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40)
40화.
“….”
“….”
지금 이 적막, 무슨 일이냐고?
긴급 대책 회의에 들어간 보컬 팀의 적막이었다.
이경아는 살짝 비친 내 눈물에 심장이 내려앉았는지, 즉각 류보라를 소환했다.
류보라는 보컬 연습하다 말고 끌려와 연습실에 앉아야 했다.
류보라는 별말이 없었다. 아닌 척하지만 굉장히 눈치가 빠른 애였다.
들어오자마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바로 눈치챘겠지.
“자, 나는 이 팀의 리더 같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연장자로서 갈등? 이런 거 그냥 못 봐.”
이경아는 이미 이주선과 팀 사계절 사이의 갈등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갈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정도는 아는 연습생이었다.
“희온이 너가 뭐… 청이한테 섭섭한 게 있을 순 있지. 그런데 그거 다 옛날 일이잖아? 왜 자꾸 끌어와?”
“언니 저는-”
조희온도 나름대로 억울한 게 있었는지 입이 상당히 나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엔 딱히 자기편이 없다는 사실도 아는 듯했다.
“아니, 뭐든 간에 애를 울리면 안 되지.”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니까요….”
“그럼 왜 전 소속사에서 일어난 갈등 같은 걸 굳이 말해? 필요한 말이 아니잖아.”
“그냥 스몰토크였어요, 스몰토크. 전 청이가 저렇게 훌륭하게 큰 거 기특하고 좋다니까요.”
네가 우리 엄마냐. 기특하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희온은 이경아에게 사정없이 혼났다.
최소한 박하은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밀리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여기엔 어떻게든 논란을 피하고 싶은 이경아와 나, 그리고 세상만사에 관심이 없는 류보라밖에 없다.
류보라는 정말이지 얼굴에 ‘무관심’이라고 써져 있었다.
저번부터 생각한 거지만… 정말 마이웨이다….
부럽…다고 해야 할지…?
“보라 네 생각은 어때?”
이경아도 답답했는지 참다못해 물었다.
“희온 언니, 아직도 청 언니한테 감정 남은 거 있어요?”
“없다니까.”
“청 언니, 뭐 하고 싶은 말 있어요?”
많지.
나는 조희온과 김려유가 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아니, 원래는 ‘했어야 했을’ 일을 떠올렸다.
윤청이 세 번째 미션을 거하게 말아먹게 된 ‘그 일’을.
사실 조희온과 김려유는 윤청을 정신적으로 압박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소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차원이 달랐다.
한 연습생의 경력 전체를 망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문제가 있다면 아직 시기상으로, ‘그 일’은 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전생에선 벌어졌던 일이지만, 이번 생에선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나는 조희온을 보았다.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옳은 일일까?
얘가 과연 이번 생에선 다른 선택을 하게 될까?
“…희온이가 없다면, 나야 없지.”
아직은 명분이 없다.
우선 가만히 지켜보자.
“그럼 됐네요. 모두 연습에만 집중하면 될 것 같아요.”
류보라는 특유의 무심한 눈으로, 입꼬리만 생긋, 올렸다.
“…휴. 그래. 일단 이건 넘어가자. 그래도 희온이, 혹시나 뭐 섭섭한 거 남아 있으면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얘기해 주고. 알았지?”
“…네.”
조희온은 일단 숙이고 들어왔다.
더 해 봤자 자기 이미지만 안 좋아짐을 알았을 것이다.
“이렇게 다 모인 김에 컨셉이랑 무대 회의나 해요, 저희.”
“그래, 그러자.”
나는 바로 류보라의 말을 받아쳤다.
원하던 바다.
“안무 얘기 때문에 그러지?”
이경아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아는 눈치였다.
“네. 프로듀서님이 얘기한 바도 있기도 하고.”
사실 얼마 전 녹음 때, 단하와 한재이가 제안한 게 있었다.
‘보컬 포지션이라고 해서, 꼭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 그렇지. 보컬의 매력을 극대화하라는 것뿐이죠.’
‘만약 무대에 약간의 장치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다 활용했으면 좋겠네요.’
그게 안무든, 뭐든.
두 프로듀서가 건넨 의도는 명확했다.
무대 자체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해라.
“하긴 안무를 추가하면 어떨까 싶긴 해.”
“저도 좋은 것 같아요.”
이경아도 그 제안이 마음에 걸렸는지, 바로 얘기했다.
의외로 조희온도 수긍했다.
그나마 협조적이어서 다행이군.
“제가 생각해 본 게 있긴 한데.”
“오, 청이.”
이경아는 과장스럽게 박수를 쳤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끌어 올려 보겠다는 저 연장자의 노력….
마음이 찡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이 부분은 이렇게 해서… 이러면 어떨까요?”
“오호.”
세 사람은 굉장히 고민스러운 얼굴로 내 제안을 경청했다.
“아이디어 자체는 되게 괜찮은 것 같아요. 다른 팀이랑 겹치지 않을 것 같고. 보는 맛도 있겠네요.”
먼저 받아들인 건 류보라였다.
“응. 엄청 힘들 것 같긴 한데, 하고 나면 보람 있을, 그런 무대네.”
“저도… 아이디어는 괜찮아요.”
예상 외로 어느 정도 무난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다행이군.
솔직히 말해서 안 되면 단하와 한재이라도 설득해 보려 했는데.
원래 이런 건 권력자를 설득하면… 빠르게 풀리는 법이니까.
“특히 이 부분에서 보라가 이렇게….”
“좋다. 좋다. 보라가 되게 잘할 것 같은데?”
이경아는 흡족스러웠는지, 다시 박수를 쳤다.
“그러면 보라가 거의 센터…인 거네?”
다만 조희온은 조금 다른 반응이었다.
“아, 그건 아냐. 분량은 다 똑같이 나눴으니까. 이 부분에서만 보라가-”
“그래도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보라가 가장 임팩트 있는 부분을 가져가는 건 맞잖아?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보라가 센터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은데.”
그러니까 자기가 주목 못 받는 건 싫다 이거다.
무슨 마음인지는 알겠지만….
“그럼 희온이가 해 볼래?”
“….”
조희온의 반응이 애매모호하다.
본인이 그걸 살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 하는 게 분명하다.
당연하다.
이 부분은 연기력이 필요하니까.
그리고 아까 시비 걸 때 느낀 건데, 쟨 착한 척하는 연기도 잘 못한다.
그런 애가 무슨 연기를 하겠다고.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제시해 줘. 다 같이 고려해 보자.”
그러나 갈등의 빌미를 주는 건 안 된다.
내가 노력했다는 건 확실히 보여 줘야지.
지금은 카메라도 돌아가고 있으니까.
물론 조희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디어라는 게 내놓으라고 해서 그렇게 쉽게 나오는 건 아니니까.
결국 조희온은 백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때, 류보라가 갑자기 말했다.
“저보다 청 언니가 더 잘할 것 같은데요?”
어?
“아이디어도 청 언니 거고, 해석도 언니가 훨씬 잘했고. 저보다는 청 언니가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 이게 아닌데.
나는 흔들리는 동공을 간신히 잠재웠다.
얘는 왜 밥을 떠먹여 줘도 거절하냐.
“아냐, 나보다는 보라 네가 훨씬 잘 어울리지. 나는 연기를 해 본 적도 없고.”
“글쎄요, 언니 관상이 연기 잘할 관상인데.”
그건 대체 무슨 관상인데.
“눈빛에 뭔가 서사가 있어서. 언니 사연 있게 생겼다는 말 좀 들어 보지 않았어요?”
“…잘 모르겠네?”
윤청이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은 없다.
그런 말을 들었던 건, ‘백녹하’ 쪽이었지.
어디 망국 공주상이라는 말은 들었던 적 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근데 그건 원래 내 얼굴이고, 윤청의 얼굴은 아닌데.
오히려 조금 예민하고 얇은 선의 얼굴 아닌가?
“어, 나도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 약간 20살이 아니라, 좀 더 어른 같은 분위기가 있다고 해야 하나. 여유로운 느낌이 있지.”
그건… 그건 옳게 본 거긴 합니다.
나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 당황했다.
난 연기를 해 본 적이 없단 말이다.
해 봤자, 드라마 카메오 출연이나, 내 뮤직비디오에서 한 연기밖에 없다!
물론 대체로 호평이다, 의외로 잘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그건 가수치고 잘한다는 거였지, 연기자치고 잘한다는 게 아니었다고.
“무엇보다 여기서 가장 순위가 높았던 건 언니잖아요. 언니가 MVP of MVP가 되는 게 저희한테도 좋은 거니까.”
이경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체 1등이 우리 팀에 있어야 우리도 베네핏을 받지. 우리 중에선 청이 네가 가장 가능성이 높고. 어느 정도 밀어줄 필요가 있다 생각해.”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연기라니,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라 당황스러웠다.
“혼자 하는 게 부담스러우면 이건 어때요.”
내가 계속 망설이자, 류보라는 내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애초에 프로듀서님들도, 두 사람의 이야기라 하셨잖아요.”
“그렇지.”
“저랑 언니랑 둘이 같이 해 보면 어떨까요? 혼자보단 덜 부담스러우실 텐데.”
이건 정말 솔깃했다.
흠.
그래 볼까.
“좋다. 청아, 넌 어때?”
“그러면… 아예 둘씩 짝을 지을까요?”
나는 조희온을 힐끗 보았다.
쟤 얼굴 터지겠다, 터지겠어.
“경아 언니와 희온이가 한 쌍. 저와 보라가 한 쌍. 이렇게 해서 각자 ‘두 사람’의 역할을 맡아서 무대를 해요. 그러면 골고루 집중을 받으면서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조희온은 기회를 놓칠세라 바로 끼어들었다.
속 보이는 행동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무기력한 거보단 나으니까.
우리는 결국 그렇게 합의를 보았다.
“그럼 컨셉도 다 정했으니까, 안무 구상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넵.”
그렇게 우리는 새벽 3시가 되어서야 퇴근할 수 있었다.
그때까진 몰랐다.
이 무대가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