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39)
39화.
정말 뜬금없고도 무례한 질문이군.
단둘이 남아 있을 때까지 기다린 건가.
“그래? 어떻게 바뀐 것 같은데?”
“아, 오해하진 마.”
조희온은 실실 웃었다.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는 거야. 나는 너 옛날 성격보다 지금 성격이 더 좋거든.”
“…내 옛날 성격은 희온이 취향이 아니었나?”
“좀 그랬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거 아니고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걸?”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별로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옛날엔 너 좀 소심했잖아.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적응을 제대로 못 했었거든.”
“너 전 소속사에서도 그랬다던데?”
조희온은 틴트를 꺼내 연습실 거울을 보며 발랐다.
물론 조희온의 눈은 거울에 비친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히죽, 웃는 게 정말 재수 없었다.
“너 전 소속사, KQ잖아. 나 거기 아는 언니 있거든. 아니, 나도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그냥. 우리가 아는 너는 되게 착하고 소극적인 애였는데, 갑자기 변해 버리니까. 혹시 우리 오해였나? 싶어서.”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결국 자기변명이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잠자코 들었다.
“그 언니가 너 거기서도 좀 소극적이었다 하더라고. 다른 연습생들이랑 안 맞아서 데뷔조에 들었는데도 결국 탈락한 거라고. 그러다가 우리 소속사까지 온 거라던데.”
이런 얘기를 굳이 카메라가 세 대나 달려 있는 연습실에서 하는 이유는 하나뿐이다.
내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해서.
만약 지금 이 말이 방송에 나가면, 다들 의외라는 반응일 테니까.
지금의 윤청은 딱히 소극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말이 많거나 예능 멤버는 아니어도 자기 몫은 하는 이미지로 가고 있는데, 여기서 찬물을 끼얹겠다?
“미안해… 희온아.”
“?!”
그렇게는 못 내버려 두지.
“그땐 내가 너무 어리기도 하고 겁도 많고… 그랬거든…. 나처럼 아무것도 아닌 애가… 데뷔해도 되나….”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울지는 않되, 최대한 덤덤하게.
“그런데… 나도 정말 데뷔하고 싶고… 너희에게 폐 끼치기도 싫어서 조금이라도 성격을 적극적으로 바꿔 본 건데…. 그게 많이 거슬렸구나….”
“아니, 나는-”
“미안해. 내가 처음부터 잘 적응하고 그랬어야 했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너무 힘들어서… 그래서 그랬어.”
조희온은 내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완전히 벙찐 얼굴이었다.
참 나.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너무 하급 어그로라서 별로 화도 안 났다.
“희온이 너도… 처음엔 갑자기 들어온 나를 싫어하는 게 느껴지니까…. 사실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난 굴러 들어온 돌이고….”
“난 너 싫어한 적, 없어…!”
뭘 없어.
나는 윤청의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희온과 김려유가 매번 윤청의 뒤에서 낄낄대며 비웃었던 것도 알고 있고.
조희온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
강약약강.
강한 사람한테는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는 강한 사람.
정말 치졸하고 음침해서 싫어.
“내가 싫을 수 있다는 거 알아…. 다 아는데 이제라도… 정말 열심히 해 보려고 하는데….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안 될까?”
조희온은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는 것 같았다.
날 엿 먹여 보려다가, 반대로 본인이 완전히 엿 먹게 된 상황을.
그러니까 누가 음침하게 사람 뒷조사하래…?
“아니, 청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라-”
덜컥.
“나 왔어!”
그때, 타이밍 좋게 연습실 문이 열렸다.
이경아는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연습실 분위기에 멈칫했다.
“뭐야, 청이 왜 그래?”
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니, 언니. 있잖아요…!”
쟤가 자폭할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조희온은 내 예상대로 미주알고주알 이경아에게 말했다.
이경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하게 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조희온의 이야기가 끝나자, 카메라를 슬쩍 보았다.
“희온아.”
“네?”
“그 얘기가 지금 왜 필요해?”
“…네?”
조희온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되물었다.
아마도 이경아가 자신의 편을 들어 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게, 이경아는 지금까지 철저하게 중립의 입장이거나, 윤청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경아 또한 데뷔를 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기에, 김려유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 않았기도 했고.
그러나 웃음기가 없는 건 이경아도 마찬가지였다.
“청이는 우리 팀인데, 청이의 옛날 성격이 조금 소극적이었던 걸 대체 왜 지금 얘기하는 거야…? 청이 깎아내리고 싶어서?”
“네?”
“나는 같은 팀원 그렇게 욕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아냐. 너도 청이한테 사과했으면 좋겠다.”
조희온이 하나 잘못 생각한 게 있었다.
어쩌면 이경아도 조희온의 편을 들어 줬을 수도 있다.
저번 미션을 겪지 않았었다면.
이경아는 저번에 너무 어처구니없게 메인 보컬 자리를 김려유에게 빼앗겼었다.
누가 봐도 메인 보컬은 이경아가 되었어야 했음에도.
조희온과 박하은이 김려유의 손을 들어 주었기 때문에.
그때 이경아는 무언가 경각심을 갖게 되었을 거다.
그동안은 김 이사가 무서워서라도 김려유나 조희온에게 대충 맞춰 줬겠지.
하지만 김려유는 점점 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기분을 맞춰 주어 봤자 이경아에게 좋을 건 하나도 없다는 게, 저번 미션에서 이미 검증되지 않았는가?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고, 그냥 연습이나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청이 너도 이제 그만 기운 차리고.”
그리고 무엇보다, 윤청은 이제 대놓고 데뷔가 유력한 인기 연습생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굳이 윤청을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
지금은 그저 그 사실을 조희온이 드디어 실감하게 된 첫 번째 순간이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
한편, 오 PD는 촬영본을 보면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좋아하세요, PD님?”
“아니, 얘네는 무슨 대본도 안 써 줬는데 왜 이렇게 잘할까?”
오 PD는 히죽히죽 웃었다.
며칠 전부터 그의 VIP가 대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의 VIP는 참 신기한 능력이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주변에서 알아서 어그로를 다 끌어 주며 분량을 만들어 줬다.
그런데 그걸 안 받아먹는 것도 아니고, 찰떡같이 받아먹어서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VIP의 진정한 능력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정치질.
“얘, 진짜 난놈이다.”
“윤청이요? 왜요?”
강 작가는 오 PD가 가리키는 사람을 보고 머리를 갸웃거렸다.
“방송에선 먼저 동정표 사는 놈이 이기는 거라는 걸 아주 정확히 아네.”
“동정표를 샀다고요?”
“조희온이 윤청 한번 어떻게 끌어내리려고 하다가 오히려 본인이 미끄러졌어.”
강 작가는 오 PD가 보여 주는 영상을 다 보곤 움찔했다.
“이거 잘만 편집하면….”
“재미 좀 있겠지?”
“그런데 김 이사가 허락을 할까요? 분명히 안 된다고 할 텐데.”
“지가 안 된다고 해 봤자 어쩔 건데? 얜 김려유도 아닌데.”
“그래도….”
“그리고.”
오 PD는 의자를 빙글, 돌렸다.
“무엇보다 요즘 컬러즈 내부 산만해. 몰랐어? 홍 사장 돌아왔대잖아.”
“그건 들었어요. 김 이사 누르려고 왔다던데요.”
“친한 기자가 말해 준 건데, 이번에 홍 사장 완전 이 갈았대. 김려유 쉴드 그만 치라 했다는 얘기 유명해, 지금.”
강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홍 사장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만만한 사람이 그렇게 성공할 수 있겠는가?
“그럼 김려유를 타깃으로 하시게요?”
“그건 걔 하는 거 봐서. 일단 조희온부터 도마 위에 한번 올려놔 보고, 넷 반응 봐야지.”
“아직 어린애들인데… 좀 심한 거 아닐까요?”
“강 작가.”
오 PD는 피식, 웃었다.
“내가 무슨 없는 장면 만들어서 내보내? 지들이 한 말 군더더기 좀 쳐내서 보내 주겠다는데. 도마 위에 오르기 싫으면 알아서 인성 단속 좀 하든가 했어야지.”
“그래도….”
“강 작가. 방송 원 데이 투 데이 하는 거 아니잖아.”
그건 그런데 PD님은 너무 인성이 파탄 나셨잖아요.
그럼에도 강 작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보기에도 조희온은 좀 심했으니까.
“그럼 같이 봐요. 앞뒤 다 자르지 않게.”
“아, 그럼 따라오든가.”
오 PD는 희희낙락 웃으며 편집실로 향했다.
역시 그는 촬영 복이 있었다.
강 작가는 한숨을 푹푹 쉬면서 따라갔다.
역시 그녀는 상사 복이 없었다.
최대한 말려 봐야지, 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