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38)
38화.
“안녕하세요~ 여기는 컬러즈의 연습실입니다! 저희가 전세 냈어요, 오늘은.”
우리는 다시 연습실로 모였다.
이경아는, 보컬 레슨이 있어서 잠시 늦는다고 했다.
1시간 후면 합류한다 했으니,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오 PD는 사전에 카메라 하나를 주면서 우리에게 브이로그처럼 연습실 일상을 스스로 찍어 보라고 했다.
물론 연습실 곳곳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긴 했지만.
그래서, 지금은 조희온이 카메라를 들고 셀프 캠을 찍고 있는 중이었다.
“오늘은, 저희 노래 다시 한번 합을 맞춰 볼 거예요. 저랑 보라가 아직 녹음을 다 마치지 못해서, 또 가야 하거든요. 연습 겸 해서 호흡 맞춰 보려 해요.”
나름대로 정확한 설명이었다.
나는 가사를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놈의 가사가 너무 어려워.
전생에서도 몇 번 들었던 노래라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고생 좀 했을 것 같았다.
“근데, 청아.”
그때, 조희온이 내게로 카메라를 돌렸다.
“넌 어떻게 처음부터 그렇게 노래 해석이 완벽했어?”
음.
난감한 질문인걸.
“아이, 아냐. 완벽하긴. 그냥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본 거야.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지 뭐.”
나는 하하, 웃으며 얼버무렸다.
“단하 선배님도 깜짝 놀라셨잖아요. 말은 안 하셨지만 핵심을 다 꿰뚫었다고 생각하신 것 같던데.”
그거야 그럴 수밖에.
나는 사실 그 노래를 이미 전생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메뉴컬은 전생에서도 나름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이니까.
[손끝>은 메뉴컬에서 흥했던 노래 중 하나고.그러나, 곡 해석이 무엇인지 찾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곡 해석까지 아는 이유는 바로-
“그니까. 비법 공유 좀 해 주세요.”
이 녀석 덕분이다.
…이거 원래 곡 해석의 주인에게서 살짝 뺏어 온 기분이라 미안한데.
사실, 나는 류보라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물론, 전생의 류보라에게서.
[메뉴컬 [손끝>, 공전의 히트 비결은 – ★스타 인터뷰 [류보라>]얼마 전, 핸드폰에 이런 알람이 왔다.
그땐 뜬금없이 왜 류보라의 인터뷰를 내게 보내 주나 했는데, 인터뷰를 다 읽어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상 [손끝>은 류보라의 해석 덕분에 가능한 무대였다.
다만, 전생과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면-
– 보라│댄스 포지션에 최적화된 노래죠. 사실 전 보컬 포지션과 댄스 포지션 중 어떤 것에 지원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러다가, 백영 언니가 댄스 포지션에 간 걸 보고 무작정 백영 언니를 따라갔어요.
– Editor│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 보라│백영 언니에게 가장 흥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땐. 멋있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죠. 잘못 따라갔다간 인기 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심지어 결국 같은 팀이 되지도 못했거든요. 같은 포지션이긴 해도. 하긴, 최종적으로 데뷔를 못 했으니까 잘못 따라간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
류보라의 포지션이었다.
류보라는 전생에 댄스 포지션에 지원했었다.
서백영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이번에는 보컬 포지션에 지원했다.
대체 어떤 차이점이 류보라의 선택을 바꾼 걸까.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연습실 바닥에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는 류보라를 힐끔, 보았다.
지금도 이렇게 유력한 데뷔 후보인 앤데, 왜 데뷔를 못 했었지?
나는 막연히 솜 뭉탱이가 곧 알려 주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솜 뭉탱이는 알고 싶은 건 안 알려 주고 이런 거나 알려 주고 있었다.
솜 뭉탱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알람을 보냈다.
숙소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알람은 계속해서 울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핸드폰을 보는 게 눈치가 보여서, 화장실에서나 확인이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바로바로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솜 뭉탱이는 진짜 자기 멋대로 알람을 보냈다.
[김려유, ‘오늘 저 힘 좀 줬어요.’] [홍연서, 컬러즈로 컴백하나? 오랜 공백기 깨고 SNS 의미심장 언급] [[메뉴컬>, 윤청. 두 번 연속 현장 투표 꼴찌… 왜?] [김려유, ‘메뉴컬’ 2위와도 큰 차이로 1위. 파죽지세 1위 유지 비결은…]솜 뭉탱이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뭔가 힌트를 자꾸 주는 것 같긴 한데, 명확한 힌트가 없는 느낌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 기사들은 모두 전생의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선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었다.
일단 난 두 번의 현장 투표에서 모두 꼴찌가 아니었다.
김려유도 큰 차이로 1위를 차지하지 못했고.
베네핏 때문이긴 하지만 3위에 그쳤다.
“도와준다면서요.”
“어?”
류보라는 자꾸 멍하니 있는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았다.
그러나 카메라가 있어서 그런가, 바로 표정 관리를 했다.
“…혼자 해 보려 했는데 아무래도 조금 힘들 것 같아요.”
“뭐를?”
“곡 해석이요…. 언니 저한테 관심 없죠?”
“어어?!”
“아까부터 곡 해석 얘기만 했는데! 관심 좀 줘요, 언니.”
이놈 자식.
카메라 앞이라고 애교도 부린다.
어쭈, 이젠 팔짱까지 낀다.
숙소에선 그야말로 얼음 그 자체면서!
연주홍이 애교 부리면 조용히 자리를 피하면서!
“알았어. 그러면 희온이 너도 들을래?”
나는 연습실 거울 앞에서 예쁜 척, 포즈를 취하고 있던 조희온에게 물었다.
“난 곡 해석 다 해서 괜찮아! 이따 음정만 좀 봐줄래?”
…내가 볼 땐 너, 곡 해석 다 한 거 아닌 것 같던데.
난 조희온의 가사지에 써져 있는 단 한 줄의 해석을 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슬프게 부르기’
이런 건… 곡 해석이 아냐, 인마.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아찔하다, 아찔해.
아무튼, 나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류보라가 알려 준 해석을 류보라에게 알려 주기 위해서.
– 보라│저는 그 곡의 원천을 찾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그 소설이 뭔지 꼭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Editor│원래 그렇게 승부욕이 좀 있었나요?
– 보라│아뇨. 그런 거 전혀 없는 성격인데. 그냥 그 곡은 사람 화나게 하는 뭔가가 있었어요. 처음에 제가 곡 해석을 아예 망쳐서 제대로 혼났었거든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뭔가 속이 답답하고 화가 나는 거예요. 저 자신에게.
– Editor│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 보라│이 인터뷰 나가면 욕 좀 먹을 것 같은데. 어차피 연예계 곧 은퇴하니까 상관없겠죠.(웃음)
– 보라│무작정 재이 선배님 스튜디오를 찾아갔어요. 단하 선배님은 절대 안 알려 주실 분이니까, 재이 선배님으로. 그리고 그냥 무작정 주세요, 했어요. 제가 누구보다 끝장나게 불러 드리겠다고. 그러니까 그 소설이 대체 뭔지만 알려 달라고.
– Editor│재이 씨가 뭔지 알려 줬나요?
– 보라│아뇨. 도망가던데요.
– Editor│헉.
– 보라│근데 그 선배가 도망간 건 저를 너무 모르고 하신 선택이죠.
– Editor│왜요?
– 보라│그때의 전 테이블 위에 있는 종이를 훔쳐볼 정도의 광기가 있었으니까요.
– Editor│와우.
– 보라│그 종이를 보는 순간 알겠더라고요. 사실은 재이 선배가 일부러 그걸 거기에 두고 간 거라는 것을. 거기에 있었어요. 단하 선배의 딱 한 줄짜리 해석이. ‘억압된 세상 속, 인연이었으나 연인이라는 단어 이상을 이룩한 두 사람’. 그걸 본 순간 머리가 띵한 거예요.
그 인터뷰를 본 순간, 나는 우리나라의 어떤 고전 소설 하나가 생각이 났다.
그게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내 마음은 그걸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대로 해석했다.
“‘억압된 세상 속, 인연이었으나 연인이라는 단어 이상을 이룩한 두 사람’.”
나는 류보라가 내게 말해 준 해석을 다시 류보라에게 돌려주었다.
물론, 단하에게서 빌려 온 생각이긴 하지만.
“…!”
“조금 도움이 됐을까?”
“….”
류보라는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가사지를 만지작거렸다.
…도, 도움이 안 됐나?
그럼 큰일인데.
왜 같은 말인데 내가 하면 도움이 안 되는 거야.
내가 불안해질 때쯤, 류보라가 입을 열었다.
“네. 도움… 많이 됐어요. 고마워요, 언니.”
“고맙긴 뭘.”
내가 훨씬 더 고맙지.
한재이 스튜디오까지 안 가게 해 줘서 고맙다.
“저, 혼자 연습 좀 해 보고 올게요.”
“그래, 그럼.”
류보라는 거의 뛰쳐나가듯이 연습실을 나갔다.
보컬 룸으로 가나 보네.
“어?! 보라 어디 갔어?”
“혼자 보컬 룸 가서 연습해 보고 온대.”
“아아.”
조희온은 그러거나 말거나 셀프 캠에 완전히 빠져 있는 듯했다.
자아도취가 좀 있는 친구군.
“근데 청아.”
“응?”
그때, 조희온이 날 불렀다.
“이거 우리, 안무 넣을 거야?”
드디어 나온 질문이군.
어쩐지 나는 이 팀의 리더 같은 것도 아닌데, 리더 같은 위치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 내가 이 노래를 선택했다는 이유 때문이겠지.
“뭐,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넣어 보면 어떨까 하는데.”
“그래? 근데, 그러면 보컬 포지션에 집중하지 못하는 거 아냐?”
“너무 어렵거나 힘든 안무 말고, 적당한 수준으로만 넣으면 될 것 같긴 한데… 그건 다른 팀원들 다 있을 때 상의해 보자.”
이런 팀 미션에서는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 줘서 좋을 게 없었다.
모든 사람이 있을 때 설득을 하면 했지.
“그래, 그럼.”
여기서 끝나나, 싶더니만 조희온이 갑자기 셀프 캠을 껐다.
“려유가 이 노래 뺏겨서 되게 슬퍼하고 있더라.”
“그래?”
“응. 네가 이 노래 뺏어 간 거라고 하던데?”
얜 김려유 친구 아니었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려유 입장에선.”
“근데, 너.”
또 뭐냐.
나는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셀프 카메라를 껐다고 해서, 다른 카메라들도 꺼진 건 아닌데.
“성격, 되게 많이 변했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