 냄새와 닭 가슴살 사이에서 라면 맛 닭 가슴살은 왜 아직 개발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류보라가 나를 찔렀다.
“윤청 언니.”
성까지 붙이니까 거 되게 거리감이 느껴진다.
“왜?”
“오전에 뭐 할 거 있어요?”
“없어, 오늘은. 그냥 연습실 가서 박혀 있을랬는데.”
“할 거 없으면 녹음 같이 가실래요?”
류보라의 말에, 김금과 연주홍의 시선이 여기로 쏠린다.
둘 다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응?
“어… 왜?”
“바쁘시면 거절해도 되고요.”
“아, 아니. 바쁜 게 아니고….”
그냥 이유가 궁금한 건데….
전부터 생각한 거지만, 나는 왜 얘한테 유난히 약한 거지?
말투는 은근히 김금과 비슷한데, 둘이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둘 다 무뚝뚝한데, 김금은 친근한 무뚝뚝함이라면 류보라는 어려운 무뚝뚝함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심지어 김금은 무표정하고, 류보라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데도 그러니까.
“원래 경아 언니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경아 언니는 내일 따로 녹음 일정이 잡혔다고 해서요.”
“어, 왜?”
류보라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자긴 모른다는 뜻이었다.
저번부터 개인 활동 되게 많이 하네.
혹시….
“아무튼, 가요?”
“어, 갈게.”
왜 가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참에 분량이나 뽑자.
절대로 류보라가 걱정돼서 가는 건 아니다.
그냥 인기 많은 애랑 같이 찍으면 분량이 느니까 가는 것이다.
응.
“너네는 녹음 다 끝났어?”
“넹.”
의외로 연주홍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 쉽지 않은데 한 큐에 오케이 사인 떨어졌나 보네?”
“음….”
연주홍은 애매한 표정이었다.
“뭐, 일단은 녹음이 끝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뭐지?
찜찜했지만, 연주홍은 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마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서 좀 그런 모양이었다.
“금이 너는?”
“아직 안 끝났어요. 편곡이 좀 오래 걸려서.”
“하긴…. 쉽지 않겠다. 둘이서 하니까 파트도 많을 거고.”
“그냥 노래를 다시 만드는 수준이라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단하 선배님도 저희 때문에 고생하고 계시죠. 매우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만큼 좋은 무대로 돌려 드리자.”
“그건 당연한 말씀.”
저 시원시원한 성격 하나는….
왜 팬이 많은지 알 것 같았다.
김금은 메뉴컬에 나오기 전에도,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단순히 팬이 많아서는 아니었다.
저 성격 때문에 유행어나 밈 짤이 대거 생성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메뉴컬 전에 출연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프리티 머니’에서 명언들을 남기셨다.
대표적인 예시가-
[금: 입에서 나온다고 다 언어가 아닌데….] [금: 오… 창의적인 헛소리…!]…이런 것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금에 대한 호불호가 확실했다.
김금은 선배라고 해서 특별히 말조심을 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사이가 좋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말하는 거지만, 대중들의 눈에는 좀 과하게 시니컬해 보일 수도 있지.
그래서 회사 차원에서도 김금에게 몇 번 경고를 준 걸로 알고 있다.
아이돌은 입조심을 해야 한다나 뭐라나.
하지만 김금은 딱히 조심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야, 연주홍.”
“넵.”
“네 신체 부위 내 몸에서 치워.”
“힝.”
“1제곱센티미터 이상 닿지 말자, 우리. 여름이라 불쾌지수 올라가.”
“힝.”
저러는 걸 보면.
근데 또 가만 보면, 모든 연습생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건 김금밖에 없기도 했다.
그 철옹성 류보라가 유일하게 말을 터놓고 지내는 상대기도 하고.
“윤청 언니.”
“응?”
“1시간 뒤에 출발할 거예요. 안 씻고 가요?”
…그래.
이 철옹성 말이다.
***
다시 또 한재이와 단하의 녹음실.
두 프로듀서 겸 아이돌은 내가 왜 왔는지 궁금하지도 않은 눈치였다.
아니, 그냥 아예 우리한테 관심 자체가 없어 보였다.
“류보라 연습생, 바로 들어갈게요. 목 풀고.”
“네.”
그건 류보라도 마찬가지였다.
어쩐지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 나는, 스튜디오 곳곳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노래의 해석에 대한 힌트를 더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러나 어디에도 그런 건 보이지 않았다.
대신-
‘The Pendulum-최최최최최종’
이런 게 보였다.
[The Pendulum>의 악보 및 가사가 적혀 있는 종이였다.…대체 얼마나 수정한 거냐?
[The Pendulum>은 댄스 포지션 A의 노래였다.연주홍, 서백영, 김려유 팀.
수정이 이렇게 많이 들어갔는데 녹음이 벌써 끝났다고?
나는 궁금해서 악보가 잘 보이는 위치로 자리를 슬쩍 옮겼다.
그리고 그 악보가 한눈에 들어온 순간-
“다시 들어갈게요. 그 부분.”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아는 [The Pendulum>과 많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The Pendulum>은 마니아층이 두터운 노래였다.
가끔 ‘숨어서 듣는 아이돌 명곡’ 리스트에 꼽힐 정도였으니까.
빠른 비트, 긴장감 있는 멜로디, 웅장한 반주.
여러모로 퍼포먼스에 최적화된 노래긴 했지만, 단점이 있었다.
매우 어려운 노래라는 것.
빠르고 숨 쉴 곳이 없는 진행과 미친 듯이 옥타브를 넘나드는 음역대.
춤을 추면서 부르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노래였다.
포지션 평가다 보니, 댄스 포지션 무대에는 AR을 까는 게 어느 정도 허용이 되는 분위기였지만, 유난히 컬러즈는 ‘라이브’에 집착하는 소속사였다.
댄스 평가인데도 라이브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기본 규칙이었다.
그러니 사실상 댄스 포지션이 가장 어려운 포지션 중 하나인 것이다.
비교적 보컬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더라도, 어쨌든 보컬을 완전히 놓을 수 없으니까.
그렇기에 [The Pendulum>은 엄청난 모험이었다.
잘하면 서바이벌 역사에 기록될 무대.
못하면 그야말로 대쪽박, 대망신.
그러나 전생에서는 의외로 서백영이 엄청난 선전을 했기에, 가능했다.
전생에선 서백영, 이주선, 신유현 셋이 한 팀이었다.
댄스 포지션이지만 보컬에도 어마어마한 욕심이 있었던 서백영이, 팀원들이 어려워하는 파트를 다 가져가서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이다.
물론 그 결과로 서백영은 순위가 급상승했고, 안전하게 데뷔 멤버에 꼽혔지만.
그런데 이 노래는 내가 아는 그 노래가 아니었다.
노래가… 쉬워져도 너무 쉬워진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수정을…?
이따 서백영에게 물어봐야겠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내가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다시 갈게요.”
류보라는 구르고 있었다.
내가 봐도 불쌍할 정도로.
전에 해석 힌트를 줬는데도 아직 헤매고 있구나.
나는 류보라의 노래를 잠자코 들어 보았다.
음정이나 박자는 여전히 완벽했다.
연기자 출신인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탄탄했다.
하지만.
“…류보라 연습생.”
“네.”
“뭐라 말할 수는 없는데, 느낌이 좀 안 살아요. 류보라 연습생은 부르는 당사자니까 더 잘 알겠죠.”
“…네.”
부족했다.
한재이의 말대로.
무언가가 부족했다.
곡을 만든 당사자가 아닌 내 눈에도 뭔가 심심함이 느껴질 정도니, 저들에겐 더 크게 와닿겠지.
류보라도 실감하고 있는지 어두운 표정이었다.
“흠.”
두 프로듀서는 서로 속닥이더니, 갑자기 날 불렀다.
“윤청 연습생.”
“네?”
“들어가 봐요.”
예?
“…제가요?”
“네. 둘이 같이 불러 볼래요?”
음.
나는 바로 승낙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녹음실에 들어가자, 류보라의 상태가 훨씬 더 제대로 보였다.
…긴장하고 있구나.
류보라의 손에 들린 가사지가 구깃구깃했다.
얼마나 꽉 쥐었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생 긴장 안 하게 생겨서는, 되게 긴장한 모양이었다.
나는 헤드셋을 끼고, 류보라의 옆에 섰다.
류보라는 다시 가사지를 폈다.
그러나 나는,
“그거 보지 말고 해 보자.”
그런 류보라의 손을 잡았다.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